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상천만향회.-8-
금일 한정 판매! 성심조리고 학생 특제 사천식 닭껍질튀김딴딴면!
今日限定販賣!誠心調理高校學生特製四川炸鸡皮担担面!(한자는 원칙상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급조된 것 같은 조악한 판자의 모양새와는 달리, 그 현판에 쓰인 글귀는 달필인 한자와 정자 궁서체로 적힌 한글이 병기되어 영문 모를 조잡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어색한 조합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성심고면 거기 아님? 작년에 유명했던 안효민 있는 학교.
─아 거기? 거기 조리 특성화고 중에서 제일 명문고라고 유명한 곳인데. 현장 학습 나왔나?
─에이, 아무리 그래도 30만원 넘게 받는 식당에서 프로도 아니고 학생 요리를 먹게 하냐.
─안효민은 학생 아니었음? 나이가 요리 맛을 결정하는 건 아님.
─아 그래서 저거 만드는 애가 안효민이냐고ㅋㅋㅋ딱 봐도 남학생이구만ㅋㅋㅋ
"자자, 그만합시다 여러분. 어차피 뷔페에서 뭘 먹든 말든 손님 마음인데 뭐 어때요."
이상한 주제로 점점 가열되는 채팅방 여론을 재빨리 잠재운 이유나가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혹시 알아요? 저 학생이 안효민 학생처럼 요리 천재일지?"
─아ㅋㅋㅋ 얘는 뷔페 와서도 가챠를 돌리네ㅋㅋㅋ
─바로 그저께 50 꼴아서 쓰알 하나도 못 먹고 아직 정신 못 차렸죠? 멍청하죠?
"아, 그 얘기 그만해요! 안 하면 밴임!"
─ㄹㅇㅋㅋ
─ㄹㅇㅋㅋ
일부러 보여준 어수룩한 모습으로 채팅방 여론을 성공적으로 돌렸다는 걸 확인한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찬혁의 부스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느새 부스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모습을 본 찬혁이, 이내 놀란 눈으로 이유나에게 대답한다.
"어, 나유나유 님?"
"응? 저 아세요?"
"물론이죠. 인터넷 방송인 나유나유 님 맞으시죠?"
지금은 아직 일반인에게 그렇게 많이 알려진 이유나가 아니지만, 미래에서 온 찬혁은 이유나가 미래에 얼마나 크게 성장하는지 익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예의 푸드 파이트 대회 사건 이후 백예은과 종종 합방을 하기도 했기에 찬혁으로서는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내막을 모르는 그녀로서는,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마주친 팬의 모습에 환희를 감추려 들지 않았다.
"야, 봤냐? 어? 봤어? 언니가 이 정도라고!"
─와ㅋㅋㅋㅋㅋㅋ여기서 가챠가 터졌다고?ㅋㅋㅋㅋ
─왜 가챠운 여기서 쓰냐고ㅋㅋㅋㅋㅋㅋ
─레게노ㅋㅋㅋㅋㅋ
─현실에서는 혼밥 무서워 엄빠 데리고 다니는 아싸인 내가 고급 뷔페에서는 인기스타?
시청자들과 그렇게 웃음을 나누던 그녀가, 이내 다시 찬혁을 보며 말한다.
"아, 미안해요. 보다시피 제가 방송 중이라서. 혹시 목소리 나와도……?"
"괜찮습니다. 이것도 서비스인걸요. 저야말로 영광이죠."
"오오, 아직 학생인데도 프로 의식! 봐봐, 키수들아. 성공할 사람은 진짜 싹이라는 게 보인다니까?"
그 발언에 다시 한번 채팅창이 들끓었지만, 이유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간판이 재밌어 보여서요."
"간판이요? 아."
이유나의 말에 찬혁이 머리 위 아크릴판에 매달린 판자를 쳐다본다.
'저거, 총주방장님이랑 백예은이 써준 건데.'
장백천의 달필체 한자와 간이 간판을 만든다는 말에 자기가 서예를 배웠으니 한글로도 써준다며 유성펜을 들고 나선 백예은의 합작품. 우스운 건 둘 다 경지가 상당해서 쓸데없이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백예은이 써준 글자를 보고 이 사람이 꼬이다니, 뭐 전생에 연이라도 있나.'
잠시 어이가 털린 기분으로 넋을 잃은 찬혁이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을 잇는다.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물론이죠! 하나 부탁할게요."
