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29 회: 213 타락, 그 시작과 끝 -- >
2
"정미야. 사장님이 점심 사준대. 저 레스토랑에 먼저 가 있으래."
정미는 사장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선배, 꼭 가야 돼? 우리끼리 먹으면 안 돼?"
사실 정미는 썩 내키지 않았다. 사장이란 작자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는다는 것부터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선배는 뚱딴지같은 말로 정미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얘, 난 기회 봐서 사장에게 립 서비스 해줘야 하니까 넌 눈치껏 자리만 피해줘. 알았지?"
정미는 립 서비스란 말에 충격이라도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
"얘는, 세상사 요지경이란 말도 있잖니. 이럴 때는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하는 거야. 그게 세상을 가장 편하게 사는 방법이야."
정미는 선배의 유들유들한 말투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그만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얼른 오지 않고 뭐해?"
"으응, 알았어."
정미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끌며 선배 뒤를 따랐다.
선배가 정미를 끌다시피 하여 들어간 곳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실내조명은 대체로 아늑해 보였다.
사장이란 작자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정미와 선배가 자리를 잡기 위해 실내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벌써 와 있었구먼. 그럼 우리 방으로 갈까?"
둘은 서둘러 앞장을 서는 사장을 군소리 하나 없이 따라갔다. 사장이 안내한 곳은 촉광이 낮은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널찍한 방이었다. 길쭉한 테이블 양쪽으로 푹신한 방석이 네 개씩 놓여 있었다.
선배는 사장 옆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고, 정미는 맞은편에 혼자 앉았다.
"할 얘기 먼저 하고 주문할 테니 부르기 전에는 이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 한 삼십 분 걸릴 거야."
주문을 받기 위해 들어온 남자 웨이터에게 사장이 착 가라앉는 목소리로 말했다. 웨이터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이내 밖으로 나갔다.
웨이터가 나가자마자 선배가 정미에게 자리를 피해달라는 뜻으로 한쪽 눈을 찡긋, 윙크를 날렸다.
그런데 정미가 일어나기도 전에 사장이 선배의 입술을 덮쳤다.
순간 정미는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그 자리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어머! 어머!'
정미는 난처하기 이를 데 없는 기분에 사로잡힌 나머지 일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멍하니 둘의 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가 사장의 키스세례를 피하며 말했다.
"사장님, 정미가 나가고 나면 해요."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너희 둘 차례로 나한테 봉사할 건데 나가고 자시고 할 거 없잖아. 그러니 정미 너, 그대로 가만히 있어."
그러고는 다시 선배의 입술을 강제로 덮치고는 쪽쪽 소리를 내며 빨기 시작했다.
정미는 두 눈을 감아야 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 볼 용기가 없어서였다.
'아아, 둘 다 미쳤어. 미쳤어! 벌건 대낮에… 이건 아냐! 아냐!'
그때 사장의 입에서 낯 뜨거운 말이 튀어나왔다.
"자, 이제 거시기 꺼내 봐."
정미는 거시기란 말에 눈을 번쩍 떴다.
'설마 여기서…?!'
선배가 정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사장님, 정미 나가게 하면 안 돼요?"
"어허, 돈 벌기 싫어?"
"아뇨. 하… 할 게요."
돈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선배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장의 바지로 손을 가져갔다. 그런 다음 지퍼를 열고 그 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 뭔가를 끄집어냈다.
'엄마야! 저, 저게…!'
순간 정미는 정신이 달아나는 듯했다. 선배의 손에 딸려 나온 사장의 아랫도리 물건은 장대하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났다.
"으으, 시원하구먼. 이제 제대로 해 봐."
사장은 몸을 뒤로 비스듬히 기울인 채 아랫도리를 들썩거렸다.
"사장님, 물건 하나는 죽여주네요."
어느새 선배는 두 손으로 물건을 움켜쥐고 아래위로 훑고 있었다.
"으으! 얘, 침 좀 발라가면서 해."
"아이~, 사장님두~!"
선배가 코맹맹이 소리와 함께 눈을 흘기자 사장이 한 손으로 선배의 머리를 잡더니 사타구니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선배는 어쩔 수 없이 사장의 물건을 입에 물고 말았다.
"으윽! 그래, 그렇게만 해."
어느새 방안에는 음란하기 짝이 없는 소음이 공공연히 활개를 치고 있었다.
정미는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음탕한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인간의 타락은 어디가 끝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선배가 사장의 물건을 희롱하고 있는 사이, 사장은 선배의 스커트 안으로 손을 뻗어 어딘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아! 그래요. 거, 거기…!"
선배가 물건을 빨다말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토해 냈다.
"으으, 처녀 조갯살이라 그런지 무지 야들야들하구먼. 좋아… 아주 좋아! 쫄깃쫄깃한 이 감촉이 아주 좋아!"
정미는 도저히 이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은밀한 그곳이 사장의 손가락에 놀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정미의 그곳이 자연스럽게 후끈 뜨거워지며 끈적끈적한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아냐, 이건 내가 아냐. 내가 왜 이러지?'
정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보지만 두 눈은 보면 볼수록 흥미진지(?)한 둘의 음란한 행위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관찰하고 있었다.
어느 틈에 선배의 검정 팬티는 허벅다리에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었다.
"하아!"
선배의 입에서 짧게 끊어지는 비명 같은 신음이 토해 졌다.
순간 정미는 사장의 손가락이 선배의 속살 깊숙이 뿌리를 내렸는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다들 제정신이 아냐!'
정미는 그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부리나케 방을 뛰쳐나갔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무슨 조화인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타구니가 뜨거워지고 있었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정미는 몹시 흥분해 있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정미는 거울 앞에 서서 마구 뜀박질을 해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거울 속의 정미 얼굴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선배가 화장실로 뒤쫓아 온 건 잠시 후였다.
"미안해. 나로선 어쩔 수 없었어. 이거 받아. 정미 네 몫이야. 그리고 사장이 일 끝나면 같이 가자고 할 거야. 눈 딱 감고 그냥 미친 척 해버려. 그게 어쩌면 우리 같은 여자의 현명일지도 모르니까."
선배가 돈 뭉치를 건네고는 돌아서서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정미는 손에 쥐어져 있는 30만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30만원. 따지고 보면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왜 이리 두툼하게 보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정미는 문득 돈에 환장한 사람처럼 몹쓸 상상으로 자신을 두둔했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만 번다면…'
가족 한 달 생계비는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 빼도 박도 못할 바에야 즐기면서 실속을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
정미는 어느 결에 이슬이 내린 듯 축축해져 있는 팬티 감촉을 느끼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눈가에 물기 같은 게 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