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7 회: 74 유혹의 핫팬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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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고문이 따로 없구먼!'
시쳇말로 쭉쭉 빵빵 늘씬하게 빠진 각선미를 한결 돋보이게 하는 핫팬츠, 그것도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천의 질감이 움직일 때마다 좌우로 실룩실룩 살아 꿈틀거리기라도 하듯 백옥 같은 뽀얀 엉덩이 살집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는 핫팬츠를 은근슬쩍 훔쳐보고 있자니 얼굴이 불에 덴 듯 화끈거리는 것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아랫도리 자존심을 뒤덮는 묵직하고 뻐근한 기운 때문에라도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25살이 될 때까지 채 50가구도 안 되는 촌구석에 살다가 한 달 전에 명실 공히 부락에서는 첫손에 꼽힐 만큼 출세를 했다고 소문이 자자한 선배 형 회사에 스카우트(?) 되어 서울로 유학을 온 전형적인 촌놈의 눈에 핫팬츠 차림으로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는 그녀의 역동적인 율동은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으로 사물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여태껏 핫팬츠 입은 여자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유죄라면 유죄지만 여자가 핫팬츠를 입으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맹목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
경수는 텐트 앞에 처 놓은 차양막 밑에 퍼질러 앉아 30분에 걸쳐 무려 3개비의 담배를 피우면서까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뒷모습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듯 경수는 연신 마른 침을 꼴깍꼴깍 삼키기도 하고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입술에 침을 축여가며 이 난감하기 짝이 없는 아랫도리 현상을 어찌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과 갈등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이 살짝 닿기만 해도 홀라당 자동적으로 내려갈 것 같은 착시(錯視)뿐만 아니라 그 핫팬츠 안에 숨을 죽이고 있을 손바닥만 한 팬티마저 벗기고 6월의 태양열에 달구어진 뜨뜻한 모래사장에 반듯하게 눕힌 다음 잽싸게 몸을 포개 그녀의 알몸 위에 그려진 오밀조밀한 요철(凹凸)의 보물을 하나하나 탐사하듯 맘껏 희롱할 수만 있다면 하는 상상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시간에 비례하여 상승곡선을 그리는 흥분 탓인지 면바지 안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바짝 곧추 서있는 자존심을 달래줄 심사로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서는 오른손으로 텐트 꼭짓점을 틀어쥐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황급히 오른손을 입에다 갖다 대며 흠칫 놀라는 게 아닌가.
'젠장! 벌건 대낮에 이런 민망함이라니!'
순간, 경수는 결코 보이지 말았어야 하는 꼴불견 추태를 드러내고 말았다는 민망한 생각에 얼굴이며 귀밑이 후끈 달아올랐지만 그렇다고 제풀에 지레 놀라 얼른 손을 뗀다는 게 왠지 사내답지 못하다는 생각에 그대로 멍하니 유난히 큰 눈에 긴 속눈썹과 까만 눈동자가 매력적인 그녀의 시선을 맞받아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도 손아귀에 갇혀있는 아랫도리 자존심은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 만난 고기처럼 격정적인 몸부림으로 더한 부풀림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조화인지 그녀 입장에서는 아무리 우연이라 해도 못 본 척 시치미를 떼며 당연히 얼굴을 다른 데로 돌려야함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투명한 눈빛으로 경수의 시선을 빨아 당기기라도 하듯 뚫어지게 노려보는 게 아닌가!
그 지경이니 경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라, 지금 뭐하자는 거야? 제법 당돌한 구석도 있네.'
그렇듯 그녀의 이해 못할 되바라진 반응에 못내 당황한 건 오히려 경수 자신이었다.
