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낡은 인연.-1-
반쯤 타의로 하게 된 하숙 생활을 청산하고 대략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1학기 기숙사 생활에 이어 안씨 남매와 함께 지낸 하숙까지.
그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던 집에 도착한 내가 한 행동은 굉장히 간단했다. 휴식. 그저 그뿐이었다.
"으아…… 잘 잤네. 몇 시지?"
불을 꺼놓은 탓에 어두컴컴했던 방에서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최근에는 침대에서만 잤기에 바닥에 요를 깔아놓고 자는 느낌이 뭔가 어색했다.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조금은 익숙해질까 싶었는데, 이상하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6시네……."
오해하지 말자. 오전이 아니라 오후 여섯 시. 즉 1800 마이…… 아니, 굳이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나중 가면 다 알아서 쓰게 될 텐데.
아무튼, 그러했다.
어젯밤. 아니, 어젯밤도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 새벽 서너 시. 슬슬 아침 햇살이 창문을 들여다볼 때쯤 잠든 여파가 그대로 몰려오고야 말았다.
"이러다 바이오리듬 틀어지면 고치기 힘든데."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좀처럼 제시간에 자고 일어나길 거부하고 있었다. 거의 온종일 어디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고만 있으니, 어쩔 수 없나.
"아무도 없나?"
암막이 짙게 드리운 방에서 나온 나를 고요한 거실이 맞이했다.
거실, 화장실에 방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작은 공간 세 곳이 전부인 집에서는 자는 이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린다. 그런데 이 정도로 조용한 것을 보면 지금은 다들 나가 있나보다.
"어머니는 일하는 중이실 테고, 주아는…… 아. 걔 이번 방학 때는 학원 다닌다고 했지."
장학금과 대회반 보조금 덕에 내 학비는 거의 없는 수준이 됐다. 거기다 준비물이니 뭐니 하는 건 내 돈으로 충분히 가능하기에 남는 돈은 주아 녀석의 학원비로 변했다.
미술 학원이라. 주아 녀석이 꼭 도전해 보고 싶다며 사정하는 것을 이기지 못한 어머니와 나, 두 사람 모두 수긍한 것이다.
어머니든 주아 녀석 본인이든 지금은 결코 모를 사실이겠지만, 주아 녀석은 제법 미술에 소질이 있는 녀석이었다.
누굴 롤 모델로 삼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방 썸네일 제작자,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지나 웹툰으로도 나름 성과를 올렸었으니까. 심지어 독학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들어가는 투자는 결코 아까운 일이 아니지.
'그리고…….'
회귀 전, 나 때문에 녀석한테 주어졌던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도 분명 사실이니까.
그래도 이제 그 사실에 미안함을 느낄 일은 없게 될 것이다. 적어도 예전처럼 장남 노릇도 못하고 가족한테 걸림돌이 되는 건 사양이다. 아버지도 안 계신 집에서 나라도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지.
"……배고프네."
젠장.
꼬르륵거리는 배가 감성 놀이는 때려치고 밥이나 먹으라고 아우성쳤다. 이놈의 몸뚱어리는 예전부터 눈치 없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몸이 시키는 대로, 무거운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밥이나 준비해야 하겠다. 두 사람이 귀가하기 전에 준비나 해놔야지.
"……쓰읍."
그런 생각을 하기도 잠시.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냉장고를 찾은 나를 반겨주는 것은 텅 빈 내용물과 덩그러니 붙은 포스트잇 한 장뿐이었다.
포스트잇에 정갈한 글씨체로 적힌 식재료 이름들을 찬찬히 살펴본 나는, 이내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 봐오는 거 깜빡했네."
자기 전에 어머니가 시키시긴 했는데. 망할, 되는 일이 없다.
장이나 보러 가자. 가는 김에 저녁거리도 좀 사서.
***
"다녀왔습니다."
장을 보고 온 뒤 저녁 식사 준비를 끝마쳤을 쯤. 마침 시간 맞춰 주아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귀가 시간이 겹쳤는지 어머니도 함께 계셨다.
"다녀오셨어요?"
"응. 뭐 하고 있었니? 좋은 냄새가 나네."
