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요리고 고인물-90화 (90/403)

90. 오는 요리가 고우면 가는 말이 곱다.-3-

"와, 홀은 이렇게 돼 있었구나."

"헤헤, 예쁘지? 할아버지 때부터 계속 이랬다?"

잠시 후. 우리는 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가람의 룸 중 하나로 안내받았다.

주방에는 일주일 내내 가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들락거렸지만, 홀에 제대로 들어온 건 처음인지라 고풍스런 인테리어에 감탄하기도 잠시, 이윽고 도착한 방 안에는 주방장님과 낯선 얼굴을 한, 두 남녀가 서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재빨리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세 사람.

우리를 발견한 주방장님이 주방에서 지시를 내릴 때보다 훨씬 부드러운 어조로 우리를 맞이했다.

"왔구나. 이쪽으로 앉아라."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른 분위기에 제자리에 굳은 나와는 달리, 다른 세 사람은 알겠다 대답하며 냉큼 자리를 차지했다.

"뭐해 동생? 얼른 와."

"아, 예."

얼떨떨한 기분에 잠시 멍해지긴 했지만, 효민 선배의 재촉 덕에 어떻게든 평정심을 되찾고 준비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주방장님 옆으로 나란히 준비되어 있던 네 개의 방석 중 가장 끝부분, 백하은 쿡의 옆자리를 채우기가 무섭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성이 깊게 고개를 숙이며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바쁜 와중에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슬리 푸드 트립에서 나온 탁영훈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제 부하인…….

"김수지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인사와 함께 나누어준 명함을 공손히 받아 조리복 앞주머니에 갈무리했다.

공손하다 못해 저자세로 보일 정도의 태도에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백하은 쿡이야 둘째 쳐도, 나나 선배, 창민이는 딱 봐도 학생으로 보일 텐데.

'괜찮은 사람들이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쪽을 나이라든가 신분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같은 사회인으로 대접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이 인사를 받고 돌려주지 않으면 예의가 아닌 법. 상대방의 태도에 맞춰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니, 일행 또한 뒤를 따랐다.

"처음 뵙겠습니다. 성심고 1학년 류찬혁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백하은입니다."

"안효민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동생인 안창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가벼운 인사가 오간 뒤, 이쯤이면 끼어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하신 것일까, 한 발 뒤로 빠져 계시던 주방장님이 직접 나서서 설명을 시작했다.

"짐작했다시피, 오늘 이분들은 취재를 위해서 찾아오셨다. 너희가 취재를 도와드렸으면 하는구나."

'역시.'

이곳에 도착하기 전 일행과 앞서 나눈 대화를 떠올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방장님은 곧게 앉은 자세로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잇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런 일은 내가 해도 아무 상관이 없겠다만…….

가늘어진 주방장님의 눈이 우리를 찬찬히 훑는다. 가장 가까이 있던 효민 선배부터 시작해서 끝으로 나까지. 묘하게 시선이 내게 오래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그런 생각도 이어진 주방장님의 말에 금세 흩어졌다.

"아무래도 이분들은 나보다 너희에게 더 관심이 많아 보여서 말이지."

이제 비밀이랄 것도 없는 늙은이보다야 젊은 녀석들 이야기를 듣는 게 그쪽 입장에서도 더 나은 일일 거라며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 주방장님을 향해 기자 두 사람이 맹렬히 손을 저으며 고개를 도리질 쳤다.

"에, 에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안상필 대가의 기사라면 없어서 못 싣는걸요! 그치, 김 기자?"

"아, 그, 그럼요! 팀장님 말씀대로죠!"

'…… 불쌍하네.'

대하기 힘들 만큼 대단한 양반의 쓸데없는 장난에 말려드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 안 받아줄 수도 없고, 받아줘도 곤란해지니까.

주방장님은 주방장님대로 그 반응이 마음에 드신 눈치였지만, 굳이 고용주를 지적할 용기가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저런 부류는 알아서 선을 지키고 그만두니까. 정말로 질릴 때까지 계속 그러는 사람도 몇 명 있었지만.

