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73 회: 115 애욕(愛慾)의 낮과 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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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이년의 팔자."
밀양 댁은 얼굴에 흐른 땀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두 번 하는 팔자타령도 아니건만 오늘따라 유독 심란하기 짝이 없었다. 괜스레 가슴 한 쪽이 바람이라도 든 듯 허전해서 당최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휴우!"
3년 전 교통사고로 저 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남편의 얼굴이 떠올라 한숨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남편은 5톤 트럭 운전사였다. 뚫려있는 길이라면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자랑삼아 떠벌리곤 했던 그런 남편이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과속으로 차를 몰다 급차선 변경으로 끼어든 승용차를 피하려다 핸들을 꺾는 순간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는 차를 정면으로 박는 바람에 현장에서 즉사를 했던 것이다.
밀양 댁은 한동안 남편의 죽음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대문을 열고 들어설 것만 같은 남편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도무지 실감으로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부정하면 할수록 마음의 상처만 깊어갔다. 결국 밀양 댁은 3개월이 지나서야 남편이 불귀(不歸)의 객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하루아침에 아비 없는 자식이 되어 버린 아들 민수와 젊은 나이에 과부 신세가 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는 밀양 댁이었다.
그렇듯 남편의 죽음이 몰고 온 상처는 너무 컸고 깊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 민수는 날이 갈수록 말수가 적어지더니 성격 또한 내성적으로 변해갔고, 밀양 댁은 밀양 댁대로 오뉴월의 엿가락 늘어지듯 생기를 잃어갔다.
남편이 죽은 그 해 밀양 댁 나이 이제 겨우 서른다섯, 사흘 걸러 배를 맞춘 남편과의 방사(房事)에서 운우지락(雲雨之樂)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눈곱만큼의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남편의 죽음은 한창 개화의 절정으로 치닫는 성적 쾌감을 한순간 폭삭 주저앉게 만들었다.
"휴우, 하늘을 봐야 별을 따든 말든 하지."
지금 밀양 댁에게 뼈에 사무치도록 간절한 것은 남정네 아랫도리 그 단단한 살 뼈였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일이거늘 하늘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안 따라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밀양 댁은 텃밭 여기저기 비죽비죽 고개를 내민 잡초들을 말끔히 뽑아낸 후 엉덩이를 털털 털며 일어났다.
"젠장, 이놈의 하늘은 허벌나게 맑구먼."
그렇게 중얼거리며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선 밀양 댁의 눈길이 살짝 열려 있는 문간방 문으로 쏠렸다.
문득 어제 저녁 무렵, 아들 녀석이 생글생글 웃으며 한 말이 떠올랐다.
"엄마, 있잖아. 아까 낮에 목욕탕에서 봤는데… 문간방 삼촌 고추 무지 큰 거 있지. 거기 온 어른들 중에서 제일로 컸어."
그때 밀양 댁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얘는, 그딴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아들 녀석 말을 액면 그대로 떠올리며 삼촌의 우람하고 장대한 살 기둥이 눈에 잡힐 듯 떠오르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감정에 빠졌던 밀양 댁이었다.
'정말일까? 미친 년, 언감생심 누굴 넘보는 거야.'
밀양 댁은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며 마루에 걸려 있는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낮 12시를 갓 넘기고 있었다.
"휴우, 시간이 왜 이리 안 간담."
밀양 댁은 지루하기까지 한 시간을 탓하며 마당을 한 바퀴 휘둘러보고는 다시 문간방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잘한 짓이긴 하지만…"
돈이 궁해 면사무소에 다니는 5살 연하인 장 주사에게 문간방을 세놓은 것은 아니었다. 남편의 사망 보상금으로 받은 돈은 아직도 농협에 고스란히 저축되어 있었다. 앞집 진숙 엄마의 성화만 아니라면 장 주사에게 문간방을 내주는 일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세를 놓고 나서 집안에 건장한 남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으로 든든하기 이를 데 없었다. 더군다나 아빠를 잃고 의기소침해 있던 아들 민수가 장 주사를 삼촌처럼 생각하고 따라주니 흐뭇하기까지 했다.
"잘한 짓이면 뭐해. 허전한 내 몸뚱이는 안중에도 없는 걸."
그렇게 중얼거린 밀양 댁은 장 주사에게 세를 놓기로 결심한 날 진숙 엄마가 한 말을 떠올렸다.