"저녁 준비하고 있었어요. 마저 준비해놓을게요. 씻고 오셔요."
"얘는, 그럴 필요 없대도."
내가 요 일주일 동안 정말로 시체처럼 지낸 건 아니다. 나름 방학숙제랑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고, 특히 저녁은 거의 내가 도맡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부담이 되지 않느냐며 미안한 눈치였지만, 집에 있는 사람이 이런 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뭐야? 뭐 맛있는 거 했어?"
"그래, 맛있는 거 했어. 너도 얼른 씻고 와서 밥 먹어."
"알겠어! 아, 맞다. 이거."
"뭐야?"
"멜론바."
"…… 네가?"
아니 세상에. 얘가 시키지도 않고 이런 걸 사오다니.
녀석이 넘겨준 편의점 마크가 찍힌 봉투를 얼떨떨한 표정으로 받자, 주아는 뭐가 그리 이상하냐며 역정을 냈다.
"내가 뭐!"
"아니, 미안. 고마워."
"어?"
아니, 넌 또 왜 놀라냐. 내가 고맙다고 한 게 그렇게 이상하냐.
어머니는 그런 우리를 보며 뭐가 그리 재밌으셨는지 쿡쿡 웃으셨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잔뜩 찌푸린 얼굴로 제 방으로 들어가는 주아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잠시 후.
세안을 끝마친 어머니와 주아, 그리고 나는 내가 준비한 요리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닭도리탕 했구나. 잘 먹을게."
"예. 아까 장 보러 나간 김에 보니까 생닭이 싸더라고요. 그래서 사 왔죠. 여름이기도 하고."
"웬일이야? 오빠 매운 거 싫어하잖아."
"그냥 했어. 먹기 싫음 말든가."
"잘 먹겠습니다!"
"…… 그래."
먹을 거 앞에서는 솔직해지는구나.
뭐, 나는 매운맛을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지만 어머니와 주아는 다르다. 매운 걸 잘 드신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기도 하고.
"와, 맛있다! 학교 급식에서 주는 거랑 완전 달라!"
"감자밥이랑 잘 어울리는구나. 아들 덕분에 매번 호강해서 어쩌니. 다른 아주머니들도 아들이 밥 차려준다고 하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그걸 생각하고 준비한 덕분인지 반응이 꽤 괜찮다. 순식간에 거덜나기 시작한 냄비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도 잠시. 들고 있던 수저를 잠시 자리에 내려놓은 나는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엄마. 왜, 저번에 말씀드린 거 있잖아요."
"응?"
"왜, 학교에서 간다고 했던 거요."
"아아, 그거 말이구나."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잠시 감을 잡지 못하시던 어머니가 이제야 생각났다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번 방학 때 예정되어 있던 큰 이벤트 두 개.
하나는 저번 주 갔었던 안가람에서의 방학 과제였다. 일주일 동안이나 타지 생활을 해야 하는 큰일이었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잘 마무리됐다. 그뿐이랴, 얻은 것도 굉장히 많다.
9월 초에 나온다는 먼슬리 푸드 트립에 실릴 기사와 그 자문료, 안가람에서 얻은 경험. 마지막으로 주방장님, 백하은 쿡을 비롯한 여러 쿡들과의 인맥. 특히 일주일 동안 친해졌던 몇몇 쿡에게서는 전화번호도 받았다. 백하은 쿡이나 김지성 쿡 등등에, 거기다 특히 날 마음에 들어 하시던 강진 파트장님 것까지.
아무튼, 잘 마무리 지은 이벤트는 잠시 넘겨두고, 지금 중요한 건 또 다른 이벤트다.
어찌 보면 내게 있어서 방학과제보다 더 중요한 이벤트, 상하이 푸드 엑스포. 그 시작일이 거의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출발은 수요일이라고 했지?"
"네. 푸드 엑스포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로 열리거든요. 그래서 수요일에 출발해서 월요일에 돌아올 예정이에요."
누군가에게 있어선 그곳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평생의 꿈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은 세계인의 요리 축제. 그게 바로 푸드 엑스포다.
'나야 출전이 아니고 관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영예로운 일인지. 전세계에서 모여들 기라성 같은 셰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흥분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어머니는 그런 내 속내가 훤히 보였는지 못 말리겠다는 미소를 지으셨다.
