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지옥주-양.-2-
양식洋式.
쓰인 글자 그대로 서양의 음식이라는 뜻의 단어. 그러나 고작 그 두 음절 단어 하나에 함축된 뜻은 너무나 방대하여 정작 양식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리하자면 골통이 빠개지는 것 같은 난해함을 느낀다.
회귀 전, 성심고가 아닌 다른 요리 학교에서 사사한 선생님 중 한 분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 양식이 대체 뭘까요?"
"나도 몰라."
한창 해외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양식을 배우던 때, 그 방대함에 지친 나의 질문에 그 선생님은 그렇게 답했다.
당시에는 선생님이 되선 무슨 답을 그렇게 하나 불만이었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한, 중, 일, 양.
한식은 한국의 요리.
중식은 중국의 요리.
일식은 일본의 요리.
하지만 양식은?
전통양식의 뼈대이자 근본 그 자체인 프렌치. 프랑스 요리부터 시작하여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그리스, 미국, 러시아, 터키 등등, 정말 셀 수도 없이 많다.
한 나라의 요리를 배우는 것만도 정말 평생을 다 바칠 각오를 해야 하는데, 양식은 어떻겠는가.
그렇기에 정말 양식을 깊게 공부한 셰프는 보통 자신을 양식 전문이라고 칭하는 일이 적다.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양식 전문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같은 요리사끼리는 프렌치 전문이니 이탈리안 전문이니 같은 수식어를 덧붙일 때가 많다.
나 같은 경우도 회귀 전 전공은 양식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사실 제대로 파고든 건 프렌치와 그 파생 요리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호텔에서 프렌치에 꼴은 나조차 스스로가 프렌치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부족하다는 걸 다름 아닌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정말로 프렌치라는 분야에 통달한 사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보고 배웠으니까.
박예휘 셰프.
고작 서른 살도 안 된 나이에 데 로얄의 부주방장 자리까지 거머쥔 그 선생님이야말로, 내가 여태껏 살아오며 보았던 국내에서 활동하는 셰프 중 누구보다 양식에 통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2주일. 그런 박예휘 선생님의 밑천을 조금이나마 털어갈 기회가 내게 굴러들어왔다. 회귀 전에는 따라가기만도 급급한 수업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이래 봬도 나 또한 본토에서 10년 치 예습을 하고 온몸. 얻어갈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얻어가고 말 테다.
'…… 힘들긴 하겠지만.'
그나마 난 경험이 있으니 좀 덜하겠지만, 이번 수업 때 제대로 충격을 먹을 아이들을 위해 작게 묵념했다.
***
이튿날 오후. 점심시간이 끝나고 돌아온 오후 수업시간.
기념할 만한 첫 실습의 주역은 모두가 알다시피 양식.
평소 이용하던 실습실에 모인 아이들은 이윽고 이상한 점을 하나 깨달았다.
"어라? 여기 양식 실습실 맞지?"
"맞는데…… 왜 재료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냐?"
원래 실습수업을 할 때엔 항상 그날 만들 재료가 미리 준비되어 있다. 소분은 학생의 몫이지만, 적어도 재료실에서 불출하는 건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재료가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분명 당장 내일부터 실습을 할 것이라 이야기했는데 말이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이들이 끼리끼리 뭉쳐 당황스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며 나는 적당히 빈 곳을 찾아 몸을 빼냈다.
'뭐, 알고 있기는 했지.'
전공탐색. 다른 말로는 지옥주.
앞서 이 수업을 거친 선배마다 이 수업은 할 짓이 못 된다며 지은 나름 유서 깊은 별명이지만, 정말 잘 지었다는 게 내 감상이다.
전공탐색 수업은 약 두 달의 시간 동안 2주 간격으로 한 과목만을 배우며 학생 개개인에게 어느 과목이 가장 잘 맞는지, 그 적성을 찾아주기 위한 수업…… 이라고, 말로만 들으면 그럴듯하고, 실제로도 그 효과가 검증된 수업이지만 그 뒷면에 숨은 실체를 짐작하는 이는 저들 중 아무도 없었다.
