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33 회: 102 온몸으로 우는 두 여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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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가뭄이 보름째 계속되고 있었다. 논이며 밭은 거북등처럼 쩍쩍 벌어져 바람만 살랑 불어도 흙먼지가 일 정도였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몇 십 년 만에 온 대가뭄이라고 연일 떠들어대고 있었다.
마을 노인네들은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들에게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라며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올 농사는 끝장났구먼."
"손주 녀석 학자금은 어떡하노."
그 지경이니 아랫도리에 뭐 하나 더 달린 마을 남정네들은 일찌감치 농사를 포기하고 하나 같이 도회지로 떠나고 없었다. 밭농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목숨 줄이나 다름없는 논농사부터 엉망이 되어 버렸으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식구들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시키려면 공사판 막노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하루를 여는 아침 해는 오늘도 무심한 얼굴로 어김없이 떠올랐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모여 앉아 죄 없는 담배를 피워대는 노인네들이 혀를 끌끌 차며 하늘에다 대고 삿대질이다.
"저놈의 해는 낯짝도 없나."
"염병할! 이거 하느님이 고스톱 치다 열을 받아도 단단히 받은 모양일세.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무심할 리가 없지."
"허허, 김 영감은 이 판국에 농담이라도 나오니 천하태평일세."
"답답해서 그래. 저, 저것들 그냥 말라죽는구먼."
그랬다. 삐쩍 말라비틀어진 농작물은 아우성을 쳐대며 쨍쨍 내리쬐는 땡볕에 붉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
동천 마을 밀양 댁과 함안 댁은 마을에서 억척스럽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서른일곱 동갑이었다. 두 여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게 뭔고 하니 밭일이면 밭일, 논일이면 논일, 거기다 밤일이면 밤일 서로 뒤질세라 서로 내기를 하듯 억척을 떤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두 여자의 남편들은 아침마다 만나면 밤새 얼마나 시달렸냐고 묻는 것이 인사라면 인사였다.
"말도 말게… 어젯밤에는 무려 세 번이다 당했단 말이지."
"세 번이라니 다행일세. 난 다섯 번일세."
그 정도로 음기가 강한 두 여자였다. 그런 두 여자가 벌써 한 달째 남편 아랫도리 맛을 못 봤으니 사타구니가 근질거려 못 견딜 지경인 건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하지만 이놈의 가뭄 땜에 객지로 나가 공사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남편들을 생각하자니 자중(自重)에 자중을 안 할 수 없었다.
허전하기 짝이 없는 옆구리 때문에 신 새벽에 눈을 뜬 밀양 댁은 일찌감치 애들이 먹을 아침상을 차려놓고 밭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별나게 감자를 좋아하는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을 위해 감자밭이라도 건사해야 외지에 나가있는 남편 볼 낯이 설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심란한 마음을 감자라도 깨면서 달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복실이>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제법 불룩한 배를 보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많이만 낳아다오."
밀양 댁이 헤벌쭉 웃으며 대문을 나서는데 함안 댁이 호미를 들고 맥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 시간에 어디가려고?"
"남이야 어딜 가든 무슨 상관이람."
시비를 걸다시피 하는 함안 댁의 퉁명스럽고 거친 말투에 밀양 댁이 걸쭉하게 받아친다.
"여편네,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그 주둥이로 남편 거시기 못 빨아서 애간장이 타는 모양이지."
"그래, 이 여편네야. 남편도 없는 집에만 처박혀 있으려니 죽을 맛이라 별 볼일 없는 밭에나 가보려고 나왔다 왜?"
"진즉에 그 말부터 했음 좀 좋아. 근데 표정을 보아하니 새벽바람부터 그 짓거리 한 거 같은데… 아닌가?"
밀양 댁이 뜬금없이 나름대로는 의미심장한 말을 툭 내뱉었다.
사실 독수공방이야 동병상련이지만 함안 댁이 부재중인 남편 아랫도리 물건을 생각하며 무슨 짓을 하고 나왔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우연이었지만 작년 이맘 때 두 눈 똑바로 뜨고 본 적이 있었다. 아랫목에 앉아서 가랑이를 있는 대로 쫙 벌리고 손가락 두 개를 자신의 아랫입술에 집어넣고 들쑤셔대는 함안 댁을.
함안 댁이 대뜸 눈에 쌍심지를 켜며 발끈했다.
"미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게 나무라는 소리 하고 있네. 누가 그딴 것으로 그 짓을 한담. 하긴… 뭐 눈에는 뭐 밖에 안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아닌 게 아니라 밀양 댁은 간밤에 손가락으로 그 짓거리를 한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혼자만 음탕한 년 취급을 받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눈 꼬리를 치켜 뜬 채 한소리 했다.
"사돈 남 말 하고 있네."
