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5 회: 91 미친 세상, 미친 섹스 II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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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과장이 술 냄새를 풍기며 사무실로 들어온 것은 밤 10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그는 앉은 것도 아니고 선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주춤거리는 그녀를 한번 흘낏 쳐다보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 5분쯤 지나 그녀는 과장실 앞에 서서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는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노크를 했다.
"들어와요!"
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는 소파 상석에 앉아 있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들고 있던 파일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내밀었다.
"과장님, 여기 … 회의 자료 다 됐습니다."
"그래요. 내일 긴급 간부회의만 아니라면 미스 민이 이런 수고도 안 했을 텐데 … 아무튼 수고 많았어요!"
말은 그렇게 부드럽게 하면서도 술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은근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표정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핥듯 훑어대는 게슴츠레한 눈길이 그녀를 적잖이 당황스럽게 했다.
"아, 아니에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었잖아요. 저, 그럼 이만 퇴근할게요."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막 문 쪽으로 몸을 틀려고 할 때였다. 명령하는 듯한 천 과장의 묵직한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미스 민, 잠깐 앉지!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네? 네, 네 …."
순간, 그녀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얼떨결에 자석에 끌리듯 바로 옆 소파에 엉덩이를 내렸다. 어쩌면 수습직 여직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인사팀장 천 과장의 준엄(?)한 호령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진즉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든 건 소파였다. 입사한지가 5개월째지만 여태껏 단 한 번도 앉아본 적이 없는 과장실 소파가 그 정도로 쿠션이 좋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힙과 허벅지 뒤쪽 살집에 푹신하게 엉겨 붙듯 기분 좋게 달라붙는 쿠션 감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온 몸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어머!"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두 손으로 스커트 끝자락을 잡고 등받이 쪽으로 쏠리는 상체를 바로 세웠지만 이미 그때는 눈요기 감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사타구니 안쪽, 그 은밀한 공간이 천 과장의 시야에 포착된 후였다.
"이거 원, 술이 확 깨는 기분인데 그래."
뜨거운 불덩이를 갖다 댄 것처럼 화끈거리는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를 잡아먹을 듯한 눈길로 빤히 쳐다보며 음흉스런 웃음까지 흘린 천 과장은 어느새 바람 한 점 들어올 틈도 없이 바짝 밀착해 있는 뽀얀 무릎께를 노골적으로 훑고 있었다.
"과, 과장님 … 제게 하실 말씀 내일 하시면 안 될까요?"
"왜? 약속이라도 있는 건가?"
"그, 그게 아니라 … 자, 자리가 불편해서 … 귀에 하나도 안 들어 올 것 같아서요."
그때 그녀는 무릎을 가리고 있는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심히 흔들리고 있는 천 과장의 눈동자를 살피는데 급급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 만든 건 의외로 밖에 볼 수 없는 천 과장의 돌발행동이었다.
"그럼 할 수 없지 …."
하며 냉큼 소파에서 일어나서는 그녀 뒤쪽으로 성큼 발걸음을 뗐다.
"과, 과장님 …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 죄, 죄송해요."
그녀는 경솔한 말을 괜히 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한결 진정이 되는 터라 그냥 건성으로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때 천 과장은 그녀 등 뒤에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인사권을 쥐락펴락하는 실세다운 운을 뗀 것은 잠시 후였다.
"그럼 간단명료하게 결론만 얘기하지. 정직원 인사발령이 다음 달인 건 알고 있겠지?"
"… 네."
그녀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낮게 대답했다.
"어때? 이건 어디까지나 만약인데 … 미스 민,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면 …."
의도적으로 말꼬리를 삭둑 자르는 걸 봐서는 그녀의 반응(?) 여하에 따라 흑(黑)이 백(白)이 되고, 백이 흑이 될 수도 있다는 뉘앙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과장님, 저 … 여기서 일 계속하고 싶어요. 정직원만 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과장님을 보필(輔弼)할 자신 있어요. 정말이에요!"
