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요리고 고인물-158화 (158/403)

158. 끝이 없는 것이 끝.-2-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구장의 주차장에서 자신이 아끼는 낡지만 아직 쌩쌩한 세단의 운전석에 앉은 진영배는 차에 시동도 걸지 않은 채 착잡한 표정으로 핸들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띠리링! 띠리링!

양반은 못 되겠군.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아무도 듣지 못할 푸념을 굳이 속으로 읊조린 진영배가 낯선 전화번호로 온 통화를 받았다.

"여보세……."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젠장, 누구냐고 물을 시간도 안 주는군.'

어차피 예상한 인물이 예상한 시간에 전화를 한 터라 진영배는 그 이상의 군말 없이 성난 김종권의 말에 답했다.

"뭐가 말이오?"

─말 돌리지 마시죠. 심사 말입니다, 심사!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합니까?

'제대로'라. 그 단어에 진영배의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다.

'자기 좋을 대로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한바탕 쏘아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은 진영배는 길길이 날뛰는 김종권을 진정시키기 위해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

"이보시오, 김종권 사장. 말해두겠는데 나도 최선을 다했어요. 아니, 생각을 해보세요. 박종원 사장 같은 쟁쟁한 사람이 옆에서 떡 버티고 있는데 제가 거기서 뭘 어떻게 합니까? 괜히 김 사장 말 들어주겠다고 난리 쳤다가 본전도 못 찾아요!"

─그걸 어떻게든 하는 게 당신 일 아닙니까! 본전? 이미 본전은 물 건너갔어! 일 하나 똑바로 못하는 노친네 때문에!

"노, 노친……?!"

순간, 진영배의 두 눈과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의 김종권은 그것도 모른 채 그저 윽박을 지를 뿐이었다.

─제 말이 혹시 농담으로 들렸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절박함이 부족한 거예요? 허구한 날 검찰이나 들락거리는 뒷방 늙은이로 만들어드려야 정신을 좀 차리시겠습니까?!

그 서슴없는 폭언에, 진영배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허, 허허."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습니까. 제 말에 대답을…….

"야, 김종권이."

─…… 뭐라고요?

"불렀잖아. 김종권이. 니는 그 나이에 귀까지 먹었나?"

갑자기 완전히 딴 사람이 된 것 같은 저돌적인 맞대응과, 그와 안면을 튼 이래 그의 입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구수한 사투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김종권은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얼타기 시작했고, 진영배는 이때라는 듯 속에 쌓인 한을 봇물을 터트리듯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 육시럴 놈의 호로새끼가 어딜 협잡질을 하고 자빠졌노?! 어? 마! 니가 부산에 처음 가게 차리겠다고 부동산 들락날락 할 때 내는 지은 지 30년도 더 된 내 식당에서 새빠지게 돼지 배때기 살 바르고 있었어! 복창을 하나, 둘, 셋, 넷, 다섯 해가 오겹으로 도려줄까 보다 이 썩어 문드러질 새끼가!"

─지, 진영배 회장님. 잠시 고정하시고……!

"고정? 고저어엉? 하이고 이 대가리를 빻아뿌릴 아새끼가 구멍이 뚫렸다고 입인 줄 알고 조동아리를 놀려쌌네 확 좌우로 찢어 버릴라!"

기실, 진영배는 원체 태생이 이러한 사람이었다.

예순에 달하는 세월을 부산 토박이로 자라오며 한 야구팀만 응원하며 살았고, 부산의 도로에서 살아남았으며, 막 가게를 창업한 그 시절에는 우후죽순 쌓인 건달들이 가게를 위협할 때도 악과 깡으로 버텨온 남자였으니까.

이것이 세월이 흐르고 소싯적 물이 빠져 굉장히 유순해진 진영배라는 남자의 본모습이었다.

"김종권이 니 인마 절박 같은 말 함부로 쓰지 마라! 절박하단 말은 그 꼬마 아들이나 어울리지 니처럼 돈 갖다 들이 박으면서 인생 편하게 산 놈이 할 말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뭐? 내 혼자 뒤져? 니 내가 인생 헛산 줄 아나? 내가 살면서 직접 밥해 먹인 사람이 부산 인구만큼 있는데, 그중에 대단한 양반 하나 없을 것 같나? 뒤질 때 뒤져도 한 새끼 모가지 비틀고 가는 거 일도 아니다! 이딴 걸로 한 번만 더 전화해 봐라, 내가 직접 가가 조동아릴 으깨줄 테니까! 알겠나?!"

