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낡은 인연-4-
불야성不夜城이라는 말이 있다.
밤이 오지 않는 도시라는 뜻으로. 한서지리지라는 책에 옛 중국 동래군의 어떤 도시가 밤이 되어도 해가 떠 있어 밝았다고 적힌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옛날 밤에 쓸 조명이라고는 호롱불 정도가 전부였을 시절에 대체 어떤 광경을 봤기에 불야성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나는 그 옛날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잠겨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여러분. 타이핑太平 야시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 쩐다."
"이게 다 뭐냐."
마치 제 할 일을 마치고 서쪽으로 떨어진 태양을 다시 가져와 붙들어 놓은 것 마냥 사방을 밝히는 수백, 수천, 수만 개의 연등과, 그 아래에서 밤낮을 잊어버린 것처럼 커다란 목소리를 쩌렁쩌렁하게 내뱉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
수십 개나 되는 야시장 입구 주변을 빽빽하게 메운 인파가 마치 거대한 뱀이 제 굴로 들어가는 듯 움직인다.
차에서 내려 야시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것 같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은 휘둥그레진 눈과 쩍 벌린 입을 감출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하하. 다들 너무 놀라는 게 일러요. 이 정도면 아직 빙산의 일각이니까요."
우리의 그런 반응이 재밌었는지, 심권오 가이드는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 앞으로 나섰다.
"일부가 이렇게나 많은 거예요? 돌아다닐 수는 있는 거죠?"
한 학생이 불안해하며 그렇게 묻자 그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개시한 지 얼마 안 돼서 입구 쪽에 사람이 몰려서 그렇지,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한산할 겁니다. 아마 그쪽도 금방 차겠지만, 못 돌아다닐 정도는 아닐 거예요."
학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심권오 가이드였으나, 솔직히 나는 그 말을 반신반의 하고 있었다.
'글쎄, 어떠려나…….'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상하이에 온 게 처음이 아니다. 회귀 전에는 나름 업무 차 종종 들러본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상하이의 야시장에 들려본 적도 없지 않다.
'뭐, 여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건대, 아마 저 말은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이 좋다.
중국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 중 결코 믿으면 안 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산하다.'는 말이다.
'중국 기준으로 한산하다는 말은 우리나라로 치면 만원보다 조금 못한 거지.'
다시 떠올려도 재미는 둘째 쳐도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회귀 전 사건을 되새기며, 나는 뻐근해지기 시작한 목덜미를 주물렀다.
"제 뒤로 두 줄로 서주세요. 지금부터 입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에 도착하여 합류한 3학년 선배들을 포함한 마지막 인원 및 소지품 검사가 끝나고, 비로소 입장할 때가 되자 학생들의 기대감이 점점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심권오 가이드 또한 꼭 공기가 들어차기 시작한 풍선 같은 모습에 이들을 더 이상 제자리에 가만히 있게 하는 것도 무리다 싶었는지 서둘러 아이들을 줄 세웠다.
그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짝지어 서는 아이들. 제식 훈련을 받은 군인을 방불케 할 만큼 재빠른 몸놀림에 혀를 내두르며 맨 뒷줄로 따라붙은 그때,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가 내 옆자리를 채웠다.
"왔어?"
"아, 응."
백예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묘하게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가 내 마중에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2, 4, 6, 8…… 다 섰군요. 그럼 입장합시다. 떨어지지 않도록 잘 따라오세요."
우리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줄서기가 끝난 것을 확인한 심권오 가이드가 출발 신호를 주자, 학생들이, 특히 여태껏 격한 연습에 시달린 3학년들이 활기차게 대답하며 그 뒤를 따른다.
"가자."
"……."
그 행렬에 뒤처질 새라 서둘러 걸음을 옮기며 백예은을 재촉하니, 녀석은 대답 없이 수줍은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얘가 원래 이런 느낌이었나.'
아까 호텔에 있을 때도 그렇고, 왜 이러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네.
뭔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야시장 체험이 막을 올렸다.
***
야시장의 상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답을 말하자면 그건 다름 아닌 돈이다. 본디 장사라는 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 저들이 이 무더운 여름날에 저 작은 천막 안에서 불을 다루며 진땀을 빼는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과정이다.
사람이 가득 들어차 안 그래도 소란스러운 야시장 속에서 고객이 자신의 상품에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속된 말로 어그로를 끌어야 한다.
여기서 야시장과 여타 식당 사이의 차이점이 생겨난다.
멋진 건물이나 간판을 떡하니 달아놓을 수 있는 식당과는 달리, 딱히 멋을 부리기도 힘든 천편일률 한 천막. 여길 보나 저길 보나 거기서 거기 같은 야시장 속에서 고객의 주목을 끌기 위해 상인들은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방법에는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간단하며 효과가 빠른 것은 다름 아닌…….
『여기 한 번 보고 가세요! 맛있는 양꼬치가 한 판에 40위안! 5달러!』
『산지직송 과일컵 팝니다! 시식 자유! 한 번 맛보고 가세요!』
『거기 여러분! 상하이 오신 김에 기념품 어떻습니까? 전통 장신구 싸게 팝니다!』
말이다. 한번 말하는 데에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큰 수고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 말이야말로 상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광고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시끄러워……."
