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88 회: 89 음행(淫行) 카운슬러 -- >
1
e-mail로 상담시간을 통보한 나는 어떤 학생일까 하는 궁금증보다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저녁 7시까지 병원에 오겠다는 학생의 메일을 확인한 나는 아직 1시간이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죽일까 생각하다가 유료로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성인 사이트로 들어가 노골적인 섹스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종류의 동영상을 보며 나름대로의 성적 흥분에 젖어드는 자칭 자위마니아다. 벌써 내 오른손은 즐겨 입는 망사팬티 위를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열심히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아!"
어느새 사타구니 한가운데, 정확하게는 여자의 은밀하면서도 심오한 보물지도가 아로 새겨져 있는 와이계곡 입구 언저리에 이성의 씨줄과 날줄로는 어쩌지 못하는 안개비 같은 촉촉한 관능에의 기운이 새록새록 새순 돋듯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욕정이라는 이름씨였다. 색정이라고도 하는 그 속성의 이면에는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섹스에의 집착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섹스가 주는 오묘한 맛을 즐길 줄 아는 여자이기에 남자 아랫도리이 자존심이 절실한 성적욕구였다.
"아~!"
잇새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뜨거운 신음소리는 동영상 속 남녀 주인공의 적나라한 행위가 무르익어 갈수록 그 농도를 더해 갔고, 급기야 망사팬티 위로 불두덩 음모의 까슬까슬한 감촉을 즐기고 있던 손은 주인에게 일말의 언질도 없이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시건방진 얼굴로 팬티 옆 솔기를 헤집고 들어가 두 장의 꽃잎이 좌우대칭으로 앙증맞게 맞물려 있는 도끼자국 계곡에 맺혀 있는 밤이슬을 걷어내는데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흑!"
어느 순간, 나는 그만 잘록한 허리를 활처럼 휘며 신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명도 아닌 기괴스런 소리를 토했다.
그 와중에도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은 밀명(密命)을 띤 자객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때로는 척후병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며 터널 속을 종횡무진(縱橫無盡) 휘젓고 다니며 적의 비트를 초토화 시키고 있었다.
그 쿠데타적 공세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나는 그저 허리를 좌우로 비틀고 사타구니를 위로 치받기만 할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핑크빛 속살과 가녀린 손가락은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이슬의 도움을 받아 이리저리 쓸리는 황홀하면서도 감미로운 효과음이 앞 다투어 공간 속으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아, 이를 어째!"
급기야 나는 척추를 타고 상승하는 짜릿한 쾌감지수에 휩쓸린 채 전율을 무색하게 하는 경련에 온몸을 바르르 떨어대며 꽃잎계곡 깊은 곳에서 뜨겁게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욕정에 몸서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상 위 인터폰이 울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순간, 나는 아직 마무리를 하지 못한 아랫도리 쾌감의 여운을 방해한 장본인이 괘씸하기도 했지만 얼른 손가락을 원위치 시킨 다음 인터폰을 받았다.
"무슨 일이죠?"
"원장님, 예약된 손님이 오셨는데 어떻게 할까요?"
원무과에 있는 미스 박이었다.
"아, 그래요. 한 5분 있다가 들여보내요."
인터폰을 끊은 나는 사이트를 닫고 얼른 일어나 개인전용 샤워실로 달려가 미끈거리는 이슬이 진창으로 묻어있는 손을 씻고 거울 앞에 서서 가운을 대충 추스른 다음 곧장 밖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5분이라고 못 박지 말고 한 10분이라고 할 걸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그것은 흥건하게 젖어버린 팬티는 벗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아무래도 꽃잎계곡 언저리며 거웃에 남아 있을 흔적을 뒷물로 처리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워낙 황망한 상황이라 팬티까지도 그대로 입은 채 나왔으니 그럴 만한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렸고 내가 짧게 대답하자 문이 스르르 열리며 오늘의 주인공이 들어서는 순간 나는 내심 감탄해 마지않을 수 없었다.
'아!'
한마디로 킹카였다. 남성미를 물씬 느끼게 하는 굵은 이목구비가 그랬고 180은 족히 되고도 남을만한 큰 키에 상반신 체격 또한 헬스라도 하는지 역삼각형이었는데 반팔 티셔츠를 입은 탓에 팔뚝이며 가슴의 근육이 당장이라도 살아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킹카는 첫마디를 더듬거리며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를 했지만 상기된 표정을 봐서는 당황해 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때 나는 아마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뇨기과(泌尿器科) 전문의가 여자라는 사실에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서 와요!"
