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9 회: 92 소유욕, 그 정염의 불꽃 -- >
"정혜 너, 아직 날 …."
"그때 … 선배 결혼식 전날 날 용납만 했더라도 이토록 한이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선배, 그게 그렇게 어려웠나요? 선배를 짝사랑한 죄로 선배에게 마지막으로 무덤에까지 가져갈 수 있는 단 둘만의 비밀 하나를 간직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정혜의 뽀얀 볼 위로 방울진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순간 가슴속 밑바닥에서 뭉클하니 북받치듯 치미는 격정적인 감정에 나는 그만 정혜를 와락 힘주어 껴안아버렸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정혜에 대한 연민에 지나지 않는 감정의 나부랭이였다.
정혜가 내 가슴팍을 파고들며 진하디 진한 흐느낌을 흩뿌렸다.
나는 정혜의 긴 목에 얼굴을 묻고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정혜야, 정말 몰랐어! 정혜가 차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미, 미안해! 마음의 상처를 준 내가 그냥 미안해! 정혜야, 이 못난 놈이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진심이었다. 나를 짝사랑한 대가로 육체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결심까지 한 정혜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고작이었다.
그러자 정혜가 흐느낌을 안으로 삭히며 대뜸 가당치도 않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그것도 반말로!
"선배, 정말이지? 그럼 나 바로 확인하고 싶어! 이렇게 말이야!"
정혜의 행동은 날렵하다 못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스르르 몸을 내려 쪼그려 앉은 자세로 눈높이를 내 사타구니에 맞추고는 능숙한 손길로 바지 혁대를 풀고 지퍼를 내리고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그것도 단숨에 끌어내렸다.
그러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선배, 입으로 해줄 테니 빨리 끌어올려! 선배, 선배 물건 정말이지 너무 탐스럽다. 이리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건 난생처음이야!"
어느새 하늘을 찌를 기세로 그 여느 때보다 단단하게 응고되어 있는 내 심벌을 게 눈 감추듯 한 입에 덥석 삼키는 정혜였다.
"으윽, 정혜 너, 원래 이런 여자였어?"
나는 허리를 앞으로 튕기듯 드밀며 그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정혜가 자기합리를 위해서라도 대답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번지레하니 타액으로 범벅이 된 심벌을 손에다 뱉고 나를 올려다보며 엉뚱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나영인 이런 서비스도 안 해 주나 보지? 선배, 입안에 가득 뿌려줘! 다 받아 마실 테니까 양껏 싸달라는 뜻이야!"
그러고는 다시 동그마니 벌어진 입안으로 심벌을 삼키는 정혜의 모습에 나는 아연실색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정혜의 진면목을 보는 듯해서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정혜의 머리채를 잡고 정혜가 베푸는(?) 오럴 테크닉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정혜의 오럴은 현란하다 못해 아기자기하면서도 오밀조밀했다.
그래서일까.
아내에게조차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황홀한 쾌감 탓인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으윽, 정혜야! 지, 지금이야!"
정혜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운뎃다리를 질끈 문 채!
이윽고 나는 아랫도리가 녹아내리는 듯한 짜릿한 쾌감에 그만 아랫도리를 부르르 떨어대며 심벌 끄트머리에 간당간당 매달린 욕정의 분신을 폭죽 터뜨리듯 싸지르고 말았다.
"으, 으음!"
정혜는 그간의 한풀이라도 하듯 흥분에 겨워하는 듯한 신음을 쥐어짜내며 싸지르는 족족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미친 듯이 꿀꺽 꿀꺽 받아 마시고 있었다.
'아, 이 정도라니?'
나는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을 정도로 이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남의 아파트에서 십년 만에 만난 정혜에게 아랫도리를 까발린 채 오럴 서비스를 받은 거 하며 정혜의 입안에 사정을 했다는 사실이 그랬다.
2
잠시 제정신이 아닌 나를 정신이 번쩍 들게 한 건 정혜의 목소리였다.
"선배는, 많이도 싸네. 나영이도 나처럼 해줘~?"
코맹맹이 소리로 그렇게 묻는 정혜의 표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영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후후,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야?"
정혜가 대뜸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모르지. 나영이 내숭이 나보다 한 수 위니까 더할지도 … 선배, 잠깐 기다려! 화장 고치고 올 게! 나영이 의심하면 선배만 스트레스잖아. 선배는 내가 입으로 처리를 했으니 괜찮을 거야!"
나는 욕실 쪽으로 휑하니 몸을 던지는 정혜를 일별하고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심벌을 내려다보았다.
그랬다.
정혜 말대로 아직도 빳빳하니 곧추서 있는 심벌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말끔하다 못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후후, 이게 정혜 입에 빨렸단 말이지. 다음에는 거기 아랫입술로 빨리겠구먼!'
어느새 나는 음란의 올가미에 목을 매단 채 앞으로 있을 또 하나의 다른 쾌감에 흠뻑 젖어들었다.
잠시 후, 단 둘뿐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정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선배, 약속 지킬 거죠?"
"나 때문에 생긴 한이라는데 그 한을 풀어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이왕 맞을 매라면 일찍 맞는 게 현명이다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의미를 두고 싶은 나만의 음모인지도 모른다. 이참에 정혜를 섹스 파트너로 삼고 싶은 ….