아무튼, 그런 두 사람에게는 다행히 여기에는 그런 주방장님의 장난기를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빠! 그런 거 하지 말라니까요!"

효민 선배다.

"주방에서는 아빠가 아니라…….

"여기가 주방이에요? 말 돌리지 말고 적당히 하세요, 적당히."

"…… 오냐."

천하의 주방장님이어도 명분부터 지고 들어가는 딸과의 싸움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는 듯 얌전히 고개를 뒤로 빼며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이제 와 무게를 잡기엔 좀 늦은 타이밍이 아닐까 싶었다.

"크흠, 나와는 이미 충분히 이야기를 한 것 같으니 난 이만 돌아가 보마. 가시는 길 배웅을 못 해드려 송구할 따름입니다. 이야기 충분히 나누시기 바랍니다."

"아닙니다. 신경 써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말씀 감사히 들었습니다."

아쉽다는 듯 말끝에 미련을 살짝 남기면서도 얼핏 엿보이는 후련함. 탁영훈 기자는 숙련된 사회인이었다.

효민 선배의 등쌀에 끝내 떠나간 주방장님을 배웅하고 나서야 우리는 본격적인 대화를 나눌 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

서글서글한 미소를 애써 짓고 있던 탁영훈 기자가 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달싹이던 입을 연다.

"자, 이제 취재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대감이 잔뜩 서린 목소리였다.

***

"호오, 성심고에 특이한 방학 과제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 거였군요?"

"네. 어디서 하든 시간만 채우면 되는 과제니까 집에서 하는 게 제일 편하더라고요."

취재의 시작은 간단한 신변잡기부터 시작됐다.

나이나 취미, 그 외에도 전공하고 있는 분야 등등. 기사로 쓸 필요는 없지만, 이후의 이야기를 원활하게 풀어나가기 위한 기름칠에 불과한 대화라고 탁영훈은 생각했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의외로 제법 건질만 한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다들 생각보다 거물이라 깜짝 놀랐네.'

우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두 사람. 안효민과 안창민. 이 남매는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특종감이었다.

안가람의 오너인 안상필의 자녀들. 특히 안효민 같은 경우는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름이었고, 그 동생인 안창민의 경우에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지만 듣기로 최근 국내 요리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하던가.

'그리고 백하은. 이건 특히 놀라워.'

탁영훈은 백하은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여러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로서 알게 된 백하은의 정체는 그조차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그 유민하 셰프의 장녀가 하필이면 안가람에서 근무하고 있을 줄이야.'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는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님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됐다.

유민하가 누구인가, 안가람 만큼은 아니더라도 전통 한식이라는 좁고도 깊은 시장바닥에서 제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한 한식당 '온새미로'의 여주인이다.

'거기다 백하은 쿡은 안효민의 등장 이전에는 가장 주목받는 신성이었지…….

이건 마치 조조의 휘하에서 조자룡이 장수 노릇을 하는 격이다.

본인은 그냥 공부를 하러 온 거라며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였지만, 탁영훈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만한 사건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좋아, 아주 좋아.'

처음에는 단순히 음식의 맛에 깊게 빠진 탓에 제대로 앞뒤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한 요청이었지만, 소재가 모이니 생각보다 더 끝내주는 글이 뽑힐 것 같았다.

'보자, 제목은…… 그래. '미래의 라이벌이 힘을 합쳐 거성을 떨구다.' 이거 괜찮네!'

마치 간단한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순식간에 들어맞는 그림에 절로 흥이 돋았다.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빨리 펜을 제게 쥐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솟구치는 흥분을 억누르며, 탁영훈은 일행 중 아직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인물인 찬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남은 한 명은…….'

'…… 어떻게 해야 하지?'

간단한 신변잡기를 통해 알게 된 류찬혁이라는 인물은 솔직히 터놓고 말하자면 그리 대단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 학생이었다. 성심고 출신이고, 한 달 전에 요리대회에 나가 금상을 수상 했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됐지만, 결국 그게 전부다.

퍼즐은 벌써 다 맞췄는데 이상하게 홀로 덩그러니 남은 피스 하나. 딱 그런 느낌이었다.

