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3 회: 63 육욕(肉慾)의 포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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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가 두 손으로 여체의 허벅지에서 허리를 거쳐 젖가슴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배꼽 쪽으로 미끄러트렸다. 그리고는 군살 하나 없는 아랫배 한가운데 작은 우물처럼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는 배꼽에 혀끝을 지그시 눌렀다.
"으, 으응!"
순간 여체가 고양이 앓는 소리를 내며 잘게 꿈틀거렸다.
그는 반듯하게 누워 있는데도 봉긋하게 솟구쳐 있는 여체의 젖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는 버찌를 연상케 하는 젖꼭지를 혀끝으로 살짝 핥아준다. 젖꼭지는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겨워하는 그녀를 증명이라도 하듯 단단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이봐요,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어줘요!"
"이렇게 말이지!"
말 끝나기 무섭게 그는 양쪽 젖꼭지를 번갈아 입 안에 가두고는 혀끝으로 빙글빙글 굴리기도 하고, 이빨로 자근자근 깨물기도 하고, 힘껏 빨아 당기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여체는 걷잡을 수 없는 열락의 열풍에 휩쓸렸다. 이보다 더한 쾌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를 어째! 샘이 마구 넘치는 것 같아요! 이럴 리가 없는데 …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한 점의 수치심은커녕 오히려 즐기려드는 그녀에게 매료된 나는 얼굴을 들어 한껏 달아올라 있는 도끼자국을 내려다보았다.
"아우, 이 정도라니 정말 놀랍군요! 이봐요, 원래 이래요?"
그랬다. 그녀의 꽃잎계곡은 홍수라도 난 듯 뭔가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아뇨. 이런 적은 없었어요!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그래요, 이게 다 나 때문이니 내가 책임지죠!"
"그래요, 책임지세요! 맘껏 절 희롱해 주세요! 어서요!"
"그러죠!"
두 손으로 그녀의 가랑이를 좌우로 활짝 열어젖힌 그는 길게 빼문 혀끝으로 번드르르 윤기를 머금고 있는 꽃잎계곡 아래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추임새를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힘주어 움켜잡은 채 잘록한 허리를 사정없이 치올렸다.
"흑, 더는 못 참겠어요! 이봐요, 이제, 이제 그걸 넣어줘요! 제발!"
하지만 그는 아직 이르다는 듯 입술로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속살을 후루룩 들이마시듯 훌쳤다.
"그, 그만! 제발, 넣어줘요! 당신을 느끼고 싶단 말이에요! 어서요!"
그는 못들은 척했다. 오감이 녹아내리는 절실하고도 절박한 상황에서도 승부욕이 발동한 것이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분에 넘치는 아찔한 쾌락과 짜릿한 쾌감 그리고 끝 간 데 없는 즐거움을 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관능의 촉수에 관통당한 어지럼증을 이겨내지 못한 나머지 두 다리를 천정을 향해 치켜 올린 채 사시나무처럼 바르르 떨어댔다.
급기야 상반신을 사정없이 비틀며 두 손으로 자신의 젖가슴을 쥐어짜듯 그러쥐고 혀끝으로 젖꼭지를 핥기까지 했다. 두 눈은 잔뜩 치켜뜬 채였고 충혈 된 눈동자는 초점이 풀어져 있었다.
"너무 잔인해요! 그만 괴롭히고 어서 어서 나 좀 어떻게 해줘요! 당신을 내 몸 안에 가두고 싶어 미치겠단 말이에요! 제발, 제발!"
마침내 그녀가 애원이 극에 달하자 입가로 회심의 미소를 흘린 그는 서둘러 그녀의 몸 위로 체중을 실었다.
"그래요, 더는 괴롭히지 않을 게요!"
"그래요, 어서 들어와요! 근질거려 미치겠단 말이에요!"
그제야 그는 그녀의 도끼자국 입구에 살짝 끼워져 있는 불기둥을 속살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때 그녀의 속살은 뜨거운 용암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는데 빡빡하게 조여드는 기운과 함께 매끄럽고 부드러운 기운 때문인지 불기둥을 순조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악!"
그녀가 짧게 끊어지는 듯한 단말마 비명을 지른 것은 그때였다. 그 와중에도 잘록한 허리를 들어 불기둥을 더 깊은 곳으로 빨아들이려는 몸부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윽, 이게 왜 이래?"
불기둥은 속살의 적극적인 환영행사에 희열을 감지하면서도 잠시 움직임을 자제해야만 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실뱀들이 한꺼번에 엉겨 붙어 무참하게 물어뜯는 듯한 그악스런 조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다. 불기둥과 속살의 합체는 바람 한 점 통할 수 없는 진공상태라 움직인다는 게 곤욕스러울 지경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건 너무 한 거야! 너무 벅차! 이봐요, 가만있지 말고 어떻게 해봐요!"