예의 내 목소리에는 환자를 처음 대하는 의사로서의 엄숙하고 무게가 있는 중후함이 배어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내 몸은 나 자신도조차도 예상치 못한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먼저 마른 침을 억지로 삼켜야 하는 타는 갈증이 그랬고, 내 아랫도리에는 벌써부터 촉촉한 안개비가 내려 축축한 기운에 휩쓸려 있었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
첫눈에 킹카에게 매료된 나는 허벅지를 사타구니 쪽으로 모아 비비듯 마찰을 가하며 킹카의 하반신에 두 눈의 초점을 맞추었다.
킹카는 꽉 끼이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양감을 부추기는 허벅지의 단단함도 단단함이었지만 특히 혁대 버클 바로 아래 그 부위의 체적(體積)의 정도를 가늠하는 눈 잣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저, 서, 선생님 …."
나는 킹카가 무슨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차마 내뱉지 못하고 주저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알아요. 수혁 학생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 혹시 상담을 없는 걸로 하고 그냥 갈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이럴 때는 단도직입적(單刀直入的)으로 핵심을 찌르는 게 효과적이다. 환자의 심리는 워낙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덕이 죽 끓듯 하기 십상이니까 상대에게 자기의 생각이 간파 당했을 때는 자존심이 상해서 즉각 궤도수정을 해버리는 간교함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 그게 아니라 …."
수혁은 나에게 속내를 들켜버리기라도 한 듯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끌쩍거리기까지 했다.
"아니라면 이리 와서 앉으세요."
그러자 수혁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듯하더니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먼저 접대용 소파 상석에 앉자 억지로 떠밀려 앉듯 주위를 한번 훔쳐보듯 하고는 맞은 편 소파에 엉덩이를 걸쳤다.
나는 킹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로 흘리며 일단은 최소한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입에 발린 말을 주절거렸다.
"어쩌면 수혁 학생의 상담은 남자 전문의보다 여자 전문의인 내가 심적으로 더 편할 지도 몰라요. 성이라는 것은 상대성이기 때문에 동질의 개념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이질적인 차원에서 주관보다 객관으로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있다는 얘기죠."
"…"
수혁은 그 말에 공감이라도 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일단 1단계는 내 의도대로 됐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고 2단계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
"자, 그럼 수혁 학생의 고민을 들어볼까요?"
"그, 그게 …."
수혁은 예상했던 대로 말을 더듬거리며 말꼬리를 흐렸다.
사실 이럴 때는 이메일을 매체로 한 글로 표현했을 때보다 몇 십 배 부담스러운 법이다. 더구나 카운슬러가 여자가 아닌가.
"물론 말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죠."
"…"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제가 질문형식으로 물을 테니까 수혁 학생은 솔직하게 대답을 해줘야겠어요. 그래줄 수 있죠?"
상담의 기본은 환자(?)를 절대적으로 편안하게 해야 한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에 있어선 그 무엇보다 중요한 법이다.
"… 네, 선생님."
수혁은 심적인 부담을 해소해 준 내 배려에 용기를 얻었는지 면접을 보는 학생처럼 고분고분한 어투로 대답했다.
"… 가끔 치미는 성욕을 참지 못해 수시로 자위행위를 한다고 했는데 언제 제일 절실한가요?"
"그러니까 …."
수혁의 대답은 포르노 동영상을 볼 때나 야한 그림이나 소설을 읽을 때도 그런 충동을 느끼지만 은행에 다니는 앞집 누나의 샤워 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볼 때가 제일 간절하다고 했다.
"그럴 때 혹시 당장 욕실로 달려 들어가 그 누나를 어찌 해보고 싶다는 충동까지도 드나요?"
"… 네."
그런 충동적 욕구도 만만치 않지만 무섭고 두렵기도 해서 그냥 그런 상상을 하며 자위행위를 한다는 게 수혁의 대답이었다.
"참, 섹스 경험은 있어요?"
"… 네."
"첫 섹스는 누구랑 했나요?"
"… 여자 친구요."
수혁은 여전히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첫 섹스 이후 그 여자 친구랑 자주 하는 편인가요?"
"아, 아뇨."
"그럼 가끔인가요?"
"그러니까 그게 …."
수혁은 딱 한 번 여자 친구와 비디오방에서 했는데 그냥 삽입하자마자 얼떨결에 그냥 사정을 해버렸다고 했고 그게 별로 재미도 없고 해서 그때부터 자위행위를 결사적으로 즐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