─뚝!

거칠게 통화를 끊은 핸드폰을 무심하게 조수석으로 던진 진영배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다가, 이후 명치가 불룩 튀어나올 만큼 숨을 들이쉬고는 호탕한 웃음을 내뱉었다. 폐에 남은 공기가 없어지도록 줄곧.

"하아, 속 시원하다."

뒷일은 생각도 않고 일을 저질렀으니, 모르긴 몰라도 뒷감당이 어렵긴 할 것이다. 저쪽도 요식업회에서 나름 지분을 가진 입장이니 이쪽 안건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식으로 방해를 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정말로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에게 불리한 스캔들을 터트릴 수도 있겠지.

그런 불안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진영배는 크게 웃었다.

어차피 잃는 걸 아까워하기엔 너무 늙은 몸. 무엇이 어떻게 되든 큰 미련은 없었다.

하지만 마냥 당해주기엔 살날이 너무 많이 남았다.

이건 진영배 나름의 증명인 셈이었다. 늙고 낡았지만, 아직 쌩쌩하게 살아 있다는 증명. 꼭 그가 아끼는 이 세단처럼.

십 년을 넘도록 함께한 무기물 파트너와의 동질감에 진영배가 실소를 짓던 찰나, 조수석에 던져놓았던 핸드폰에서 짧고 맑은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자가 왔다는 신호였다.

마침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자마자 온 문자. 보나 마나 열이 뻗친 김종권이 보냈으리라 생각하고 띠꺼움이 그대로 드러난 얼굴로 핸드폰을 집어 든 진영배는,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발신자의 이름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박종원 : 진영배 회장님. 혹시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신가요?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 굵은 인연으로 이어진 그의 문자에, 진영배는 의아한 얼굴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

제법 시간이 지난 옛날이야기다.

아니, 미랜가? 뭐 아무튼.

내가 일하던 연회 주방은 보통 하루에 두 팀을 받는 게 기본이었다. 주간 한 팀, 저녁 한 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전 세계에 인플루언서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 줄 파리에 온 뒤에 처음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어지간해서는 빌리기 힘든 파티룸이 연중 내내 비는 날이 거의 없었으니까.

5성급 호텔의 연회장을 통째로 빌린다는 건 일단 거길 이용하는 사람의 재력이 범상치 않다는 뜻이고, 그 말은 즉 한 번 연회가 열릴 때마다 꽤 엄청난 규모의 연회가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일정도 원래 예정보다 늘어지는 게 일상다반사라,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 팀의 이용시간을 굉장히 길게 잡았었다. 만약 연장되더라도 스케줄이 꼬이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다가 가끔가다 1년에 몇 차례 정도는 하루에 세 팀 예약이 잡히는 날도 있었지만 그 정도야 그날에 대비해 전날에 준비를 빡세게 해놓으면 우리 팀한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게…… 그래. 입사 3년 차쯤 되는 해였던가.

처음에는 어색했던 팀과의 소통도 이제는 바쁜 시간대에 날아다니는 욕마저 정겨워졌을 무렵에 사건이 하나 터졌다.

시작은 단순한 신입의 실수였다. 날짜를 착각해서 주간 두 팀, 저녁 두 팀. 총 하루 네 팀의 예약을 받는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실수였지만 여기서 몇 가지 변수가 끼어들어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첫째는 예약을 잘못 받은 고객 전체가 우리 호텔의 VVIP이자 적당히 인터넷에 이름만 쳐도 당장 그날 아침 그 사람 이름이 달려 나온 뉴스가 수백 개는 되는 대단한 양반들이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하필 신입이 예약을 잘못 받은 날이 추수감사절이었다는 것이며.

셋째는 상부에서 그 실수를 파악한 것이 대략 추수감사절이 오기 한 달 전쯤이었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예약을 잘못 받은 것은 호텔 측 실수이기에 당일에 사용할 수 있는 동급의 연회장을 가진 호텔과 고객을 다시 이어주는 것은 우리의 몫.