산세 좋고 물 좋은 계곡에 선배 형 내외와 1박 2일 일정으로 바람을 쐬려 나왔고 지금은 단 둘 뿐인 콘도 앞 개울가이지만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방년 22살의 대학 졸업반인 처녀(?)가 피 한 방울 썩히지 않는 외간 사내를 저런 야릇한 눈빛으로 노려본다는 게 여태 섹스의 달콤한 쾌감과 살 떨리는 달착지근한 살 냄새를 주고받을 애인 하나 없는 숫총각이나 다름없는 촌놈의 기를 살려도 유분수지 도대체가 요상하기 그지없는 노릇이었다.
둘의 눈싸움은 어림잡아 1분여 동안 묘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무르익어 갔다.
'그래, 관심이라면 관심이고, 호감이라면 호감인 게야.'
경수는 그렇게 단정 지을 수밖에 없었다. 군대 짬밥 26개월에 본의 아니게 저절로 몸에 밴 눈치 밥으로 통박을 굴려도 그 이상 그 이하가 아니라는 생각이 뇌리를 점령해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선수는 아니, 꼬리는 그녀가 먼저 살랑거렸다. 설령 각본에 의한 연기가 아니라 해도 경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 유권해석(有權解釋)을 내릴 수밖에 없는 좀은 의도적인 레퍼토리로 보였다.
그런데 경수가 막 몸을 일으키려는 바로 그때였다.
"악, 오빠!"
그녀가 발을 삐끗하며 몸의 중심을 잃고 그만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속으로 그만 엉덩방아를 찧는 게 아닌가. 그것도 짧게 끊어지는 단말마 비명과 함께 오빠라는 호칭을 내뱉으며 말이다.
순간, 경수는 병아리를 낚아채는 독수리마냥 날쌘 동작으로 3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한달음에 몸을 날려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런데 아뿔싸! 눈치 밥이 10단이라면 눈썰미는 15급 수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헉, 이건!'
그랬다.
그녀는 용감하게도 아니, 대담하게도 노브라 상태였다. 그 지경이니 물에 흠뻑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은 개나리꽃 색깔의 반팔 티셔츠 위로 봉긋하게 부풀어 있는 가슴선과 도도록하니 불거진 젖꼭지가 경수의 두 눈을 사정없이 찔려왔으니 그건 시쳇말로 죽음, 아니 경수를 두 번 죽이는 확인사살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에!'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 안 가득 고이는 침을 꼴깍 삼켜야만 했다. 언제 저토록 뽀얀 박꽃 같은 여자의 희디흰 속살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어, 어디 다친데 없어?"
"아야!"
그녀가 경수의 손을 잡고 일어서다말고 생각보다 된통 접질렸는지 예쁘장한 얼굴을 뭐같이 찡그리며 다시 털썩 주저앉으려는 찰나였다.
"어어!"
경수는 얼떨결에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오른손으로 날렵하게 낚아챘다.
순간, 그녀의 군살 하나 없는 허리가 손바닥에 착 감기며 220볼트 전류가 찌르르 흘렀다.
"오빠, 고마워!"
"자, 다리에 힘주지 말고 체중을 내게 싣기만 해."
경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왼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게 하고 오른팔을 등 뒤로 돌려 겨드랑이 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건 또 무슨 경우인지 손가락이 닻처럼 걸린 지점이 묘하게도 젖가슴 바로 그 아래였다.
그 지경이니 그녀의 탱탱한 젖가슴 감촉이 손가락 끝에 닿은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였다.
순간, 경수는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한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황급히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경우인지 그녀가 경수의 손을 대뜸 잡고는 지그시 누르는 게 아닌가!
"아야! 오빠, 꼭 잡아줘. 오른발에 감각이 없어!"
결국 그녀는 대충 엉성하게 기대는 게 아니라 엉겨 붙듯 매달려 왔다. 그 바람에 경수는 차 진 인절미를 연상케 하는 그녀의 젖가슴 절반을 손바닥으로 덮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어어, 이게 아닌데!'
이번에는 감칠 맛 나는 뭉클거림이 척추를 타고 흘렀고, 그 기운은 곧장 짜릿한 흥분지수를 부추겨 그만 뜨거운 한숨까지 내쉬게 하고 말았다.
