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5 회: 52 질투가 부른 화근(禍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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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자지만 보면 볼수록 질투가 샘솟듯 하는 고 계집애가 1년 사이에 사람이 변해도 어쩌면 그렇게 180도 변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아무리 흐르는 세월 따라 사람도 변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 정도로 발랑 까질 수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결론은 고 계집애 때문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섹스는커녕 자위행위조차 몰랐던 내가 고 계집애 몰래 그 짓거리를 하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하여간 쭉쭉 빵빵 잘 빠진 몸매에다 얼굴까지 반반한 고 계집애랑 같은 회사에 입사를 하면서 투 룸을 얻어 같이 생활을 한 건 2년 전이었다.
사실 여고시절부터 대학 4년 동안 둘도 없는 단짝친구로 지냈던 터라 객지 생활의 외로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그 정도 의기투합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
고 계집애가 평소에 안 하던 짓거리로 나를 황당하게 만든 건 1년쯤 지날 무렵부터였다. 정확하게는 부서가 다른 탓에 늦게 퇴근을 한 바로 그날이었다. 냉장고 앞에서 나를 반기는 고 계집애 꼬락서니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만큼 가관이다 못해 꼴불견이었다.
"어머, 어머! 얘, 얘가 왜 이래! 지금 제정신이니?"
나는 워낙에 큰 충격이라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데 고 계집애가 한쪽 눈을 찡긋, 윙크까지 날리며 기껏 하는 말이 웃기지도 않았다.
"왔니. 얘는, 어서 올라오기나 해."
그때까지 나는 현관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두 눈을 찌를 듯이 드러난 반라(半裸) 때문에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인애 고 계집에는 브래지어까지 거부한 젖가슴에다 사타구니 그 부위에는 흔히 똥꼬 팬티라 불리는 블랙 톤의 T백 끈 팬티만 달랑 걸치고 있었다.
나는 하도 기가 막혀 거실로 올라서며 시비를 걸듯 한 소리했다.
"아예 다 벗지 그러니?"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들고 있던 우유 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날렵하니 끈 팬티를 김밥 말듯 돌돌 말아 끌어내리는 인애였다.
"어머! 인애 너, 미쳤구나!"
나는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아니, 이게 내 친구 인애가 맞는지부터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얘는~, 이까짓 일로 미쳤다고 할 것까지는 없잖니~?"
코맹맹이 소리까지 내며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인애라 오히려 내 자신이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같은 여자지만 질투를 느낄 정도의 풍만한 젖가슴과 탱탱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허벅지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나였다.
'아니?'
처음에는 착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그때 인애가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얘, 뭐 달라진 게 없니?"
그제야 인애의 불두덩 위에 다복솔 우거져 있던 음모 숲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걸 알았다.
"얘, 그, 그게 없잖니?"
"얘는, 그게 뭐니? 털이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니?"
나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툭 내뱉어지는 털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맞는 말을 했는데도 숙맥인 내 귀에는 음란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인애 너, 대체 왜 이러는 거니? 안 하던 짓도 그렇고 망측하게 털이 뭐니?"
도대체가 죽었다 다시 깨어나도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인애의 괴상한 짓거리 앞에 왠지 모르게 초라하게 느껴지는 나 자신이었다. 평소의 나라면 당연히 화를 냈을 텐데 그것마저도 아예 남몰라 하듯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때 인애가 힘주어 말했다.
"얘, 어서 옷이나 갈아입어! 사라진 털에 대한 비화를 들어야 할 것 아냐."
"됐거든!"
겉으로는 별꼴이 반쪽이라는 투로 빈정거렸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듣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느닷없는 알몸 쇼로 나를 혼란스럽게 한 그 배경이 궁금했던 것이다.
방으로 들어가 반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고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 인애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포즈가 야하다 못해 색스럽기까지 했다. 거기다 요상한 짓거리까지 보란 듯이 해대고 있었으니!
"어머! 그게 뭐하는 짓이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인애는 실팍한 가랑이를 양 옆으로 쩍 벌린 채 도톰한 불두덩이며 꽃잎 언저리를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얘, 다시 깎아야할까 봐! 꼭 남자 턱수염처럼 까칠까칠한 게 영 마음에 안 들어!"
인애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사타구니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꽃잎 사이로 핑크빛 속살이 은근슬쩍 내비치고 있었다.
"미친 년! 설마 나더러 깎아달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그러자 인애가 고개를 쳐들고 대뜸 하는 말이 실로 충격적이었다.
"걱정 마. 깎아줄 거시기는 따로 있으니까!"
"거, 거시기라니? 그러니까 그, 그걸 깎아준 것도 거시기라는 얘기니?"
나는 인애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에 적이 놀라고 말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나한테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은밀한 부위의 음모를 깎아줄 정도로 발전했다는 게 쇼킹 그 자체였다.
'그럼 갈 데까지 갔다는 얘기잖아.'
인애가 거시기란 작자와 섹스를 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얘는, 또 그거래. 털이라고 했잖니."
인애는 내가 받은 충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도리어 나를 훈계하듯 했다. 그래서일까. 불현듯 나는 인애한테 반발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래, 그 털 남자가 깎아준 거니?"
"당근!"