"하하, 감사합니다. 제 첫 손님이시니,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들겠습니다."
"어머? 정말요? 에이, 제 팬이라서 그러는 건 아니죠?"
"그것도 있고요."
이유나의 농담에 찬혁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꾸하자, 그녀가 괜히 핸드폰을 향해 호들갑을 떤다.
"어머어머. 어떡해 얘들아, 이게 바로 스타라는 걸까……?"
─우욱.
─???
─???
─갈고리 수집기on.
─와…… 대화 수준 ㄹㅇ 실화냐? 완전 세계관 최강 인싸들의 대화다…… 정말 그 찐따 같던 나유나유가 맞나?
찬혁이 웃음을 지으며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도 잠시. 이내 조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찬혁이 이유나에게 말을 건넨다.
"그럼, 지금부터 조리 시작하겠습니다. 금방 만들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예! 천천히 하셔도 돼요. 아, 혹시 괜찮다면 요리하는 걸 찍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주방에서 요리사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고객님들의 권리니까요."
"어머~! 말 너무 예쁘게 한다. 봐봐, 이래야 여친이 생기는 거예요. 어…… 그러니까……."
"편하게 부르세요."
"그럼, 이름 나오는 것도 그러니까 동생이라고 부를게요. 우리 동생, 여자친구 많이 사귀어봤죠?"
"여자친구요? 아하하, 아뇨. 해봤자 한…… 아니, 아직 한 번도 못 사귀어봤어요."
"예? 정말요? 와, 세상 어렵다. 봐봐 키수들아. 이렇게 매너 좋은 애도 아직 여친 사귀어본 적이 없대잖아. 어떡할 거야?"
─그걸 왜 우리한테 묻죠?
─무엇이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우리를 디스할 셈인가? 본인도 모쏠인 주제에?
"아 내가 모쏠인 거 너네가 어떻게 아냐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인 사람한테 방밍아웃 당했을 때 다 까발려졌죠?
─태어나서 남자 친구 엇비슷한 거라도 있었던 게 유치원 때가 끝이죠?
"밴! 밴이야 너네!"
핸드폰을 보며 열불을 내던 그녀가, 이내 급히 고개를 돌리며 다시 찬혁을 바라본다.
"아, 미안해요. 요리하는 데 방해해서. 너무 시끄러웠죠?"
"아니요. 뭘요. 자, 완성됐습니다. 쓰촨쨔찌피딴딴미엔입니다."
"응? 예? 벌써요?"
시청자들과 채팅으로 소통하던 5분에 불과한 시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밥공기 크기의 그릇에 담긴 붉은 고명이 맛깔나게 올라간 면 요리가 그녀 앞에 대령되자, 이유나를 비롯한 시청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
─뭐임? 도대체 뭐임?
─뭔데 벌써 완성함?
─아니 근데 지금 중국어 딕션 들었음? 거의 현지인인데?
─와, 조리 특성화라고 해도 명문고 다니는 애들은 외국어도 다들 저렇게 잘함?
착각이었다. 찬혁이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해를 풀어줄 필요도, 아니, 오해가 일어나는 줄도 모르는 찬혁은 그저 빙그레 웃어 보일 뿐이었다.
"딴딴면이 원래 금방 만드는 요리거든요. 맛있게 드세요."
"아, 예……."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지금 건 너무 빠르지 않았나?'
하지만 그녀는 이미 손에 딴딴면 그릇을 들고 있었고, 더 이상 무어라 물어볼 수도 없던 탓에 귀신에 홀린 기분을 느끼며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딴딴면을 들고 자리에 앉은 이유나.
재빨리 제정신을 되찾은 그녀는, 일종의 프로 의식을 발휘하여 다시 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잡이 끝에 쿠션이 덧대진 바이스가 달린 셀카봉을 테이블에 고정하고 유심히 각도를 조정한 그녀가 비로소 젓가락을 손에 들고 말한다.
"어, 그러니까…… 으흠! 자! 그 유명한 성심조리고 학생 특제…… 어…… 무슨 딴딴미엔……? 아무튼!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반응에 시청자들은 웃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아랑곳없이 딴딴면을 잘 비비고는 그것을 단숨에 입으로 들이키듯 쓸어 넘겼다.
"…… 어……?"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덜컥!
─야, 야! 아니 쟤 어디 감?