"그러게나 말이다."
별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한 소음공해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 소음이 많고, 일행끼리 의사소통이 되질 않으니 서로 목소리를 높인다, 그 높인 목소리에 묻히지 않기 위해 상인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악순환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에게 있어서 중국어는 그 특유의 성조나 강조 탓에 특히 시끄럽게 느껴지는 언어이니. 아무리 상인들이 짧은 외국어를 종종 섞어가며 외친다 하더라도 귀가 받는 피로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야시장 상인들의 각축전 속을 걷던 나는, 인상을 쓰며 방금 산 따끈따끈한 양고기 찹스테이크를 철근이라도 씹듯 아득바득 고기를 우물거리는 백예은에게 시선을 돌렸다.
'얘도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게 있던 모양이긴 한데…….'
아무래도 이런 소란 속에서 자기가 하고픈 말을 꺼내 놓기는 힘들었는지, 지금은 그저 뾰로통해진 얼굴로 미식에 심취해 있을 뿐이었다.
땀내 나는 남정네랑 둘이 같이 다니는 것보다야 낫다 싶긴 하지만, 뭔가 물과 기름을 한 곳에 따라놓은 것 마냥 붙어 다니면서도 서로 섞이지 않는 느낌이 묘하게 다가왔다.
'다른 애들은 뭐 하고 있으려나.'
지금 우리 대회반 학생들은 각자 자유 시간을 갖고 야시장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있었다.
물론 반드시 두 명 이상 모여서 같이 다니라든지, 밤 열 시까지 우리가 입장했던 게이트 앞에서 모이라든지, 이것저것 지켜야 할 사항이 많긴 했지만, 어쨌든 잠시나마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기쁜 제안이었으리라.
"…… 혁아."
그렇게 소음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잡념에 빠져 걸음을 이어나가던 도중, 여태껏 음식을 먹느라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백예은이 갑자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 불렀어?"
소란스러운 탓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칠 것 같은 목소리였다.
다행히 그 목소리를 잘 잡아채어 백예은에게 시선을 돌려 보니, 녀석은 어느새 제법 양이 되던 찹스테이크 한 팩을 깔끔하게 비우고는 여전히 불만스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다 먹었어? 자. 여기 넣어."
"…… 고마워."
만일을 위해 가져왔던 쓰레기 처리용 봉투가 빛을 발했다.
녀석을 향해 그 봉투를 벌려 보이자, 백예은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미안한 눈치를 보내며 조심스레 자신이 들고 있던 쓰레기를 봉투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짧은 침묵.
뭔가 대화의 물꼬를 틀만한 화제가 없나 고민하던 와중에, 다시금 백예은이 내게 말을 건넸다.
"중국어. 잘 하네? 언제 배운 거야?"
"응? 아. 그거."
별 시답지 않은 화제였다. 아마 방금 찹스테이크를 살 때 내가 옆에서 주문을 도와줬던 걸 보고 하는 말이겠지. 회귀 전에 배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대충 둘러대며 그 질문에 답했다.
"왜, 대회 우승하고 부상으로 여행권 받았을 때부터 조금씩 공부했어. 간단한 인사말이나 주문하는 말 정도만 알고 있어도 여행 갔을 때 되게 편하거든."
"그랬구나. 혁이는 여행 많이 다녀봤나 봐?"
"아니. 처음이야. 지금 한 말도 인터넷에서 들은 거고."
"뭐야 그게. 그런 것치곤 엄청 익숙해 보이던데?"
뭐가 그리 우스운지 뾰로통하던 얼굴은 어디 가고 입을 가린 채 쿡쿡대는 녀석을 보며 나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뭐라도 먹인 덕분일까, 이제야 좀 기분이 풀린 것 같아 보여 마음이 놓였다.
'또 뭣 좀 먹여야 하나. 기분 좋아 보일 때 미리미리 넣어둬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것 같은 발상이긴 했지만, 워낙 먹을 걸 좋아하는 녀석인지라 나름 설득력이 있는 발상이었다.
"다른 거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저기 찐빵이나 소룡포 파는 가게도 있는데. 아, 멘보샤 가게도 있다."
"진짜?! 어디?!"
오, 역시 효과 좋구만.
중국어 간체로 써진 간판을 대강 읽고 말해 준 것에 눈이 돌아간 백예은을 보며 웃기도 잠시, '앗.'하고 몸을 흠칫 떤 녀석이 이내 새초롬해진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며 투덜댔다.
"혁이 눈에는 내가 그렇게 먹을 것만 좋아하는 애로 보여?"
"어."
"어? 어라고 했어?"
너 스스로를 알아라. 그런 마음을 담아 아무 말도 없이 빤히 바라봐주자 결국 백예은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
"…… 그야, 조금 좋아하긴 하지만……."
조금?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래도 뭐, 이게 이 녀석 나름의 겸양이겠지. 뾰로통하게 부푼 뺨을 숨기려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손을 앞으로 모으고 만지작거리는 백예은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렸다.
