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10 회: 207 쾌락의 욕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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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고(?)는 그녀가 현관문을 열기 위해 잡고 있던 진호의 팔을 놓을 때 일어났다. 진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넘어지는 척 비틀거리며 뒤에서 그녀의 양 겨드랑이 사이로 두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탐스러운 젖가슴을 질끈 움켜잡으며 중심을 잡는 척 했다.
그녀가 기겁하듯 화들짝 놀란 건 당연했다.
"어머! 얘… 어, 어딜 잡는 거니?"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진호의 손을 떼어내려 몸부림을 쳤지만 그럴수록 진호는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올 것 같은 젖가슴의 탄력감을 즐기며 그녀의 한쪽 어깨 위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는 뜨거운 입김을 목덜미에 훅훅 불어넣으며 잠꼬대를 하듯 지수 고 계집애 이름을 불러댔다.
"지수야! 지수야!"
"얘가 왜 이러니? 지수 아니란 말이야. 누나야 누나 경미 누나… 어서 손 떼지 못해. 아이, 나쁜 자식!"
그녀 입장에서는 발끈 화를 낼만도 했건만 목덜미와 젖가슴에 퍼부어지는 야릇한 자극 때문인지 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헛소리(?)만 늘어놓았다.
진호는 첫 관문은 그런대로 통과했다는 안도감에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씨부렁거렸다.
"지수 넌, 나쁜 년이야. 경미 누나보다 못난 게 눈은 높아가지고…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나쁜 년아!"
지수 고 계집애보다 그녀가 더 매력적이라는 말로 그녀의 관심을 끄는 것도 나름대로 그럴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그녀는 핸드백을 열어 현관문 열쇠를 꺼내고 있었다.
"그래, 알았으니까 얼른 손이나 떼."
진호는 이 상황에서 떼란다고 떼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생각에 손아귀에 힘을 주어 대놓고 주물럭거렸다. 그리고 내친 김에 뭐한다는 기분으로 일부러 몸을 흐느적거리며 그녀의 암팡진 엉덩이에 아랫도리를 바짝 밀착시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기지개를 켜며 단단하게 일어선 그의 분신이 두 쪽으로 갈라진 엉덩이 계곡 사이를 파고든 상태였다.
그때 그녀가 코맹맹이 소리로 아무 죄도 없는 열쇠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 이게 오늘따라 애를 먹이네. 이게 아닌데… 나쁜 자식."
그녀의 오른손은 열쇠 구멍을 못 찾고 자꾸 헛돌고 있었다. 그게 진호 눈에는 뭔가를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여 진호는 좀 더 진한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바로 눈앞에 있는 뽀얀 피부의 목덜미에 살며시 입술을 갖다 댔다. 그리고는 싱싱한 오이 냄새를 연상케 하는 향긋한 살 냄새가 풀풀 날리는 귀밑을 혀끝으로 간질이듯 날름날름 거렸다.
순간 그녀는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전율을 일으키며 등으로 거칠게 진호의 몸을 밀어냈다.
"아이, 얘가 왜 이러니? 간지럽단 말이야."
그리고 바로 그때 철컥 소리를 내며 현관문이 열렸다.
"들어 와, 이 나쁜 자식아!"
홱 돌아서서 진호의 한쪽 팔을 잡고 안으로 끌어당기다시피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화가 단단히 나있었다.
순간 진호는 속으로 이제 죽었구나 싶었다. 그녀의 성격상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이 진호를 변호할 줄이야 하늘이 알고 땅인들 짐작이나 했을까.
상황은 이랬다. 그녀가 거실로 올라서며 진호를 거칠게 끌어당기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아무 무리는 없었다, 그런데 진호가 미처 운동화 한쪽을 마저 벗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다른 한쪽을 벗기 위해 벗은 발로 벗지 못한 발뒤꿈치에 갖다 대는 순간, 재차 강하게 잡아끄는 그녀의 우악스런 기세에 그만 중심을 잃고 체중이 앞으로 확 쏠리고 말았다.
"어어, 누나!"
"어머! 어머!"
실로 찰나에 빚어진 극적인 사단(事端)이었다. 미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앞으로 급격히 쏠리는 순간 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 그녀를 끌어안다시피 하여 거실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그런 황당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넘어지면서 손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닐 텐데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진호의 오른손이 그녀의 스커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했으니 정말이지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진 꼴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건 또 무슨 지랄 같은 경우인지 변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황당무계한 사태가 진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천당과 지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순간이었다.
"얘, 어딜!"