'가정도 평범하고, 경력이 특이한 것도 아니란 말이지.'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이 안가람의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서 요리대회에서 수상해 본 적 없는 인물이 오히려 훨씬 적을 것이다. 그나마도 연배가 있어 요리대회 같은 게 생기기도 전에 이곳에서 일한 베테랑들일 터.

안효민의 경우 글로벌 푸드 서바이벌의 우승자 출신이고, 백하은에 이르러선 대학 시절 한 해에 다섯 개의 대회에서 수상한 전설 아닌 전설이 있는 몸이다.

정리하자면, 류찬혁은 딱히 주목할 이유가 없는 범상한 인물이라는 것.

그런데 이상하게도, 탁영훈은 그런 찬혁을 향한 시선을 좀처럼 거둘 수 없었다.

'묘해. 이상하게 계속 눈길이 가.'

다시 한번 기자의 촉이 발동한 것일까? 거기다 아까 찬혁 일행과 만나기 전, 안상필이 했던 말이 묘한 기시감과 함께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건방진 신참. 그게 이 학생을 말하는 건가? 근데 왜 다른 곳에서도 들어본 것 같지?'

메인 메뉴를 개발했다고 하는 이 네 명 중에서 안상필이 그런 수식어를 붙일만한 인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오로지 찬혁뿐. 도대체 이 어린 학생에게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인지, 탁영훈은 그 궁금증을 어떻게든 풀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것 같아?"

잠시 후, 대화가 소강상태에 빠지고, 여태껏 나눈 이야기를 기록할 겸 잠시 휴식시간을 갖자는 말과 함께 자리를 빠져나온 탁영훈은 지금껏 류찬혁을 1:1로 상대하고 있던 김수지에게 그런 질문을 건넸다.

그 속에는 '무언가 특별한 점은 찾지 못했느냐.'라는 뜻이 숨겨져 있었으나, 그 속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김수지는 그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그 질문에 답했다.

"찬혁이요, 진짜 되게 착해요! 전공은 양식이라는데 지식도 되게 풍부하고, 또 엄청 어른스럽기도 하고요!"

"…… 아, 그러냐."

언제 봤다고 벌써 찬혁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건지는 둘째 치고, 자기가 세 명한테서 소스를 뽑아낼 동안 고작 알아낸 게 그것뿐이냐며 김수지를 타박하자 그녀는 살짝 기가 죽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 그러니까, 아! 성심고 대회반 소속이래요! 한 달 전에 서울시 배 U-20 전국요리경연대회에서 우승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처음 출전했던 대회라던데, 대단하지 않아요?"

그나마 이번엔 나름 쓸 만한 정보였다.

판단할 재료가 적기는 해도, 이 녀석처럼 없는 말주변에 그거라도 알아온 게 어디냐는 마음에 턱을 괸 자세로 작게 고개를 끄덕인 그가, 문득 들려온 신경 쓰이는 문구 하나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음? 성심고 대회반? 그건 꽤 대단…… 아니 잠깐만, 지금 뭐라고?"

"그, 대회반 소속이라고…….

"아니 그거 말고! 그다음!"

"그게 그…… 서울시 배 요리경연대회 우승했다는 거요?"

그거다!

탁영훈은 무심코 소리를 지를 뻔한 입을 턱을 괴고 있던 손으로 틀어막고는, 이내 급하게 핸드폰을 들어 정신없이 화면을 두드렸다.

잠시 후. 탁영훈의 핸드폰에는 한 달 전 날짜로 게시된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기사의 제목은 서울시 배 U-20 전국요리경연대회 우승자 및 심사위원 인터뷰.

본래 인터뷰는 우승자까지만 해도 충분하지만, 하필 그때 특별초청 심사위원 한 사람의 존재로 우승자에게 쏠려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대부분 그 사람에게 쏠리는 불상사 아닌 불상사가 일어났었다.

단 한 회사하고만 인터뷰를 진행하겠다는 발언에 온갖 잡지사에서 요청이 쇄도했으나, 결국 그들 대부분이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고, 탁영훈 또한 그런 기회를 놓친 이들 중 한 명이었기에 이 인터뷰의 전문을 거의 외워 버릴 정도로 읽으며 분을 삭였더랬지.

