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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새큼한 유혹-254화 (25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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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위병소에 면회 신청을 한 준수가 위병 근무자의 안내를 받아 50미터 못미처 단층으로 된 면회소 안으로 들어간 지 10분 후에야 카키색 군복 차림의 성주 누나를 만날 수 있었다.

"어라! 이게 누구야? 우리 누나 맞긴 맞는 거야?"

준수는 딴사람처럼 보이는 성주의 변화에 적잖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얘는, 무슨 그런 농담을 다 하니? 쑥스럽게 …."

"아우, 누나 진짜 멋있다! 제복도 제복이지만 얼굴이 타서 그런지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섹시한데 그래!"

준수는 아예 탄성까지 지르며 그 어떤 패션보다 잘 어울리는 군복 차림의 성주 아래위를 내리훑었다.

"얘는,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1년 만에 처음 보는 누나에게 고작 한다는 말이 그게 뭐니?"

눈을 살짝 흘기며 핀잔을 준 성주는 준수가 자리에 앉자 맞은편에 앉으며 부모님 안부부터 물었다.

"그래, 부모님은 다 평안하셔?"

"응, 한마디로 무사무탈 하셔."

"그래, 준수 네가 부모님 곁에 있으니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치, 고마울 것도 많다. 누나, 부모님은 아들인 내가 잘 모실 테니 누난 군복무나 잘해."

"고맙다, 얘."

"근데 누난 여군이 체질에 맞긴 맞는 거야?"

그러자 성주가 씩 웃으며 되물었다.

"왜? 내 눈엔 이런 누나가 별종으로 보이니?"

"아니, 그냥 누나가 대견해서 그래. 이것도 일종의 자기 극기라면 극기일 테니까 말이야. 그래, 이제 말끔히 치유가 된 거야?"

"응, 입에 단내가 풀풀 나는 호된 훈련을 받으면서 사회에 대한 미련 따위는 말끔하게 지워 버렸어."

성주 그녀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부모에게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여군 사관후보생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불확실한 취업이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였다.

"누나, 나도 누나처럼 장교 시험이나 볼까나?"

2년 후면 성주가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쩌면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준수는 뜬금없이 장교 시험 운운 했다.

그러자 성주는 대뜸 정색한 얼굴로 만류하고 나섰다.

"준수 너, 빈말이라도 그런 말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 알았어?"

"왜?"

"왜는?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하나뿐인 아들이라서?"

"그래. 준수 넌 부모님을 항상 가까이에서 모셔야 하는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으면 안 돼. 그러니 그 말 당장 취소해!"

"아, 알았어. 취소할 게."

"다시 그런 말 함부로 입에 올리면 혼날 줄 알아?"

"알았다니까 그러네. 근데 누나, 미희 누나랑 같이 있다는 게 사실이야?"

"얘 좀 봐, 어째 미희 얘기가 안 나오나 했지. 조금 있으면 이리로 올 거야."

"정말?"

준수는 대뜸 반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얘, 어째 네 표정이 누나인 나를 보는 것보다 더 반가워하는 것 같다."

"내가 뭘 어쨌다고…."

"하긴, 미희도 네가 면회 온다니까 나보다 더 반가워했으니까."

"누나, 정말 미희 누나가 그랬어?"

"어머, 얘 좀 봐! 갈수록 더 하네."

동생 준수를 빤히 쳐다보며 한 소리 하는 성주의 표정은 못마땅해 하는 기운이 역력했다.

"히히, 내가 너무 티 나게 굴었나."

준수는 누나 앞에서 미희 그녀에 대한 감정을 대놓고 드러낸 자신이 무안했는지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알면 됐어, 근데 준수 너, 이건 누나가 노파심에서 묻는 거니까 솔직히 말해야 돼. 알았지?"

"뭔데?"

"설마 아직도 미희를 짝사랑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순간, 준수는 속으로는 뜨끔했지만 겉으로는 발끈했다.

"누나, 케케묵은 옛날 얘길 다시 꺼내는 이유가 뭐야?"

