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요리고 고인물-189화 (189/403)

189. 대리기사.-3-

나름 큰맘 먹고 도전한 대리운영 출연은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며 마무리를 맺었다. 그래, 너무 호조여서 방송분량에 위기가 왔을 만큼.

사람이 요리를 아무리 잘 하고 장사 수완이 좋아도 한계라는 게 있다.

그건 가게와 접한 입지라거나, 콜레라나 조류독감 같은 외부적 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접한 한계는 그보다는 훨씬 더 단순하고 온건했다.

쉽게 말하자면 재료가 오링났다.

제작진 차를 빌려 타고 마포까지 가서 직접 골라 담은 재료는 물론이고 가까운 마트에 있는 것까지 급하게 사다 썼는데도 이꼴이다.

다시 구하자니 남은 시간이 얼마 없고, 핵심 재료를 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기에 사흘 치에 달하는 재료+a를 깔끔하게 소비하고 거기서 영업종료.

'꼭 할당량 빨리 끝내고 칼퇴근 하는 것 같네.'

나야 안 그래도 손님이 잔뜩 몰린 걸 혼자 해결하느라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은 판국에 일찍 끝나면 나쁠 거 없지.

"저, 류찬혁 씨. 혹시 조금만 더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예?"

그런데 아무래도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이 아니었던 듯하다.

"그러니까, 제가 촬영한 분량이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고요?"

"예…… 정확히는 그, 방송에 쓸법한 부분이 살짝 모자란 감이 있어서요."

방우석 PD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원래 나는 하루 세 곳의 가게를 가게 당 네 시간씩 대리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이유로 운영이 너무 이르게 끝난 거다.

'가장 길게 한 곳이 세 시간도 채 못 했던가.'

그나마도 첫째 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구매한 재료의 양을 늘렸음에도 그 정도였던 거니까 나는 잘못한 거 없다. 너무 잘해서 문제라면 몰라도.

아무튼, 거기에 더해 방송에 쓸법한 장면을 적당히 골라내려 해도 운영 내내 이렇다 할 문제나 말썽 같은 게 거의 생기지 않아서 임팩트 있는 장면을 뽑기가 힘들다며 방우석 PD가 내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꽤 오래 일한 것 같은데, 그렇게 장면이 안 나왔나요?"

"대부분 비슷한 구도에서 찍은 장면이라, 요리를 만드는 장면 약간에 운영하는 장면을 배속으로 편집해서 넣으면……."

넣으면?

"대략 10분 정도는……."

"10분이요?"

와, 그 정도밖에 못 뽑을 줄은 몰랐는데. 내 24시간이 10분으로 치환되다니, 아인슈타인 선생님 말씀이 다 거짓부렁이었단 말인가. 시간은 불변한다면서요. 테스형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단순한 솔루션이었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신 거겠지만, 이게 또 방송이다 보니……."

단순히 과정이 반복돼서야 재밌는 장면을 뽑을 수가 없다는 거구만. 저쪽 업계에 대해서 잘은 몰라도 대충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주방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이 상황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사실 10분 정도만 돼도 리액션 따위를 합치면 조금은 더 시간이 나올 테지.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뭔가 더 참가자들의 스토리를 내러티브하게 끌어낼 계기가 조금 모자란 것 같아서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당장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 에피소드로 파트 한 부 정도는 뽑아놓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아실 테지만 이번 솔루션은 참가자의 전체적인 수준이 굉장히 낮은 편이에요."

알지. 이전 촬영본을 보면서 다른 사람 일하는 걸 보는 게 이렇게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 에피소드를 일종의 터닝포인트로 삼고 싶습니다. 끝도 없이 하락하는 시청자의 외식산업에 대한 불신을 류찬혁 씨를 보여줌으로써 뒤집고 싶어요."