"얘도 참, 그렇게 좋니?"
"하하, 티 났어요?"
"그렇게 넋이 나가라 웃고 있는데 누가 몰라. 해외여행 못 가본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구."
"그래그래, 미안하게 됐다."
"…… 너 요즘 진짜 이상해."
께름칙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주아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수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잠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녀석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접시에 얼굴을 파묻고 있을 뿐이다.
"얘도 참. 그래, 네가 그렇게 좋아하니 엄마도 기분이 좋네."
"다음에 또 푸드 엑스포가 열리면 그때는 어머니랑 주아도 꼭 같이 갈 수 있게 해볼게요."
"굳이 안 그래도 된단다. 엄마는 아들이 이렇게 잘 커주기만 해도 좋아. 엄마는 마땅히 해준 것도 없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선…… "
아련한 눈빛을 향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어머니는 우리를 이제껏 키우시느라 충분히 고생하셨다. 이제부터는 내가 더 힘낼 차례다.
"아무튼, 이제 곧 출발하는 날이니까요. 미리 예정을 알려드릴 생각이었어요."
"음…… 필요한 건 없니? 국내가 아니라 해외면 준비할 것도 좀 많을 것 같은데. 요즘 보니까 옷도 좀 작더라. 새로 사야 하지 않겠어?"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 옷이 좀 작게 느껴지는 기분이긴 했다. 조리복이나 교복이야 미리 품이 큰 걸로 맞춰두긴 했지만, 그냥 옷은 회귀 후에 한 번도 새로 산 적이 없으니, 몸에 안 맞는 것도 당연한가.
"듣고 보니 좀 그런 것 같긴 하네요."
"그래, 잘 생각했다. 자, 이거 받으렴."
내가 그 말에 수긍하자,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게 내미셨다. 무엇인가 하고 보니, 저 시내에 나가면 있는 백화점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이었다. 설마 이럴 줄 알고 준비하고 계셨던 건가.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상금이랑 일하면서 받은 돈도 아직 많이 남았어요. 그걸로 사면 돼요."
"그러지 말고 받아. 생일 선물도 제대로 못 챙겨줬잖니. 가져가서 백화점에서 새 거로 몇 벌 사 입어. 여름옷만 사지 말고 가을 것도 같이 사고."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내일 한 번 가볼게요."
"그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건 쓰지 말고 간직해두자고 속으로 몰래 다짐하는 나였다.
"오빠~."
"……그래, 따라와. 네 것도 몇 벌 사자."
"아싸!"
곰곰이 생각해본 건데, 나는 아무래도 감성 같은 거에 취할 수 있는 팔자가 아닌 것 같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찾아온 출발 예정일.
"모이기로 한 곳이 7번 출입문 앞이라고 했었지?"
인천국제공항.
이른 새벽 집에서 출발한 나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가람에서 일할 때도 신세를 졌던 캐리어는 오늘도 제 속에 짐을 가득 이고 있었고, 덤으로 챙겨온 크로스백에도 적긴 하지만 비상의약품이나 보조배터리 등이 들어 있어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를 자랑했다.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던 모자를 부채 삼아 펄럭이며 땀을 식혔다.
그렇게 처음 들어온 출입구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다른 곳보다 비교적 넓은 홀이 눈에 들어올 때쯤, 7번이라는 간판이 크게 박힌 출입문이 눈에 띄었다.
"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출입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인파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내가 아는 대회반 사람들이라면 슬슬 도착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안녕. 잘 지냈냐?"
"아, 혁아! 오랜만이야!"
"그래, 오랜만이다."
"오, 찬혁쓰. 일찍 왔네? 잘 지냈어?"
"덕분…… 인지는 모르겠는데, 잘 지냈지."
백예은과 송지영.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 옆에 내가 서자, 그 둘은 격한 인사와 함께 날 환영해 주었다.
"2학년 선배들도 몇 있고…… 다른 사람들은? 이게 다야?"
"준기는 다른 선배 몇 분이랑 교감 선생님까지 해서 편의점 다녀온다고 갔고, 창민이랑 효민 선배만 오면 끝이야."
