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요리고 고인물-223화 (223/403)

223. 발런티어 사가.-6-

"우와……."

아름다운, 케이크였다.

그때, 서현우의 감상을 설명하자면 그 이외의 단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가 태어난 이래, 아니. 정확히는 이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이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실물을 본 3단 케이크는 그야말로 입이 다물 길이 없는 엄청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상중하로 색이 나뉜 케이크는 각각 생김새가 전혀 달랐다.

1층은 암갈색 초콜릿 크림 케이크, 2층은 그와 대비되는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 마지막으로 3층은 1층과 같은 초콜릿 케이크로 보이지만, 마치 보석처럼 반짝반짝 형광등을 반사하는 유리처럼 매끈한 크림으로 덮인 케이크.

'어, 저거 꼭…….'

카카오파이처럼 생겼다.

카카오파이. 그 단어를 떠올리자 서현우의 머릿속에 이전 찬혁과 나눴던 대화가 스쳤다.

"혹시 하늘이가 좋아하는 케이크 뭔지 알아?"

"하늘이가 좋아하는 케이크?"

그때는 차마 이런 케이크가 떡하니 등장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때 서현우는 이렇게 답했다.

"케이크…… 선생님이 생일 때 주신 생크림 케이크나 초코 케이크 같은 것도 좋아했는데…… 아! 예전에 형들이 용돈 모아서 만들어준 카카오파이 케이크! 되게 좋아했어!"

"…… 그래."

그 대답에 찬혁은 어쩐지 서글픈 표정을 지었지만,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대답했을 뿐인 서현우는 그 속내를 알 길이 없었다.

설마 그때 나눈 대화로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걸까.

곁눈질로 힐끔 찬혁을 본 순간, 찬혁과 서현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딘가 푸근한 미소. 꼭 판다 아저씨나 선생님들처럼 다 큰 어른이나 지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온 집안이 떠나가라 와글와글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서현우는 찬혁과 어떠한 교감을 나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제과제빵 계열의 요리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케이크 또한 들어가는 재료의 계량과 올바른 조리순서만 기억하고 있다면 만드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기계와 성능 좋은 오븐. 그리고 출처가 확실한 레시피.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설령 아마추어라도 '맛'만큼은 프로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알아들었겠지. 알겠는가? 아마추어라도 '프로의 맛'을 따라할 수는 있는 것. 그게 바로 케이크다.

물론 정말 이 업계의 꼭대기에 선 프로에게는 결코 비비지 못하겠지만 길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파리스바게트니 뜨레비앙 같은 빵집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케이크 정도라면 베이킹을 좀 아는 수준의 아마추어라도 맛만큼은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다!

'결국은 잘 구운 생지를 생크림 같은 걸 접착제 삼아서 쌓아 올린 거니까.'

막말로 케이크라는 건 재료가 좀 특이하고 모양이 예쁜 샌드위치다.

물론 이건 문자 그대로 막말이니까 필터 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주 위험하다.

그러나 그런 케이크의 경지에서 아마추어와 프로, 그리고 일류와 초일류를 가르는 선이 바로 '외관'. 쉽게 말해 케이크란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야만 프로라는 딱지를 댈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생크림 케이크를 예로 들면, 그 제조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원형 틀에 넣고 구운 반죽을 가로로 자른 뒤, 빵을 자른 단면에 생크림을 발라 윗면에 평평한 부분이 오도록 쌓고 생크림을 매끈하게 도포하여 쿠키나 과일, 혹은 크림 따위로 장식하면 그게 케이크다.

근데 이게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생크림을 매끈하게 도포하는 작업인 아이싱은 제대로 숙달되지 못하면 도저히 매끈한 모양으로 도포할 수 없다. 분야가 전혀 다른 이야기기는 하지만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를 미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맨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뿐이라면 몇 번의 반복 숙달로 어떻게든 될지 몰라도, 그 범위가 각도가 있는 바닥이나 벽 등으로 옮겨가면 숙련자의 손길이 필요해지는 것처럼.

아무 장식도 없는, 그냥 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매끈하게 도포하는 데에만 이만한 솜씨가 필요하다.

케이크를 처음 만드는 당신. 위에 말한 작업을 전부 끝냈다고? 축하한다. 당신은 미술로 치면 드디어 자신의 화판과 새하얀 도화지를 준비한 것이다.

