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부산행.-3-
바삭.
"오. 맛있어."
얄팍한 튀김옷을 크게 한 입 깨물자 입속으로 퍼져나가는 고소함.
짭짤하고 달큰한 간장소스의 맛과 튀김옷 아래 숨은 속재료의 맛이 튀김옷의 고소함과 어우러지는 이 조화는 언제 먹어도 정말 끝내준다.
이 맛이 사라지기 전에 쌀밥을 입안 가득 욱여넣고, 된장국이 담긴 그릇을 통째로 들어 국물을 한 모금.
"크으!"
이거지!
재료도 제법 단가가 있는 물건인 데다가 요리할 때 들인 공도 적지 않은 만큼 평소보다 훨씬 훌륭한 물건이 나왔다. 정말 맛있다.
"거 맛나게도 먹는다. 자기가 만든 게 그리 맛나나."
그렇게 식사에 정신이 팔렸던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뭐, 이 가게에서 나를 이렇게 막 부를 사람은 어딜 찾아봐도 한 녀석밖에 없다. 양희연이다.
"요리사가 자기 요리를 안 좋아하면 누가 그 사람 요리를 먹겠냐."
내 한마디에 입을 다무는 녀석. 뭔가 불만스런 표정 너머로 수긍하는 기색이 언뜻 내비친다.
원론적인 이야기다. 자신이 만든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만든 무언가를 아무 편견 없이 좋아해 줄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자기해학에 몰두한 거장예술가의 걸작이라면 또 몰라도.
그 증거로, 양희연은 지금 내가 만든 튀김정식을 불만스러운 얼굴로 잘만 먹고 있다. 아침도 제대로 안 먹었다는 성 셰프의 말을 듣고 특별히 만들었다.
'뭐, 내 몫을 만들면서 덤으로 만든 거지만.'
요리라는 게 1인분을 만들든 2인분을 만들든 들어가는 수고는 크게 차이가 없기에 아량을 조금 베풀어봤을 뿐이다.
"내가 만족할 만큼 맛있게 만들었으니까 너도 그렇게 잘 먹는 거 아니냐."
"시끄럽다. 나가 언제 만들어 달라 캤나."
거 벌써 다 드셨으면서 그러지 좀 맙시다.
아무튼, 우리가 이렇게 가게 테이블에 앉아 밥이나 먹는 건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아야. 찬혁이라 캤지? 미안한데 우리가 오픈을 쪼매 늦게 하거든.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나? 우리 가게 일하는 아들 오면 소개해 줄게."
"아, 예. 기다릴게요."
"맞다. 밥은 뭇나? 이리 일찍 왔음 밥도 못 먹었을 긴데."
"네, 뭐……."
"용돈 줄게 짐은 두고 우리 아랑 나가서 뭐든 사 먹고 온나. 요 주변에 맛있는 집 많다."
"아니에요. 안 주셔도 돼요! 어…… 식재료 준비해 둔 것도 좀 남았으니까 알아서 만들어 먹을게요."
"그러지 말고 받아라. 힘들게 요까지 왔는데 밥 정도는 사줘야 체면이 선다 안 하나."
"정말로 괜찮아요."
"맞다 엄마야. 아 돈 잘 번다. 같은 학년 중에서 제일 잘 벌걸?"
"니는 가만있으라!"
"왜 또 나만 갖고 그러는데!"
…… 후반부쯤 가서는 모녀대전이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대충 이런 대화의 흐름 끝에 지금으로 돌아온다.
부산에 온 겸 돼지국밥 같은 거나 한 사발 땡길까 싶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더워서 나가기가 싫었다. 그건 양희연 이 녀석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고.
밥을 두 그릇이나 먹은 뒤에야 간신히 수저를 내려놓은 우리.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홀짝홀짝 물이나 마시던 도중 자리에서 일어난 양희연이 내 앞에 놓인 쟁반을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응?"
"이건 내가 치울게. 쪼매 쉬어라."
"오. 땡큐."
웬일로 뒷정리를 자처하고 나선 양희연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녀석, 입은 걸걸해도 먹기는 맛있게 먹었나 보구나.
그렇게 양희연이 요령 좋게 탑처럼 쌓은 쟁반을 들고 뒷주방으로 사라지니 자리에는 나 혼자 남게 됐다.
