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9 회: 56 음욕(淫慾)의 와이 계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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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찌는 듯한 무더위가 3일째 기승을 부리는 8월 초순, 주말이었다.
낚시 동호회 총무의 전화를 받은 것은 빵빵하게 돌아가는 에어컨 밑에서 팬티만 걸친 채 열대야의 열기를 식히고 있을 때였다.
나는 안부 전화겠지 싶어 건성으로 인사를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짜고짜 남해안 쪽으로 낚시를 가자는 것이었다. 동호회 계획에도 없는 급조된 출조라 별로 내키지가 않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 이 사람아, 자네니까 가자는 거야. 안가면 당장 후회막급(後悔莫及)인 곳이란 말이지.
"어딘데요?"
좀처럼 빈말을 하지 않는 총무의 입에서 후회막급이란 말이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귀가 솔깃해졌다.
- 대신동 김 사장 마누라 고향 못 미처 있는 작은 저수진데… 시쳇말로 물 반 고기 반이 무색할 정도라는 거야. 저 저번 주에 다니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저수지라나 뭐라나.
총무는 마치 자기가 발견한 것처럼 떠벌렸다.
난 처음에는 그 말이 선뜻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요즘에 그런 곳이 있다는 자체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총무의 입에서 내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 튀어나왔다.
- 자네한테만 특별하게 전화를 한 거야. 가는 멤버는 김 사장 내외하고 우리 마누라 … 그리고 자네만 가는 거야. 단출하니 좀 좋아. 자네, 고마운 줄이나 알아. 김 사장이 아무도 데려가지 말자는 걸 내가 우겨서 자네가 끼게 된 거야. 이래도 안 갈 거야?
김 사장은 한마디로 낚시에 거의 미쳐 있는 사람이었다. 마누라와 낚시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앞뒤 잴 것도 없이 그냥 낚시를 택할 정도로 왕 낚시 광이었다. 강이든 바다든 고기에 대한 집착이 어떤지는 몇 번의 동행 출조로 익히 알고 있는 나였다.
그런 그가 아무도 데려가지 말자고 했다면 대단한 포인트가 있는 게 분명했다.
총무가 다그치듯 했다.
- 자네 1분 안에 결정해. 안 간다면 우리끼리만 가는 걸로 할 테니까.
나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했다.
"언제 총무님 호의 거절한 적이 있습니까? 가도록 하죠."
- 자네. 운 좋은 줄이나 알게.
그런데 말이다. 내 마음이 흔들린 것은 결코 낚시터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 사장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치를 떤다는 그의 마누라가 동행한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문득 언젠가 인천 월미도 쪽으로 낚시를 가면서 차 안에서 김 사장과 총무가 주고받는 말이 생각났다. 김 사장 마누라에 대한 험담 아닌 험담이었다.
"빌어먹을! 요즘은 마누라 해코지에 정말이지 죽을 맛이야. 이놈의 여편네가 이제야 남자 거시기 맛을 알았는지 밤마다 홀딱 벗고 난리블루스를 치는데 지옥이 따로 없다니까."
"이 사람아, 대체 무슨 난리블루스기에 그래?"
"이 여편네가 죽자 사자 내 거시기를 물고 쪽쪽 빨아대는데 … 그게 안서고 배기겠어."
"젠장! 자랑도 유별나게 하네. 우리 나이에 마누라가 그렇게 빨아주면 감지덕지 해야지. 이거 원, 누구 약 올리는 방법치고는 좀 그렇구먼."
"자네 마누라는 안 그렇다는 얘기야?"
"말도 마. 존심 상하지만 자네가 먼저 운을 뗐으니 하는 말이네만 … 우리 마누란 누웠다 하면 10초 안에 코를 고는 체질이라 진즉에 그런 서비스는 먼 나라 얘기지. 아무튼 자네가 부럽구먼."
부러워하는 총무 말에 김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는 듯이.
"허허, 자네 방금 부럽다고 했나? 허구한 날 여편네가 덮치듯 달려들어 그 짓거리를 한다고 생각해 봐. 그건 당해본 사람만이 아는 끔찍한 일이야. 아휴, 지금도 어젯밤을 생각하면 치가 떨려.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니까. 아니지 가운뎃다리는 지금도 감각이 없어. 제자리에 달려있는지조차 모르겠다니까. 이거 원, 계속 난리를 치면 대타라도 하나 구해주든지 해야지 계속 당했다간 명대로 살긴 다 틀린 일이야."
그러자 총무가 잽싸게 말을 받았다.
"김 사장, 그 대타 내가 하면 안 될까?"
"예끼, 이 사람아!"
그때 나는 김 사장의 말이 사실로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여자 나이 제2의 사춘기라고 하는 40대지만 그 정도로 남편을 못살게 구는 여자는 없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그런데 이상야릇하기 짝이 없는 반응을 보인 건 진즉에 나라는 놈이었다.
월미도를 갔다 온 이후부터 어쩌면 그런 여자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과 함께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김 사장 마누라가 생각나면서 아랫도리 녀석이 시도 때도 없이 불끈불끈 화를 낸다는 사실이었다.
그때마다 난 김 사장 마누라의 음탕에 젖은 표정을 상상하며 끝 간 데 없이 부풀어 오른 아랫도리 녀석을 잡고 자위로 급한 불을 끄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언젠가부터 내 동물적 욕정의 이상형이 되어버린 김 사장 마누라가 이번 낚시에 같이 간다고 하니 이참에 얼굴이나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에 못 이긴 척 동행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
"장 대리, 오래간만이구먼."
