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요리고 고인물-100화 (100/403)

100. 낡은 인연.-6-

남자들은 종종 이해하지 못할 일에 목숨을 걸 기세로 임할 때가 있다.

남들이 볼 때는 굉장히 멍청해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일에 죽어라 달려드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게임이 될 수도 있고, 내기가 될 수도 있고,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욕구가 좋은 결과를 불러올 때도 있지만, 반대로 참혹한 결말이 도래할 때도 있는 법. 이 상황을 표현하자면 단연코 후자의 경우였다.

"무, 뭘 먹었다고?"

"그게……."

어제저녁, 지금 쓰러져 있는 세 명의 남학생과 행동을 같이하던 대회반 3학년 중 유일한 여학생인 최여린이 아침 새벽부터 병원으로 달려온 차운배에게 이야기한 내용은 이러했다.

중국 야시장에서는 종종 혐오식품이라 불릴만한 괴상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곤 한다.

물방개 꼬치구이, 전갈 꼬치구이, 잠자리 구이. 그 외에도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아지는 괴상한 음식 등등.

우습게도, 이런 식품은 오히려 자국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소비하고는 한다. 중국의 문화를 잘 모르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호기심 끌기용 상품인 것이다. 멀쩡하게 생긴 식재료가 그토록 많은데 왜 굳이 곤충을 주워 먹겠는가.

물론 그들도 장사를 하는 것이니 나름 깨끗하게 키운 식용곤충을 이용한다지만, 몇몇 일부의 양심 없는 가게에서는 위생을 지키지 않고 사육한 벌레를 식용으로 사용한다.

그들은 그런 양심불량 매장에 운 나쁘게 걸려든 것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벌레를……?"

"그러니까요."

어이가 없다는 듯, 넋이 나간 표정을 지은 최여린이 자기도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늘어놓았다.

시작은 단순한 장난이었다.

그냥,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음식을 찾은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겨 곤충꼬치를 하나 샀다, 그중에서도 하필 위생적이지 못했던 비식용곤충으로 만든 것을.

그 뒤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남학생들은 서로 모여 그것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다음 날 점심내기를 했고, 전 부장이었던 한석준과 최여린을 제외한 다른 세 명은 질 수 없다며 그것을 먹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그리고 승부욕은 남자를 죽인다.

그들은 말 그대로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리고 만 것이다.

모든 일의 전말을 들은 차운배는 안 그래도 요즘 들어 점점 가늘어지기 시작한 모발을 거칠게 부여잡으며 절절한 탄식을 흘렸다.

"세상에 맙소사……."

그나마 불행 중 다행히도 엑스포 측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거주하던 안영길 일행은 상주하고 있던 의료진의 처치를 받아 벌써 나름 상태가 호전되어가고 있었다.

발열이 없는 두통, 복통, 구토, 설사. 이 증상을 보고 단번에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라는 것을 알아맞히고 재빨리 나선 한석준의 활약도 있었다.

위세척과 관장도 끝마쳤고, 지금은 수액과 항생제를 맞으며 정양 중인 학생 세 사람은 늦어도 내일 저녁 정도면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하지만…….

"선생님. 저희, 내일 어떡하죠……?"

"……."

엑스포의 시작은 당장 내일로 다가온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일은 각 팀의 라이브 요리쇼가 예정되어 있다. 라이브 요리쇼는 그다음 날 이어질 관객참여 행사에 앞서 안 그래도 부족한 팀의 인지도를 상승시킬 중요한 기회인데,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게 될 판이다.

'이대로 가다간…….'

반년 동안 이들이 일군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될지도 모른다.

그 끔찍한 상상에, 차운배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난리래."

"모르겠는데."

시간이 조금 지난 아침.

호텔 조식 뷔페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인솔자인 박예휘 선생님의 말에 따라 호텔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 중이었다.

분명 어젯밤에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오늘은 아침 일찍 나가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에 갈 예정이라고 했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이렇게 열 시가 다 되도록 방에만 박혀서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다.

침대에 가만히 앉아 핸드폰을 두드리고만 있기도 싫증이 났는지, 아이들은 하나씩 일어나 군소리를 뱉기 시작했다.

"안 오시네, 선생님.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되지?"

"글쎄. 선생님 표정 심각하던 거 보면 무슨 일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창민이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할 때가 아니면 항상 잔잔하게 웃고만 다니시는 박예휘 선생님이 그렇게 인상을 팍 쓰고 돌아다니실 정도면 아마 보통 일은 아닐 터.

자기가 한 말이 마음에 걸린 듯, 여준기가 미심쩍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교감 선생님도 안 보이지 않았어?"

"아까 밥 먹을 때 2학년 선배들 말 들어보니까 새벽에 무슨 전화 받고 급하게 나가셨다더라."

"진짜로?"

"어."

이건 내가 최윤재 선배한테 직접 들은 것이다. 시끄러워서 일어나 보니 교감 선생님이 황급히 나가시는 걸 봤다던가.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이 근심으로 물들었다.

혹시 자기들이 모르는 곳에서 사고라도 난 것인지, 그렇다면 사고가 난 게 누구일지, 우리의 여행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런 고민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났다. 문에 가장 가까웠던 준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그곳에는 마침 방금 이야기가 나왔던 박예휘 선생님이 굳은 표정으로 서 계셨다.

준기는 바로 문을 활짝 열며 들어오시라는 시늉을 했지만,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급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나갈 준비 하고 문 앞에 모여라.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하니 서두르고."