"당해보면 알겠지."
"응?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어느새 무리에서 빠져나와 내 옆에 선 철정이 녀석의 질문을 대충 얼버무리자, 한 차례 기괴하게 변했던 김철정의 표정이 이윽고 흐리멍덩하니 힘 빠진 얼굴로 변했다.
이상한 일이다. 사시사철 씩씩한 게 장점인 녀석이 오늘따라 뭔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어디 아퍼?"
"응? 아니. 딱히."
아닌 얼굴이 아닌데.
그냥 기분 탓일까, 방학 사이 좀 수척해져서 그런지 더 그렇게 보이는 느낌이기도 했다.
근심 어린 얼굴로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철정이 녀석 덕에 대화가 끊겼다. 고민이 있다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는데,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버려 두는 게 도움이 되겠지.
소란스런 실습실과 단절된 공간 안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우리 두 사람을 감싼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학생들의 소란을 잠재울 수 있는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용히 합시다, 여러분. 바깥까지 소리가 들리네요."
이 집 CC기 잘 넣네. 단체 침묵 범위가 넓어.
실습실에 들어오자마자 단 한마디로 좌중의 입을 다물게 만든 박예휘 선생님이 학생 사이를 가로질러 중앙조리대 앞에 서자, 학생들이 짬이 잘 찬 일병처럼 신속하게 오와 열을 맞추어 서로가 평소 서던 조리대로 돌아갔다. 물론 나와 철정이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저도 이해는 합니다. 아무 재료도 준비 안 되어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죠?"
아이들이 침묵으로 긍정을 표했다.
"대단한 이유는 아닙니다. 오늘은 정해진 메뉴가 없거든요. 예, 오늘 주제는 자유요리입니다. 물론 양식 한정으로요."
어이쿠. 아주 폭탄을 대놓고 떨어트리시네.
정해진 메뉴가 없는 자유요리라는 그 말에 아이들이 혼란에 빠진다. 갑자기 자유요리라니, 사전에 알려준 것도 없이 당장 아무 요리든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 당황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학생들의 반응은 두 부류로 갈라졌다.
하나는 대체 왜 갑자기 자유요리를 하는 건지 궁금한 파. 다른 하나는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기 시작한 파.
양쪽 다 타당한 동기를 가진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나, 아쉽게도 박예휘 선생님은 그 어느 쪽에게도 대답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자,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시작합시다. 재료실 위치는 다들 알죠? 미리 얘기는 해놨으니까 가서 개인별로 재료를 받아오면 됩니다. 완성되면 보고 없이 바로 제출해도 좋아요."
그리고 선생님은 의자를 가져와 중앙조리대 뒤에 착석. 아이들 사이로 오가는 술렁임이 더욱 크기를 불렸다. 하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아이는 0명. 당연하다. 이 짧은 시간만에 메뉴를 정한 녀석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난 다르다. 대비할 시간은 이미 충분히 있었으니까.
"나 다녀온다."
"뭐꼬."
"벌써 정했어?"
"어. 너희도 빨리 메뉴 정하고 받으러 와라. 애들 몰리면 재료 받기 빡세."
조원을 위한 충고도 해줬으니, 이만 가보실까.
***
다른 선생님의 도움으로 재료실에서 필요한 재료를 전부 챙긴 내가 실습실에 돌아왔을 때쯤, 비로소 다른 아이들도 한두 명씩 뒤를 이어 재료실로 발을 옮기는 게 보였다.
내 자리로 돌아왔을 때엔 이미 대부분의 학생이 자리를 비우고 재료실로 달려간 상태. 지금쯤 북적거리기 시작했을 재료실의 모습을 상상하며 빨리 다녀와서 다행이었다.
"근데 넌 왜 아직 여기 있냐."
"…… 메뉴가 생각 안 나서."
그런데 철정이 녀석은 늦장을 부리는 건지, 아니면 정말 잘 생각이 안 나는 건지 인상을 잔뜩 쓰고는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빨리 안 가면 줄 엄청 길어질걸?"
"알고는 있는데…… 아, 모르겠다. 일단 가면서 생각할래."
