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6 회: 73 여난(女難)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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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여난(女難)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난이라 해도 좋은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실 소파에서 온 삭신을 축 늘어뜨린 채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는 요한을 깨운 건 직통전화였다.
"자기, 마침 있었네. 휴대폰으로 전화할까 했는데…."
전화상으로 요한에게 자기라는 호칭을 쓸 수 있는 장본인은 단 한 사람, 2년 전부터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급 카페 '아마조네스' 여주인인 송혜인 그녀뿐이었다.
"웬 일이야? 오늘은 장날이 아닌 줄 알고 있는데…."
장날이라 함은 아랫도리 도킹을 의미하는 두 사람 사이의 은어(隱語)다.
"호호, 도로정비 관계로 장날이 앞당겨졌다는 걸 알려주려고요."
"뭐라고!"
'허, 이것들이 날 잡아먹으려고 진짜 작당한 거 아냐?'
불현듯 요한은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는 우연의 일치에 충격이라도 받은 듯 소파 등받이에 파묻혀있다시피 한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아니, 뭘 그렇게 놀라세요? 새삼스럽게 …. 언제는 자기가 먼저 어린애처럼 떼를 쓰고선 …. 제 말이 틀렸나요?"
"허허, 확인사살이 따로 없구먼. 젠장, 오늘 일진(日辰)이 왜 이리 사나운 거야! 아니지. 모두 다 제정신이 아닌 게야! 아니고말고!"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기가 막힌 요한은 헛웃음을 치며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었다. 문득 죄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 성현의 말이 뇌리 속을 마구 휘젓는 듯했다.
"자기, 오늘따라 왜 그래요?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통 알아듣지를 못하겠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아, 아냐! 그냥 헛소리니까 신경 쓸 거 없어!"
"그럼 오늘 퇴근 후 바로 올 거죠?"
"그래, 알았어. 바로 갈 게!"
요한은 앞뒤 생각 없이 흔쾌히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나저나 녀석이 제대로 작동이 돼야할 텐데….'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밥을 먹듯 하루에 세 여자를 번갈아 가며 욕정을 채우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 있는 일이라 요한은 은근히 아랫도리 자존심이 마음만큼 따라줄지가 의문이었다.
하여간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수난과 혹사의 날인만큼 무슨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내연의 여자인 그녀의 요구 정도는 정중하게(?) 사양 내지는 거절을 할 법도 한 요한이었다, 하지만 딱히 그러지 못한 이유는 천성적으로 타고 난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성격 때문이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출근시간에 아내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것은 남편으로서의 책무를 다한다는 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여비서인 초희의 유혹 정도는 사전에 따끔한 충고 한마디로 퇴짜를 놓을 수도 있었고, 내연의 관계인 혜인의 색정적 요구 또한 거래처 운운하며 다음 기회로 미룰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위를 떠난 활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요한의 아둔함이었다.
'그래, 당분간은 어차피 세 여자를 번갈아 가며 즐겨야 한다면 이번 기회에 내 정력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쁠 건 없지.'
이래서 흔히 남자란 존재를 두고 겉으로는 복잡 미묘한 척 하지만 안으로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미물(微物)이라 하는지도 모른다.
***
"자기, 샤워하실 거죠?"
저녁 9시경, 요한이 투 룸 안으로 들어서자 혜인 그녀가 그의 정장 재킷을 받아들며 물었다.
그녀는 잠자리 날개를 연상케 하는 반투명 블랙 톤 슬립 차림이었는데 안에는 실오라기 한 올 보이지 않는 노브라, 노팬티였다. 그 지경이다 보니 농익을 대로 농익은 풍만한 젖가슴과 군살 하나 없이 팽팽한 아랫배와 잘록하게 파인 허리 선 그리고 도톰하니 살이 오른 불두덩 위로 먹물을 풀어놓은 듯 역삼각형 모양의 음모 숲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였다
"그게 순서 아니겠나."