'여기는 홀 구조가 여전하네.'
여전如前이라는 말을 이런 상황에 써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앞, 뒤쪽 테이블과는 얇은 창호로 막히고 앞주방을 향한 통로만이 훤히 뚫려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이 구조는 회귀 전 일했던 그때와 똑같다. 물론 그때는 가게가 조금 더 크긴 했지만.
성미설 셰프의 가게 스즈鈴. 방울이라는 뜻이 담긴 이 이름의 유래는 셰프의 본가와 관련이 있다.
원래 셰프의 본가에서 100년이 넘도록 운영한 가게의 이름은 운류雲粒라고 하는데, 이를 한국에서는 구름방울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듣고 지은 이름이 스즈라던가. 그거 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건 말씀을 안 해주셔서 잘 모르겠다.
"……."
본래 그리움이란 과거를 향한 감정이지 않은가 하는 쓸데없는 고찰을 하며 가게를 둘러보기도 잠시. 어차피 몇 년 후랑 크게 다를 것도 없어 슬슬 질려가는 참인데 어째 양희연이 여태 안에서 나오질 않는다.
'설거지라도 하나…….'
한다고 해봐야 고작 접시 10개 남짓. 세척기까지 쓰면 1분도 안 걸릴 텐데 벌써 10분 남짓한 시간이 흐르도록 주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끼익.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찰나, 뒷주방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양희연이 드디어 홀로 되돌아왔다. 손에는 방금 가지고 들어갔던 것과 똑같이 생긴 쟁반을 들고.
"왜 이제 오냐? 그건 또 무슨 쟁반이야?"
"차 가져오는 김에 가져왔다. 니 해라."
그렇게 말한 녀석이 내 앞에 자그마한 접시와 찻잔 하나를 내려놓았다.
"어, 이거."
접시 위에 놓인 것은 자그마한 양갱이었다. 아래서부터 녹색, 주황색, 마지막으로 연한 선홍색이 섞인 살구색이 층층이 쌓인 꽃 모양 3색 양갱. 그리고 함께 나온 차는 차게 식힌 말차다.
그것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이거, 모양새는 살짝 다르지만 분명 내가 여기서 일할 시절에도 여름철 후식으로 자주 쓰였던 다층多層양갱과 냉말차 세트다.
'이때도 후식으로 이거 썼었구나.'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수제 양갱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는 건 가게에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물건이란 뜻이겠지. 이 가게에서 또 한 번 만나는 그리운 기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양희연이 방긋방긋 웃는 나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니 단 거 싫어하지 않나? 뭐가 그리 좋아서 웃노?"
"내가 언제 단 거 싫어한다고 한 적 있냐?"
맨날 에스프레소 같은 것만 마셔서 뭔가 오해하나 본데, 나는 취향이 쓴 커피일 뿐이지 단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아무튼, 잘 먹을게."
"…… 그래."
함께 있던 작은 포크를 써서 양갱을 살짝 잘라 한입. 음, 맛있다. 1층은 말차, 2층은 귤, 3층은 사과 양갱이었다. 석류향이 살짝 감도는 것이, 사과양갱에 섞인 붉은빛은 석류즙인가?
보기도 좋은 알록달록한 양갱은 과일의 달콤새콤한 맛에 말차의 씁쓸함이 섞여 굉장히 맛있었다. 회귀 전 먹었던 것보다 더.
'왜 그때는 이거 안 썼지? 만드는 사람이 바뀐 건가?'
천천히 양갱의 단맛을 음미하는 나를 보며 우유를 섞은 말차를 호록거리던 양희연이 물었다.
"그, 맛있나. 그거."
"어. 되게 맛있는데?"
"그래?…… 그럼 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굳어 있던 녀석의 표정이 조금 풀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영문 모를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제야 장사 준비를 끝낸 성 셰프가 주방에서 나와 우리가 앉아 있던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이고, 겨우 다 끝냈네. 미안하데이. 많이 기다렸제?"
"아뇨, 덕분에 밥도 잘 먹었습니다."
"기는 니가 맹글어 무은 긴디 뭐 고마울 게 있노."
무안하게 웃으며 앉아 있던 내 어깨를 툭툭 친 셰프가 말을 잇는다.
"근데 이건 뭐꼬?"