그렇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심사위원의 이름은……!'

"루이스 하멜!"

서양에서도 새로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글로벌적 유명세를 자랑하는 셰프. 그가 기자와 나눈 인터뷰 전문 속, 기시감이 드는 문장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번 대회, 전체적으로 수준은 딱 고만고만했지만, 제법 볼만한 팀 하나와…… ]

"건방진 저학년 신입생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마치 영화의 조연을 찍어둔 듯 성의 없이 나열된 우승자들의 사진 속에서 낯익은 모습을 발견한 탁영훈의 얼굴에, 이보다 더할 리 없는 미소가 진하게 배어들었다.

"이봐, 김 기자."

"예, 팀장님."

"축하해. 너 진짜 수지맞았다."

"…… 예?"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김수지는 그저 눈을 꿈뻑이며 영문 모를 말을 내뱉는 탁영훈을 바라볼 뿐이었다.

***

"아, 오늘도 힘들었다!"

"그러게요. 그래도 방학 과제는 오늘로 끝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렇지. 방학 과제는 끝났지. 근데 인생이 끝난 건 아니더라고…….

"…… 거 참, 해줄 말이 없다. 고생해. 난 갈게. 넌 각개."

"? 뭔 소리야?"

"언젠가 알게 될 거야."

한국 남성으로서 태어난 자들에게 업과도 같이 씌워지는 굴레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창민에게 심심한 애도의 말을 전하며, 우리는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취재는 생각보다 맥없이 끝났다.

음식 정말 잘 먹었다, 그건 대체 어떻게 만들 생각을 한 거냐, 어째서 서로 힘을 합칠 생각을 했는가.

우리가 받은 질문이라고는 그런 상투적인 질문 몇 개가 끝이었다.

그 외에도 저번 달에 있었던 요리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때 정말로 루이스 셰프를 보았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무심코 깜짝 놀랐다. 그 이름을 들을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

"뭐, 아무튼 별 사건, 사고 없이 끝나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레시피 개발 같은 건 힘들었지만, 그래도 부수입은 있었잖아?"

"그 기자님이 자문료 챙겨준다는 건 얼마나 나올까?"

"그러게…… 뭐, 어디서 거하게 한 끼 먹을 정도는 주지 않으려나?"

이토록 밀도 높은 일주일을 보낸 게 대체 얼마 만인지. 그동안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한 우리.

적당히 씻고, 먹고, 마지막 날이니 오늘은 밤새 놀아보자며 지친 몸으로 거실에 앉아 함께 TV로 하릴없이 영화나 보던 도중, 선배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건넸다.

"찬혁아."

"예?"

"혹시 며칠만 더 있을 생각 없어?"

"…… 왜요? 참고로 말씀드리는데 더 일할 생각 없어요."

뭐든지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견디는 건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내 단호한 거절에 0제안 1차임을 당한 선배가 그런 게 아니라는 듯 거세게 도리질을 치고는 말을 잇는다.

"그런 거 아냐!"

"그럼 뭡니까?"

"너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우리 가게가 둘째, 넷째 주 월요일은 휴일이거든?"

"그렇습니까?"

몰랐다. 그러고 보니 마침 내일모레가 넷째 주 월요일이던가?

일에만 빠져 사느라 묘하게 시간 감각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한탄하기도 잠시, 그 뒤로 이어지는 선배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며 소파에 깊숙이 묻고 있던 몸을 끄집어냈다.

"일요일에 조기 마감치고 안가람 전체 회식한다는데, 혹시 올 생각 없니?"

"예?"

"아빠는 꼭 와줬으면 하는 눈치더라. 고생한 애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 그걸 그렇게 말하면, 그냥 가버렸다간 내가 나쁜 놈이 되지 않는가.

결국,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선배가 환호성을 질렀다.

'뭐, 아무려면 어때.'

귀찮은 일도 있어야 인생이 재미있는 법.

적어도, 나는 몰라도 선배 인생은 보다 재미있어진 것 같아 나 또한 웃음이 나왔다.

짧으면서도 길었던 알바 생활도, 드디어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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