이제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화가인 당신의 자유다!…… 라고 말해주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당연하게도 세상사라는 게 그렇게 속 편하게 돌아가진 않는다.

케이크가 팔리려면 우선 외관이 구매 욕구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그 구매 욕구를 당기는 능력을 갖춘 게 바로 프로다.

나도 요리는 하나의 예술이라는 말은 숱하게 들어왔지만, 실로 미적 감각이 필요불가결한 장르가 제과제빵이고, 그 정점에 케이크라는 소장르가 있다.

제과제빵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프랑스 태생의 파티시에에게 케이크 만드는 법을 귀동냥으로 배울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손재주가 딸리는 놈은 될 때까지 연습하면 대성의 기회가 있지만 센스가 딸리는 놈은 이 업계 밑바닥에서 남이 흘리는 거나 주워 먹는 신세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말을 대놓고 한 걸 보아 나는 그 사람 기준에선 나름 센스가 있는 편이었다는 거겠지. 주아 녀석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우리 남매의 핏줄에는 예술가적 기질이 조금은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빵과 크림, 초콜릿, 과일과 치즈, 설탕 따위의 부재료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파티시에의 세계에서도 3단 케이크란 놈은 전문 기술자가 따로 존재하는 물건이다.

1단 케이크 하나 만드는 데에도 저만한 노력과 재능이 필요한데, 사람들의 주목을 훨씬 많이 받는 3단 케이크는 오죽할까.

'가격도 가격이고 말이지…….'

나 같아도 케이크 하나에 수십만 원을 쓰면 당연히 평범한 케이크 하나 살 때보다야 훨씬 눈여겨볼 테니…….

그 와중에 우리 호텔에서 3단 케이크에 받은 비용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대략 3천 유로 정도였다. 믿어지는가? 케이크 하나에 대략 400만 원 정도를 받았다는 거다!

그쯤 되면 당연히 평범한 케이크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최고의 재료를 최고의 파티시에 일행이 도맡아서 작업했고, 그 시절 이곳저곳 뺑뺑이를 돌던 내가 마침 베이커리 부서에 있어서 조수로 일을 조금 도왔더랬지.

이 케이크는 그런 내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두부 간수 빼내듯 쥐어짜서 만든 회심의 역작.

수업이 일찍 끝나고 찾아온 대회반 부원의 도움까지 받아 간신히 제한시간 안에 완성한, 아마 한평생 다시 만들 일이 있을까 싶은 거대 3단 케이크.

1단은 초콜릿 케이크, 2단은 생크림 케이크, 3단은 티라미수라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통할 무엇 하나 빠짐없는 구성!

하지만, 하아…… 이건 정말 어쩔 수 없게도, 한 가지 기운 빠지는 사실이 있다면.

나는 요리사지 예술가가 아니라는 점이고, 파티시에와 예술가가 만들어낸 작품 사이에는 결코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뭐냐고? 바로 이거다.

"자,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래? 하늘이가 파티 주인공이잖아? 어서 자르자."

케이크가 완성되는 건, 누군가 그것을 자를 때라는 것.

누구의 입에도 들어가지 않을 케이크는 아무리 예뻐 봤자 어떤 의미도 없으니까.

요리사가 만드는 작품이란, 그것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첫 발을 디딜 때부터 형체도 없이 사라질 숙명을 타고난다.

내가 만든 케이크에도 예외 없이, 그 시간은 찾아왔다.

하늘이의 손에, 평범한 물건 보다 배는 긴 커팅 나이프가 잡혔다.

***

"이, 이거 정말 잘라도 돼요?"

"아무렴. 먹으라고 가져온 건데."

"그래도……."

이하늘은 눈앞에 놓인 케이크에서 감히 눈을 떼어놓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각각 다른 색으로 덮힌 3단 케이크. 거기다 장식은 어찌나 화려한지, 1단 초코 케이크 위에는 귀여운 사람 모양 쿠키가 마치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것처럼 옆면을 빙 두르고 있었고, 그 위에는 가지각색의 초콜릿 장식이 가득하다.