근데 이를 어쩌나. 같은 프랑스에 있는 5성급 호텔이란 호텔은 이미 예약이 전부 차서 누군가 파티 자체를 취소라도 하지 않는 이상 고객을 돌려막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당연히 호텔 임원진은 난리가 났다.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일을 이따위로 처리하냐, 윗놈들은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냐, 당장 모가지다, 너는 불이다.

뭐 대충 그런 대격변 직전의 혼란스런 분위기가 임원진부터 말단까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들끓었지만 다들 우선은 닥친 위기를 해결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의외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단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생각보다 방안은 쉽게 찾아졌다.

우선 가장 중요한 공간의 경우, 애당초 우리 호텔은 같은 연회장 두 개를 주간용, 야간용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주간, 야간을 철저하게 분단시켜 사용하는 방안이 꼽혔다.

파티가 끝난 뒤 청소는 어떻게 하냐는 말에 홀 청소팀의 휴식 시간을 추가 임금으로 대체하고 휴식 없이 크런치 모드로 돌리자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음식의 경우 주최자가 사용 자제를 부탁한 식재료가 없었기에 파티장을 가리지 않고 요리해도 된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한 타임에 준비해야 할 요리가 100인분에서 200인분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랬다.

이것도 뭐, 주방팀이 휴식을 반납하고 파티 전날 약 사흘 정도를 크런치 모드로 일하여 해결했다.

쉽게 말해, 접객팀이 싼 똥을 우리가 사흘밤낮으로 치웠다는 것이다.

사람, 사람, 사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재人災에는 인재人才.

결국 사람을 갈아 넣는 것으로 일은 해결됐지만, 이 이야기도 지금에야 어이가 없어서 웃을 수 있는 거지, 그 시절 믹서기에 들어간 한 조각 재료 같은 꼴이 되었던 입장으로선 도저히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해프닝이었다.

이후에도 이래저래 사건사고가 있긴 했지만, 역시 이때만큼 난리가 났던 적은 드물다 못해 아예 없었다. 아마 살면서 가장 바빴던 날을 하나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날을 고르리라.

만약, 오늘이란 날이 없었다면 말이다.

"드시죠. 방금 대회에서 만들었던 초밥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습니다."

"식사 준비됐습니다. 커팅한 밀푀유 카츠입니다."

"우동과 밀푀유 카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식사 메뉴는 어떤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손님?"

지금 나는 양희연과 함께 앞주방에 서서 잠시의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몰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카운터와 테이블? 저녁 오픈 개시를 알리고 30초도 안 돼서 만석이 됐다.

오마카세 형식의 주방에서 한 명의 요리사가 감당할 수 있는 고객의 수는 대략 세 명에서 네 명 정도다. 평범한 주방과 비교하면 갖다 대기도 미안한 수준이지만, 오마카세 형식이 원체 그렇다.

메뉴는 항상 실시간으로 고객 앞에서 만들어야 하고, 주문과 요리. 딱 이 두 가지가 전부인 기존의 주방에 비해 유입되는 정보량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혼선이 생기기 때문에 서비스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려면 그 정도가 한계다.

근데 세상일이 어디 사람 맘대로 돌아가던가.

오늘처럼 다찌석에 없던 의자까지 갖다놓는 날에 앞주방 데뷔 0일차 신인이라고 일감을 줄일 순 없지 않은가.

그런 이유로 3명은커녕 대여섯 명에 달하는 고객을 직접 모시게 된 나는 힘들어서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육체적으로는 호텔이 더 힘들긴 했지만…….'

정신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엔 단순노동에 가까운 작업만 반복하던 그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야말로 머리가 깨질 것처럼 말이다.

"와! 나왔다! 음? 저, 여기요! 잠시만요!"

"예, 손님. 말씀하세요."

"이거 아까 방송에서 보던 거랑 다르게 생겼는데요? 원래 동그란 모양 아니었어요? 이건 그냥 초밥처럼 생겼어요."

"그건 양을 줄이기 위해 약식으로 만든 거라서요. 맛은 이쪽이 더 좋을 거예요."

"아~. 저기 죄송한데 그래도 다음 것부터는 방송에 나온 것처럼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사진 찍고 싶어서요!"