"자네, 시간은 칼 같이 지키는구먼."
"장 대리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다음 날 저녁 7시경 출발 장소에 도착하자 김 사장과 동호회 총무 그리고 총무 마누라인 정 여사가 한마디씩 했다.
"다들 반갑습니다,"
나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런데 김 사장 바로 옆에 서 있는 중년 부인은 초면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김 사장 마누라임을 알았다.
김 사장이 자기 마누라를 소개했다.
"장 대리, 인사하게 우리 마누랄세."
"사모님, 처음 뵙겠습니다, 장준식이라 합니다."
나는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했고 그녀는 가벼운 목례와 함께 약간의 끼가 느껴지는 눈인사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녀는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삼삼하게 생겼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여자로서는 약간 매력적인 인상이었다. 그리고 반듯한 얼굴이나 통통한 몸매가 40대 초반의 나이에 비해 무척 젊어보였다.
특히나 내 시선을 잡아 끈 것은 하얀 반바지 밑으로 미끈하게 드러난 농염한 허벅지와 노란 반팔 티셔츠 위로 처녀 가슴 마냥 탐스럽게 봉긋 부풀어 있는 젖가슴 볼륨감이었다.
"자, 다들 차에 타세요."
총무가 먼저 가까이에 주차해 있는 12인승 스타렉스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뒤를 김 사장과 장 여사가 뭐라고 하면서 따라갔다.
그때 그녀는 내 뒤에 있었고 나는 바닥에 내려놓은 낚시 가방을 막 들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지 그녀가 나를 지나치듯 하며 낮게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게 아닌가.
"장 대리님 꽤 미남이시다."
순간 나는 아랫도리가 저릿해 오는 느낌과 함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목소리에도 섹시미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었다. 그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는 나를 흥분케 하는 촉매제 그 이상이었다.
'뭐야?! 초장부터 누구 홀릴 참인가?'
나는 시야를 압도하듯 좌우로 실룩거리는 그녀의 엉덩이 율동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요분질깨나 치게 생긴 탱탱한 엉덩이였다.
그때였다.
"이봐 장 대리, 빨리 가자구."
"네."
나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며 낚시 가방을 들고 막 차에 오르고 있는 그녀를 쫓아 뛰어갔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운전석에는 총무가 앉아 있었고, 김 사장은 조수석에, 장 여사는 총무 뒤에, 그녀는 김 사장 뒤에 앉아 있었다.
나는 맨 뒷좌석에 앉았다. 나만 빼고 부부 동반인 셈이니 그러는 게 속 편할 것 같았다.
시내를 벗어날 무렵, 장 여사는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댄 체 벌써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잠이 많은 체질이라는 게 새삼스럽게 실감으로 와 닿았다.
반면에 그녀는 차창 밖을 쳐다보는 척 하며 곁눈질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문득 나는 그녀의 얼굴 옆모습도 섹시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뚝하니 선 콧날이며 도톰한 입술이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한편 앞의 김 사장과 총무는 지겹지도 않는지 온통 낚시 얘기만 하고 있었다. 하긴 사시사철 이름이 나 있는 포인트는 죄다 찾아다니는 낚시 광들이니 입만 열었다 하면 낚시 얘기로 시작해서 끝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봐 장 대리, 아직 한참을 가야 하니 한잠 자 두게."
총무가 백미러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죠."
안 그래도 흔들리는 차에 전신을 맡기고 잠이라도 청할까 하는 참이었다.
이번에는 김 사장이 그녀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당신도 자지 그래."
그녀는 들은 척 만 척 여전히 차창 밖으로 얼굴을 돌린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등받이에 깊숙이 파묻히자 갑자기 잠이 눈송이처럼 하얗게 쏟아졌다. 그래서일까.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어렴풋이 들리는 코고는 소리에 눈을 떴다. 차 안은 까만 먹물을 잔뜩 풀어놓은 듯 깜깜했다. 총무가 실내등을 꺼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버릇처럼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빛 한 점 없는 진한 어둠만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누군가 코를 심하게 골고 있다는 걸 안 것은 짜증 섞인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였다.
"아유, 코고는 소리 땜에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총무가 대뜸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허허허, 그게 우리 마누라 체질인 걸 어떡합니까. 서 여사, 정 시끄러우면 맨 뒤로 자리를 옮기세요. 그게 오히려 마음 편할 겁니다."
"그래야겠어요. 정말이지 참아보려고 했는데 영 …."
"허허, 그래도 김 사장은 잘만 잡니다 그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약간 비틀거리며 맨 뒷좌석으로 오고 있었다. 그때 나는 잠든 척하며 실눈을 뜨고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어머! 장 대리도 잠들었네."
반대편 창가에 앉으며 내뱉는 그녀의 말이 사뭇 도발적으로 들린 건 왜일까?
순간 나는 감히 떨쳐버릴 수 없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곁눈질로 그녀를 염탐하듯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어둠 속에서도 뽀얀 빛을 발하고 있는 농염한 허벅지가 내 눈을 끌어당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창 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하반신에 눈길을 주었다. 그녀의 두 다리는 보기 좋게 벌어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불현듯 그녀의 반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 넣고 싶은 충동이 불같이 일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다. 그 소리가 천둥치는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리는 바람에 속으로 아차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