요한은 볼수록 감칠맛이 절로 우러나는 뇌쇄적인 그녀의 아래위를 내리훑으며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허, 이러다 아랫도리 살가죽 벗겨지는 거 아냐?'
벌써 3번째 곤욕을 치르는 꼴이니 그런 생각도 무리는 아니었다.
알몸 그대로 욕실 안으로 들어선 요한이 바디클렌져를 손바닥에 듬뿍 뿌려 막 아랫도리로 가져갈 때였다. 욕실 문이 스르르 열리며 알몸의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성큼 들어섰다.
늘씬한 몸매의 그녀 각선미는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독신녀로 살아서인지 20대 못지않은 팽팽한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 레퍼토리는 욕실인가?"
그때 요한은 세면대 위 거울 속에 갇혀 있는 혜인의 관능적인 알몸을 훑어보며 있었다.
"내키지 않으세요?"
뒤에서 젖가슴으로 요한의 등판을 지그시 누르며 두 팔로 안다시피 한 그녀는 오른손을 슬그머니 내려 아직은 소강상태인 그의 아랫도리 자존심을 손아귀에 가두다말고 .
"어머! 자기, 이게 왜 이래?"
"뭐가?"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한데?"
요한은 퉁명스런 투로 되물었다.
"당연히 화가 나 있어야 하잖아?"
두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요한의 수난을 알 리 없는 그녀는 짐짓 못마땅해 하는 표정이었다.
"녀석이 컨디션이 안 좋은 모양이지."
달리 할 말이 없는 요한은 에둘러 말했다.
"이런 적이 없었기에 하는 소리잖아? 자기, 혹시?"
그때 그녀는 짐작 가는 구석이라도 있는 듯한 표정으로 서서히 살 뼈를 불리고 있는 자존심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혹시, 뭐?"
"자기, 사모랑 했지?"
"젠장! 여자 직감은 조물주(造物主)도 못 말린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군, 그래, 했어! 아침 출근시간에 뜬금없이 한번 하자고 일방적으로 덤비는데 별 수 없잖아. 만약에 …."
"만약에, 뭐?"
그녀가 대뜸 요한의 말꼬리를 낚아챘다.
"오늘이 혜인이 널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면 전처럼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피했을 거야."
"정말?"
그때 그녀는 와이계곡 불두덩을 요한의 엉덩이 계곡에 바짝 밀착시킨 채 시계방향으로 빙그르르 돌리며 다른 한손으로 고환 주머니를 공기놀이 하듯 주무르고 있었다.
"아우, 감촉 죽이는데! 그래, 계속해!"
엉덩이에 착 감겨들듯 들러붙는 무성한 음모의 까슬까슬한 감촉에 매료된 요한은 두 손을 뒤로 뻗어 그녀의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움켜잡고 엉덩이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아, 짜릿해! 어머, 자기야! 이게 제정신으로 돌아왔어! 이를 어째! 저번보다 더 커진 것 같아! 아, 살 떨려! 자긴, 모를 거야! 이 단단하고 뜨거운 감촉이 얼마나 좋은지. 어머, 자기야. 뱀장어 한 마리를 잡고 있는 기분이야! 자기야, 가만있지만 말고 힘을 넣었다 뺐다 해 봐!"
손아귀 안에서 용틀임 하듯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꿈틀거리는 자존심의 무지막지한 횡포에 잔뜩 고무된 그녀는 생각나는 대로 마구 지껄였다.
"이봐, 그만 가지고 놀고 늘 하던 대로 하지 그래."
그때 요한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바람이 잔뜩 들어간 고무풍선처럼 탄력 있는 그녀의 엉덩이를 손아귀에 가둔 채 주무르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어."
말 떨어지기 무섭게 샤워기로 요한의 자존심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거품을 털어낸 그녀는 냉큼 그의 무릎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곤 벌겋게 달아오른 몰골로 배꼽 쪽으로 곧추서 있는 자존심을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두 손으로 살며시 움켜잡고는 이내 입을 크게 벌려 게 눈 감추듯 덥석 물었다.
