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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요리고 고인물-258화 (258/403)

258. 세컨드 시즌, 프리 시즌.-1-

이게 딱히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제법 사고뭉치였다. 다르게는 트러블메이커.

회귀 전이든 회귀 후든 가끔가끔 욱하는 성격으로 이런저런 사고를 쳤었더랬지.

어릴 때 쳤던 말썽과는 조금 방향성이 다른 이야기다. 예를 들면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들어온 주정뱅이 진상이랑 싸우다가 정다운 경찰서 정모를 했다든가, 미국에서 간신히 봉급 모아 뽑은 경차를 들이받고 짼 무스와 추격전을 벌이다가 경찰한테 과속으로 잡혔다든가.

'그때 팔에 금 간 것도 모르고 난리 치다 병원행이었던가.'

정말, 그때는 무서운 것도 모르고 잘도 날뛰었단 말이지.

무스가 무서웠냐고? 아니. 그거 말고. 병원비. 미국 병원비는 보험이 있어도 비싸고 없으면 살인적으로 비싸다. 병원비가 무서워서 사람이 죽는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나도 입원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부목 깁스 치료만 딱 받았는데 그때 병원비가……!

…… 아니, 트라우마니까 말하지 말자. 차 수리비보다 내 팔 수리비가 비쌌다는 것만 말해둔다.

뭐, 아무튼.

그런 갖가지 사고를 쳐온 내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번 사건은 제법 규모가 큰 편이다.

내가 예전에 저지른 일은 적어도 내 선에서 끝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건 그 영역을 조금…… 아니, 꽤 많이 벗어났다. 적어도 일단 내 손을 떠난 건 확실하다.

왜, 사람들이 종종 그러지 않는가. 쏟아 버린 물은 담을 수 없다고.

"근데 난 지금 컵을 엎은 게 아니라 댐 방류 버튼을 누른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그 물이 떨어진 곳에는 수력발전소가 하나 있어서 지금도 사람들은 신나게 터빈을 돌리며 떡밥이라는 이름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아마 사람들은 저수지에 가득 들어찬 물이 전부 떨어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터빈을 돌리겠지.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내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된다는 건, 뭐라고 할까. 살짝 어색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되도록 이 사건이 빨리 마무리되어 내 이름이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 결국 시간 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배부른 소리나 하고. 세상에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혁이 너 벼락스타야, 벼락스타. 응? 조금은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봐."

"…… 아니, 싫은데요."

그것보다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내가 사는 곳 주변에서 그나마 제일 놀 거리가 많은 시내. 태양광을 피해 에어컨이 빵빵한 카페의 2인석. 맞은편 자리에 앉아 벌써 조각케이크만 세 접시를 드신 백예은 양이 입가에 치즈케이크 부스러기를 묻힌 채 퉁명스레 입을 부풀린다.

"뭐야, 단기 기억상실증인가 뭔가 하는 그거? 혹시 아침에 나올 때 머리 박았어?"

"그런 적 없…… 아니, 됐다."

그래. 사실은 알고 있다.

나는 현장학습 시간을 전부 채우고 바로 온새미로를 나왔다. 기왕 일한 거 조금 더 일해보는 건 어떠냐는 주변 쿡의 추천도 있었지만, 사고를 치고 계속 일하는 것도 뭐해서 딱 일을 그만둔 것이다.

'사실은 여름방학 때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었던 거지만.'

아니 생각해보라고. 업무가 복사가 된다니까? 이런 방학, 나는 인정할 수 없어! 현장학습 시간을 추가로 채우면 가게 평가에 따라 가산점이 부가된다지만 그런 가산점으로 내 퇴사를 붙잡을 순 없다 이거야.

그에 비해 백예은은 조금 더 업무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 녀석이 뭔가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내가 첫 출근을 하기 전부터 먼저 일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얼마 전까지의 일.

내가 먼저 떠난 이후로 일주일 남짓이 지난 뒤, 백예은도 나를 따라 일을 그만뒀다. 따라…… 라고 말하면 뭔가 어감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어쨌든, 그렇게 일을 그만둔 백예은은 집에서 할 게 너무 없었던 나머지 일하며 번 용돈으로 제 친구들과 놀러 다니다 그것마저 질리고 날 찾아왔다.

…… 는 게, 현재 상황의 요점이다.