그거 참 굉장한 고평가다. 아마 진급평가 때 저런 말을 들었다면 다음 달에는 승진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될까요? 저 한 사람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 봤자 정작 참가자가 이전과 똑같다면 크게 변하는 건 없을 거예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종원 선생님이 나선다 하더라도 참가자들이 단기간에 크게 호전되지는 않을 테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한숨을 뱉는 방우석 PD에게 절절히 공감했다. 나도 내 아래로 막내가 들어올 때마다 얘네는 또 언제 다 교육할까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 음?

'잠깐만.'

지금, 재밌는 발상이 머리를 스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발상이 아니라 추억, 혹은 PTSD겠지만,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넘기고.

지금 떠오른 이 한순간의 영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서둘러 방우석 PD를 불렀다. 나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수그린 채 턱을 괴고 고뇌에 빠져 있던 그가 날 향해 고개를 든다.

"PD님. 혹시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회귀 전, 이제 막 재료 손질 담당에서 사이드 디쉬를 맡게 된 부하 직원이 최대한 빠르게 자기 업무에 익숙해질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내가 고안한 교육법이 한 가지 있다.

이걸 교육법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효과는 좋았다. 이 과정만 거쳤다 하면 적어도 한 사람 몫은 충분히 하게 됐으니까.

입가가 평소 짓지 않는 각도로 올라가는 어색한 감각이 느껴졌다.

정작 그런 날 바라보는 방우석 PD 얼굴은 어쩐지 점점 찌그러지는 듯했으나, 그럼에도 한 번 벌어진 내 입은 마치 눈앞에 없는 누군가에게 선고를 내리는 것 마냥 막힘없이 말을 뱉었다.

"이게 뭐냐면요─"

교육에는 강의만이 아니라 과제 또한 필요한 법.

'교수가 읊어주는 것을 그저 따라 쓰기만 하는 교육은 필요 없다. 과제야말로 학생들의 진취적 학습을 위한 것이다.' 라는 대학 시절 내 원ㅅ…… 아니, 은사님의 가르침을 따라, 나 또한 교육자 흉내를 내보기로 했다.

딱 대! 3주 연속 과제 들어간다!

***

박종원이 함께 자리한 참가자 일행은 오늘도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그들을 호출한 제작진의 부름을 받고 한 자리에 모였다.

쌀쌀하다 못해 살을 에는 날씨 덕분에 다들 두꺼운 패딩, 혹은 그에 준하는 따뜻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그 외에도 그들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

"……."

그건 바로 표정.

꼭 다 같이 사이좋게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혼이 나간 것 같은 퀭한 눈매를 찡그린 일행이 속속들이 정해진 장소로 모여들었다.

자리에 앉는 그들의 미간에 더욱 깊은 고랑이 파인다.

왜냐하면 지금 그들이 모인 자리는 다름 아닌 그저께와 어제도 이용한 자리이자, 그들의 두 눈으로 절망적인 수준의 차이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나 같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채우는 참가자.

이전과 같은 자리에서 그런 그들을 맞이하는 박종원의 얼굴 위엔 그들과 대조되는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다.

그것이 뒤늦게나마 현실을 직시한 그들을 향한 조소인지, 아니면 여태껏 시달린 것을 약간이나마 돌려주었다는 데에서 온 통쾌함에서 온 것인지 일행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그저 웃음으로 반길 뿐인 그를 향한 피해망상인지도.

복잡한 기분을 속으로 감춘 그들 모두가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던 박종원이 입을 연다.

"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들. 날씨가 쌀쌀한데 아침부터 고생 많으십니다."

"……."

박종원의 아침인사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것을 아침인사라고 순수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개중에는 오히려 이렇게 일찍 불러낸 건 자기면서 비꼬는 거냐며 속으로 툴툴대는 참가자도 있었다. 당연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하하, 다들 피로가 많이 쌓이셨나보네요."

물론, 그 기미를 놓칠 박종원이 아니다.

"피로 때문이 아니면, 불편해서 그런 거거나."

흠칫 놀란 참가자들의 시선이 박종원을 향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웃는 낯이다. 자기는 아무 켕기는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그러시는 게 당연합니다. 솔직히 저였어도 그럴 거예요. 그걸 보고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제가 실망했을 겁니다."