아직 덜 먹은 양갱이 놓인 접시로 향한 셰프의 시선. 이런, 양희연 이 녀석. 설마 만들어 놓은 제품을 멋대로 가져나온 거야?
깜짝 놀란 나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예?…… 아, 죄송합니다. 후식용으로 만들어두신 걸 멋대로 먹어서……!"
"후식용? 아인데. 우리 가게 후식은 카키고오리かき氷다 안 카나."
"…… 네?"
뭐야. 후식이 빙수라고? 그럼 이건 대체…….
"어, 엄마야. 잠깐만……!"
"아! 연희 니 어제 아래 집에 갔을 때 느그 할무이한테 뭐 배운다 카더니 요우칸ようかん 배워왔나! 집에 와가 깨작깨작 뭘 맹그나 했더니 아 줄라 그랬나? 피가 어디 안 가네. 엄마도 니 아빠랑 처음 사귈 때……."
"아, 좀 그만 해라!"
"아이고, 야는 엄마한테 소리나 빽빽 질러쌌네."
갑작스럽게 개전한 2차 모녀대전 사이에 졸지에 껴 버린 나는, 그 속에서 홀로 인중을 매만지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 이거 참, 생각지도 못한 정체인데.
***
도통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두 모녀의 말싸움은 정각에 맞춰 출근한 직원들의 등장으로 일단락됐다. 바라마지 않던 도움의 손길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아하하, 미안타. 조금 말이 길었제?"
조금은 아니었지만, 그 웃는 얼굴에 딴죽을 걸 자신은 없었기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으흠, 다시 한번 인사할게. 우리 스즈에 온 걸 환영한다. 내는 아까 말한 대로 사장인 성미설. 그리고 여기 야가 우리 실장.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두 명이 뒷주방에서 일하는 아들이다. 야는 우리 딸 친구 류찬혁. 서로 인사해라."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류찬혁입니다."
내 앞에 주르륵 도열한 다섯 명의 남녀. 익숙한 얼굴도 있고, 낯선 이들도 있었다.
"반갑다. 실장 역할을 맡은 이도겸이다. 잘 부탁해."
다부진 체구와 선이 두꺼운 인상을 가진 30대 초반의 남성, 이도겸 실장,
"나는 원철이다. 주방에 들어온 지는 이제 막 2년 정도 됐어."
키는 이도겸 실장님보다 머리 반 개 정도는 더 크지만, 몸이 살짝 가느다란 20대 후반의 남성, 원철 쿡.
"김재훈…… 반갑다."
그리고 위로 삐죽 솟은 짧게 친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앞서 소개한 두 사람보다 조금 더 어린 나이의 남성, 김재훈 쿡.
그 뒤로 서빙 알바 중이라는 두 명의 여대생의 소개도 받았지만, 솔직히 그쪽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는 이 세 사람의 존재가 더욱 중요했으니까.
'와.'
이 세 사람은 내가 회귀 전에 여기 처음 입사했을 때도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도겸 실장님은 내가 입사 3년차가 됐을 때 자신의 가게를 만들어 독립했고, 원철 선배는 내가 입사할 때는 이미 실장이었으며 김재훈 선배는 내가 입사할 때 실장 명함을 달았더랬지.
낯익은 세 사람의 젊을 적 모습에 속으로 감탄하며 악수를 나눈 뒤, 성 셰프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
"우리 가게는 오후 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영업한데이. 저녁 6시 전까지는 단품 메뉴를 팔고, 7시 이후부터 오마카세 메뉴를 팔고. 아, 오마카세가 뭔지는 아나?"
"예. 알고 있어요."
모를 리가.
"잘 됐네. 런치 단품 메뉴는 메뉴판에 다 적혀 있긴 한디, 가끔 실장 재량으로 메뉴판에 없는 것도 내기도 한다. 요놈이 우리 가게 매상 서비스로 깎아 먹는 주범이다 안카나."
"사장님."
"아, 미안타. 그래도 실력은 좋으니께 모르는 거 있음 얼마든지 물어보고. 바쁘지 않을 때만."
"예."
"오늘 하루는 간단히 견학하는 느낌으로 함 돌려 보자. 가게 분위기를 알아야 뭐든 하지 않겠나."