***
그날 밤, 나는 샤워를 끝내고 언제나처럼 노브라 노팬티에 슬립 하나만 걸치고 이불 속으로 들어온 아내의 허리를 낚아채며 다짜고짜로 말했다.
"한번 해!"
"어머, 웬일이래?"
아내가 갑작스럽고 엉뚱하다 싶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별일이네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부터인가 주 1회로 고착되다시피 한 부부관계의 불문율을 깨는 돌발 상황이었으니 아내 입장에서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을 만큼 의아한 모양이었다.
"오늘따라 왠지 꼴린단 말이야!"
꼴린다는 표현이 오늘처럼 쉽게 나온 적은 없었다.
그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는지 대뜸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허리를 뒤튼다 싶었는데 어느새 아랫도리를 내 사타구니에 바짝 들이대는 아내였다.
"자기야, 꼴린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러니 오늘 간만에 화끈하게 한번 하자구!"
"그, 그래! 자기가 리드해! 난 그냥 자기가 하라는 대로만 할 게."
아내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수동적이다 못해 소극적인 패턴이 아내 나영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애무를 받을 줄만 알지 서비스 차원에서 자신 스스로 베풀 줄 모르는 게 나영의 성적 메커니즘이었다.
그 흔한(?) 오럴 서비스조차 구걸하다시피 한 내 강요에 마지못해 해주는 게 다반사였다. 그것도 진지함이나 성의가 실종된 어디까지나 건성 건성이었다. 그만큼 아내가 순수 자의로 오럴을 시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지경이니 우리 부부가 오럴을 처음 경험한 것도 결혼 3년차 되는 무렵이었고, 후배위 즉, 뒤치기 체위는 5년차에 그것도 내 강요에 처음 경험했고, 여성상위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르는 그 정도로 낙후된 섹스 패턴이다 보니 환경에 지배당하는 게 인간이거늘 여태껏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온 게 나라는 놈이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비어 있는 남의 아파트 거실에서 빚어진 오정혜의 예상치 못했던 오럴 서비스야말로 나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이로움 그 이상이었다. 한편으로는 아내 나영에 대한 성적 불만을 몸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아내인 나영에게 다짜고짜 한번 하자고 덤빈 것도 어쩌면 내 머릿속에 각인되다시피 박혀있는 오정혜의 오럴 서비스에 대한 후유증 때문인지도 모른다.
'뭐야? 남자가 바람이 나면 단순해진다더니 내가 그런 꼴인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영의 얼굴 위로 정혜의 얼굴이 겹쳐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런, 이런!'
나는 눈에 삼삼하게 걸리는 정혜의 잔상을 떨쳐버리려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야 했다.
헌데 그러면 그럴수록 입가며 눈가에 색정적 미소를 두른 오정혜의 얼굴은 낙인처럼 내 동공에 들러붙고 있었다.
"자기, 뭐해? 안 할 거야?"
내 눈치를 살피며 스탠바이 상태에 있던 아내가 내가 너무 뜸을 들인다 싶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물어왔다.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고 하여 오정혜를 덮친다는 기분으로 한 손으로 아내의 사타구니 계곡을 덥석 그러쥐며 몸을 포개고는 이내 아내의 입술을 찍어 누르며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번갈아 쪽쪽 빨아 당겼다.
"자기야~!"
나영이 신음소리를 길게 내뱉으며 두 손으로 내 목을 끌어안았다.
나는 손바닥에 그득 들어차는 도톰한 불두덩의 살점과 까칠한 감촉의 털을 비벼대며 어느새 한껏 열려 있는 아내 입안으로 혀를 쑥 밀어 넣었다.
아내가 여느 때와 다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배꼽 쪽으로 끄트머리를 뻗고 있는 내 심벌을 덥석 움켜쥐고 자위를 하듯 기둥을 훑어대기 시작했다.
어느새 우리는 알몸으로 엉겨 붙은 채 전희를 즐기고 있었다. 여태껏 어지간하다 할 만큼 빨아대고 핥아댄 아내의 볼륨 있는 젖가슴이지만 오늘따라 색다른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도도록하니 불거진 젖꼭지를 입안에 넣고 공기놀이 하듯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릴 때는 마치 오정혜의 젖꼭지가 내 입안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여보, 나 정말이지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미치겠어. 당신, 이런 적이 없었잖아. 아, 아냐! 그냥 계속해. 좋아 죽겠어! 아아! 여보, 여보!"
나영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안으로 감추는 듯해서 일순 가슴 한켠이 뭔가에 찔린 듯 뜨끔했다.
'미안해. 그냥 미안해!'
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여느 때와 달리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아내의 엉덩이를 살살 그러쥐기도 하고, 밀가루 반죽을 하듯 주물렸다.
"여, 여보! 이를 어째? 거기가, 거기가 … 자꾸 근질거려 죽겠어! 정말 이상해! 이런 적이 없었는데 … 여보야!"
처음 들어보는 아내 나영의 야스런 표현이었다.
"거기라니? 구멍 말이니?"
나는 거기를 만져달라는 의미로 알고 아내의 꽃잎 계곡에 손을 뻗었다. 후텁지근한 열기와 함께 까슬까슬한 털의 감촉이 손끝에 걸린다 싶었는데… 웬걸 축축한 물기까지 감지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