인애가 씩 웃어 보이며 당연한 걸 왜 묻니 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럼 그것도 했겠네?"
차마 섹스란 말을 입에 담는다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또! 그냥 섹스라고 해."
인애 년이 냉큼 시비를 걸어왔다.
"그래, 섹스도 했니?"
이미 나는 인애 고 계집애 페이스에 말려든 상태였다. 아니, 화가 나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당근!"
"근데 터, 털은 왜 깎았어?"
그런데 인애의 대답이 한 마디로 걸작이었다.
"우리 거시기 왈, 워낙 털이 수북해서 아랫입술이 잘 안 보인다나. 거기다 이빨 사이에 끼인다면서 …."
나는 더 들을 것도 없다 싶어 말을 가로챘다. 인애 입에서 아랫입술이란 말이 내뱉어질 때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 자식 변태 아냐?"
"얘는~, 너한테는 변태로 들릴지 몰라도 나한테는 신선한 충격이었단 말이야! 얘, 너도 이참에 싹 밀어버려! 네 털도 좀 많니. 일단 속는 셈치고 밀어 봐!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 아니, 요즘 남자들 아랫입술에 털 없는 여자가 더 좋은가 보더라."
이제는 나를 꼬드기기까지 하는 인애 년이 얄밉다기보다 경멸스러웠다.
"인애 너, 예전의 네가 아니라는 거 알기나 해?"
하루아침에 미친년처럼 구는 인애에게 왠지 모르게 연민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타락이 아니라 해도 칠년 지기 친구로서 말리고 싶었다.
그런데 인애는 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콧방귀를 뀌면서 오히려 날 대놓고 비난했다.
"흥! 그 쓰잘데기 없는 처녀막 달고 다닌다고 누가 알아주니?"
"인애 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쓰잘데기 없는 거라니?"
나는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도 인애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잡아먹을 듯이 큰소리로 대들었다.
"그러니 내 앞에서 고상한 척 하지 말라는 거야!"
"그래서 나더러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라는 거니?"
옛말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도 언어도단이지 이건 아니다 싶어 되바라지게 받아쳤다.
그러자 인애가 이번에는 목소리를 착 내리깔며 충고까지 서슴지 않았다.
"아님 말고. 하지만 영원히 안 뚫릴 아랫입술도 아닌데 내 앞에서 너무 유세 떨지 말았으면 좋겠어."
"인애 너, 내가 언제 유세를 떨었니?"
나는 발끈했다. 내 귀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하고 있잖아. 이런 나를 꼭 징그러운 벌레 보듯 하고 있잖아. 아냐?"
인애는 나를 빤히 노려보며 대거리를 했다.
"그래, 너무 징그럽고 흉해서 따귀라도 때리고 싶어 미치겠어! 이제 됐니?"
기분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은 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 자신이 미웠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인애는 나를 약 올리려고 작심을 했는지 왼손으로 꽃잎계곡을 슬쩍 열어젖힌 다음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입으로 쪽 빨고서는 쑥 밀어 넣는 게 아닌가!
"인애 너! 지, 지금 뭐, 뭐하는 짓이야?"
"보고도 모르니? 설마 자위도 안 해 봤다고는 하지 않겠지."
순간, 나는 정곡을 찌르는 듯해서 가슴이 뜨끔했다.
사실 여태껏 자위행위 자자도 모르는 나였다. 불결해서가 아니라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자연 그대로의 내밀한 처녀성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는 성지(聖地)를 손가락으로 어찌어찌한다는 게 마치 큰 죄를 짓는 것 같은 자격지심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인정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왠지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
"못된 년! 어쩜 이럴 수 있니.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니?"
"아님 말고! 오늘따라 왜 이리 쏠리지. 아!"
인애는 달뜬 신음소리를 흘리며 보란 듯이 손가락으로 꽃잎계곡을 문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대뜸 하는 말이 웃기지도 않았다.
"얘, 기분 내키면 같이 즐기는 게 어때?"
"미친 년!"
그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인애는 툭 쏘듯 한소리 했다.
"정 불결하면 자릴 비껴주든가."
나는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음란에 젖고 싶어 환장을 한 그런 인애가 내 눈에는 한없이 가증스러웠다.
"그래, 눈뜨고는 못 봐 주겠다!"
말 끝나기 무섭게 부리나케 내 방으로 뛰어 들어온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런데도 인애가 간간히 흘리는 신음소리가 송곳처럼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안 돼! 제발 그만둬!'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어쩜 저렇게 하루아침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변할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 인애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쥐어짜내는 듯한 신음소리를 나더러 들으라는 듯이 내지르고 있었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몸부림을 쳐댔다. 그럴수록 주절거리는 소리와 신음소리는 더더욱 생생하게 들리고 있었다.
"지수야! 나 좀 어떻게 해줘! 네 손가락으로 여길 좀 쑤셔줘! 제발! 지수야, 우린 친구잖아! 둘도 없는 친구잖아! 친구가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못 본 척 할 수 있는 거니? 나쁜 계집애! 아냐, 넌 좋은 친구야! 제발 와서 거들어줘! 제발!"
"미친 년! 미친 년! 미친 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문득 나는 인애와 결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는 친구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새 인애의 신음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