'아니, 왜?'

왜 거기서 날 찾아온다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 거지? 그냥 얌전히 집에서 있으면 됐던 거 아닌가?

"심심한데 왜 집에 있어? 보통 나가지 않아?"

"예?"

"응?"

모르겠다. 여자의 심리는 모르겠어. 아니, 이 경우 성별이 아니라 인싸와 아싸의 경계인가?

아싸는 올튜브만 봐도 하루 24시간 중 10시간 정도는 가볍게 지새울 수 있는 생물이다. 얕보면 큰코다친다 이거야.

"으에…… 난 못해 그런 거."

"그래, 그럴 것 같아."

정작 넌 미래에 그 올튜브 쿡방의 일익을 맡는 머기업이 된다마는, 그런 이야길 했다간 다른 쪽으로 미친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먼저 받을 거다. 안 그래도 인터넷에서 '류찬혁 사이코패스 설' 같은 음모론이 돌고 있거든.

그래도 방금 말한 것처럼 주변의 관심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걸 보면 벌써 미약하게나마 관종의 기질이 발아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번 현장학습 때 유민하 셰프는 어딜 어떻게 봐도 백예은을 제 후계자로 키우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정작 내가 아는 미래의 백예은은 온새미로는커녕 잘 나가는 방송인이었지.

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도 아니면 그냥 그렇게 될 운명인 건지.

모르긴 몰라도 현장학습 동안 봤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아마 다음 대 온새미로의 주방장 자리는 자연스럽게 백예은 차지가 될 것처럼 보였다.

회귀 전의 내가 백예은과 뭐 친구이길 했나, 그도 아님 사적으로 아는 사이이길 했나.

애초에 이 시절의 난 성심고 학생조차 아니었으니, 온새미로 같은 초일류 업장과의 관계 같은 건 아예 전무했다.

그러니 이전의 백예은이 어땠는지, 무슨 사연을 갖고 있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사유를 전혀 모르는데 그 사람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알 방도가 있으랴.

다만, 이런 나라도 짐작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분명 지금의 백예은은 원래 내가 알던 백예은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원래는 진즉 별세하셨을 사장님이 여전히 정력적으로 가게를 운영하시는 것처럼, 나와 엮인 사람들도 회귀 전과는 다른 생애를 살게 될 수도 있다.

그게 좋은 일인지는, 뭐. 본인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내가 알 방도는 없지만.

그나마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아, 그다음엔 어디 가지? 노래방, 오락실, 볼링장, 산책로도 다녀왔으니까…… 아! 이번에는 영화나 보러 갈까? 나 팝콘 먹고 싶어! 카라멜로!"

적어도 지금 백예은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인다는 것.

만면에 유채꽃처럼 가득 피어오른 웃음을 보면, 절로 그런 믿음이 드는 기분이었다.

…… 그나저나.

"너는 영화관을 팝콘 먹으러 가는 거냐."

"? 팝콘을 안 먹을 거면 영화관을 왜 가?"

"?"

"?"

뭐지, 내가 어디서부터 말을 잘못한 거지.

"영화 본 다음에 저녁 먹으러 가자! 왜, 저번에 방송에 나올 때 일하던 식당! 그다음엔 근처에 떡볶이 집!"

"제발 그만해."

분홍 찹쌀떡 괴물도 아니고 대체 어디로 그게 다 들어가는 거냐.

덕분에 내 배만 터지게 생겼다 진짜.

***

내가 백예은과 친분을 다지며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이 녀석은 굉장히 계획에 철저한 성미를 가졌다는 것이다.

오해는 하면 안 된다.

철저하게 계획하는 게 아니다.

계획에 철저한 것이다.

계획 자체를 짤 때엔 건성건성 짜더라도, 그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 있어선 철저하다.

요컨대, 이거다.

백예은은 자기가 한 말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키려 드는 습성을 지닌 녀석이었다.

설령 그게 동행인을 반쯤 죽이는 일이 된다 하더라도.

"욱, 우읍……!"

안 돼, 더는 무리야, 이런 거……!

"자! 다음은 분식집이야! 떡볶이 먹으러 가자!"

영화관에서 팝콘 대자에 콜라, 거기에 나초&도넛 콤보를 해치우고 사장님 가게에서 저녁까지 해치운 녀석의 발언이라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대사가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녀석은 여태 지친 기색 하나 없다. 오죽하면 아까 사장님이 나보고 그러셨을까.

