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7 회: 36 지하철 능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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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내 욕정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나의 행위가 원죄라면 그녀의 반응은 유죄인 셈이었다. 나의 뜨겁고 음탕한 손길을 느끼고 있는 자체가 그랬고, 엉덩이를 찔러대는 내 자존심을 그대로 방관하는 사실 자체가 그랬다.
나는 그녀의 젖가슴을 손아귀에 힘을 넣다 뺐다 하는 행위를 반복하며 교묘하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도 어느 정도 흥분이 되었을 것이다.
그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지하철 안이지만 일면식도 없는 남자의 손길에 젖가슴이 주무름을 당하고, 엉덩이는 딱딱하게 응고된 자존심에 짓눌림을 당하고 있으니 불감증이 아니고서야 온몸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 이 무슨 해괴한 짓거린지 나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극적인 반전은 그녀로부터 시작했다.
"아!"
어느 순간 그녀의 쥐어짜내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엉덩이가 리듬을 타듯 좌우로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엄청난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어느 순간, 대놓고 즐기겠다는 듯 엉덩이 계곡으로 은근슬쩍 내 자존심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헉!'
순간, 나는 패닉상태에 빠진 듯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도 있나 싶어 아연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틈에 그녀의 황홀한 엉덩이 춤사위에 맞추어 아랫도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나쁜 자식!"
그런데 그 한 마디에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나만의 착각일지는 모르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휴우~!"
그녀가 숨을 고르는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마도 내 집요한 희롱에 그녀 역시 흥분이 되고 몸이 뜨거워진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충격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어느 순간, 그녀가 오른손을 뒤로 돌려 내 아랫도리 자존심을 덥석 덮치는 게 아닌가!
'헉!'
하마터면 소리가 될 뻔했다. 그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자존심을 덮친 손으로 바지 지퍼를 내리려 했다.
순간, 나는 기겁이 따로 없다 싶어 아무 생각 없이 그녀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그녀의 손은 무지 뜨거웠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축축하게 배어나 있었다.
그녀는 손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불록하게 텐트를 친 그곳을 힘주어 그러쥐었다. 문득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피할 수 없다면 사내답게 당당해지고 싶었다.
나는 직접 지퍼를 내려 뜨겁고 단단하게 응고된 자존심을 밖으로 꺼냈다.
그때 그녀는 내 자존심을 그대로 둔 채 다른 한 손으로 놀랍게도 아니, 황당하게도 스커트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그녀의 뽀얀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뜨거운 숨소리를 빗발치듯 퍼부었다.
그녀는 나를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아랫도리 그 비밀스럽고 은밀한 그것으로.
그래서일까. 나는 무지 혼란스러웠다. 지하철 안에서 과연 삽입이 가능한지부터가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주워 담을 수 없다면 갈 데까지 가보고 싶었다.
급기야 나는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자존심을 오른손에 말아 쥐고 엉덩이 계곡에 들이댔다.
그런데 이 무슨 경우인지 예민해져 있는 끄트머리에 닿은 건 천 조각이 아니라 맨살의 보드라운 감촉이었다.
'이런!'
이런 경이로움이 또 있을까 싶었다. 노팬티가 아니라면 포르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T백 끈 팬티가 분명했다.
순간, 나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흥분의 물결에 휩쓸렸다. 삽입까지 허용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후배위 자세라면 또 모를까 꼿꼿하게 서 있는 그녀의 아랫도리 은밀한 공간 입구를 찾아 밀어 넣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몇 번이고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빗나갔다. 들어갈 듯하면서 삼천포로 빠지는 판국이었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애초부터 그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삽입이라는 사실을!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그녀가 가랑이를 약간 벌리며 엉덩이를 뒤로 빼며 허리를 조금 숙였다. 마치 내 고충을 짐작이라도 한 듯. 어쩌면 내가 그녀에게 실체를 알 수 없는 욕정을 느낀 것처럼 그녀도 나에게 욕정을 느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문득 나는 이 모든 게 운명의 장난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번만큼은 남자의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백 퍼센트 완벽한 삽입을 이루고 싶었다.
그때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양 어깨는 긴장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왠지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젖어있을 여지는 나에게 없었다. 오직 내 타깃은 그녀 아랫도리 뜨거운 속살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뚫는 남자와 뚫리는 여자만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나는 오른손에 말아 쥔 자존심을 엉덩이 계곡에 밀어 넣고 탐지기로 탐색하듯 위아래를 몇 번 문질렀다.
그러던 중 말랑말랑한 꽃잎 감촉이 감지되는 바로 그 순간,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아!"
순간, 그녀의 입에서 짧게 끊어지는 비명이 터지며 온몸이 지진이라도 만난 듯 꿈틀거렸다.
"윽!"
나 역시 목구멍을 울리는 비명을 잇새로 내뱉었다.
정확했다. 관통의 순간이 극적으로 이루어진 셈이었다.
나는 황홀했다.
그녀의 속살 안에 내 자존심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었다. 생면부지나 다름없는 여자의 제일 소중하고 비밀스럽고 은밀한 공간 속에 내 자존심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현장감만으로도 정말이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뜨거운 속살 안은 의외로 흠뻑 젖어 있었다. 충분히 흥분했다는 증거였다.
결국 우리는 완벽한 삽입을 인정했고, 인정한 만큼 주위의 많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치껏 소신껏 리듬을 타는 율동으로 서로를 읽어 나갔다.