"아무튼 생각 잘했어. 이봐, 밀양 댁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아는 법이제. 허구한 날 독수공방 신세라 옆구리가 시리도록 허전한 거 다 알아. 나야 남편 잃은 지 10년이 넘은 중늙은이지만 밀양 댁은 아직 팔팔한 나이잖아. 괜히 남편 생각해서 몸뚱이 고이고이 간직해봐야 흐르는 세월 따라 남는 건 후회 밖에 없어. 그러니 앞뒤 잴 거 없이 마음 내키면 은근슬쩍 수작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성 싶은데… 괜히 지조니 절개니 하면서 내숭떨 거 없다는 얘기야. 내가 다 밀양 댁 생각해서 다리를 놓았으니 매일 한숨만 푹푹 쉬지 말고 잘 해봐. 아랫도리 거미줄 오래 놔두면 건강에 안 좋아. 장 주사 보아하니 아랫도리가 제법 튼실할 것 같은데…"
그때 밀양 댁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장 주사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밀양 댁이었다.
'그게 가당키나 할까?'
밀양 댁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묻고는 다시 한 번 마당을 둘러본 후, 대문을 닫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곧장 문간방으로 다가갔다. 세를 놓은 이후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장 주사 방이었다.
방문을 여는 순간 밀양 댁은 코를 벌름거렸다. 담배 냄새 같기도 하고 혼자 사는 남자의 특유한 냄새 같기도 한, 그다지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코를 찔렀던 것이다.
하지만 밀양 댁은 그 냄새가 여자를 유혹하는 남자의 강렬한 체취로 와 닿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괜스레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방안은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깨끗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다. 밀양 댁의 시선을 끈 것은 창문 밑으로 놓여 있는 싱글 침대였다.
'아, 저기서…'
장 주사가 저 침대에서 팬티 하나만 달랑 걸치고 잠을 잘 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드는 순간 밀양 댁의 아랫도리가 불에 덴 듯 화끈 달아올랐다.
'뭐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야릇해지는 기분을 애써 누르며 잠시 망설이다가 자석에 끌리듯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선 밀양 댁은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저게 뭐지?'
밀양 댁 눈에 뛴 것은 베개 밑으로 튀어나와 있는 얄팍한 책자의 귀퉁이였다. 무심결에 그것을 집어든 밀양 댁은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엄마야!"
그것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백인 남녀가 한 덩어리로 엉겨 붙은 채 음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도색잡지 표지였다.
밀양 댁은 구리 빛 피부에 근육질의 남자를 보는 순간 눈앞이 어질어질해지며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세, 세상에! 이런 걸…'
밀양 댁은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눈을 의심했다. 아닌 게 아니라 잡지 그림은 적나라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남자의 사타구니에 달린 흉측한 살 기둥이 털이 하나도 없는 여자의 아랫도리 속살을 뚫고 들어가 박혀 있었으니 말이다.
'아,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밀양 댁은 어처구니없게도 남편의 아랫도리 심벌을 뻐근하게 보쌈하며 잘근잘근 깨물어주던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터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여보, 민수 아빠… 나 어쩌면 좋아요?'
남편에게 하소연을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밀양 댁은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얼른 이 방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손에 들고 있는 잡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장 주사, 이제 보니 엉큼한 사람이네. 그래, 모르긴 몰라도 이런 걸 보면서 손장난도 칠 거야. 나쁜 사람.'
밀양 댁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손끝으로 표지를 넘기고 있었다.
'어머! 이건 더 야하네.'
다음 페이지에는 또 다른 백인 남녀가 벌거벗은 몸으로 후배위 체위를 취한 채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금발 여자의 젖가슴이 얼마나 크고 탱탱한지 여자인 밀양 댁이 보기에도 만지고픈 충동이 일 정도였다.
그런데 이 여자 역시 표지 여자처럼 음모가 한 올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벌어진 속살이 훤히 보였다. 그리고 남자의 살 기둥은 표지 남자보다 더 굵었다.
'아, 저걸 받아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밀양 댁은 자신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어느 틈에 한 손이 자신의 사타구니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지 사타구니가 근질근질해지면서 뜨거운 뭔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했다.
'아, 미쳤어!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밀양 댁은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도 커튼이 없는 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는 후텁지근한 열기로 뒤덮여 있는 사타구니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손끝에 걸리는 까슬까슬한 털과 야들야들한 꽃잎 감촉에 진저리를 쳤다. 짜릿하기 이를 데 없는 아찔한 쾌감이라 절로 신음이 삐져나왔다.