"아이고, 복스럽게도 먹네. 야, 이놈아. 여자애를 데리고 다니면 뭐라도 먹였어야지! 얼마나 애를 굶겼으면 저렇게 허겁지겁 먹어? 벌써 메뉴가 세 개 째야!"

'아니야, 아니라고요. 사장님……!'

나는 굶긴 적 없다. 오히려 태어난 이래 하루에 이렇게 포식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먹이고 다니는 중이다!

얘가 오늘 대체 몇 칼로리를 먹었지? 적어도 하루 권장 칼로리는 한참 전에 넘었다. 프로 운동선수도 이렇게는 안 먹을 텐데. 대체 얘는 칼로리가 다 어디로 빠진단 말인가.

불합리의 극치를 달리는 신체가 원망스럽다. 주로 내 위장의 더부룩함의 원인으로서.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끝끝내 이전에 내가 솔루션을 진행했던 분식집으로 날 끌고 갔다.

"어, 어?! 류, 류찬혁 학생?!"

"아하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우상구 사장님은 여전히 어수룩한 모양새가 보였지만, 그럼에도 요 반년 사이 제법 훌륭한 사장님다운 모습을 하고 계셨다.

"줄이 너무 많아서 들어오기도 힘드네요. 잘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요즘엔 다른 동네 학교에서도 찾아오더라고. 전부 학생 덕분이야."

뒤통수를 긁적이며 겸연쩍다는 듯 부끄러운 웃음을 짓는 우상구 사장님이었으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을 알려줘도 정말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이 분식집이 잘 나가는 이유는 내가 알려줘서가 아니라, 우상구 사장님이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실천해준 덕분이다. 굳이 남에게서 찾을 것도 없이, 성공의 이유는 바로 우상구 사장님 자신에게 있다.

"말만으로도 고맙네. 자자, 얼른 앉아. 오랜만에 은인이 왔으니 내가 한턱 쏘마!"

"예? 아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에이, 빼지 말고 얼른! 우리 가게 풀세트로 준비해줄 테니까!"

아니, 진짜 안 그래도 되는데. 사장님 그러다 오늘 장사 접어야 될 수도 있어요.

내 옆에 있는 식신을 보고 한 경고였으나 사장님은 그리 주의 깊게 듣지 않으셨다. 뭐, 그야 그렇겠지. 백예은은 옆에서 보면 평균보다 아담한 체구의 여학생이니까.

"그래서, 옆에는 여자친구야?"

"아닌데요."

당신의 사신입니다.

뒷말을 간신히 삼키고 대답한 내 팔을 백예은이 손날로 툭툭 때렸다. 아니, 왜? 야, 왜 주먹. 아니, 아프다고. 손가락 마디 세우지 마!

툭툭으로 시작해 종국에는 퍽퍽 소리로 이어진 폭력의 현장은 내 팔에 둔탁한 아픔을 남기고 끝났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야."

"……."

"아니, 사람을 때리고……."

"……."

뭔가, 여기 막 도착했을 때랑 비교하면 확연히 텐션이 떨어진 녀석이 물을 홀짝이며 말도 없이 날 노려본다. 컵과 손에 가려진 하관 위로 반달처럼 한 면이 일자가 된 시선이 묘하게 아팠다. 주먹보다야 덜했지만.

하지만 그런 시선도 이윽고 음식이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와, 나 떡볶이 진짜 많이 먹어봤거든? 근데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야!"

"어, 어. 그러냐."

"응! 튀김도 그렇고, 오뎅도 되게 맛있어! 혁이도 얼른 먹어!"

아니, 난 됐다. 여기서 뭔가 더 들어갔다간 정말 파열할 거야.

잘 먹는 사람을 보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던가. 지금 내가 딱 그랬다. 뭐, 물리적으로 배가 가득 차긴 했다만.

내가 떡볶이 몇 점을 집어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동안, 녀석은 제 앞에 차려진 접시를 금세 동냈다. 지나가며 그 광경을 본 우상구 사장님의 놀란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그, 좀 더 줄까?"

"예!"

"…… 부탁드릴게요."