천 과장의 꿍꿍이속을 간파한 그녀는 가당치도 않게 보필이란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문득 그런 자신이 좀은 황당했지만 재벌 그룹에 취직을 한 것만 해도 선택받은 인생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자신이 지금에 와서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건, 그것도 실력이나 능력이 아닌 타의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자체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 한 번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通過儀禮)라면 ….'
그랬다. 어쨌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자기 것으로 하고 싶은 욕망뿐이었다.
"하하, 보필이라 …. 좀 거창하긴 하지만 역시 미스 민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 무엇이 있단 말이야! 일도 똑소리 나게 하지 회식 자리에서도 남자 직원 못지않게 화끈하게 분위기를 맞출 줄도 알지. 하여튼 미운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그런 미스 민을 내 곁에 둔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행운아인 셈이지. 안 그래, 미스 민?"
그녀가 이 무슨 객쩍은 궤변인가 싶어 무심코 뒤를 돌아다 봤을 때는 이미 천 과장은 그녀 등 뒤에 바짝 다가선 채 블라우스 위로 봉긋 솟구쳐 있는 탐스런 젖무덤을 은근슬쩍 더듬고 있었다.
"어머, 과장님 어딜 …."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황급히 두 손으로 젖무덤을 감싸 안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천 과장의 두 손이 그녀의 좁은 양 어깨를 감싸듯 했는데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밑으로 미끄럼을 타더니 젖가슴을 살짝 움켜쥐는 게 아닌가!
"과, 과장님!"
그녀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 과장이 왼손으로는 오른쪽 젖가슴을 쥐어짜듯 움켜잡고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가느린 목을 반대방향으로 돌려 꺾다시피 하며 다짜고짜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도톰한 입술로 덮쳤기 때문이었다.
"으, 으음!"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녀로서는 속수무책이란 말 그대로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안 돼!'
그녀는 당연히 뿌리쳐야 한다는 일념에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열어주고 말았다. 아니, 절로 스르르 열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기다렸다는 듯이 천 과장의 붉은 혀가 잽싸게 입 안 깊숙이 미끄럼을 탔다.
'아, 이건 아냐! 이럴 수는 없어!'
그랬다, 그녀는 어떻게 이런 웃기지도 않는 해괴한 짓이 가능한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관심이니 호기심이니 하는 감정 따윈 털끝만큼도 없는 낯선 남자의 부드럽고 뜨거운 혀가 입안을 마치 유영하듯 종횡무진(縱橫無盡) 헤집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혀가 천 과장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으, 으음!"
그녀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엉큼하다 못해 음흉하기 그지없는 마수(魔手)의 손아귀에서 한사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온 몸을 거칠게 비틀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런데 한순간이라 해도 좋을 그야말로 순식간에 천 과장의 오른손이 먹이를 낚아채는 야수의 날카로운 발톱처럼 무릎 바로 위에 걸려 있는 스커트 안으로 기어들어와 허벅지 안쪽을 훔치는 바람에 그만 그녀는 털컥 목구멍에 걸리는 날숨을 안으로 삼키며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아, 안 돼요! 거기만은 …."
결코 하반신 은밀한 공간을 빼고는 허용이 된다는 그런 뜻은 아니었다.
"흐흐, 미안하지만 난 여기를 원해! 이봐, 미스 민, 일이 순조롭게 진행 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관계가 성립될 것 같은데 어때?"
그랬다.
그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천 과장으로서는 지금 이 순간 그녀를 성적으로 농락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제안이었다.
"하, 하지만 …. 아아, 거긴 안 돼요!"
그때 그녀는 온 몸을 바동거리는데 급급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천 과장의 손길은 그녀의 팬티를 어찌해 보겠다는 듯 짙은 그늘이 후텁지근한 열기와 함께 드리운 계곡 깊숙이까지 들어와 있었다.
"안 되기는 …. 미스 민은 날 믿고, 난 미스 민은 인정하면 그만인데 뭘 그래. 그러니 서로 복잡하게 갈등할 건 없어! 만일 계속 앙탈을 부리면 강제로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거 명심해. 여긴 단 둘 뿐이고 아무리 소리를 친다 해도 별무소용이니까 말이야! 어때. 미스 민?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그러니 다른 생각 말고 어서 손이나 떼!"