그녀의 두 손이 그의 엉덩이를 움켜쥐더니 어서 휘둘러보라는 듯 그의 허리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추임새를 반복했다.
그제야 불기둥은 좀은 느슨하게 풀어진 속살 떨림을 느끼고 강약을 조절하면서 규칙적인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아, 아파! 찢어질 것 같아! 이럴 수는 없어! 너무 벅차서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고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아!"
그녀는 속살에 전해지는 기상천외한 불기둥의 휘둘림을 만끽하려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그 쾌감이 배가된다는 걸 알고나 있듯이.
그는 지나침이나 부족함이 없는 기교로 그녀의 깊고 깊은 바다를 헤엄쳐 산호초를 깨는 일념으로 수축과 이완을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는 속살을 마구 짓이겨 나갔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허공 위로 바싹 치켜든 두 다리를 신명나게 바동거렸고, 그의 불기둥이 속살 깊숙이 들락거릴 때마다 엉덩이를 필사적으로 치받치며 리듬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때 그녀의 잘록한 허리는 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진 활처럼 휘어져 있었다.
어느새 둘의 알몸은 땀으로 샤워를 하듯 흥건하게 젖어 번들거렸고, 숨소리는 마냥 거칠게 내뿜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꽃잎계곡은 봇물 터지듯 열린 뜨거운 물길로 실개천을 이룰 정도였고, 그의 불기둥은 심하게 담금질이 된 상태에서 부풀어 오를 대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어디까지 내처 달렸을까.
극적인 순간을 목전에 두고 먼저 신호를 보낸 건 그녀였다.
"아, 이상해요! 이봐요, 우리 함께 해요! 그래줄 거죠?"
"그래, 함께 터트리는 거야! 먼저 터트려! 바로 뒤따를 테니까! 어서 끌어올려!"
그때 그는 불기둥의 첨단으로 쏠리는 아릿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사정의 기운이 틀림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치골 언저리며 허벅지에 달리 이상한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쩌면 좋아! 너무 이상해!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어머, 나 몰라! 이를 어째! 이봐요, 그건 가 봐요! 제발 나 좀 말려줘요! 아, 아니에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 이대로, 이대로 죽고 싶어요! 흑~!"
어느 순간 그녀는 진한 흐느낌을 동반한 신음과 비명을 한껏 내지르며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옥죄듯 감고는 전신을 바르르 떨어대기 시작했다.
그랬다. 극적인 오르가슴의 순간이었다. 여자에게는 때로는 천은(天恩)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천형(天刑)이기도 한 성적 희열을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황홀한 순간이었다.
벽과 천정에 부착된 거울 안 여체도 그녀 못지않게 하염없이 아니 속절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화려하고 황홀한 절정을 확인한 그는 비로소 할 바를 다했다는 듯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제 당신 차례에요!"
말 끝나기 무섭게 그는 뜨거운 속살 어디쯤에서 솟구치는 이상야릇한 떨림에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젖가슴 계곡에 얼굴을 파묻고 불기둥에 휘감기는 묘한 충동에 그만 사정의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바,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아냐! 더 바짝 물고 빨아 당겨! 그, 그래! 바로 그거야! 더, 더! 윽!"
그는 온몸을 짜릿하게 관통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만 사자후(獅子吼)를 터트렸다.
그때 그녀는 그의 몸짓이 어느 순간 정지된다 싶더니 괴이한 탄성과 신음을 토하며 한껏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시위를 놓는 동시에 속살 구석구석을 사정없이 휘갈기는 소란스러움에 그만 아랫도리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경이적인 기운에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두 팔로 그의 목을 와락 껴안았다.
"마, 말도 안 돼! 이렇게 세게 때릴 수 있다니! 이를 어째! 너무 많아! 이봐요, 다음에는 입으로 받아먹을 거야! 어머! 이게 왜 이래요! 제발 그만 때려! 또 하고 싶단 말이야!"
사정을 했는데도 여전히 안에서 뱀처럼 꿈틀거리는 불기둥의 용트림에 그녀는 다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럼 해! 다시 끌어 올려!"
"흑, 나 몰라!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머, 또 이상해! 이건 미친 섹스야!"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진한 오열과 함께 두 번째 오르가슴에 자신의 전부를 내던질 수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극적인 오르가슴을 통해 한없이 무너지는 낯선 한 여자를 통해 그때 처음으로 여자도 섹스를 통해 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격에 겨워 기꺼이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한 여자
그는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거친 숨을 추스르는 그녀를 꼭 껴안고 땀으로 흠뻑 젖은 등을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비록 필요악이라 해도 한 가닥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낯선 남자, 낯선 여자로 노래방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 정사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왠지 연민으로 와 닿은 것이다.
그 연민 속에는 일상에 외면당한 못 가진 자들의 삶의 비감 또한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상사가 표주박 속의 요지경인 것처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