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75 회: 229 친구 남편이랑 몰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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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남편과 사별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남들은 불가항력이나 다름없는 교통사고라 했지만 나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통한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악몽 같은 순간도 무심으로 치닫는 세월 속에 묻히기 마련인지 뇌리 속에 좋았던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반추할 수 있는 남편과의 즐거웠던 시간들이 하나 둘 퇴색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억대의 보험금을 탄 그날 유일한 혈육인 아들 녀석을 데리고 남편의 무덤을 찾았다.
나는 울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보, 우리 혁이 잘 키울게요. 그런데 여보, 난 어쩌죠? 긴 세월을 여자로 살아야 하는 난 어쩌죠? 혼자 살라고 강요는 하지 말아 주세요! 난 여자란 말이에요. 그걸 아는 여자 말이에요! 나중에 죄송하다는 말을 해도 용서해 주실 거죠?'
이제 내 나이 겨우 서른다섯, 섹스에 길들여진 여자인 탓에 밤이면 밤마다 허전하기 짝이 없는 옆구리를 달래는 수단이라고는 자위라는 '홀로서기' 뿐이었다.
그렇게라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을 식혀야했기에 그럴 때마다 새삼스럽게 남편의 장대한 심벌이 뼈에 사무칠 정도로 간절했다.
그 무렵 나는 남편이 남긴 퇴직금과 보험금으로 생계가 될 만한 장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아들 혁이를 위해서라도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장사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나로서는 깊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막막하기 그지없는 악순환만 거듭될 뿐 좀처럼 방향감각이 잡히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 전부였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있듯 마침 부산에서 호프집을 하고 있는 고향 친구이며 여고 동창인 지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남편과의 사별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친구라 무심결에 마땅한 장사거리가 없겠냐고 물었는데 지수가 흔쾌히 일단 한번 와서 상의를 해보자는 말을 했다.
"얘, 호프집은 목만 좋고 똘똘한 알바 한두 명만 두면 그리 어려운 거 아냐!"
다음날 나는 아들 혁이를 친정집에 맡겨놓고 부산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 뒤로 밀리는 정경에 눈을 떼지 않고 있던 나는 불현듯 가슴 한편을 때리는 설렘 비슷한 감정의 파동에 소스라치게 몸을 떨었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상식으로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충동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부정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냐, 이건 아냐! 벼락 맞아 죽을 거야!'
하지만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도 있듯 그럴수록 강한 집착을 보이는 내 마음이었다.
'미친 년! 넘볼 게 따로 있지 감히 누굴 넘봐!'
'아냐, 그럴 수도 있는 세상이잖아. 사람 사는 세상이 별거냐!'
그렇게 부정과 긍정의 틈새에서 방향을 하고 있는 사이 이윽고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했다.
"얘, 우리 남편더러 마중 나가라고 했으니 잘 찾아!"
문득 나는 지수의 남편인 종수 오빠가 10년 세월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수가 알려준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어머, 종수 오빠!'
나는 유료 주차장 입구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종수 오빠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 오빠!'
나는 벅찬 설렘 때문인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렇듯 김종수, 그는 지수와 결혼하기 전까지 한동네에 사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짝사랑으로 연모했던 남자였다.
만일에 종수 오빠가 단 한 번의 실수로 지수에게 임신만 시키기 않았어도 심각한 삼각관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종수 오빠는 나를 목격하고서도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ri우뚱거리며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10년 세월동안 몰라보게 변해버린 날 선뜻 못 알아 본 모양이었다.
'그대로네. 살이 좀 붙은 거 말고는 ….'
큰 키에 이목구비 윤곽이 뚜렷한 거나 가끔 어수룩한 데가 있는 표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다.
'과묵한 성격은 그대로일까?'