"…… 예, 손님. 말씀하신 대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그 많은 손님 중 한 사람의 요청만 꼽아도 이렇다. 물론 그런 요청을 한 게 그 손님이 처음도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안 그래도 복잡해 죽을 것 같은 조리과정에 저런 자잘한 요구까지 더해지면 정신이 가출하다 못해 제발 같이 가자고 몸을 붙잡고 끌어당기는 기분이지만…… 어쩌겠는가, 손님이 왕인걸.

대충 그런 상황 속에서 끝도 없이 들어차는 고객의 주문을 디펜스 게임 하듯 받아가며 요리에 몰두하기를 약 한 시간.

늘면 늘었지 좀처럼 줄지 않는 노동 강도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 드디어……!"

이 소란통을 별것도 아니라는 듯 꿰뚫고 고막을 때리는 성우처럼 특색 있는 목소리.

인상적이면서도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에 소리가 들려온 현관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 목소리보다도 더 낯익은 얼굴을 한 여성 고객 한 분이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가게의 문턱을 넘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였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그 여성은 서빙 알바생의 안내를 받으며 내 앞에 있는 좌석으로 다가왔다.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서는 모습을 보다가, 그제야 누구였는지 나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이유나 씨? 올튜버 이유나 씨 맞으시죠? 오랜만이에요!"

내 환영에 그녀가 놀란 눈치로 반색했다.

"어머, 저 기억하세요?"

"그럼요. 호텔 상천에서 뵀었죠. 반갑습니다."

"예, 맞아요! 봐봐 얘들아! 이 언니가 말했지! 뜨는 사람은 뭔가 다른 게 있다니까? 몇 달 전에 한 번 본 사람 얼굴도 척척 기억하잖니!"

지금도 그때처럼 방송을 진행하는 중인지 핸드폰을 보며 기쁨을 발산하는 그녀의 말에 나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야 제 부스에서만 서른 그릇을 드셔주셨는데, 기억을 못 하는 게 이상하죠."

"아……."

내 대꾸에 황망한 표정을 짓는 이유나. 모르긴 몰라도 그녀의 방송 채팅창은 지금쯤 신나게 불타고 있을 것이다.

"농담이에요. 제 첫 손님이기도 했고, 유명한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물론 회귀 후에 한정했을 경우지만.

그제야 딱딱하게 경직됐던 얼굴을 풀고 겸연쩍게 웃는 그녀가 답했다.

"유명하긴요. 에헤헤. 아, 맞다. 그날 방송한 후로 구독자가 엄청 늘어서 지금은 벌써 20만 명이나 됐어요! 거의 6배로 훌쩍 늘었다니까요? 전부 류찬혁 학생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뭘요. 여태껏 노력하신 걸 거두셨을 뿐인데요."

"어쩜 말도 너무 예쁘게 하신다! 얘들아, 사회생활은 이렇게 멘트가 중요해요, 멘트가."

나와의 대화와 방송 진행을 적절히 조율하며 자리에 앉는 이유나. 고객이 들어오고 빠지는 타이밍이 거의 비슷한 탓인지 그 옆자리가 깔끔하게 비었다. 어차피 조만간 있으면 또 차겠지만.

"제가 방송 보고 대전에서 부산까지 바로 달려왔거든요. 저번에 만들어주신 걸 먹은 뒤로 계속 생각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맛있는 거 많이 해주세요!"

"예, 물론이죠. 아, 잠시만요."

음식을 준비하기에 앞서 짧은 대화를 나누던 중,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현관 벨소리가 들렸다.

봐라. 내 생각대로다. 빈자리를 채워주실 손님이 이렇게 금방 또 들어오시…… 응?

'잠깐만.'

무슨 우연인지, 지금 들어온 손님 일행의 면면이 이번에도 아주 낯익다.

이유나와 다른 게 있다면, 지금 들어온 일행은 헤어진 지 고작 3시간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일까.

"아, 류찬혁 선수! 이거 참, 바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어요."

"안녕하세요."

"아이고, 성 사장님. 실례합니다."

괜히 온 거 아닌가 몰라. 하고 너스레를 떠는 박종원을 주축으로 한 세 사람.

박종원, 강백동, 진영배.

세 사람의 심사위원단. 그리고 이제는 스즈의 고객으로 찾아온 세 사람의 모습에 나는 방금 이유나가 보여주었던 것 이상으로 황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형들이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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