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82 회: 118 기숙사감과 숙직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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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대리는 잠결에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더듬듯 어루만지는 은밀한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헉! 누구지? 분명 여자 손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상진은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제지를 할까 하는 충동은 굴뚝같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이유는 이 심야의 어둔 공간에, 그것도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손길이 자신의 몸을 은밀하게 더듬고 있는 터라 좀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쁠 것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체 누가 이런 위험천만을 짓을…?!'
다만 이 뜨겁고 은밀한 손길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하는 의문은 온몸 구석구석으로 번지고 있는 낯선 긴장만큼이나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 손길은 마치 능구렁이 한 마리가 담벼락을 소리 없이 타넘듯 자신의 러닝셔츠 밑으로 미끄럼을 타듯 슬그머니 기어들어와 가슴팍을 쓰다듬더니, 급기야는 아랫배를 지나 불끈 치솟은 팬티 위로 덮치듯 했다,
'헉!'
순간, 들숨을 가까스로 안으로 삼킨 김 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로 절로 뻗치는 묵직하면서도 뻐근한 기운에 황당해 했다.
그 와중에도 김 대리는 그녀의 입에서 뜨겁게 내뿜어지는, 가느다란 실처럼 여리게 이어지는 은근하면서도 끈적거리는 듯한 희미한 숨소리를 귀에 낱낱이 주워 담고 있었다.
'설마?'
불현듯 그녀의 손길이 노리고 있는 것이 아랫도리 자존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윽고 그녀의 뜨거운 손길이 허리에 걸려 있는 팬티 밴드를 들추고 안으로 조심스럽게 기어들어 갔다.
바로 그 순간, 상진의 허리춤이 진동을 일으키듯 바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엉덩이가 미미하게 들썩거렸다.
일순 그녀의 손길이 잠시 멈칫하더니 김 대리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휴우~! 간 떨어질 뻔했네.'
아무 기척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진영은 다시 음모 숲을 손바닥으로 슬슬 문지르고는 이내 손가락으로 자존심 기둥을 살며시 그러쥐고는 위에서 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헉!'
순간, 상진은 하마터면 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신음소리를 간신히 목젖으로 틀어막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미간을 좁혔다.
그제야 오감의 말초신경(末梢神經)을 주눅 들게 하는 손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김 대리는 살며시 실눈을 뜨고 아래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 아니! 이, 이게 누구야?!'
숙직실로 난입한 불청객이 누구인지를 확인한 순간, 김 대리는 심장에 날카로운 작살이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듯한 아찔한 통증을 느꼈다,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경악과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아랫도리에 가득 몰려있는 알싸한 쾌감이 뇌리 속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어 아예 똬리를 트는 듯했다.
'이, 이건 환상이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한여름 밤 몹쓸 몽정(夢精)을 위한 에로틱한 꿈이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포만감과 뿌듯함에 쾌재라도 부르고 싶었다.
'후후! 세상사는 맛이 이런 건지도 모르지. 그래, 로또 복권에 당첨이 된다 해도 이런 기분일 리 없지. 아암. 이건 하늘이 나에게 내린 행운이야 행운! 평생에 한번 있을까말까 한 행운 말이야!'
김 대리는 그 불청객이 사내(社內)에서 퀸카로 통하는 영양사 장진영이라는 사실에 이 무슨 천지개벽할 요상한 조화인가 싶었다. 도도하다 못해 뭇 사내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건 고사하고 데이트 신청이라도 하면 일언지하에 거절을 밥 먹듯 하는 그녀였다.
그런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장진영이 이렇게 심야를 틈 타 숙직실로 잠입해 자신의 자존심을 손아귀에 가두고 자위행위를 하듯 쥐어흔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기 때문이었다.
'분명 내일의 태양은 절대 뜨지 않을 것이야!'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결코 환영(幻影)이 아닌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 앞에 김 대리는 그저 황홀경이나 다를 바 없는 사타구니의 쾌감에 자신의 순수한(?) 본능을 솔직하게 내맡기고 싶은 충동 하나만이 전부인 것처럼 엉덩이를 가볍게 들썩이며 적극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어머, 반응하고 있어! 지금 김 대리는 자는 척 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 그래서?
- 다행이라는 얘기야.
- 뭐가 다행이라는 거니?
- 내 손길을 은근히 즐기고 있잖니.
-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거 아냐?
- 그야 당연한 거 아니니?
김 대리가 이미 잠을 깬 상태에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그녀는 입가로 회심(會心)의 미소를 흘리며 자존심을 희롱하고 있던 손을 그의 가랑이 깊숙이 밀어 넣어 단단하게 오그라든 구슬 주머니를 손바닥 가득 그러잡고 공기놀이 하듯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아아, 제발 꿈이 아니길!'