그렇구만. 약속 시간까지 30분은 남은 것 같은데, 다들 행동이 빠르다.
"저기 있다! 얘들아아!"
"아, 좀. 조용히 좀 다녀. 부끄러워서 진짜."
호랑이도 제 말하면…… 아니, 이 속담도 이젠 식상해서 써먹지도 못하겠네.
자기들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시끄러운 함성과 함께 두 남매가 등장했다. 시끄러운 건 하나 뿐이었지만.
다가오자마자 서로 손뼉을 치며 좋아 죽으려하는 여성진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함께 온 창민이를 향해 시선을 향했다.
"……."
"……."
마주친 눈으로 녀석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였다. 포기하란 뜻을 담아 고개를 저어보이니, 그제야 한숨을 내쉰 창민이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오랜만…… 은 아니지. 잘 있었어?"
"그래. 가게에서 알바 뛴 덕분에 옷도 좀 새로 샀다."
"……옷 직접 산 거냐?"
"어,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내 옷을 보고 묘하다는 시선을 향하는 창민이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주아도 저러더니, 뭔가 이상한가?
'이래 봬도 40년대 최신 유행 스타일인데.'
회귀 전, 적당히 잡지에 나온 옷이나 마네킹이 입은 대로 입는 게 훨씬 낫다는 다른 이들의 지적 덕분에 나름 패션 공부도 틈틈이 했었는데, 요즘 애들 눈에는 뭔가 다르게 보이는 걸까.
아무튼, 두 남매가 등장하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
편의점을 갔다던 일행까지 합류하면서, 비로소 1, 2학년 대회반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솔자인 교감 선생님과 박예휘 선생님, 우리. 그리고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는 현지 가이드 두 사람.
생각보다 적은 인원수에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3학년도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랑 선배들은 익숙해질 시간도 필요하니까, 우리보다 조금 먼저 갔어."
"그렇군요."
하긴, 시간이 필요하긴 할 테지. 납득 했다.
"그런데 옷 참 특이하게 입었다. 뭔가 이상한데 어울려."
"……그렇습니까?"
칭찬으로 들으면 되나? 뭐, 감사하게 생각하자.
인원이 다 모이고 출석, 준비물 확인, 그 외 기타 확인이 끝난 뒤. 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권 확인, 수하물 확인, 비자 확인. 막히는 것 하나 없이 출국 심사까지 마치고 출국장에 모인 우리를 한 자리에 모은 선생님들이 대략적인 일정을 알려주었다.
"저희는 오늘 상하이 도착 후 현지 가이드와 만나 가장 먼저 호텔에 체크인하게 될 겁니다. 아시다시피 푸드 엑스포 일정은 2박 3일. 엑스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자유시간입니다. 가이드가 반드시 같이 있어야 하겠지만요."
"꺄아아아악!"
"아싸!"
…… 해외여행 가서 좋은 건 알겠지만 조금만 조용히 하자. 특히 거기 부장. 부장이 애들 관리를 안 하고 똑같이 떠들면 어떡합니까.
당장이라도 방방 뛰어다닐 듯 떠들던 학생들을 간신히 진정시킨 교감 선생님을 향해 쉴 새 없이 다음 질문이 날아들었다.
도착 예정 시간, 가이드 수, 좀 더 자세한 일정 등등.
나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 속에서 나 또한 정말로 궁금했던 질문이 튀어나왔다.
"선생님! 저희 어디 호텔에서 지내나요?"
"아. 그걸 이야기 안 해줬군요."
오, 확실히 그건 중요하지. 무려 5일 동안이나 묵어야 할 곳인데, 아무리 공짜 여행이나 마찬가지라지만 너무 지저분하거나 그런 곳이면 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질문을 들은 교감 선생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의기양양해지는 것이 보였다. 뭐지? 그렇게 자신이 있다는 걸까?
그 표정에 의아함을 느끼기도 잠시, 오히려 자신이 빨리 말하지 않고선 못 배기겠다는 듯, 교감 선생님의 입이 지체없이 열렸다.
"호텔 상천. 저희는 상하이에 있는 호텔 상천에서 머무르게 될 겁니다."
…… 와오. 그건 진짜 상상도 못 한 이야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