─방송인이 카메라를 놓고 다니네?
─뭐야? 아니, 야. 어디 간다면 간다고 말을 해야지.
그녀는, 찬혁이 만든 딴딴미엔의 나락에 한 발을 디디고야 말았으니까.
"어? 또 오셨네요? 벌써 다 드셨어요?"
"다섯 개."
"예?"
"딴딴미엔. 다섯 그릇 주세요."
"…… 예?"
"얼른요!"
"아, 예! 금방 만들어드릴게요!"
한 번 낭떠러지를 구르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중력에 몸을 맞길 뿐.
찬혁의 딴딴면.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그야말로 중력과도 같았다.
***
'그게 문제였어…….'
아무리 이유나가 일반인에게는 비교적 덜 유명한 방송인이라고 해도, 눈에 띄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다른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이유가 된다.
그래.
"다섯 개 추가요."
"…… 감사합니다."
이 비싼 뷔페에 와서, 혼자 딴딴면만 스무 그릇을 먹는다는 기행을 저지른다면 말이다.
'이걸로 스물다섯 그릇째. 진짜 많이 먹네…….'
아무리 뷔페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끔 일부러 적은 양만을 만들어 서비스한다지만, 한 공기 당 들어간 면과 고명의 무게는 적어도 200g은 족히 된다. 그걸 25그릇.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그녀는 지금 5kg에 달하는 무게의 딴딴면을 먹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그녀가 끈 어그로는, 일종의 스노우볼이 되어 그대로 찬혁의 부스에 충돌했다.
이유나의 기행에 이끌린 또 다른 손님의 무리가 딴딴면을 시켰고, 절대적인 양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은 사람은 없다. 지금 상황이 정확히 그랬다.
다 먹고 다시 와서 먹으려는 이들과, 그 줄에 이끌려 자기도 한 번 먹어보고자 오는 이들. 그런 고객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것이 현재 이 지옥 같은 업무 강도였다.
"딴딴면은 현재 한 분 당 한 그릇씩만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 한 분 당 한 그릇씩이에요!"
손이 부족해 쿡들을 둘이나 불러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찬혁의 부스를 전담하여 간이로 만드는 대기표를 나눠줌과 동시에 주문받는 것을 도우러 온 웨이터 인력 지원까지!
다른 이들이 봤다면 눈물이 절로 나올 것 같은 광경이었지만, 내 얼굴에는 저절로 웃음이 피어났다.
'주방은 이런 맛이 있어야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도 오랜 시간 해온 연회주방 업무 탓에 머리가 많이 망가졌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던 하루였다.
그리고 두 쿡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았던 시간은, 결국 재료가 먼저 동이 나 버린다는 호텔 상천 초유의 사태와 함께 마무리 됐다.
내 생애 최초의 라이브 주방 업무는, 그렇게 결말을 맺었더랬다.
***
파란만장했던 현장실습을 마무리하는 시간.
처음 우리와 마주했던 다목적실 안에서, 여태껏 그래왔듯 장백천 셰프가 이준 컨시어지를 통해 자신의 뜻을 전했다.
『…… 이로서 현장 학습을 훌륭히 마쳤음을 알린다.』
─짝짝짝짝!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빠져 약간이나마 여유가 생긴 뷔페장을 뒤로 한 우리. 본래 예정되어 있던 시간보다 살짝 늦어진 탓인지 몇 마디 안 되는 말로 훈사를 대신한 장백천 셰프다.
'눈치 좀 보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리 반 아이들은 강한 녀석들이었다.
과연, 다들 진지하게 이 업계에 지원했다는 것일까, 오히려 그 험난한 현장을 거치고서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쳐났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아직 덜 자란 몸으로 쉴 새 없이 웍을 휘두르느라 뻐근해진 팔.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앉지도 못하고 줄곧 서 있느라 딴딴해진 다리.
미세한 고통이 여기저기서 느껴지지만, 그것이 좋았다.
살아 있다는 느낌.
입은 불평해도 몸은 솔직…… 아니, 이게 아니라. 아무튼 나도, 우리 반 아이들도 뼛속까지 요리사라는 것이다.
그것을 실감하며 내 멋대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자니, 박수가 끊김과 동시에 장백천 셰프가 말을 잇는다.
