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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요리고 고인물-177화 (177/403)

177. 컴플레인 액시던트.-1-

나와 백예은 둘만의 비밀이 된 전날 밤의 소란은 그 이상 커지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뭐, 일종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것' 취급을 받게 된 탓이 크긴 하지만.

우리도 이젠 아무래도 좋겠다 싶은 생각뿐이다. 정확히는 되도록 기억하고 싶지 않다가 더 맞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나도 득을 본 게 있기는 했다.

"동영상 지웠다고?"

"응……."

"왜? 평생 갖고 다닐 것처럼 말하더니."

"…… 그, 혁이 말고 다른 게 같이 찍혀서……."

"…… 아, 그러냐."

오케이. 더 이상은 묻지 말자. 그래, 내 흑역사 하나 지워진 걸로 만족해야지 뒷사정까지 캘 필요는 없으니까.

오픈 준비 때부터 안색이 좋지 않은 백예은의 말을 들은 난 얌전히 물러섰고, 그 뒤로도 당분간 우리 입에서 그 화제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침.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녘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아무리 힘들고 고된 내일이 오는 게 싫어도 결국 해는 뜨는 법이다.

그게 설령 때늦은 심령현상에 시달린 바로 다음 날이라고 해도 말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셰프!

오늘도 가설식당에서 함께 일할 각 팀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인사를 고개를 끄덕여 받았다. 음, 셰프라. 듣기 좋은 말이야. 아직 저 호칭으로 불리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 살짝 낯간지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뭐, 그건 됐다 치자. 가만히 놔두려고 일하는 사람을 전부 불러 모은 것도 아니고. 말할 건 빨리 말한 다음 일터에 복귀시켜야 하니, 조금 서둘러 인사를 끊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오늘은 축제 마지막 날입니다. 그리고 저희 식당이 마지막으로 문을 여는 날이기도 하고요. 다들 정말 고생 많이 해주셨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주시기 바랍니다. 사고는 언제나 순식간에 일어나니, 마지막 날이라고 너무 긴장의 끈을 놓치진 않으셨으면 해요. 이상입니다. 오늘도 잘 해봅시다."

─예!

"좋아요."

언젠가 같이 일했던 셰프가 항상 강조하던 게 바로 안전이었다.

식당이 잃으면 결코 되찾을 방법이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떠난 손님. 그리고 또 하나는 다친 몸.

깨진 접시는 다시 사면 되고, 망친 요리는 서둘러 고치거나 다시 할 수라도 있지만 그 두 가지만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정말, 옳은 말이 아닐 수 없단 사실을 요즘 들어 새삼 깨닫는다.

"자자, 일하자, 일."

오늘도 할 일이 산더미다. 오픈 준비, 재료 정리, 주방과 홀 감사 후 오픈하여 손님을 받는 것까지. 거기다 마지막 날이니만큼 입소문을 타고 한 번이라도 먹어보겠다고 찾아온 손님이 벌써 교문 바깥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어느 반 아이의 정보도 있다.

오픈 시간이 다가온다.

평생토록 해온 일이지만, 오늘도 쉽지 않을 것 같단 느낌이 온몸을 엄습하는 건 그때고 지금이고 여전히 변치 않는 일이었다.

***

역시나, 내 생각대로 오늘 역시 녹록지 않은 사건의 연속이었다.

메뉴 부분에서는 내 나름대로 철저하게 대비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문제가 생기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매장 크기의 한계 같은 것일까.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했다 하더라도 결국 본질은 학생이 준비한 식당. 커다란 자본을 투자해서 만드는 본격적인 고급 식당과 비교하면 수용 가능한 인원에 대한 한계가 보다 명확하다.

거기에 더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과 한정성이라는 요즘 사람들을 뻑 가게 만드는 요소는 이 가게에 물리적인 사람의 병목현상을 만드는 데에 일조했고…….

"아니, 고작 이런 거 먹인다고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게 만들어?!"

뭐, 그렇다. 결국 올 게 왔다는 거지.