음,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런데, 어째 다른 사람들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 썩 탐탁지 않은?……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내 존재 자체에 의문이 있는 얼굴이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의아한 표정이 떠오르려던 그때, 성 셰프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아."하는 소리와 함께 깜빡했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이고, 말을 안 했네. 야들아, 저번에 대회 이야기 한 거 알제? 인마가 우리 대신 대회에 나가줄 아다. 잘 가르쳐야 한데이."
…… 뭐?
아니, 그걸 지금 와서 알려준다고? 미리 말해준 거 아니었어?
드디어 이 세 사람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겠다. 몰랐으니까. 내가 누구고 뭘 하러 온 사람인지 몰랐으니까.
나를 비롯해 가게 안에 모인 인물들이 다 같이 경악한 표정을 짓는 와중, 성 셰프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들었다.
"하하하! 아무튼 그렇게 알고, 오늘도 열심히……."
물론, 이 상황이 그런 한마디 말로 정리될 만큼 만만하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였지만.
"사장님!"
"응?"
주방에 모여 있던 사람 중, 그렇게 목청을 높인 것은 다름 아닌 김재훈 선배였다. 하하, 역시. 선천적으로 다혈질인 이 선배라면 무언가 태클을 걸어올 거라고 예상했다. 이 광경 자체가 쓸데없이 익숙해서 웃음이 나올 것만 같다.
"와, 재훈아."
"이건 아니죠! 희연이 친구면 아직 고등학생일 텐데 학생한테 그런 걸 맡기시려고요?!"
음. 타당했다. 너무 타당해서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꽤 비상식적인 상황이긴 하지.
"이 아가 어리긴 해도 솜씨가 좋다 안 하나. 함 시켜보자."
"사장님! 가게 미래가 걸렸잖아요! 이거 제대로 못 하면 큰일 난다고 한 건 사장님이면서!"
…… 근데, 뭔가 일이 크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가게 미래? 갑자기?
"돈도 안 들이고 도시 단위로 홍보할 기회를 이렇게 보내시게요? 차라리 도겸이 형이 나가면 몰라도 이렇게 어린 애한테 어떻게 대회를 맡겨요."
"야, 김재훈. 그만해."
결국 재훈 선배 앞을 막아선 원철 선배가 그를 말렸다.
마지못해 입은 다물었지만, 아직도 불만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한 재훈 선배의 매서운 시선이 나를 향한다.
확실히 내가 재훈 선배 입장이었으면 나 같아도 저랬겠지. 이도겸 실장님을 내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틀림없이 타당하다.
하지만, 나도 오기라는 게 있다.
연휴까지 반납하고 양희연 녀석 따라 부산까지 내려왔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떠나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게다가 다들 말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날 그다지 신용하고 있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인정할 수 있을 리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하하."
"…… 뭐야, 왜 웃어? 우리가 우습냐?"
"아뇨, 그게 아니라."
근데 어째서인지, 내 입에서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내 실력이 의심스럽다면, 인정해주게 하면 될 뿐. 이 세 사람이 나를 인정하게 만들어야 하는 작금의 상황 자체가 어딘지 웃기게 느껴졌다.
"김재훈 선배님."
"…… 왜."
"제가 대회에 나가는 거, 어떻게 하면 인정해주실래요?"
"뭐……?"
내 당돌한 행동에 당황했는지, 크게 뜨인 김재훈 선배의 얼굴이 날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 얼굴에서 휙 고개를 돌렸다. 벽에 걸린 나무패에 적힌 메뉴. 음, 이 가게에서는 처음 보는 메뉴도 좀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메뉴다.
내가 그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다른 일행의 시선이 그것을 따라 움직였다.
"저거, 지금 바로 제가 만들어볼게요. 제대로 맛있게 만들면, 인정해주실 건가요?"
"…… 저걸?"
"예."
내가 가리킨 나무판에 적힌 메뉴의 이름은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
성 셰프의 고향인 오사카 바로 옆에 있는 나고야의 명물, 나고야식 장어덮밥의 또 다른 이름.
일식에 정통하지 않으면 감히 다룰 수 없다는 장어라는 식재료를 고른 나의 패기에, 세 사람은 물론이요 이미 내 튀김정식을 먹었던 성 셰프까지, 모두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그렇죠?"
그런 일행을 향한 내 얼굴은, 여전히 잃지 않은 웃음을 그들에게 내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