온몸 구석구석을 뜨겁게 달구는 벅찬 감동의 물결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김 대리는 여전히 실눈을 한 채 팬티 밖으로 튀어나온 자존심 첨단 정중앙 요도 입구에 맺혀 있는 말간 이슬을 손가락 끝으로 마사지 하듯 후비는 그녀가 그저 아름답게만 보였다.
"아아!"
처음으로 진영의 입가에 성적 흥분에 겨워하는 듯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또렷하게 걸렸다.
김 대리는 그 신음소리에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한꺼번에 꿀꺽 삼켜야 했다. 목젖을 통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어느 순간, 진영의 얼굴이 김 대리의 가슴 쪽으로 쏠렸다. 그 바람에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 탄력이 그의 팔뚝에 밀착되었다.
순간, 김 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그 볼륨감 있는 포실한 탄력감에 온몸이 220볼트 전류에 감전이라도 된 듯 파르르 떨렸다.
"으으, 으음~! 아아, 흐흑!"
문득 김 대리는 진영의 신음소리가 조금 전과는 판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김 대리의 추측은 들어맞았다.
그랬다. 진영은 몸을 파리하게 떨어대며 다른 손으로 자신의 아랫도리 속살 안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속살과 손가락이 톱니처럼 맞물려 서로 시달리는 질척거림이 한여름 밤의 소음처럼 들리고 있었다. 마치 진흙탕 속을 두 발로 걷는 듯한 그런 마찰음이 분명했다.
'어쩐다?'
문득 김 대리는 갈등에 사로잡혔다. 지금이라도 서로 상견례(?)를 하고 서로가 갈망하는 수순을 밟느냐 아니면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느냐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김 대리의 그런 갈등을 비웃기라도 하듯 진영의 극적인 도발이 발처럼 드리운 것은 바로 그때였다.
"으윽!"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와도 같은 진영의 기습이었다. 어쩌면 그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러고 싶었던 예고된 수순이었는지 모르지만 김 대리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으으, 으음!"
김 대리의 아랫도리 자존심을 덥석 덮친 진영은 입안에 가득 들어차 있는 이물질을 목구멍에다 걸고는 혀를 놀려 기둥을 휘감듯 담금질해 나갔다.
그때 김 대리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삽시간에 그녀에게 제압당한 아랫도리는 요동을 치듯 격렬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는 아예 대놓고 즐기겠다는 무언의 암시이기도 했다.
'그래, 이제 된 거야! 김 대리도 나를 원하고 있어! 오길 백 번 잘 한 거야! 그렇지?'
- 지금 나한테 묻는 거니?
- 응. 그러니까 괜히 딴소리 하지 말고 그냥 잘한 짓이라고 말해줘. 현명했다고 말이야.
- 뭐, 현명?
-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안 되겠니?
- 무슨 입장인데?
- 태호 씨 아랫도리에 길들어져 있는 나잖니?
- 그건 이해한다만 그래도 네가 싫어. 아니, 경멸하고 싶어.
- 왜?
- 자고로 하루아침에 배신을 때린 년은 용서가 안 되니까.
- 이게 정말 용서가 안 되는 짓이니?
- 당연히 용서가 안 되는 짓이야.
- 난 다른 남자랑 바람피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 그 말 진심이니?
- 너도 알잖아. 비록 떨어져 있지만 내가 태호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 좋아! 이번 한 번은 눈감아 주지. 명심해! 이번 딱 한 번만이야?
- 고마워!
마음 속 분신의 적극적인 지원에 크게 고무된 진영의 펠라티오 서비스는 걸신이라도 들린 듯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막무가내로 김 대리의 자존심을 담금질해대고 있었다.
진영의 펠라티오 서비스는 한 마디로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다. 기둥을 가로로 물고 이빨로 자근자근 깨물기도 하고, 마치 하모니카를 불듯 입술로 빨아가며 훌치기도 하고, 밑동 고환 주머니까지 입안에 통째로 집어넣고 구슬 2개를 요리조리 굴리기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이미 김 대리의 격렬한 허리 율동은 침대에서 떨어져 허공에 붕 떠있는 상태에서 위로 치받고 좌우로 뒤틀리고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진영의 담금질은 집착이라 할 정도로 김 대리의 자존심을 요절이라도 낼 듯 찰거머리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으으, 진영 씨!"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내뱉은 김 대리는 어느새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움켜잡고 있었다.
어느덧 한밤의 숙직실 분위기는 찌는 듯한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한여름 밤의 후텁지근한 열기만큼이나 후끈한 열풍에 휩싸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