말수가 적고 침착한 성격이라 지수가 때로는 짜증을 내기도 했던 오빠를 빤히 지켜보고 있는 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극적인 해후를 흉내 내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
밀물처럼 밀려드는 아련한 옛 추억에 젖어 감상에 빠져있는 탓이기도 했지만 마구 뜀박질을 해대는 가슴의 박동소리 때문에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종수 오빠를 대하는 순간 어색할 것만 같은 시선처리며 표정관리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바로 그때였다. 오빠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종수 오빠!"
내가 먼저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혜, 혜정이 맞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다.
그의 체온을 난생처음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아니, 남편 사별 후 처음 만져보는 외간 남자의 손이었다.
나는 숨이 턱하니 멎는 듯한 기분에 머릿속이 멍해지는 듯했다.
"몰라요. 아무리 십년 세월이지만 고향 동생을 못 알아보는 법이 어디 있어요!"
나는 어리광을 피우듯 아양인지 애교인지 모를 내가 생각해도 야릇하기 짝이 없는 눈 흘김으로 종수 오빠를 응시했다.
오빠는 상기된 얼굴로 내 손을 힘주어 잡은 채 오빠로서의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미, 미안해! 너무 변해서 알아볼 수가 있어야지. 하여간 잘 왔어! 지수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어! 상심이 되겠다만 … 어쩌겠어. 운명이거니 하고 살아야지."
"고마워, 오빠! 나 열심히 살 거야. 보란 듯이!"
쿵쾅거리던 심장의 박동소리는 어느새 잦아들었지만 불현듯이 아랫도리로 번지는 묘한 기운에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그의 따뜻한 체온에 독수공방으로 응어리져 있던 욕정이 어느 순간부터 촉수를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 오빠, 나 어쩌면 좋아?!'
"그래야지. 혜정이 넌 꼭 그렇게 될 거야. 자, 가지!"
그가 나를 끌다시피 하여 데리고 간 곳은 주차장 구석에 주차해 있는 검정색 소나타Ⅲ 앞이었다.
"타!"
조수석을 손수 열어주는 그의 자상함에 얼마 만에 느껴보는 남자의 정겨움인가 싶어 눈물이 우르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오빠, 차 좋네!"
무슨 말이라도 해야 진정이 될 것 같아 안전 벨트를 매며 그렇게 말했다.
"이게 다 지수 덕분이지 뭐!"
오빠가 차를 출발시키며 힐끗 나를 쳐다보는데 눈의 초점이 약간 흔들리는 듯했다.
"피, 자고로 마누라 덕보고 사는 남자치고 팔불출이 따로 없다던데 … 오빠도 그래?"
그 흔들림의 정체가 궁금해서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글쎄, 혜정에 눈에 그렇게 보였다면 그게 맞겠지."
그런데 종수 오빠가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갑자기 말문을 닫고 내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과묵한 성격 탓이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안 것은 은근슬쩍 내 무릎이며 젖가슴을 훔치는 오빠의 눈길을 의식하면서부터였다.
'어머, 그랬구나!'
순간 나는 뇌리를 스치는 뭔가에 아차 싶었다. 유죄는 바로 정장 스커트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길이가 약간 짧은 정장 스커트인데다 워낙 쿠션이 좋은 좌석이다 보니 55키로 체중만큼이나 밑으로 푹 꺼진 상태라 무릎 부위가 고스란히 드러난 건 고사하고 우윳빛을 띠고 있는 허벅지 맨살까지 자연스럽게 반 이상 노출되어 있었으니 오빠의 '눈치보기'가 이해가 될 만도 했다.
"오빠, 나 뒤로 갈까?"
의지에 반하는 소리였지만 일단을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이번에는 내가 오빠의 눈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오빠가 전방을 주시하며 되물었다.
"… 왜?"
나는 즉답으로 오빠의 반응을 살폈다.
"왠지 오빠가 불편해 하는 거 같아서 …."
"그렇게 보여?"
"응, 많이 …."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거북살스럽고 불편하니까 뒤로 가달라고 하면 별 도리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왜?"
이번에는 내가 그 이유를 따지듯 물었다. 오빠의 반응 여하에 따라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
오빠는 시선을 앞에 고정시킨 채 담담한 심경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꾸했다.