"누가 할 소린지 모르겠네."
당장 머리끄덩이를 쥐어뜯을 것 같은 두 여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깔깔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을을 벗어난 두 여자가 나트막한 언덕배기에 막 이르렀을 때였다. 축 널어질 대로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서 20대 후반쯤 되는 웬 총각이 송아지만한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밀양 댁이 입부터 쩍 벌리며 말했다.
"세상에! 뭔 개가 저리도 커."
함안 댁이 아는 척을 했다.
"도사견은 다 저래."
"여편네, 누가 그걸 모르나. 아는 척은 왜 하는지 몰라."
"모를까봐."
악의 없는 말로 티격태격 하면서 가까이 다가선 두 여자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버드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가 손부채를 부치며 나무에 묶어져 있는 덩치가 약간 작은 개 등에 올라타려는 시늉을 해대는 덩치가 큰 개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번에는 밀양 댁이 아는 척을 했다.
"함안 댁, 교미 붙이는 모양인데 우리 땀도 식힐 겸 잠깐 보고 갈까."
"어머, 정말 그러네. 개흘레 붙는 건 처음 보는데 이참에 구경 좀 하지 뭐."
함안 댁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덩치 큰 개를 쳐다보며 말했다.
"얌마, 가만히 좀 있어. 자꾸 움직이니까 빠지잖아."
총각이 나무에 묶인 개 옆구리를 툭 치며 짜증을 부렸다.
밀양 댁이 총각 뒤로 성큼 자리를 옭기며 말했다.
"총각, 그 개 물지 않아요?"
총각이 뒤를 힐끔 돌아보며 대꾸했다.
"아줌마, 안무는 개가 어디 있어요? 하지만 이놈들은 지금 교미 붙느라 정신이 없으니까 괜찮아요. 왜요, 구경하시게요?"
함안 댁이 밀양 댁 옆으로 바짝 다가서며 농지거리를 해댄다.
"왜요? 구경하면 안 되나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줌마들이 구경하기에는 좀 거시기해서 그렇죠."
이번에는 밀양 댁이 대뜸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총각, 우린 뒤에서 그냥 가만히 구경만 할 테니까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총각 하던 일이나 계속해요. 처녀라면 모를까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여편네들인데 낯 뜨거울 것도 없지 뭐."
가만히 듣고 있던 함안 댁이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지 냉큼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총각. 우리도 갈 길이 머니 얼른 붙이기나 해요."
총각은 합작으로 설쳐대는 두 여자의 꼬락서니가 어이가 없는지 퉁명스런 투로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렸다.
"요샌 아줌마들이 더 설친다니까."
그러곤 겁에 잔뜩 질려 있는 암놈 등짝을 툭 치며
"그대로 가만히 있어. 이번에도 엉덩일 틀면 죽을 줄 알아."
하고는 수놈 목줄을 잡고 억지로 올라타게 했다.
그러자 수놈이 긴 혀를 빼물고 헐떡거리며 암놈 엉덩이로 올라탔다.
"어머, 세상에!"
"저게 뭐래?"
두 여자가 이구동성으로 못 볼 것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부릅뜬 채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아닌 게 아니라 암놈 거시기 바로 앞에서 껄떡거리고 있는 수놈의 거시기는 어린애 팔뚝만 했다. 거기다 핏물이 뚝뚝 떨어질 듯 시뻘건 했다.
두 여자는 거의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어머! 어머!"
"맙소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여자는 기겁을 하듯 치를 떨어댔다.
그도 그럴 것이 수놈 거시기가 암놈 구멍 앞에서 자꾸 빗나가자 총각이 한 손으로 수놈 거시기를 움켜잡고 암놈 거시기 안으로 쑥 들이밀다시피 했으니 그게 두 여자 눈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야릇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드디어 수놈 거시기가 형체도 없이 암놈 거시기 안으로 사라졌다. 수놈이 몇 번 엉덩이를 움직이더니 이내 몸을 반 바퀴 돌렸다. 그 바람에 두 마리의 개가 엉덩이를 마주 대고 섰다. 전형적인 개흘레 포즈였다.
그제야 총각이 얼굴 가득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나 쪼그려 앉은 자세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때 두 여자는 왠지 모르게 화끈거리는 낯짝이 총각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 하면서도 두 눈은 한창 교미 중에 있는 두 마리의 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 함안 댁은 까닭 없이 근질거리는 아랫도리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뜨거운 뭔가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질 것만 같아 아랫도리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아우, 미치겠구먼.'
밀양 댁 역시 조금 덜하다 뿐이지 매 마찬가지였다.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이 아랫도리를 문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거 원, 개만도 못한 신세라니…'
속으로 신세한탄을 하면서도 옆으로 살짝 비껴서 곱상하게 생긴 총각 옆모습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