"후우!"
그 와중에도 경수는 그녀를 부축하여 겨우겨우 거북이걸음으로 차양막 아래 비치용 자리에 그녀를 앉혔다.
그런데 이건 또 마른하늘에 날벼락인지 이번에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극심한 착란현상에 빠져야 했다.
'헉, 이건 또 뭐야?!'
아닌 게 아니라 물에 흠뻑 젖은 핫팬츠 안으로 하얀 팬티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는데 그 팬티 와이계곡 지점에 까만 먹물을 풀어놓은 듯 진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게 아닌가.
'헉!'
경수는 하마터면 밖으로 사정없이 터져 나올 뻔한 비명을 가까스로 안으로 삼키며 얼른 시선을 그녀의 발목께로 내렸다.
"오빠, 얼음찜질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그 말이 그녀로서는 선택의 여지를 두고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경수에게는 황홀한 착각 그 이상의 어떤 암시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 그렇긴 하지만 …."
"오빠, 미안하지만 콘도까지 나 좀 부축해주면 안 돼?"
"걸을 수 있겠어? 아무래도 걷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경수는 아무 생각 없이 흔히 나올 수 있는 말을 한 것뿐인데 그녀는 우습게도 왜곡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그럼 오빠가 업고가면 되잖아."
"뭐, 내가 널 업는다고?"
"설마 여잘 업지 못한다고는 안 하겠지."
경수의 눈에 비친 양 볼에 보조개를 만들며 생글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아우, 죽갔구먼!'
여자에게 열 남자 후리고도 남을만한 요염한 색정 같은 걸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 업혀!"
경수는 딱히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두 손을 허리 뒤로 돌렸다.
그러자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두 손을 경수의 목 앞으로 쭉 뻗어 깍지를 낀 다음 상반신부터 경수의 등에 포개고는 이내 축축하게 젖은 하반신을 등허리 쪽에다 밀착시켰다.
'헉!'
여자를, 그것도 완벽하다 할 만큼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육감적인 각선미의 여자를 업는다는 상상만으로도 경수의 아랫도리 자존심은 용트림을 할 지경인데 이렇듯 실제상황이니 여태껏 여자 한번 업어보지 못한 촌놈에게는 어찌 은혜로움이라 아니 할 수 있을까.
그래서일까.
경수는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경계선에서 방황을 하는 기분이 이런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그랬다.
등짝을 압박하듯 짓누르는 풍만한 노브라 젖가슴의 감촉도 감촉이지만 등허리를 휘감는 와이계곡의 달착지근한 엉겨 붙음 그리고 감히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여체의 야릇한 육향까지 그 모두가 천상에서나 누릴 수 있는 무아지경 다름 아니었다.
"오빠, 뭐해? 일어나지 않고!"
"아, 알았어."
경수는 왠지 모르게 후들거리기까지 하는 두 다리를 간신이 지탱한 채 허리를 펴고 슬그머니 일어섰다.
그런데 두 손이 그녀의 두 볼기짝에 하나씩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는 순간, 경수는 손바닥에 전해지는 엉덩이의 탱글탱글한 살집 감촉에 또 한 번 머릿속이 텅 비는 듯 하는 공황상태에 휩쓸리고 말았다.
"오빠, 나, 무겁지 않지?"
"가, 가벼워."
경수는 자꾸만 엉덩이 계곡 쪽으로 미끄럼을 타려는 손가락에 가까스로 제동을 걸며 첫발을 내딛었다.
"오빠, 미안해, 하지만 너무 편안한 거 있지. 콘도가 멀리 있으면 좋을 텐데 바로 코앞이라 약간 아쉽긴 해."
그 말이 경수의 귀에는 노출증 못지않게 이성간의 스킨십에 목말라 하는 갈증처럼 들렸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좌우로 흔들리는 탱탱한 볼기짝의 진동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속속들이 음미하고 있는 경수의 손바닥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흥건히 배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