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2 회: 34 아내의 두 얼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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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 씨 그녀의 전화를 받은 건 어느 날 퇴근 무렵이었다. 나로서는 뜻밖이었다. 아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안 그래도 아내로부터 그런 정보를 접한 이후, 간간이 내 뇌리 속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야릇한 상상 때문에 심란해 있던 터였다.
"은영 씨가 전화를 다 주시다니 정말 의외군요?"
내 입에서 은영 씨란 말이 불쑥 튀어나오는 순간 불끈 기지개를 켜는 아랫도리 몹쓸 기운에 나는 적이 놀라고 말았다.
'이런!'
"죄송해요, 성준 씨.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하긴 했는데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밀어를 속삭이는 듯 좀은 떨려있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숨을 길게 내쉰 다음 그녀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을 했다.
"은영 씨, 이런 용기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자 그녀가 대뜸 강하게 대시를 해왔다.
"술 한 잔 하고 싶어요."
"어디가 좋을까요?"
"언젠가 부부동반으로 갔던 노래방 그 룸에서 만났음 해요."
"그럼 한 시간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는 순간 아랫도리 심벌은 잠시 후에 있을 사고를 알고나 있는 듯 어느새 하늘을 찌를 듯이 불끈 발기해 있었다.
***
그녀는 먼저 와 있었다. 흰 블라우스에 정장 스커트 차림이었는데 고결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순수 그 자체였다.
순간 나는 이런 여자가 여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오르가슴에 외면당하고 있다는 현실이 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부터 했다.
"성준 씨!"
나를 빨아들일 듯이 빤히 쳐다보는 은영 씨 그녀의 눈은 애처롭게 흔들리는 가운데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은영 씨, 이런 분위기에는 서로 말을 아끼는 게 현명이 아닐까요?"
그녀는 무슨 뜻인지를 간파했는지 입가에 묘한 미소를 흘리며 고개만 가볍게 끄덕거렸다.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캔 맥주와 과일 안주가 세팅되어 있었다. 우리는 당연한 순서인 듯 눈을 마주한 채 건배를 했다. 건배를 하면서 오늘의 주제가 뭔지를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캔 맥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성준 씨, 낭만에 대하여 듣고 싶어요."
"그럼 은영 씨는 숨어 우는 바람소리이겠군요."
그러자 그녀가 벌떡 일어나 노래방 기기로 다가가서는 두 곡을 먼저 입력시키고는 이어 예약 버튼으로 블루스 메들리 수십 곡을 예약했다.
마침내 <낭만에 대하여> 전주곡이 흘러나왔다. 그때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나는 마이크를 잡고 선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소절도 채 부르지 않았을 때였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면으로 마주 서서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만 어느 순간 스르르 몸을 낮추어 내 사타구니에 눈높이를 맞추는 게 아닌가!
'그래, 이러는 게 자연스러웠겠지.'
결국 그녀는 내 예상대로 벌벌 떨리는 두 손을 뻗어 바지 혁대를 풀고 지퍼를 내린 다음 서둘러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끌어내렸다.
'헉!'
나는 목젖을 울리는 짧게 끊어지는 신음을 안으로 삼킬 뿐 저항은커녕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노래방 룸에 단 둘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순간부터 이런 에로틱한 행위를 서로가 묵인하기로 이미 합의가 된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너무 대단해요!"
박자를 놓쳐버린 내 노래에 묻혀 잘 들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내 귀에는 또렷하게 들렸다.
나는 노래를 멈추고 사타구니 쪽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때 그녀는 길게 빼문 혓바닥으로 심벌 끄트머리 테두리를 빙 둘러가며 싹싹 핥고 있었다.
"은영 씨!"
결국 나는 두 소절도 부르지 못하고 리듬을 타듯 앞뒤로 흔들리고 있는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어금니를 깨물었다.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달짝지근한 쾌감이 그저 그만이었다.
그녀의 오럴 섹스는 그리 능숙하지도 않았고 현란하지도 않았다. 아내의 오럴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초보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나를 감질나게 만들었으니 묘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그렇듯 그녀의 오럴은 색다른 쾌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곡이 바뀌어 <숨어 우는 바람소리> 전주곡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녀가 입안에 머금고 있던 심벌을 냉큼 내뱉고는 발딱 일어나 마이크를 빼앗다시피 하고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서슴지 않았다.
"이제는 성준 씨 차례에요!"
말인즉슨, 그녀 자신이 나한테 해준 것처럼 해달라는 뜻이었다.
나는 그녀가 엉뚱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라는 생각을 하며 전주곡이 끝날 무렵에 슬그머니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그녀의 사타구니에 맞추었다.