"하긴, 그땐 사춘기였으니까. 미안해 괜한 말을 꺼내서 …."

"미안할 것까진 없고 …. 근데 누나, 이번엔 내가 궁금한 게 있어, 아는 그대로만 얘기해줘."

"미희에 관한 거니?"

"응."

"준수 너, 대답 한 번 빠르다. 그래, 뭔지는 모르지만 말해. 내가 알고 있는 얘기면 할 게."

그러자 준수가 정색한 얼굴로 성주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미희 누나가 그 작자를 차버렸다는 게 사실이야?"

준수가 지칭(指稱)한 그 작자는 미희 그녀가 3년 간 사귄 애인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말 끝나기 무섭게 주위를 휙 둘러본 성주는 아무도 없자 돌연 쌍욕까지 들먹거리며 그 작자를 향해 악담을 서슴지 않았다.

"개새끼! 미희니까 그 정도로 끝냈지 나였으면 아랫도리 가운뎃다리를 확 잘라버렸을 거야!"

"누나, 너무 심한 악담 아냐?"

"그 새낀, 쌍욕을 바가지로 들어도 싼 놈이야!"

성주는 자기 일처럼 잔뜩 흥분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그 작자가 무슨 죽을 짓을 했는데 그래?"

"그 새끼, 천하에 둘도 없는 난봉꾼 새끼였어. 양다리는 기본이고 여자가 좀 반반하게 생겼고 좀 빠졌다 싶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랫도리부터 들이대는 그런 새끼는 진즉에 차버려야 했어."

"그럼 미희 누나가 누나처럼 여군을 선택한 것도 누나랑 비교해서 상황만 다르다 뿐이지 결국에는 현실도피(現實逃避) 내지는 다른 현실과의 타협을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었다는 얘긴데 …."

준수는 성주 누나는 불안한 취업문제 때문에, 미희 누나는 실연의 아픔 때문에 자신 스스로 사회와의 격리내지는 유배(流配)를 자청했다는 사실에 어쩌면 사람 살아가는 세상이 이렇듯 때로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 준수 네가 알고 있는 그대로 다 맞아. 그래서 노파심에서 하는 경곤데 미희 오면 케케묵은 과거지사 절대 나불거리지 마! 알았어?"

"치, 누난 군대 짬밥을 먹어도 그건 하나도 안 변했네 뭐."

"뭐가 안 변했다는 거니?"

"사실이 그렇잖아. 집에 있을 때처럼 날 일방적으로 윽박지르는 거 말이야."

"그래서 누나 말 안 듣겠다는 거니?"

"아니. 남의 약점 들춰가며 속으로 고소해 하는 그런 치사한 놈 아니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는 얘기야."

준수는 미희에 대한 궁금증이 시원하게 밝혀지자 내심 호재가 따로 없다 싶은 생각을 했다.

그때, 성주가 준수 너머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미희 저기 오네."

"어디?"

준수는 잽싸게 성주의 눈길을 따라 뒤를 돌아다보았다.

"어때? 한 몸매 하니까 군복을 입어도 멋있지?"

준수는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는 미희에게 두 눈의 초점을 뚫어지게 맞추고는 이내 뽀얀 무릎께를 살짝 덮고 있는 스커트 아래 미끈한 다리를 훌치듯 훔쳐본다.

"에게, 미희 누나도 누나처럼 하나도 안 변했네 뭐!"

준수는 말은 그랬지만 여군답지 않게 하얀 피부에 짙은 보름달 눈썹, 오똑선 콧날과 양 볼에 살짝 드러나는 앙증맞은 보조개가 예전과 달리 더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너, 정말 준수 맞아! 그래, 준수가 틀림없구나! 반갑다, 준수야! 어디 한번 안아 봐야지!"

미희는 성주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덥석 준수의 양 어깨를 잡고는 다짜고짜 가슴으로 끌어당겨 전형적인 포옹자세를 취했다.

"어머, 어머! 별꼴이야! 미희 너, 이래도 되는 거니? 내 허락도 없이 …."