우상구 사장님이 접시를 도로 가져가신 뒤, 빈 테이블을 사이에 둔 나와 백예은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보통 때였다면 이 녀석이 무슨 말이라도 먼저 시작했겠지만 어째 지금은 뭔가 조용하다.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침 나도 궁금한 게 있었으니 그거나 물어볼까.

"야, 너 진짜 왜 온 거야?"

"응? 말했잖아. 심심해서 왔다니까."

"말고."

설마 진짜 그 이유 하나만 갖고 시외버스까지 타고 여길 왔겠는가. 뭔가 이유가 있으니 행차하신 거겠지.

백예은은 재미없단 표정을 짓곤 날 흘겨본다.

"뭐야, 난 혁이 보고 싶어서 오면 안 돼?"

"얼마든지 와도 되는데, 오늘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 그런다. 어차피 놀던 것도 온 김에 겸사겸사 놀던 거잖아. 뭔데. 말해봐."

"…… 그, 그렇긴 한데."

날 흘기던 시선이 거둬지고, 녀석의 눈동자가 사방을 방황한다.

잠시 후, 냉수를 들이켜고 나서야 진정한 녀석이 날 보며 말을 이었다.

"별건 아닌데, 엄마가 잠깐 만나고 오래서."

"유민하 셰프가? 왜?"

뭐지. 사고 쳤다고 한소리하고 오라신 건가. 아니, 그 정도면 전화로만 해도 충분할 텐데.

"그냥. 전해달라는 것도 있고 하니까 직접 온 거야. 자, 받아."

들고 있던 가방에서 제법 커다란 종이상자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는 백예은.

뭔가 고급스런 포장이 되어 있어서 함부로 뜯기 겁나는 물건이었으나, 그걸 보고 주저하고 있는 내 대신 거침없이 포장을 풀어 버린 백예은이 포장이 벗겨진 상자를 내게 도로 내밀었다.

"어?"

조심스레 상자를 연 나는, 살짝 놀란 목소리를 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새하얀 조리복 상, 하의 세트였다.

가슴팍에는 명찰을 달 수 있는 클립을 끼우는 고리, 그리고 온새미로의 로고.

"온새미로 유니폼이야. 엄마가 주라더라."

"…… 이걸?"

뭐지. 행사 다녀가면 받는 수건 같은 느낌으로 받으면 되나? 그런데 사이즈가 다르다. 내가 입는 것보다 한 치수 크다.

"야, 그, 고맙긴 한데 사이즈가 좀 커."

"그럴 거라고 하시더라. 근데 그게 맞대."

"…… 왜?"

백예은이 어깨를 으쓱인다. 모른다는 뜻이다.

…… 일단, 다시 원래대로 포장해서 챙겼다. 뭐, 언젠가 입을 날이 올지도 모르지. 저렇게 대놓고 로고가 박혀 있는 걸 멋대로 입진 못하겠지만.

"그리고 하나 더."

잠시 당황스런 기색으로 상자를 매만지는 날 보며 백예은이 말을 이었다.

"올해 하반기에, 뭔가 일이 하나 있을 거라고 하시더라."

"하반기에? 무슨 일?"

"몰라. 안 가르쳐주셨어."

아마 일이 생기면 바로 알 거라고 말씀하셨다며 백예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하반기라.'

글쎄. 내가 알기로 올해 하반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기억은 없는데.

회귀 전에 내 생애는 그냥저냥 평범한 요리사 한 사람의 삶이었으니까. 뭔가 대단한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온새미로의 주방장씩이나 된 사람이 따로 언질을 줄 정도의 일이라는 게 대체 뭘까.

'…… 또 경찰서 가는 건 아니겠지.'

예전엔 사건 하나 일어날 때마다 경찰서 엔딩이었으니.

그렇게 고민하는 나를 앞에 두고, 녀석은 어느새 우상구 사장님이 다시 가져온 음식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었다.

아니 너 진짜 솔직히 말해봐. 나 보러 온 게 아니라 다른 지역 맛집 탐방 온 거 아니냐?

"에헤."

"에헤가 뭐야 에헤가."

녀석은 부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 조리복을 준 이유도, 일에 대한 이야기도 흐지부지된 채, 녀석은 방학 끝나고 보잔 말과 함께 도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그 이야기가 무슨 의미였는지 알게 된 것은 2학기가 개학한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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