2층인 생크림 케이크는 앙증맞은 크림 장식과 아기자기한 과일이 종류별로 쌓여 눈을 어지럽게 하여 눈 둘 곳을 찾지 못할 정도.

마지막 3층에 있는 케이크는 반대로 별다른 장식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되어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매끈한 모양새가 돋보인다.

거기다 최후의 화룡점정은 바로 이것.

"인형……?"

"설탕 인형이야. 그건 순 장식이니까 먹지는 말고. 엄청 단단하거든."

"네……."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하늘은 그 인형을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손을 맞잡은 두 개의 설탕인형.

사람을 3등신으로 귀엽게 데포르메 하여 만든 그 인형은 각각 입은 옷이 달랐다.

하나는 예쁜 핑크색 드레스, 하나는 단정한 검정색 턱시도.

거울 같은 케이크 위에 단 둘이 자리 잡은 모양새가 꼭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빙판을 떠올리게 했다.

그저 넋을 놓고 그 케이크의 당당한 자태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찬혁이 나서서 이하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아, 이거 있으면 자르기 불편하겠구나. 잠깐만, 떼줄게."

"앗!"

"자, 잠깐만요?!"

마치 유명한 예술가의 조각상을 멋대로 망치는 것 같은 불경한 행동에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새된 소리를 질렀지만, 찬혁은 그저 담담했다.

"이대로 두면 계속 보고만 있을 것 같아서요."

"그, 그래도! 만들어주신 분한테도 죄송하고……!"

"응? 에이, 죄송스러울 게 뭐가 있어. 괜찮아, 괜찮아. 난 별로 신경 안 써."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가 들으면 꼭 '어차피 남이 만든 게 망가지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말로 들렸으나, 찬혁은 그저 당당하게 이하늘을 재촉할 뿐이었다.

"자, 이제 잘라봐."

"…… 치이."

살짝 삐친 얼굴로 찬혁을 노려보는 이하늘이었으나, 이미 그런 것에 아랑곳할 찬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자기가 재촉해놓고도 잠깐 기다리라며 케이크 위에 칼을 갖다 댄 심적 부담감이 엄청난 자세로 이하늘을 멈춰 세우기까지 했다.

"아, 잠깐만. 커팅식에 의뢰인님을 빼놓을 순 없지."

"의뢰인이요?"

"자, 이 친구가 네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나한테 케이크 제작을 의뢰한 의뢰인님이시다."

"…… 현우야?"

하지만, 그런 까탈스런 감정도 찬혁의 손에 붙들려 그녀 앞에 선 서현우의 모습을 보고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꼭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듯 보였으나, 보기보다 훨씬 억센 찬혁의 아귀에 붙들려 옴짝달싹도 못 하는 처지가 된 서현우가 포기하고 힘을 빼니, 그제야 찬혁이 말을 이었다.

"자, 형이랑 약속했지? 형이 최고의 선물을 준비할 테니까, 현우는 똑똑하게 굴겠다며."

"알아!…… 요."

충격에 입을 열지 못하는 이하늘 앞에서, 서현우는 한참 동안 입을 달싹인 뒤에야 간신히 말문을 열었다.

"저기, 그러니까…… 미안…… 해…… 잘못했어. 그때 함부로 말해서."

"……."

"그냥, 헤어지는 게 싫었던 것뿐인데…… 내가, 내가…… 그, 절대 하늘이가 싫은 게 아니라, 생일선물 준다는 약속, 계속 못 지켜서……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어! 그, 이걸로 봐달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꺼낸 말을 좀처럼 마무리하지 못하고, 이윽고는 울먹임이 섞여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든 사과를 거듭 중얼거리는 서현우에게, 이하늘이 다가왔다.

"…… 괜찮아."

"하늘아?"

서현우의 눈물과 콧물, 침 따위의 액체에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이하늘은 조용히 서현우를 끌어안았다.

그 온기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일까, 결국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한 서현우에게 이하늘이 속삭였다.

"괜찮아. 나, 절대 현우를 잊어버리지 않을게. 꼭 다시 만날 거라고, 약속할게."

"정말? 정말로?"

"응. 현우도 약속 지켰잖아. 최고로 멋진 생일선물을 준다는 약속."