영화나 만화 등에선 종종 상투적인 이미지의 악당이 '인간은 악하다! 인간은 정화해야 한다!'라며 주인공 일행에게 '너희는 어째서 인간의 추악함을 모르는 거냐!'하고 일갈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그때마다 주인공 일행은 '나는 사람의 선함을 믿어!' 같은 말로 반격하고, 악당은 악당대로 '그렇다면 내가 직접 깨닫게 해주마!'라는 말과 함께 온갖 사보타주로 주인공 일행의 멘탈을 공격한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그거 다 쓸데없는 짓이지.

사람의 추악함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뭔지 아는가? 그건 바로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거다.

아마 전 세계의 식당, 편의점 알바생에게 성선설과 성악설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 물으면 십중팔구 후자를 고를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히 보다 저가의 상품을 서비스하는 직종이 될수록 사람은 더더욱 무례해진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게 해놓고, 뭐? 술도 안 팔아, 메뉴는 꼬부랑말이라 알아볼 수도 없고, 거기다 뭐? 시간 다 됐으니까 나가라고? 손님 대하는 자세가 아주 글러 먹었어!"

"저, 손님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손님이 달라면 주면 되지 따박따박 말대꾸야!"

오늘따라 유난히 매섭게 불어 닥치는 추운 바람 속에서 오랜 시간 서서 기다리다 보면 누구든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저건…….

'선 넘네.'

어째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끄럽다 싶어 봤더니만,

헤드 셰프가 아무리 홀보다는 주방을 우선해서 관리하는 역할이라 한들 홀이 이토록 시끄러우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황을 살피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뭐야? 홀에 무슨 일 있어?"

"어. 씁. 잠깐 하고 있어봐. 금방 다녀올게."

후, 이럴 때 일하라고 있는 게 책임자다. 보통 저런 부류는 말이 안 통해서 굳이 나서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여긴 내 가게나 마찬가지니까. 내 가게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책임져야지.

소스 따위가 묻어 더러워진 앞치마와 조리모를 벗어 던지고 주방을 나선다. 흐트러진 옷차림은 최대한 단정하게. 진상을 상대할 때는 아무리 자그마한 것이라도 꼬투리를 잡힐 여지를 주어선 안 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호통을 치는 고객 앞에서 거듭 고개를 숙이는 학생.

'쯧.'

돈도 안 받고 일하러 온 애가 불쌍하지도 않나. 속으로 혀를 찬 나는 위아래로 번갈아 흔들리는 그 학생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정도 했으면 됐습니다."

"셰프?"

어깨를 잡히자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돌리는 학생. 물기 어린 눈빛과 붙잡은 어깨를 통해 전해져오는 떨림 탓에 내 몸까지 같이 떨릴 지경이다.

세상에 소리 지를 데가 없어서 이런 어린애한테…… 라곤 해도 동갑이지만.

머리를 스치는 쓸데없는 생각을 날린 나는 잡고 있던 어깨를 툭툭 쳤다. 어디 보자, 명찰이…… 아, 김서령.

"괜찮으니까 진정하고. 서령 씨는 이만 가서 일…… 아니, 조금 쉬고 오세요. 하유리 팀장님한테 말씀드리고요."

"에, 예?"

"어서요."

여긴 내가 알아서 하겠다. 내 말뜻을 알아챈 김서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 쪽 뒷문을 향해 등을 돌렸다.

"야! 어디 가!"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얌전히 보내줄 거라곤 생각도 안 했다.

깜짝 놀라 다시 고개를 돌리는 학생에게 그냥 가라며 눈짓을 한 뒤, 아직도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손님 앞에 섰다. 나이가 좀 있는 남성 손님이다. 동행자는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 손님 하나. 음, 대충 알만한 조합이다.

"손님. 나머지는 제게 얘기하시죠."

"넌 또 뭐야?"

그의 삿대질이 정자세로 앞을 가로막은 내게 향한다. 표적 전환이 가히 챌린저 수준이다.

