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72 회: 114 음욕의 칵테일 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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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영이 내미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두 손으로 나영의 양 볼을 잡고 입술을 훔쳤다.
나영이 두 팔로 그를 끌어안으며 혀를 쏘옥 내밀었다. 그는 야들야들한 나영의 입술을 입 속으로 빨아 당겨 어린아이가 막대사탕을 빨듯 쪽쪽거렸다. 그는 나영의 혀가 무척 달콤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동안 길고 진한 딥 키스를 숨이 막힐 정도로 교환한 둘은 옷을 챙겨 입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아직도 알몸의 두 여자가 격렬한 섹스를 하고 있었다.
그가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끄고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곤 십만 원 권 자기앞 수표 2장을 빼냈다.
"받아."
"고맙습니다."
나영은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면서 수표를 받았다. 왠지 그는 낭비라거나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갑에 돈이 더 있었으면 더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비록 용돈이란 명분으로 성사된 원 나잇 스탠드였지만 나영의 태도는 직업적인 여성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디에 쓸 건지 물어봐도 돼?"
"요긴하게 쓸 거예요. 핸폰비도 내고, 책도 사보고, 토플 학원에도 나갈 거예요. 이 나영이 착하죠?"
"그래, 착해. 나영이가 내 눈에는 타락천사로 보여."
"과장님이 천사라고 하니까 기분은 좋네요."
그가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나영의 표정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나영이, 주제넘게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솔직하게 대답해 주겠어?"
"뭔데요?"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과장님도 참, 이런 데 과장님을 유혹해서 진하게 연애를 한 주제에 그까짓 자존심이 뭐 대순가요. 얼른 말해 보세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나영은 속일 게 뭐 있나 싶은 표정으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정확하게 보셨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여길 와요."
"용돈이 필요해서?"
"용돈도 용돈이지만 여러 남자를 경험해 보고 싶은 성적 충동 때문이에요."
"프리섹스를 말하는 건가?"
"아마 그런 걸 거예요."
"애인 없어?"
"있었는데 차버렸어요."
"왜?"
"거추장스러워서요. 아니 어쩌면 식상했는지도 몰라요."
"식상이라? 싫증이 났다는 애긴데…"
"매번 판에 박힌 레퍼토리로 서로 흥분하고 쾌감을 느낀다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죽기보다 싫어졌어요. 그래서 속으로 이건 아니다 했죠. 아마 난 그런 쪽으로 타고난 여잔가 봐요. 한 남자에게 예속되기 싫은 그런 여자 말이에요."
"그게 성의 타락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어?"
나영이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성의 해방이라는 생각은 해봤어요."
순간 그는 성의 타락과 성의 해방의 차이는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주관이 뚜렷하구먼."
"그렇잖아요. 불륜도 남이 보면 부적절한 관계고 자기 관점에서 보면 사랑이잖아요."
"허허! 하긴…"
그는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는 기분이라 헛웃음을 지었다.
"과장님, 시간 다 됐어요."
"나영이,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그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객고를 푸는 차원에서라도 나영이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싶었다.
"과장님만 좋다면 전 피할 이유가 없잖아요. 용돈도 두둑이 주시고 이 나영일 요리하는 테크닉도 일품이니까 말이에요."
"그럼 다음에는 오늘처럼 1시간 타임에 비디오 방이 아닌 최소한 서너 시간에 모텔에서 마음 편하게 나영일 만나고 싶은데…"
"나야 좋죠?"
"정말이지?"
"네."
나영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럼, 가게 가서 술 한 잔 할까?"
"네, 그래요."
둘은 곧장 비디오방을 나와 <아마조네스>로 향했다. 나영이 아까처럼 그의 팔짱을 꼈다.
"과장님, 다음에는 뒤로 당하고 싶어요."
"왜?"
"잡지에서 봤는데요. 남자가 제일 좋아하는 체위가 후배위래요. 그 자세로 과장님 대물을 받아들인다면 그냥 뿅 갈 것 같은 거 있죠."
"그럼 알바 끝내고 바로 모텔로 가면 되겠네."
"과장님은, 아직 나영이 거기 얼얼하단 말이에요."
<아마조네스>에 들어서자 늦은 시간 탓인지 제법 손님이 많았다. 나영은 옷을 갈아입고 스탠드 안으로 들어가 서빙을 시작했다. 안에 있던 알바 여대생들이 나영이를 보더니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자리 하나를 차고 앉아 술을 마시면서 스탠드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나영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아무리 뜯어봐도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매력덩어리였다.
그는 유연한 각선미가 일품인 나영의 뒤태를 감상하며 술을 홀짝거렸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알바 여대생의 수가 점점 늘었다. 그는 처음 보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눈의 초점을 맞추었다. 모두 나영이보다는 못하지만 귀엽고 예쁜 얼굴들이었다. 특히 몸매는 나영이 못지않았다.
"이거 드세요."
그가 넋을 놓고 아르바이트생들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는데 나영이 시키지도 않은 과일 안주를 가지고 왔다.
"웬 과일?"
"제가 서비스 하는 거예요."
나영은 눈가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듬뿍 머금고 있었다.
그가 나영을 쳐다보며 웃어주었다. 볼수록 섹시미가 느껴지는 아이였다. 조금 전에 아랫도리를 맞추어서 그런지 더욱 친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영이도 한 잔 하지."
"그래도 되요?"
"마시고 싶은 거 마셔."
"칵테일 한 잔 할 게요."
잠시 후, 나영이 잔 하나를 들고 다시 그의 앞에 서서 귀엽게 말했다.
"우리 건배해요."
그는 우리라는 말에 더없는 친근감을 느끼며 잔을 들었다. 나영이 잔을 살짝 부딪혀왔다.
나영은 술을 마시는 사이사이에도 다른 손님들이 부르면 그쪽으로 조르르 달려갔다.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나영이와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사이 많이 취하고 말았다. 나영은 간헐적으로 다른 손님의 말상대를 해주고 있었다.
게슴츠레 풀린 눈으로 술을 마시고 있던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시, 아까 나영이가 말한 그런 거 아냐?'
그가 그런 쪽으로 머리를 굴린 건 스탠드 안에 있던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 중에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가는 애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면…
'그래, 여기 일하는 애들은 모두 다 나영이처럼.'
그랬다. 아르바이트생이 하나가 안 보이면 그 아르바이트생과 얘기를 주고받든 상대 남자도 잠시 후에는 자리에 없었다.
'그래, 내 짐작이 맞는다면…'
그는 1시간 더 있기로 마음먹고 나영에게 칵테일 한 잔을 더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1시간 정도가 지난 뒤에 아르바이트생이 다시 스탠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후후! 신종 용돈벌이 알바구먼.'
그는 왠지 모르게 우울해지는 자신을 질책이라도 하듯 남은 칵테일을 목 안 깊숙이 삼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장님, 제가 택시 잡아드릴 게요."
그가 나영의 손을 잡으며 혀 꼬인 목소리로 어린애가 어리광피우듯 한소리 했다.
"나, 오늘 외박하고 싶은데 어쩌지?"
"하면 되죠."
"알바 언제 끝나?"
"지금 바로 나갈 수 있어요."
"그거 반가운 소리구먼."
칵테일 바를 나온 둘은 다소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서로를 의지한 채 가까이에 있는 모텔로 들어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