박종원이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저께부터 이어진 찬혁의 대리운영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짐작대로 참가자 일행은 그것을 본 뒤로 비할 데 없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절망감, 불쾌함, 시기, 자괴감.

이유야 무엇이든 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엇 하나만으로 정의할 수 없기에 '불편'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정의한 감정은 분명 대리운영을 본 것에서 발로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이상과 현실의 갭에서 오는 허탈감이다.

그들이 당초 식당을 개업했을 때의 목표는 당연히 성공이었다. 그것도 TV나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대박식당.

하루 순수익이 천만에 달한다느니 서민갑부니 하는 말을 보고, 아니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여태껏 살아온 인생보다는 나은 인생을 목표로 식당을 창업했다.

요식업계의 밝은 면만을 보고 계책도, 대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뛰어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들은 여태껏 그들이 꿈꾸던 이상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걸 보통 불에 뛰어드는 나방 같다고 합니다."

박종원의 날카로운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는 결과가 말해주고, 그들은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과정만이라도 잘했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마 사장님들 중엔 자신감을 잃은 분도 계실 겁니다. 아, 저 어린 학생은 저만큼이나 할 수 있는데 왜 나는 저렇게 못 하는 걸까. 대체 어째서일까. 근데, 뭐. 제가 그에 대해 답변을 살짝 해드리자면, 그거 굉장히 쓸데없는 고민입니다."

파격적이다 못해 자칫 잘못하면 공격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박종원의 발언에 놀란 그들이 어느새 내려앉았던 고개를 저도 모르게 들었다.

그러나 박종원은 딱히 그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그저 말을 이을 뿐이다.

"애당초 비교 대상이 잘못 됐어요. 그 학생은 축구로 치면 유소년기의 메십니다. 재능, 노력, 환경. 모든 부문에서 이미 완벽에 가까워요. 평범한 식당 주인이랑 비교할 게 아니라 세계에 유명한 셰프들이랑 비교해야 되는 학생이에요."

그것은 박종원이 기가 죽어도 과하게 죽은 참가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말이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박종원 본인은 사실을 말하노라 믿었다. 이미 그가 해낸 업적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뱁새가 황새를 쫓으려다 다리가 찢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그들과 찬혁 사이에는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 비교해봤자 마음만 상할 뿐이다.

실제로 그들은 그러다가 이렇게 됐다.

이미 헤질 대로 헤진 참가자들의 자존감. 박종원은 그런 그들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했다.

'이것도 류찬혁 학생이 준비해준 거지만.'

머릿속으로 어제 밤에 나누었던 방우석과의 통화를 떠올린 박종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머금었다.

사실 방송사고에 가까운 사태가 터졌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좋은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분량을 충분히 채울 만큼 넉넉하지도 않았으니까. 아니, 오히려 전체적으로 좋다 보니 눈이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보다도 더욱 문제가 되리라 예상했던 것은 자신감을 잃은 참가자들의 의지박탈이었다.

사람은 간사한 생물이다. 어느 정도 닿을만한 거리에 보이는 목적지에는 언제든 갈 수 있다며 늦장을 부리지만, 그렇다고 보이지도 않는 곳에 골이 있다면 지레짐작하여 포기한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대리운영을 통한 목표의 선정은 실패에 가까웠다.

아직 집에서 외출 준비도 채 하지 못한 사람에게 갑자기 에베레스트를 찍어주며 여기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 누구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박종원을 비롯한 제작진에게는 그런 그들을 뒤에서 떠밀어서라도 재촉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시청률이라는 것이다. 아마 이대로도 단기 시청률은 최대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 방우석이었지만.

찬혁 또한 그런 제작진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준비한 것이다. 그들을 에베레스트에 바로 데려다놓지는 못할지언정, 하다못해 옷을 입혀서 에베레스트 등산에 필요한 장비를 구할 수 있는 곳까지는 안내해줄 방법을.