지하철 안의 섹스는 그 자체만으로 특별했다. 움직이지 않아도 지하철이 흔들리면 자연스럽게 치고 빠지는 율동이 가능했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탈 때마다 밀리는 북새통에 힙 입어 저절로 그녀의 속살 구석구석을 찔러주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게 감미로웠다. 그 감미로움은 긴 방랑과 방황 끝에 마지막 안식처로 돌아온 보헤미안의 평화로운 기분 같은 것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그녀의 귀에다 나지막이 속삭였다.
"안에 하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간청이었다. 왜 그러고 싶었는지 나 자신조차도 감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였다.
생판 모르는 여자의 아랫도리 속살 깊숙이 사정의 흔적을 뿌리겠다니 벼락 맞아 죽을 짓거리였다.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몹쓸 발상이 나올 리 만무했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잘못 오해한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물었다.
"정말 안에 해도 돼요?"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까지 했다.
"응."
이번에는 내 두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결코 환청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속살에 기묘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오밀조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경련이 파문처럼 번지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뜨거운 기운이 내 자존심을 감아 채듯 바짝 조아대기 시작했다.
"아!"
그녀의 입에서 달짝지근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급기야는 온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오르가슴이었다. 그녀가 먼저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그건 나에게 있어 희열이었고 환희였다, 모르는 여자를 오르가슴에 오르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살 떨리는 황홀경이었다.
그래서일까. 내 아랫도리 자존심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정의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윽!"
순간, 나는 그녀의 골반을 두 손으로 바짝 움켜쥐고 여전히 떨리고 있는 속살 기운을 느끼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 부었다.
"아, 나쁜 자식!"
나는 속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자존심을 빼지도 않고 두 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끌어안고 속삭였다.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그러자 그녀가 대뜸 반말 투였다.
"알면 됐어! 어서 빼기나 해!"
나는 머쓱해 하는 얼굴로 자존심을 빼냈다.
그녀가 얼른 스커트를 내렸다. 그리곤 몸을 홱 돌려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성민, 다음 역에 내려! 설마 날 모른다고는 안 하겠지!"
나는 내 이름이 그녀 입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그리고 정면으로 바라본 그녀는 분명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아뿔싸! 그녀였다.
긴 시간동안 나라는 놈을 그리움의 열병 속에 가두어 끙끙 앓게 만든, 꿈에서조차 잊지 못했던 나의 첫사랑이며 짝사랑이었던 바로 그녀였다.
"누, 누나!"
"나쁜 자식!"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듯 담담했다.
그때 지하철이 다음 역에 멈추어 섰다. 문이 열리자 그녀가 말했다.
"앞장 서!"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그녀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헤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까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타!"
역사(驛舍)를 빠져나오자마자 그녀가 택시를 세웠다. 그리곤 직접 뒷문을 열어주며 명령조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고양이 앞에 쥐 신세였다. 끽소리도 못하고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그녀가 내 옆에 타며 기사에게 어디로 가달라고 하고는 이내 나를 빤히 째려보며 윽박지르다시피 했다.
"한성민, 내릴 때까지 숨만 쉬는 거야. 그리고 이거 잘 보관해. 너한테는 전리품이니까 주는 거야. 기념비적인 날인데 줄 게 그거 밖에 없어서 미안해!"
그녀가 핸드백 안에서 꺼내 내 얼굴 앞에 불쑥 내민 건 블랙 톤의 T백 망사 끈 팬티였다.
"누, 누나!"
얼떨결에 건네받은 끈 팬티를 눈여겨 볼 겨를도 없었다. 그냥 손바닥에 가두고 힘주어 거머쥐었다. 놀랍게도 축축한 기운이 이끼처럼 눌어붙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저지른 만행에 어쩔 수 없이 흥분의 대가로 흘린 흔적이 분명했다.
"숨만 쉬라고 했을 텐데."
그러고는 이내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갑갑증에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있어서 입도 벙긋 못했다,
마침내 택시가 멈추어 선 곳은 원룸 식 5층짜리 건물 앞이었다.
"내려!"
***
"들어가!"
그녀가 열쇠로 502호실 현관문을 따고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는 나를 떠밀다시피 룸 안으로 밀어붙였다.
"어어!"
나는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질 듯하면서도 한쪽 벽면에 자리를 잡고 있는 킹사이즈 침대를 놓치지 않았다. 그 침대는 눈이 부실 정도의 하얀 시트가 깔려 있었다.
문득 저 시트에 그녀의 체취가 배어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색다른 흥분이 온몸 구석구석에서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문을 잠그며 나를 성토하듯 한소리 퍼부었다.
"나쁜 자식! 대체 그런 못된 짓거리는 어디서 배웠니? 요새는 그런 것도 전공으로 하는 대학이 있는 모양이지."
분명 비아냥거리는 말툰데 내 귀에는 악감정이 실려 있는 그런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놈이라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녀가 겉옷을 훌훌 벗어던지며 말했다.
"왜 아까처럼 말 못해? 안에 해도 돼요? 허락해 주세요! 하던 그 대담무쌍한 용기는 어디다 팔아먹은 거니?"
그녀는 용케도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더욱더 입이 얼어붙어 버렸다. 그 와중에도 나는 그녀의 알몸을 흘끔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