그녀가 식겁이라도 한 듯 눈을 부릅뜬 채 진호를 잡아먹을 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아뿔싸! 그제야 진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실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시쳇말로 골 때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의도적으로 저지른 짓이 아니라 해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몹쓸 작태였다. 희한하게도 진호의 손아귀에 고스란히 잡혀 있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사타구니 불두덩이었다. 비록 팬티 위지만 털이 주는 까슬까슬한 감촉과 말랑말랑 하면서도 도톰한 살집 감촉으로 보아 거기가 확실했다.
"이 나쁜 자식아! 얼른 손 안 빼!"
그녀가 아랫도리를 사정없이 비틀며 악다구니 하듯 큰소리를 쳤다.
순간 진호는 이게 어쩌면 자기를 가엽게 여긴 하늘의 계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바닥에 착 감기듯 달라붙는 음모와 불두덩을 마구 문질러대며 미친 척 했다.
"누나, 왜 이래? 누나가 이러면 안 되잖아… 이러지 마, 누나."
그녀가 할 소릴 진호가 한 꼴이니 그녀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찰 노릇일 게 분명했다.
"어머! 어머! 얘 좀 봐… 누가 할 소릴… 나쁜 자식, 얼른 손 안 빼!"
그녀는 자기가 직접 진호의 손을 잡고 억지로라도 떼어 내면 될 것을 말로만 빼라고 했을 뿐 그냥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진호는 계속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미친 척 했다. 모험이라면 모험이었고 도발이라면 도발이었다. 뺨을 왕복으로 때리면 기꺼이 맞을 것이고, 내일 당장 방을 빼라고 하면 가차 없이 뺄 것이다. 아니 내일 당장 삼수갑산을 간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참이었다.
"누나,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나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란 말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판사판 합이 육 판이라는 심정으로 팬티 위를 어루만지고 있는 손을 팬티 안으로 쑥 밀어 넣었다.
"헉!"
후텁지근한 열기와 함께 밀림처럼 무성하게 우거진 털 군락과 세로로 갈라진 꽃잎 계곡 살점들이 일제히 손가락에 들러붙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짧게 끊어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지, 지금 뭐하는 짓이니? 얼른 손 안 빼! 어머! 어머! 얘가 점점… 어머! 어머! 정말 이럴 거니? 하아, 나 몰라!"
그런데 그녀는 말로만 그랬을 뿐 이미 좌우 대칭으로 맞물려 있는 도끼자국 꽃잎을 꼬집듯이 비벼대고 있는 진호의 손장난에 아랫도리를 전적으로 내맡기고 있었으니 이 무슨 희한한 반응인지 알다가도 모를 미스터리였다.
그때 진호는 이왕지사 내친걸음이고 깔아놓은 멍석이라 생각하고 감칠맛이 절로 우러날 것만 같은 속살 깊숙이 가운뎃손가락을 쑥 밀어 넣었다.
바로 그 순간 그녀가 잽싸게 진호의 손을 낚아채고는 벌떡 일어나 앉아서는 뻥진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진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짝!"
따귀소리가 천둥치는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리는 순간 두 눈엔 불이 번쩍, 머릿속은 유리 깨지는 소리로 가득 찼다.
"누나!"
그녀는 사뭇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나쁜 자식! 이제 정신이 드니? 술김에 한 짓이라 용서하는 줄 알아… 나쁜 자식, 어따 대고 손장난이야."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휑하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진호가 꿈꾸어 온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아무 소득 없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게 아닌데… 가면 안 되는데!'
진호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 수밖에 없어.'
진호는 방으로 도망치듯 가버린 그녀를 다시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할 작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곧장 화장실 겸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문을 살짝 열어놓은 채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리고 여전히 꼿꼿하게 살 뼈가 살아 있는 녀석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고는 오줌을 누는 척 하다가 일부러 비명을 크게 내지르며 변기 앞에 쓰러졌다. 그녀가 부리나케 뛰어나와 주기를 빌고 또 빌며.
"아이쿠! 누나!"
그녀는 진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진호야, 왜 그래?"
하는 소리와 동시에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때 진호는 눈을 감은 채 뒤로 벌렁 드러누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진호의 분신은 무언의 시위라도 하듯 피사의 사탑처럼 하늘을 치받을 듯이 우뚝 기립해 있었다.
"어머! 얘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진호는 실눈을 뜬 채 그녀의 표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낼 것처럼 잔뜩 화가 나 있는 진호의 분신을 넋 나간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였다.
"으으! 누나, 누나!"
진호는 사경을 헤매는 척 고양이 앓는 소리를 내며 그녀를 찾았다. 그녀의 동정심을 최대한 끄집어 낼 심산이었다.
그녀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감동이라도 먹었는지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그래, 그래, 누나 여기 있어. 제발 정신 좀 차려. 나쁜 자식, 계속 속을 썩이네. 아휴, 이걸 나더러 어쩌라고… 휴우!"
진호는 마지막에 내뱉은 한숨소리가 왠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