그게 바로 찬혁이 방우석에게 제안하고, 방우석을 통해 박종원에게 전달된 '숙제'였다.

"여러분은 오늘 다시 가게로 돌아가게 됩니다. 다만, 가게는 오픈하지 않습니다."

"?"

"가게가 열지 않으면 아직도 그 앞에서 모여 계신 손님 중 반은 며칠 안 돼서 사라지겠죠. 그 손님들이 아까운 분들도 있겠지만, 지금 가게를 열면 9할 이상을 잃게 될 겁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그럼, 그럼 저희는 가게로 가서 뭘 하면 되는 건가요?"

"그 질문에 답을 해드리기 전에, 우선 이걸 받으세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난 박종원이 참가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사람마다 한 장씩 인쇄물을 배부했다.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참가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양파, 대파, 고추장, 물엿, 설탕, 마늘……? 이게 다 뭔가요?"

그것은 마치 장을 보러 갈 때 사야 할 물건을 적어둔 리스트 같았다. 혹은 무언가의 레시피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후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이유는 적힌 재료의 이름 뒤에 그 어떤 것도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시피라면 당연히 재료를 얼마나 넣을지 계량한 것이 쓰여 있어야 할 터. 그러나 아무리 종이를 찾아봐도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인쇄물을 든 참가자들을 향해 박종원이 답했다.

"그건 레시피입니다. 각자의 가게 대표 메뉴 하나를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어요."

"레시피요? 계량이나 순서 같은 게 아무데도 없는데요."

"그야 그렇겠죠. 미완성이니까요. 그 레시피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만 적혔습니다. 하나도 빠지지 않고요. 여러분이 지금 가게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은, 그 레시피를 완성시켜 오는 겁니다."

"완성…… 이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단체로 고개를 기울이며 황당함을 표시하는 일행. 그런 그들을 향해 박종원이 웃었다.

"그 레시피는 그저께와 어제, 류찬혁 학생이 직접 개발하고 사용한 레시피입니다. 그걸 완성시키기만 한다면 여러분은 초일류 셰프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거예요. 그게 바로 여러분이 가게 오픈 전에 달성해야 할 과제입니다."

초일류 셰프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

그야말로 군침이 돌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이었지만, 동시에 그들의 뇌리에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스쳤다. 그들도 포장을 통해 각자의 가게에서 찬혁이 만든 요리를 직접 먹어봤다. 솔직히 말해, 하나에만 수년을 걸어도 따라잡지 못할 맛임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요리의 레시피를 완성하라고?'

차라리 가게를 전부 뜯어고치고 다른 장사를 시작하는 게 조금 더 쉬운 길이리라.

그러나 박종원은 그들이 쉽게 포기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 물론 찬혁 또한 그러했다.

"여러분도 직접 먹어봐서 알 테지만 똑같은 맛은 아마 결코 낼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좀 모자라도 비슷한 맛이라도 낼 수 있게 노력해보세요. 그리고 처음 미완성 레시피를 완성해서 제출한 한 분에겐……."

박종원의 품에서 몇 장의 봉투가 추가로 튀어나왔다.

"여러분이 가진 레시피를 포함한 대리운영 때 사용한 모든 메뉴에 대한 레시피, 거기에 더해 추가로 고안한 각 사장님들의 가게에 어울리는 레시피를 전부 드릴 예정입니다."

모든 참가자의 눈이 부릅떠졌다.

천만금을 주고도. 아니, 돈 주고도 구하지 못할 보물이 박종원의 손에서 펄럭였다.

좌절과 허탈함으로 가라앉았던 그들의 눈에 다시 한번 불꽃이 지펴졌다.

탐욕에 물든 불꽃이긴 했으나, 그만큼 순수한 감정 또한 찾아보기 어려우리라.

'설마 이런 것까지 전부 생각해서 말한 걸까.'

회귀 전 찬혁의 악명을 온 주방에 떨치게 한 부하 굴리기 콤보 중 하나로 일컬어진 퍼즐 레시피 풀이가 과거에서 다시금 이른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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