"오빠는 ~, 그냥이 어디 있어? 감정이 있는 남자라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
돌연 내 입에서 코맹맹이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빠를 유혹하기로 작심이라도 한듯! 아니, 어쩌면 언제 적부터 가슴 한편에 똬리를 틀고 있던 지수에 대한 질투를 한방에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 신선한 충격이라고 하지."
오빠의 목소리는 평상심을 벗어난 듯 조금 떨려있었다.
"오빠, 이 혜정이가 고향 동생이 아닌 여자로 보여?"
어차피 작심한 일이니 빙 둘러치는 것보다는 바로 정곡을 찔러 오빠로 하여금 마음 편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
오빠는 나더러 어떻게 받아들이든 내 맘대로 해석을 하라는 듯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오빠, 지금 거기 많이 불편해?"
오빠의 사타구니께는 눈에 확연하게 들어찰 정도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
오빠는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빠, 지수하고는 그게 잘 안 돼?"
"…"
한번 굳게 닫힌 오빠의 말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나는 질문의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오빠, 언제 하고 안 했어?"
그게 절대적인 자극이 되었는지 극적으로 오빠의 말문이 트였다.
"꽤 오래 됐어!"
"지수가 싫어해?"
그러자 오빠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니, 하고는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모양이야. 새벽 2시에 마치고 들어오면 샤워만 대충하고 그냥 잠에 곯아떨어지니까 … 그렇다고 나 혼자 기분 내자고 한번 하자고 할 수도 없고 …."
맞벌이 부부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오빠의 푸념내지는 하소연에 나는 강하게 메스를 들이댔다.
"그럼 해소는 어떻게 해?"
그 말에 오빠는 피해갈 수 없는 분위기임을 깨달았는지 듣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손!"
"나랑 같네 … 오빠, 그거 한번 만져 봐도 돼?"
나는 내친 김에 뭐한다는 기분으로 속전속결로 오빠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이럴 때일수록 남자의 단순한 성적 심리를 최대한 이용하는 게 효험이 빠르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내 가랑이는 스커트 폭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벌어져 있었는데 오빠가 희멀건 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허벅다리 안쪽에다 시선을 내리꽂으며 말했다.
"혜정이 너, 많이 외로운 모양이구나!"
"그렇다고 아무 남자한테나 가랑이를 벌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오빠 … 우리 무덤 속까지 가져갈 수 있는 은밀한 비밀 하나 만들면 안 될까?"
"무덤 속? 비밀? 그럴 자신 있어?"
"오빠만 좋다면 … 나 오빠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어! 오빠의 가정을 온전하게 지켜주면서 말이야!"
어쩌면 나는 영원한 불륜을 획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쁜 여자, 부도덕한 여자. 음란한 여자, 음탕 끼가 유별난 여자로 손가락질 받는다 해도 오빠와의 불륜이라면 지옥의 불구덩이도 마다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혜정아, 지금 꼭 만져보고 싶어?"
그 말은 나와의 불륜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겠다는 오빠의 의지였다.
나는 그지없이 가슴을 치는 벅찬 감동에 눈물까지 흘리며 오빠에게 진정으로 매달렸다. 불쌍한 여자에게 내리는 하늘의 눈물겨운 배려를 생각해서라도 오빠를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수도 없이 하면서!
"아니, 사실은 그거 하고 싶어! 오빠, 나 카섹스는 한 번도 안 해 봤어! 오빠만 좋다면 그거 경험하고 싶어!"
오빠가 흔쾌히 오케이 했다.
"나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근데 혜정아 … 울긴 왜 울어? 이제는 울지 마! 네 곁에 내가 있잖아!"
"오빠, 고마워! 나 오빠 사랑할 거야! 지금부턴 옛날처럼 짝사랑에 목매단 혜정이로 살지 않을 거야!"
그러자 오빠가 대청공원 쪽으로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