"좋아하면 그냥 좋아한다고 말해.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나도 좋아하는 걸 하려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온 몸이다. 이제 와 누가 무엇을 좋아하든 인륜에 어긋나는 것만 아니라면 그건 내가 무어라 할 게 아니다. 그 누구도 말이다.
"아, 으…… 머, 머리 헝클어지잖아!"
"뭐 헤집기라도 했냐. 알겠어, 미안하다."
"미안할 건…… 아니, 알면 됐어."
온 힘을 다해 머리를 도리질하며 내 손을 떼어낸 녀석이 두 손으로 제 머리를 쓸어내리며 투덜댔다. 여자 머리는 함부로 만지는 거 아니랬는데, 너무 올리기 딱 좋은 위치에 있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고 말았다.
"머리 다 엉켰어……."
아니, 나 건들기만 했는데.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변한 것처럼 보이는데 자기가 만지면 다른 건가.
머리를 매만지기를 끝낸 백예은이 연등의 주홍빛과 같은 색으로 물든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저기, 말하고 싶은 게 있다고, 내가 그랬잖아?"
"어."
"그게, 무슨 이야기냐면……."
방금 호텔에서 보았던, 녀석답지 않게 물기 어린 눈. 그 눈빛으로 전해지는 묘한 압박감에 무심코 나도 긴장했다.
몇 차례나 심호흡을 반복한 백예은이, 이내 각오를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우리 언니가 집에 왔었어. 저번 주에."
"언니? 아, 백하은 쿡 말이구나."
"응. 저번에 말해 줬잖아. 안가람에서 일하다 만났다고."
확실히, 그랬었지.
휴일 전날 밤에 전화하다 보니 어쩌다 꺼낸 화제였다. 내 기억으로는, 그때 이 녀석은 제 언니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아니, 아예 하지 않았다. 그냥 간단한 안부 인사 정도만 전해달라는 말을 빼면.
'근데 왜 갑자기 백하은 쿡 이야기를 하는 거지?'
자기 가족 이야기라곤 평소에도 전혀 하지 않는 녀석이라 이야기를 잘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일단은 잠자코 듣고 있기로 했다.
"4년 만이었어. 언니 얼굴 본 거."
"…… 4년?"
"응. 별로 사이가 안 좋거든. 나랑 언니."
그야 살기 바쁠 때에는 타지에 있는 가족 얼굴 보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고작 사이가 안 좋다는 이유로 4년씩이나?
'백하은 쿡, 동생을 싫어하는 것 같진 않던데.'
동생에게 마음의 짐을 느끼고 있기는 할지언정, 결코 이 녀석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애당초 싫어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짐을 느낄 이유는 없으니까.
"갑자기 찾아와서 깜짝 놀랐어.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
"언니랑 밤새 얘기했어. 못한 시간만큼, 정말로 오랫동안. 결국 서로 할 말이 떨어져서 나중에는 했던 말만 반복하긴 했어도, 재밌었어."
"잘됐네."
사람은 오래 떨어져 지낼수록 서로와 나눌 말이 없어진다. 공감대, 경험, 친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의 접점이 떨어져 갈 뿐이니까.
그런데, 우습게도 이 자매에게는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맞댈 수 있는 접점이 있었다.
"근데 언니가 네 이야기를 하더라구. 같이 주방에서 일한 거랑, 계절 특선 메뉴 만든 거랑…… 나도 네 이야기를 하니까, 언니가 나중에 만날 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더라."
"…… 그러냐."
뭔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 이야기가 오갔다는 말을 들으니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색한 자매 사이를 나아지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하니 마냥 싫은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부른 거야. 고맙다고 하려고. 언니도, 나도."
"그렇게 말해 주니 나도 고맙긴 한데, 그건 내가 감사받을 일은 아닐 거야."
"응?"
"다시 가족에게 다가갈 용기를 낸 건 네 언니고, 그걸 물러서지 않을 용기를 낸 건 너니까. 나는 그냥 작은 계기지. 나보다 고마워해야 할 건, 서로와 자신이야."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멀어져만 가던 나와 가족 사이의 매듭을 다시 지어준 건 사장님이었고, 나는 그냥 수혜자였으니까.
그에 비해, 이 두 자매는 적어도 그때의 나보다는 더 훌륭한 사람들이다.
머쓱해진 기분을 추스르며 꺼낸 말에, 백예은은 배시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도, 고마워."
"…… 그래."
그리고, 침묵.
뭔가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한 탓에 이다음 이어나갈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어쩌지 이거. 남이랑 이런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라 되게 어색한데.
백예은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인지, 제 할 말을 끝내고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아무 말도 없었다.
한 블록, 두 블록.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야시장 골목을 재주 좋게 빠져나가는 우리. 하지만 그 긴 거리를 걷는 동안 우리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때였다.
"아, 동생! 찾았잖아! 같이 다니기로 한 약속은 어쩌고 사람을 바람맞혀!"
구원의 동아줄이 내게 닿는 순간이었다.
"선배! 잘 오셨습니다! 같이 다니죠! 어디부터 가실래요? 시장하진 않으십니까?"
"어, 어? 뭐야?"
그 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나를 보며, 효민 선배가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