미희의 돌발적인 행동에 깜짝 놀란 성주는 유감이나 싫은 감정 따윈 전혀 실려 있지 않은 말투로 토를 달았다.

그런데 미희의 반응에 묘한 뉘앙스가 묻어나 있었다.

"성주 너, 오해하지 마! 준수를 동생으로 안은 거 아니니까."

그 말에 준수 또한 당황스럽긴 했지만 코끝을 자극하는 미희의 이름 모를 향기에 취했는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주고받던 별 상관없이 두 손을 밑으로 내려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은근슬쩍 휘감듯 둘렀다. 그리곤 아랫도리 부분을 성주 몰래 슬그머니 들이미는 여유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말은 남자로서 안았다는 거니?"

성주가 시비 투로 토를 달았다.

"물론이지. 그 이유를 말해 줘?"

그때 미희는 사타구니 쪽을 지그시 압박해 오는 단단한 이물감에 자신도 모르게 바르르 떨며 무의식중에 그만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에 힘을 넣어 준수 쪽으로 슬그머니 디밀었다.

"아, 아니 됐어! 남자가 귀한 곳이니까 이럴 수도 있겠다 싶어. 얘, 인제 그만 떨어져. 누가 보기라도 하면 군기교육대 감이야."

성주의 말에 준수가 먼저 미희 허리에 두른 팔을 풀었다.

"누나, 여군도 향수 뿌리는 거야?"

대답은 미희가 아닌 성주가 대신 했다.

"얘는, 여군은 여자 아니니?"

"치, 무슨 말을 못 해. 미희 누나, 우리 나란히 앉을까?"

성주에게는 사사건건 토를 달면서까지 못마땅해 하면서도 미희에게는 살갑게 구는 준수였다.

"설마 친누나 친동생 사이에 질투는 있을 리 만무하고 …. 그래, 연인처럼 이렇게 다정하게 말이지."

미희가 대뜸 준수 한쪽 팔목을 잡고 자리에 앉자 성주가 기가 막힌다는 듯 눈을 흘기고 말했다.

"그래, 보란 듯이 유세를 떠는 둘의 꼬락서니를 보니 내가 두 손 두 발 드는 게 마음 편하겠다."

그러자 미희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냉큼 준수의 팔짱을 끼며 보란 듯이 어깨를 바짝 붙이며 성주더러 봐달라는 듯이 말했다.

"어때, 어울리는 한 쌍 아니니?"

"아휴! 진짜 못 말려! 그래, 천생연분이다. 됐니?"

성주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동생 준수를 대하는 미희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어쩌면 동생 준수에 대한 미희의 흑심을 예감한 것도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설마 나랑 같이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반면에 준수는 의도적으로 아니 작위적(作爲的)이다 싶을 정도로 은근슬쩍 스킨십을 걸어오는 미희를 두고 묘한 감정에 휩쓸려 있었다.

'이거 혹시 그 뜻 아냐? 아무리 남자가 절실하다 해도 이렇게 대놓고 … 그것도 누나 앞에서 이럴 성격이 아닌데 …. 아냐, 어쩌면 그걸 엄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야.'

그래서일까. 불현듯 준수는 미희의 저의(底意)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서 은근슬쩍 성주의 눈치를 살피며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 위에다 살포시 얹고는 스커트 안쪽으로 미끄럼을 타듯 슬그머니 밀어 넣었다.

순간, 미희는 이 정도로 과감하게 성주가 있는 앞에서 도전을 해오리라는 생각을 미처 깨달지 못한 상태라 흠칫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래, 남자란 다 이런 동물인 게야. 기회가 주어지면 일단은 덮치고 보는 속성덩어리가 남자니까. 그리고 그런 동물적 본능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길들어지는 게 여자고 말이야.'

사실 미희는 성주를 통해 준수가 면회를 온다는 말을 들은 3일 전 그날부터 잠을 설쳐야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수를 유혹해 보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것은 그냥 그렇게 단순한 유혹이 아닌 그 무엇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싶은 관능적 성질의 유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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