앞서 눈물을 터트린 서현우를 따라, 이하늘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샘물처럼 솟았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눈물 콧물을 쏟아낸 뒤에야 간신히 붉어진 코를 훌쩍이며 서로와 떨어졌다.

이런저런 액체로 잔뜩 젖은 두 사람의 얼굴. 하지만 그들이 지은 표정만큼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미소로 가득했다.

"자, 두 사람이 같이 잘라봐."

찬혁은 두 사람의 작달막한 손에 커팅 나이프를 쥐어주었다.

손잡이는 어린아이 두 사람이 동시에 잡아도 충분히 공간이 남을 만큼 넓었지만, 두 사람은 굳이 서로의 손을 포개어 손잡이를 잡았다.

서양에서 전파된 케이크를 자른다는 행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겼다.

예를 들면 남녀 한 쌍이 부부가 된 후 처음으로 함께 치른 행사.

예를 들면 부부가 남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베푸는 행위를 통한 행복의 기원.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일을 함께하는 두 사람의 미래에 행운이 깃들기를.'

그러한 의미가 있음을, 찬혁은 문득 떠올렸다. 그리고 그 또한 케이크를 자른다는 행위에 그런 의미를 부여한 사람들과 똑같은 바람을 품었다.

부디, 이 어린아이들의 미래에 행운이 있기를.

3단 케이크는 평소 식성이 좋은 서른 명의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도 충분할 만큼 양이 많았고, 그들의 기억에 평생토록 남을 미식의 경험마저 선사했다.

"이거 엄청 맛있어!"

"진짜 형이 만든 거야?!"

"그래, 그래."

이 형이 대략 5시간 가까이 진땀을 빼서 간신히 만들었지, 라는 말은 찬혁의 가슴 속에 고이 남았다.

찬혁의 시선이 서현우와 이하늘에게 향했다.

두 사람은 웃고 있었다.

내일 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앞날을 믿고 있다는 듯, 그저 아이처럼 순수하게. 어른처럼 아련하게.

그 모습을 보며, 찬혁 또한 서글픈 미소를 남몰래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조촐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파티가 끝나고, 해가 완전히 져서 저녁이 됐을 때, 찬혁은 서현우를 찾아갔다.

"이거 줄게."

"어, 이거……."

찬혁이 서현우에게 건넨 것은, 아까 찬혁이 케이크에서 떼어냈던 두 개의 설탕인형이었다.

"한 번 녹았다가 완전히 다시 굳은 거라 어지간해선 안 녹을 거야. 대신 떨어뜨리거나 하면 잘 부서지니까, 그러지 않게끔 잘 보관해."

"…… 고마워요."

하나는 하늘이 거. 네가 잘 전해줘. 라며 웃는 찬혁을 향해 서현우가 물었다.

"저기, 형.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응? 그래. 뭐든 물어봐."

"나도 형 같은 요리사, 될 수 있을까요?"

"요리사? 왜. 요리사가 되고 싶어?"

"…… 아니요. 꼭 요리사가 아니어도, 형 같은 사람. 될 수 있어요?"

찬혁은 짐짓 고민하는 듯 턱을 괴며 신음을 흘렸지만, 그런 자세가 무색하게도 대답은 빨랐다.

"아니, 못 될걸?"

"어……."

서현우가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보통 이럴 때는 '물론이지! 너도 얼마든 될 수 있어!' 같은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게 맞지 않나?

하지만 아쉽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찬혁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못 돼. 남한테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 사람은."

"아……!"

"'될 수 있을까?'보다 '될 거야!'라고 말하는 거야.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사람이 살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뿐이니까. 지지대를 잃은 사람은 설 수 없어. 그러니까."

찬혁이 엄지를 펴 자신을 가리켰다.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지지대를 만드는 거야. 나는 절대 없어지지 않아. 어디로도 가지 않아. 내가 있으면."

그러니까, 한 차례 숨을 돌린 찬혁이 말을 이었다.

"현우 너도, 부서지지 않는 사람이 돼. 언제든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찬혁을 보며, 서현우는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절대 부서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구나, 라고.

그토록 자신에게 당당한 모습이 어딘가 부러웠고, 질투가 났지만. 그 이상으로 닮고 싶다고, 서현우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장장 2주일 동안 이어진 찬혁의 봉사 활동이 종료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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