"매장 책임자인 류찬혁이라고 합니다."

"책임자?"

내 몸을 위아래로 훑고는 당황스런 기색으로 물러서는 남자. 평소 여동생이나 사장님에겐 험악하다며 빈축을 사기 일쑤인 내 인상도 이런 때에는 제법 쓸모가 있단 말이지.

잠시 움찔한 그였으나, 아무 말도 없는 내 태도에 자신감이 솟았는지 다시 목청을 높였다.

"그래, 잘 만났다. 네가 책임자라고?"

"예. 그렇습니다."

"책임자면 직원 교육을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니야! 멀리서 온 사람 기다리게 한 것도 모자라서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 어! 아주 손님이 물로 보여?"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말씀해주시면 시정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내 모습이 기가 죽은 탓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는 속사포처럼 자신이 가진 불만을 이야기했다.

무슨 식당에 제대로 된 술 한 잔 없냐느니, 메뉴는 죄다 알아볼 수도 없게 해놨다느니. 학생이 주방을 어떤 꼴로 해놨을 줄 알고 이걸 먹냐느니 하는 말들.

솔직히, 듣고 있자니 이건 뭐 시답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어이가 없어질 지경이라 골이 아파왔다.

'보니까 나온 음식도 다 먹었구만.'

남자가 앉아 있던 테이블 위에는 희미한 소스의 흔적밖에 남지 않은 접시가 떡하니 올라가 있다. 받을 건 다 받아놓고 이런단 말이지.

보통, 평범한 업장의 대처 매뉴얼을 따르자면 여기서 환불을 해주든 추가적인 서비스를 해주든 하여 적당히 기분을 풀어 돌려보내는 게 기본.

근데 그거 아는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부류의 사람이 누굴까?

범죄자? 인성이 틀려먹은 인간? 성격이 불같은 사람?

아니다. 정말 무서운 건 바로 내일이 없는 사람이다.

다른 업장이라면 이런 고객에게 되로 받은 만큼 말로 돌려주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내일도 장사를 하려면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적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난 그렇지 않거든.'

어차피 오늘로 땡 칠 영업. 나는 뒷일 생각 안 하고 들이박을 수 있다 이거야.

"저, 손님?"

"왜?"

"적당히 하시죠."

"…… 뭐라고?"

아, 모르겠다. 필터링이고 뭐고 뭔 상관이냐.

내가 일하다 내 실수로 욕을 먹은 거면 굽히고 나가겠는데, 이딴 웃기지도 않은 걸로 지금만큼은 내 사람인 홀 직원이 욕을 먹은 건 못 참겠다.

"일단 말씀드리겠는데, 이 업장의 직원은 전원이 미성년자입니다. 당연히 주류는 보호자의 관찰이 없는 한 취급하지 않습니다. 대가성 지불이 없더라도 법에 저촉되거든요. 달란다고 다 드리면 손님이랑 저, 그리고 여기 담당하시는 선생님까지 사이좋게 경찰이랑 면담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야, 너 지금."

"조용히 하고 좀 들으세요. 그리고 메뉴가 뭔지 몰라서 당황하시는 건 이해합니다. 다만, 저희 직원들은 그런 손님을 위해 언제든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짜증 내시지 말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그럴수록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날 향한 남자의 놀란 표정이 볼만하다.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지?

"또 저희 주방의 신뢰성에 대해 문의하셨는데, 저희는 축제 시작 전에 정부기관의 심사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성심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요리에 관련된 일이라면 결코 허술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손님께서 염려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직이다. 아직이야.

"또한 '어떻게 이런 걸 돈 받고 파냐'고 말씀하셨는데, 이건 파는 게 아닙니다. 정확히는 축제를 찾아오시는 관객에게 무상에 가깝게 제공할 뿐이죠. 메뉴판에 명시되어 있듯이, 저희 학교에서 발급한 식권으로 발생한 수익은 학교 재단에서 운영 중인 불우이웃 성금으로 전액 사용됩니다. 메뉴판 가장 앞에 쓰여 있습니다만, 메뉴판을 제대로 읽어보시긴 하셨습니까?"