방에만 있어 몸이 결릴 지경이었던 우리로서는 환영할 만한 이야기였으나,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했다. 아무리 보아도 원래 예정이던 임시정부 청사에 갈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다른 아이들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의아한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저, 선생님. 저희 어디로 가는 건가요?"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여준기의 질문에, 선생님은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을 내놓았다.

"병원. 검사 예약해놨으니 서둘러서 출발해야 한다."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엑스포 현장 근방의 한 병원.

간단한 검사가 끝나고 한 자리에 모여 앉은 찬혁을 비롯한 학생들은 이곳으로 이동하던 중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믿기지 않는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상에, 식중독이라니……."

"그것도 3학년 중에 셋이나 병원에 있다고?"

게다가 그 세 명이 이 병원에 임시로 입원하고 있다니. 그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확실히 여름이 식중독에 취약한 계절이기도 하고, 특히 상하이처럼 덥고 습한 기후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더욱 늘어나니, 찬혁과 일행 또한 식중독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왔다. 그럼에도 일어난 대형 사고에 찬혁은 속으로 한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진짜로 식중독 환자가 생길 줄이야.'

다행히 증상이 그리 심하지는 않아 내일 저녁쯤에는 문제없이 멀쩡하게 퇴원할 수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게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럼 엑스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교장 선생님까지 해도 여섯 명인데, 그중 반이 없으면 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잖아."

"와, 설마 엑스포 못 나가는 건가?"

"아니, 억지로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

서로 침울해진 표정을 지은 학생들 사이로 오가는 부정적인 대화를 찬혁은 말릴 방도가 없었다.

푸드 엑스포를 위해 3학년들이 쏟은 시간이 대체 얼마인가. 그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실수로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였다. 부정적이지 않은 편이 이상하다.

'젠장,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상황이 천길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찬혁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듯 얼굴을 가렸다.

'…… 길을 찾아야 돼.'

방법이, 필요했다.

한편, 그런 학생들이 모인 대합실과 그리 멀지 않은 복도에 모여 있던 학생들의 인솔자인 안영길, 차운배, 박예휘는 더없이 진중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학생들이 검사를 마치고 약 한 시간. 간단한 검사이기는 했지만, 학생들에게서 발견된 식중독 균은 위험수치에 달해 있지 않았다. 다행히, 어제 야시장 탐방을 갔던 이들 중에서 문제가 생길 확률은 굉장히 낮아졌으나, 그들은 좀처럼 침중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제가 모자라서 그만……."

결국, 감정을 견디지 못한 차운배는 식은땀을 폭포처럼 쏟아내며 안영길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자신이 어제 야시장에 가자던 제안을 거절했다면, 3학년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통제를 더욱 확실하게 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그를 뭉갤 듯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과를 들은 안영길은 고개를 저으며 연달아 허리를 굽히는 차운배를 멈춰 세웠다.

"그러지 마세요. 저도 책임이 있습니다. 3학년 학생들을 야시장에 같이 데리고 가달라고 말한 건 저 아닙니까. 사과는 제가 해야겠지요. 저희를 믿고 맡겨주신 학부형님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박예휘가 그 말을 거들었다.

"맞습니다, 교감 선생님. 다행히 다른 학생들에게서는 식중독균이 검출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장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고객에게 저런 음식 같지도 않은 음식을 판 상인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죄책감을 감추지 못하는 차운배를 향해, 안영길은 괜찮다며 어깨를 두들겼다. 그 상냥한 손짓에 차운배의 눈에 번들거리는 물기가 서린다.

학부모의 믿음, 학생들의 건강, 학생들의 꿈과 노력.

자신의 실수로 그 공든 탑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 새벽에 보았던 최여린의 흔들리는 눈빛이 뇌리를 스칠 때마다, 차운배는 자신의 가슴 또한 무너지는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아이들도 내일 저녁이면 멀쩡히 나을 거라고 하니, 너무 상심하지 맙시다. 그것보다 지금은 내일 엑스포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중요한 일이에요. 그걸 해결하는 게 학생들을 위한 일입니다."

"…… 예, 알겠습니다."

"좋아요."

끝끝내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은 차운배가 고개를 들자, 안영길은 잘 생각했다며 웃음으로 그를 반겼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말은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고 하였지만, 대체 이 상황을 어찌 풀어나가야 한단 말인가.

당장 엑스포 개최는 내일이고, 학생들은 1일차 행사가 다 끝난 다음에야 채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사방이 막혀 어디로도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할아버지!"

그때였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놀라서 고개를 돌린 안영길을 비롯한 교사들의 시선에, 대합실로 이어진 복도 끝에서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두 명의 학생이 보였다.

한 사람은 안영길이 아끼는 소중한 손녀이자 현 대회반 부장, 안효민.

그리고 또 한 사람은, 현재 1학년 팀장을 맡고 있으며, 안영길 자신이 다음 대 대회반 부장의 재목으로 꼽고 있는 학생인 류찬혁.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 두 사람의 모습에 깜짝 놀란 교사들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냐.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래도."

평소에 본인의 학습 지침으로써 굳게 지켜온 경어마저 내려놓은 안영길에게, 찬혁을 마주 본 효민은 굳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왜 그러니? 혹시 그쪽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게냐?"

"아뇨. 그게 아니라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그 곧은 눈빛에, 안영길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담아 말해 보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끼리 이야기해본 건데요. 3학년 복귀는 빨라도 내일모레죠?"

"그렇다만…… 잠깐, 아가야. 너희 설마……?"

안영길의 의심 섞인 물음을 그대로 깨부수듯 안효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그 하루. 저희가 대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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