천 과장의 말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며 약자 위에 군림하는 황제나 다름없었다.
'그래, 야근은 어디까지나 구실이었어! 아니, 덫이었고 함정이었던 거야. 나쁜 자식! 그래, 어차피 독 안에 갇힌 쥐 꼴이야!'
그랬다.
천 과장의 협박대로 최악의 경우까지 버티다 결국에는 강제로 당할 바에야 차라리 여자로서의 수치심이나 자존심 따윈 냄새나는 시궁창에 처박아버리고 그의 말대로 좋은 게 좋다는 개 같은 경우를 용납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스커트 위로 그의 손목을 잡고 있는 손에 스르르 힘을 뺐다.
"흐흐, 그래! 현명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는 법이지. 멀리서 찾을 필요가 뭐 있겠어! 그럼 이게 순서겠지."
'아, 이건 아닌데 … 아닌데!'
문득 그녀는 이 순간의 부정적 사고는 한낱 약한 한 여자의 어설픈 하소연 아니면 빛바랜 푸념에 지나지 않는 속빈 강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으으, 뭔 몸이 이리 뜨거워!"
천 과장의 축축한 숨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때릴 때는 이미 팬티 밴드는 그의 손가락에 걸려 있었다.
그때 그녀는 이제는 황당함이니 곤혹이니 하는 말로 스스로 자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는데 도톰한 불두덩 위를 다복솔 뒤덮고 있는 터럭 위를 점령하고 있는 천 과장의 손이 더 이상 밑으로 미끄럼을 타지 않도록 누르고 있는 자신이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아니, 흘릴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나약한 감상에 젖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하반신 은밀한 부위를 대놓고 희롱하고 있는 천 과장의 뜨거운 손길에 그런 감상까지 눈 녹듯 녹아버렸기 때문이었다.
"흐흐, 아직 덜 흥분된 모양인데 …. 그럼 할 수 없지!"
천 과장이란 작자는 여자를 성적으로 길들일 줄 아는 아니, 여자의 성감대를 자극할 줄 아는 남자였다.
어느 순간이었다. 그녀의 귓불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 천 과장은 당연한 수순인양 침을 잔뜩 매단 혀끝으로 그녀의 귓속을 파고들어 마구 헤집듯 휘젓기 시작했다.
"흑, 과장님! 그, 그만요! 제발!"
그녀는 달짝지근하다 못해 감미롭기 그지없는 천 과장의 뜨거운 희롱 때문인지 감히 이름 지어 부르기조차 두려운 묘한 설렘 같은 야릇한 쾌감이 온 몸 구석구석 뿌리를 내리는 짜릿한 전율에 그만 자신도 모르게 신음다운 신음을 토하고 말았다.
'아냐! 이대로 어이없이 당할 순 없어!'
그랬다. 그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그런 하찮은(?) 여자로 기억되기는 싫었다. 비록 건성이고 미약한 반항일지라도 그를 밀쳐내려고 하는 시늉 정도는 하고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기어코 천 과장의 손길이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순간, 그녀는 다급한 외침을 토하며 두 손으로 천 과장의 손길을 막아보려 했지만 천 과장 입장에서는 내숭으로 볼 정도로 미미한 군더더기 제스처에 지나지 않았다.
"흐흐, 하긴, 명색이 여자라면 반항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자존심이 덜 상하는 법이지!"
천 과장은 얄밉게도 그녀의 감정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어디까지나 당한다는 의미만큼은 아직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었을까?
"제, 제발요!"
그녀가 거듭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하는 바로 그 순간, 번개같이 블라우스 안으로 기어들어온 천 과장의 손은 핑크색 브래지어 위로 봉긋하니 부풀어 있는 젖가슴 한쪽을 손아귀에 가두었다.
"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잘록한 허리를 좌우로 비틀며 고개를 뒤로 꺾다시피 젖힌 상태에서 짧게 끊어지는 신음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