거기까지 말한 나는 더 이상의 첨언 없이 가만히 서서 제자리를 지켰다.

울그락불그락, 무슨 얼굴이 단풍잎이라도 된 것 마냥 자유자재로 색을 바꾸는 남자의 얼굴. 핏대가 잔뜩 솟은 이마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하다.

난 할 말 다 했다. 좋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이런 거에 맨날 굽히고 나가봐야 좋은 꼴을 그다지 못 본다는 건 명확하니까.

결국 분을 참지 못한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내게 한 걸음 다가선 그때,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저씨. 그만 하시죠."

"?"

모르는 사람이었다. 안면도 없고, 어디서 본 기억도 없는 처음 보는 사람. 그렇기에 이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손님?"

가게의 또 다른 손님이, 직접 나서서 그 남자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나선 손님은 비단 그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아저씨! 애한테 부끄럽지도 않아요?"

"그쪽 아저씨는 자식도 없습니까? 왜 애들한테 윽박이나 지르고 그래요!"

"조용히 먹고 가면 되지, 행패를 부려도 학교에서 이러면 안 되죠!"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난 손님들이 오히려 그를 포위하는 형세가 되었다. 이런 걸 보고 전세역전이라고 하던가.

이런 사람일수록 힘의 관계에 솔직하다. 자기가 보았을 때 이길만한 사람에게는 덤벼들고, 그렇지 않을 때는 꼬리를 말기 일쑤다.

그건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쯧! 너! 얼굴 기억했다!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냐 이놈아!"

순식간에 태세를 바꾼 남자는 짐과 동행인 여성을 붙잡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허."

이렇게 판에 박힌 반응이 나오기도 힘든 법인데, 그건 그렇다 치고 다른 손님들의 반응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솔직히 뒷생각 안 하고 지른 거였는데, 덕분에 썩 큰 문제 없이 일이 해결됐으니까. 잔뜩 들이켜고 있던 숨을 내쉬니 그제야 주변을 좀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아.'

손님들의 손에 들린 핸드폰의 카메라 렌즈를 보고서야 조금 제정신이 들었다. 이거, 좀 큰일을 저지른 것 같은데. 아침엔 흑역사를 하나 지웠다고 기뻐했더니, 저녁에 들어서 다시 또 생길 줄이야.

당혹스런 상황에 미간을 매만지고 있자니, 누구보다 먼저 직접 나서서 내 앞을 막아준 손님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건넸다.

"학생, 괜찮아?"

"아, 예."

"무서웠을 텐데 말 잘했어……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어차피 회귀 전 나이를 생각하면 방금 그 남자와 크게 다르지도 않고, 이런 일이 한두 번인 것도 아니니 무서울 건 없었지만, 과하지 않았느냐는 말에는 할 말이 없었다. 가끔 머리에 피가 쏠릴 때가 있단 말이지.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게…… 아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뭘. 이유 없이 도와준 것도 아니고."

"예?"

"그, 메인이 좀 오래 안 나와서……."

쑥스러운 듯 어색한 웃음을 짓는 손님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깜박할 게 따로 있지, 서비스가 늦어지는 걸 생각 못 하고 있었다.

다른 손님도 같은 이유였는지 갈망과 기대가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건 내 실수다.

"죄, 죄송합니다. 바로 준비해드리도록 할게요."

"부탁할게."

나는 서둘러 원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부엌으로 돌아갔다. 홀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니 더 이상 내가 나가 있을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부엌으로 돌아온 내 눈앞에 또다시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 등장했다.

"…… 류찬혁 팀장, 이건 무슨 일입니까?"

"아."

언제 오신 건지 모를 교장선생님이, 주방의 중심을 지키고 계셨다.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네요."

평소 짓던 웃음은 어디로 갔는지,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 위로 번뜩이는 안광이 나를 쏘아 맞혔다.

…… 일났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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