"그래, 줄이라도 서 있어라."
이런 상황에는 빨리 움직일수록 좋다. 재료도 재료지만, 일단 수량이 한정된 조리도구 같은 것도 먼저 챙길 수 있으니까.
이제야 재료실로 향하는 철정이를 배웅한 뒤, 나는 가져온 재료와 조리도구를 조리대 위에 정리했다.
돼지 안심, 프로슈토, 양송이, 치즈, 시금치, 계란, 밀가루, 빵가루.
들어가는 재료는 몇 안 되는 전통 프렌치지만,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사족을 못 쓸 요리. 코르동 블르Cordon bleu. 내가 만들 메뉴의 이름이다.
먼저 깊이가 깊은 팬에 기름을 채우고 불을 지핀다. 세기는 적당히 약하게. 밑준비가 끝나면 바로 튀길 수 있도록, 시간에 맞춰 알맞은 온도로 달아오르게끔.
"그리고……."
다음에는 돼지 안심에 칼집을 내어 반으로 가른다. 자르는 게 아니라 책을 펼치는 것처럼. 두꺼운 부분이 균일하게 얇아지도록 칼집을 내어 펼치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동그란 막대 모양이던 돼지 안심은 넓은 사각형 모양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두꺼운 고기를 얇게 저며 넓히는 작업을 양식에서는 나비가 날개를 펼치는 모양 같다고 하여 버터플라이라고 부른다. 한식에서도 소갈비 등의 고기를 길게 펼칠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두꺼운 행주를 밑에 갠 도마에 랩을 씌운 뒤, 그 위로 버터플라이한 안심을 올린다. 그 다음 고기망치로 안심을 난타. 최대한 두께를 얇게 만들되 고기가 찢어지지 않게끔 주의한다. 돼지 안심은 질기지만 고소한 맛이 일품인 부위. 이렇게 조리하기 전에 망치질을 해주면 부드러워지는 데다가 간도 잘 밴다.
─쾅! 쾅!
'소리가 좀 크긴 하지만…….'
도마 밑에 갠 행주 덕에 소리가 많이 죽어서 이 정도지, 이게 없었다면 알루미늄 조리대가 깡깡 대는 소리가 에누리 없이 우리 모두의 고막을 괴롭혔을 것이다.
잘 펴진 고기 위에 소금과 후추를 골고루 뿌려준 뒤, 잠시 다른 곳으로 빼서 간이 밸 시간을 주고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양송이를 7:3 정도의 비율로 나누어 7은 곱게 다지고, 3은 적당히 볼륨감 있게 썰어 후자를 먼저 볶아준다. 물론 간은 필수.
그다음에는 잘게 다져놓았던 양송이 차례. 기름을 둘러 볶은 앞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팬에 버터를 두르고 볶아주다가, 중간에 소량의 생크림을 넣고 시간을 들여 크림과 버터의 수분기가 증발해 꾸덕해질 때까지 볶아준 뒤 블렌더에 넣어 갈아서 식히면 버섯은 끝.
시금치는 잘 씻어 데쳐주고 키친타월로 꾹 짜서 물기를 없애준다.
'준비 끝. 바로 시작하자.'
간이 밴 안심 위로 준비한 밑재료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비유하자면 고기로 만드는 김밥일까.
안심 위로 얇고 넓은 햄인 프로슈토를 빈틈없이 깔아준 뒤, 다시 그 위에 볶은 양송이를 섞어 잼을 바르듯 발라 시금치와 치즈를 얹는다.
그다음은 고기 아래에 깔린 랩을 이용하여 내용물이 빠져나오지 않게끔 잘 말아준 뒤 그대로 고정.
'접합부에 밀가루를 좀 발라줬으니 쉽게 떨어지진 않겠지.'
이제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묻혀 튀기기만 해주면, 비로소 내 메뉴가 완성된다.
비로소…… 라는 단어를 쓰기엔 일련의 과정이 너무 빠르긴 했지만, 뭐 아무려면 어떤가.