"하아!"
그 와중에도 밀양 댁은 다른 손으로 서둘러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이번에는 근육질의 흑인 남자가 짐승처럼 네 발로 엎드린 금발 백인 여자를 뒤에서 공격하는 그림이었다.
밀양 댁은 온통 검은 빛으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인 남자의 굵고 긴 살 기둥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하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신음을 질러댔다.
"아아, 이걸 한 번 먹어봤으면…!"
마음 같아선 사진 속으로 들어가 금발 여자 대신 흑인의 살 기둥을 보쌈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하여 밀양 댁은 바싹 말라버린 입술에 침을 축이며 가운뎃손가락을 속살 안으로 슬그머니 밀어 넣었다.
"하아!"
속살 속 깊고 은밀한 곳에 죽어있는 듯이 똬리를 틀고 있던 욕정의 세포들이 일제히 창검을 휘두르며 엄청난 기세로 들러붙어 밀양 댁의 아랫도리를 단숨에 마비시켰다.
"삼촌!"
밀양 댁은 축축한 신음소리와 함께 문간방 삼촌을 부르며 침대 위로 벌렁 드러누워 치마를 훌떡 걷어 올렸다. 그리곤 팬티를 아예 벗어버리고 손가락 두 개를 구멍 속에 냅다 쑤셔 박고는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사, 삼촌! 삼촌, 제발 나 좀 어떻게 해줘요. 제발…! 아냐, 삼촌은 나중이야. 지금은 이 흑인 놈 물건 먹을 거야. 어서 튀어나와 날 덮쳐. 얼른!"
밀양 댁은 환상에 취한 듯 이상야릇한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진 속의 흑인 남자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말 거시기처럼 생긴 방망이를 꼬나 잡고 다가오는 게 아닌가.
"엄마야! 진짜 나왔네. 그래, 잘 왔어. 실컷 때려 박아줘!"
밀양 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보란 듯이 가랑이를 쩍 벌린 다음 엉덩이를 빙그르르 돌려댔다. 흑인 놈의 거대한 불기둥이 속살을 밀치며 파고들었다.
"하아! 내 구멍 찢어져! 엄마야, 내 구멍! 내 구멍!"
밀양 댁은 구멍이란 말을 연달아 외치며 구멍 속에 박혀있던 손가락을 빼내 음핵을 격렬하게 문지른 다음 다시 구멍 속으로 가져가 휘젓기를 반복했다.
그럴수록 밀양 댁의 뜨거운 머릿속에서는 고삐 풀린 상상의 나래가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번에는 삼촌 아랫도리 살 뼈를 먹고 있는 상상이었다.
"삼촌 잘하고 있어요. 좀 더 깊게! 좀 더, 좀 더! 하아! 나 죽어! 제발 나 좀 죽여줘!"
그렇게 교성을 질러대던 밀양 댁이 창문 위로 불쑥 튀어 오른 남자의 머리통을 발견한 건 오르가슴의 문턱에 막 다다를 즈음이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낸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오르가슴인데 느닷없이 나타난 남자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온몸 구석구석 번지는 수치심에 그만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앉으며 아랫도리를 치마로 가렸다.
"어, 엄마야!"
처음엔 그 남자가 문간방 삼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언제 적부터 밀양 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전 이장 신달수였다. 올해 나이 쉰일곱인 신달수는 5년 전에 상처한 홀 애비였다. 홀 애비가 과부에게 흑심을 품는다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신달수는 음흉하기 짝이 없는 눈으로 밀양 댁을 노려보며 어서 문을 열라는 듯 창문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아, 안 돼!'
밀양 댁은 본능적으로 창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열어주면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핑계로 아랫도릴 한번 달라고 수작을 걸어올 게 뻔했다. 하지만 밀양 댁은 곧 체념의 낯빛이 되고 말았다.
'아, 이를 어째!'
신달수의 흑심을 거역했다가는 동네방네 소문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 어쩌지? 삼촌 걸 먼저 먹고 싶었는데…'
하지만 찌릿하기 짝이 없는 극적인 순간이 불발로 끝난 마당에 찬밥 더운밥 가릴 게 뭐 있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 입막음부터 하는 게 상책이야.'
밀양 댁은 신달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문간방을 나와 대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