『자네들을 처음 봤을 때는 과연 이 어린 후학들이 우리 상천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전전긍긍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자체가 미안할 지경이군. 다들 잘 했네. 수고 많았어.』
그렇게 말하는 셰프의 얼굴에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보기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누구 덕분에 작은 소란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야.』
"아하하……."
그 말에 일행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어색한 미소로 그런 시선을 흘려보내는 나. 하지만 어쩌겠는가. 누가 그런 상황을 예측한다고.
그렇게 말한 셰프는 잠시 나를 향해 살짝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지만, 이내 장난이라는 듯 금세 그것을 거둔다.
『늙은이가 긴 말을 해서 무어에 쓰겠나. 오늘은 들어가서 푹 쉬게나. 다만, 이것 하나는 말하게 해주게.
자네들은, 훌륭한 주사가 될 거야. 이 상천의 주방 인사를 담당하는 내가 장담하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에게, 학생들이 다 함께 고개를 숙이며 외친다.
─감사합니다!
서로를 향한 칭찬과 함께. 비로소 우리의 현장 학습은 끝을 맺었다.
……
……
잠시 후, 환복을 마치고 라커룸을 난 우리는 우리를 마중 나온 버스에 탑승했다.
그제야 일행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탄식들. 쌓였던 피로가 긴장이 풀리니 저도 모르게 배어나오는 모습들이다.
나 또한 아직 피로에 익숙해지지 않은 몸을 의자 깊이 묻었다. 살 것 같았다.
─띠리리링!
그때, 내 주머니에서 터져 나오는 벨소리. 가족이나 사장님인가 싶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으나 화면에 띄워진 번호는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의 것이었다.
'뭐지?'
─딸깍.
"여보세요?"
무슨 대출이나 보험 관련 전화는 아니겠지 싶어 일단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안녕하세요. 류찬혁 학생. 컨시어지 이준입니다. 혹시 전화 괜찮으신가요?
"이준 컨시어지님? 예. 물론이죠."
'갑자기 이 사람이 왜?'
무엇인가 싶어 자세를 바로 고치고 수화기를 좀 더 귀에 밀착한다.
─다름이 아니라, 장백천 총주방장님께서 말씀을 전해달라 하셔서 이렇게 전화하게 됐습니다.
"총주방장님께서요? 무슨 말씀을……?"
─예. 그게……
장백천 셰프의 말을 듣는 중인 듯, 잠시 말을 끊었던 그의 목소리가 이내 다시 들려왔다. 다만,답지 않게 작은 한숨을 곁들여서.
─…… 하아. 총주방장님이 말씀하시길, 닭을 튀겨 소스를 묻혀내는 요리는 중화의 라자오지辣椒鷄가 원류라고 하시네요.
"…… 예?"
허, 설마 아직까지 퓨전요리라고 말한 걸 담아두고 있었다고?
'얼마나 중뽕이 찬 거야…….'
허탈한 기분에 말조차 나오질 않았다.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아저씨는 '진짜'다.
─그리고 또 하나.
"또요?"
아, 왜 또. 이번에는 무슨 소리를 하려고.
별 기대 없이 이준 컨시어지의 통역을 기다리던 내게, 이번에는 방금보다 더 뜬금없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류찬혁 주사. 지금 당장이든, 아니면 졸업 후에든 그럴 마음이 든다면 우리 호텔을 찾아와라. 상하이에 있는 호텔 상천 본점에 추천서를 써줄 테니까…… 라고 하십니다. 하하.
"……."
─그리고, 저 또한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되니 컨시어지로서 류찬혁 학생의 입사를 환영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 잠시, 다른 의미로 할 말을 잃었다.
'거 참.'
사람을 너무 좋게 보는 것 아닌가. 한번 잘 했다고 아직 학생 신분인 사람한테.
잠시 헛웃음을 터트린 나는, 이내 수화기를 통해 답했다.
"총주방장님한테 말씀해 주시겠어요? 술도 못 하고不如酒, 바둑도 못 두고不如棋, 노래도 못 부르는데다不如歌 그것 말고도 못하는 게 좀 많아서 지금은 좀 힘들 것 같다고요."
─……? 소동파蘇東坡삼불여三不如? 류찬혁 학생, 설마 중국어를 할 줄 아시나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준 컨시어지님."
─딸깍.
"…… 거 참."
전화를 끊고, 그것을 그대로 주머니에 넣었다. 어느 새 출발한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호텔 상천의 전경이 눈을 스친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과 함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