'사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만든 것도 아니고.'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그저 메뉴 구성에 그렇게 큰 힘을 쏟지 않았다는 뜻일 뿐.
그 증거로, 내 코르동 블르를 먹은 선생님의 반응도 꽤 괜찮은 축에 속했다.
"음, 소고기 대신 돼지안심을 써서 만든 코르동 블르네요. 지방이 거의 없는 대신 육향이 강한 부위를 썼고, 부족한 지방의 감칠맛을 버터와 크림으로 대체했군요. 버섯도 두 가지 방법으로 볶아 식감이 다양하고 치즈와 시금치의 궁합도 훌륭해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들어가도 좋아요."
혹평이 거의 없는 칭찬일색. 반 아이들 대부분이 한 번씩은 박예휘 선생님에게 쓴소리를 들었던 전적이 있는 만큼 나를 향한 아이들의 시선에 선망의 빛이 섞여 있는 게 느껴졌다. 이건 아마 요 근래 유명해진 탓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물론 박예휘 선생님이 시식을 하며 호평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는 평범하게 호평과 혹평을 번갈아 들은 학생도 있었지만, 나와는 정반대로 혹평만 잔뜩 들은 학생도 있었다.
그리고 그 혹평으로 바가지를 쓴 학생 중 한 명이, 바로 지금 내 맞은편에 서 있는 철정이 녀석이었다.
"어우, 아직도 귀가 아프다."
"잘 좀 하지 그랬냐."
"뭐 나는 못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 그냥, 좀 잘 안 풀려서 그래."
"진짜 괜찮은 거 맞지?"
"괜찮대도."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탓에 미관적인 관점에서는 실패작에 가까운 크림 라비올리를 몇 차례 뒤적인 김철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뭘 하려고 저러시는 건지는 몰라도, 나는 꽝이겠다."
"…… 글쎄다."
좌절한 기색이 엿보이는 말. 평소 같았다면 아마 그럴 것이라며 위로와 동조를 표해주었겠으나, 아쉽게도? 오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내 애매모호한 답변에 김철정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번에도 녀석의 질문을 받아줄 여유는 없었다. 박예휘 선생님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으니까.
"자, 평가가 끝났습니다. 음, 여러분 모두 실력이 예전 같지 않네요.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훌륭해졌어요.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고생 많았습니다."
치하와 함께 짧은 박수를 치는 선생님. 확실히, 가장 먼저 요리를 끝낸 덕분에 다른 아이들을 찬찬히 관찰할 시간이 생긴 나 또한 비슷한 감상을 느꼈다. 전체적인 수준이 방학 전에 비해서 월등히 올라가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자신에게 이목이 완전히 집중됐다는 것을 확인한 선생님이 뒤이어 말했다.
"이번 전공탐색 수업은 1학기 때 여러분이 했던 4인 1조 학습과는 달리, 학급 전체를 두 조로 갈라서 수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늘 수업도 새로 생기게 될 각 조의 조장을 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발언에 아이들이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 향하는 몇 쌍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딘가 납득하는 기색이 담긴 시선. 요리 실력으로 조장을 가르는 것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는 걸까. 다들 천성이 대단하다 싶다.
'근데 그게 아니란 말이지…….'
아마 다른 아이들도 지금부터 알게 될 것이다. 이 수업이 왜 지옥주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말이다.
"각 조의 조장은 제 평가에 따라 뽑았습니다. 앞으로 2주 동안 여러분이 속한 조를 이끌어갈 조장의 이름이니, 실습 때에는 조장의 지시가 제 지시라 생각하고 잘 따라주길 바랍니다. 발표합니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실습실을 메아리치고, 박예휘 선생님의 입에서 두 사람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A조 조장, 김철정. B조 조장, 최유성. 앞으로 나오세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소리 없는 경악이 흘러나왔다.
왜냐하면, 그들은 분명 선생님의 시식 평가를 받으며 분명 엄청난 혹평을 듣고 실습실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든 장본인이니까.
하지만 놀라기에는 이르다. 지옥주는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으니까.
앞으로 다가올 참혹한 대결구도를 예상하며, 나는 남몰래 쓴웃음을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