"윽!"
단말마 신음을 냅다 내지른 요한은 아랫도리를 사정없이 뒤덮는 뜨거운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앞으로 튕기며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 앞뒤로 쥐어흔들었다.
그 와중에도 요한은 자신 스스로 가당찮은 딜레마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내 것이 아냐!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 된 거야! 이럴 리가 없어! 비아그라를 먹은 것도 아닌데 이럴 리가 없어!'
어느새 중년인 나이 40줄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에 걸쳐 그것도 제각각 색깔이 다르다면 다른 세 여자를 상대로 발기가 되고 사정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가사의(不可思議)했다.
하지만 요한은 어디까지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로 작정하고 아랫도리를 뜨겁게 뒤덮고 있는 그녀의 펠라티오 현장에 시선을 던졌다.
그때 그녀는 목구멍 너머까지 치고 들어온 자존심 끄트머리를 붉은 혀로 휘감아 돌리며 고개를 빠르게 주억거리고 있었다.
"이봐, 설마 입안에 사정을 하라는 건 아니지?"
그러자 대뜸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존심을 손바닥에 내뱉은 그녀가 요한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자기, 여기서 뒤로 당하고 싶어."
"그럼 어서 자세부터 잡아!"
말 끝나기 무섭게 냉큼 일어난 그녀는 욕조에 두 손을 짚고 허리를 숙인 다음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는 보란 듯이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자기, 어서 덤벼! 원 없이 자근자근 깨물어줄 테니까 저번처럼 구석구석 찔러줘!"
"그럼 예정에도 없던 우리 혜인이 속살 맛 좀 볼까나! 역시 우리 혜인이 엉덩이는 일품이라니까. 꼭 단아한 백자 항아리를 닮았단 말이야. 자, 들어갈 테니까 아랫도리에 힘 빼!"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자존심 기둥을 한 손에 거머쥔 요한은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유혹의 혀를 날름거리는 꽃잎계곡 핑크빛 속살 한가운데를 정통으로 관통했다.
"악, 자기야! 나 죽어!"
요한의 자존심이 속살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순간, 그녀는 고통인지 쾌감인지 모를 비명을 내지르며 잘록한 허리를 새우등처럼 웅크리며 요한의 자존심을 있는 힘껏 바짝 물고 늘어졌다.
"윽, 이게 왜 이래?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조임에 요한은 그만 허리를 뻣뻣하게 굳힌 채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어느 틈에 욕실 안은 쥐어짜내는 듯한 신음과 간드러진 교성 그리고 음란한 소음과 음탕한 몸놀림이 한데 어우러지는 가운데 서로가 지향하는 정점을 향해 줄달음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혜인은 늘 그랬듯이 뜨거운 물길을 보란 듯이 활짝 열어젖혔고, 요한 또한 고갈(枯渴)된 줄 알았던 사정의 무리를 쏟아냈다.
***
"아니, 여보! 코피!"
다음 날 아침 식탁머리에서 쌍코피를 흘리는 남편 요한을 보고 아내 혜숙은 기겁을 했다.
"뭐, 코피? 어디?"
요한은 숟가락을 놓고 부리나케 욕실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래, 역시 무리였어! 과욕이었던 거야! 후후!'
요한은 거울 안에 갇혀 있는 좀은 초췌한 몰골의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입가로 쓰디쓴 웃음을 흘렀다.
"여보, 괜찮아?"
그때 욕실 밖에서 아내 혜숙의 걱정스런 말소리가 들렸다.
"괜찮으니까 걱정 마."
"여보, 오늘 한의원에 가서 보약 한 첩 지어 올 게."
"여보, 미안해."
"자기가 왜 미안해?"
"그냥 미안해. 그냥 …."
그랬다.
어쩌면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 쯤은 하고 싶은 것이 요한의 솔직한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