내가 그녀의 스커트를 허리 위로 걷어 올리고 관능미가 철철 넘치는 와이 계곡에 착 달라붙어 있는 손바닥만 한 검정 팬티를 끌어내릴 때 그녀는 첫 소절을 부르고 있었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
그녀가 하이힐을 벗고 한쪽 발을 들어주며 다음 소절을 불렀다.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
내가 팬티를 손아귀에 쥐었을 때 다음 소절이 흘러나왔다.
"김이 나는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
그때 난 이미 그녀의 꽃잎 계곡에 얼굴을 들이대고 도톰하니 살이 오른 불두덩 위에 다복솔 하니 우거져 있는 새까만 털에 뜨거운 입김을 훅 불었다.
순간, 그녀의 허벅지가 경련을 일으키듯 부르르 떨렸다.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 … 아, 성준 씨!"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내 혓바닥은 꽃잎 계곡을 아래서 위로 훌치듯 핥고 있었다.
후텁지근한 열기로 뒤덮여 있는 그녀의 꽃잎 계곡은 이미 한바탕 소나기라도 내린 듯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혓바닥에 감지되는 끈적거림이 그녀의 흥분지수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나는 강제로 그녀의 가랑이를 옆으로 벌렸다. 그러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허리를 약간 낮추며 다리 각도를 넓혔다. 이미 그녀는 노래를 중단한 상태였다.
"성준 씨, 나 … 나쁜 년이죠?"
그녀가 끈적끈적한 신음을 쥐어짜내며 그렇게 물었다. 나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양심가책 내지는 자책의 골이 깊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여린 꽃잎 두 장을 양옆으로 까뒤집듯 활짝 열어젖히고 꼿꼿하게 세운 혀끝을 질척거리는 속살 깊숙이 밀어 넣어 좌우를 번갈아 콕콕 찔러주었다.
"성준 씨, 제발 나쁜 년이라고 한마디 해줘요!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흑! 성준 씨 더 깊게 들어와 주세요! 성준 씨에게 희롱당하고 있다는 걸 실감나게 더 깊게 들어와요!"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더 깊게 들어와 주세요! 란 말만 솔깃하게 들렸다.
나는 그녀의 속살 안에서 꿈틀거리는 혀 밑으로 가운뎃손가락을 쑥 밀어 넣었다.
"아. 성준 씨!"
그녀가 두 손으로 내 머리통을 움켜잡고 사타구니를 내 쪽으로 힘껏 들이밀었다.
그 바람에 손가락이 더 깊숙이 파고들었는데 손가락을 빨아들일 듯 바짝 옥죄는 감각이 여간 예사롭지 않았다. 그건 바이스처럼 강하게 물고 늘어지는 그런 기운이었다.
"윽! 이런, 이런!"
나는 얼른 혀뿌리를 빼내고 감탄 같은 탄성을 질렀다.
바로 그 순간, 그녀가 황급히 몸을 틀어 테이블을 두 손으로 잡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성준 씨, 어서요!"
하고는 서둘러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낮추었는데 전형적인 후배위 자세였다.
나는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스커트를 허리 위로 걷어 올리며 말했다.
"은영 씨, 서로가 꼭 이래야만 되는 이유 따윈 묻지 않기로 해요! 오늘은 그냥 서로를 느끼며 즐기기로 해요! 누구나 다 세상을 살면서 말 못할 사연 하나쯤은 품고 사는 게 인간이니까요!"
"그래요, 성준 씨. 나 많이 외로운 여자에요. 그래서 성준 씨 당신 그걸 원해요! 혜주처럼 사랑받고 싶어요! 어서 날 길들여주세요! 거칠게 … 많이 거칠게 말이에요!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그녀의 속살은 내 심벌이 필요하다는 듯 끊임없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순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한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단순히 아내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친구와 아랫도리를 짜 맞춘다는 사실감 때문은 아닌 듯했다.
어쩌면 나보다 전도유망(前途有望)한 입지에 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느끼고 있는 패배의식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호기심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흐흐! 그래, 남편에게서 얻지 못하는 걸 줄 필요가 있어!'
나는 그런 차원에서라도 걷잡을 수 없이 펄펄 끓어오르는 욕정에 몰입하고 싶었다.
"흐흐! 그래요, 은영 씨! 거칠게 뚫어드리죠! 이렇게 말이에요!"
한 손에 질끈 말아 쥔 심벌을 속살 정중앙에 정조준을 한 나는 숨을 멈춘 상태에서 있는 힘껏 들이밀었다. 그녀의 속살이 무참하게 관통당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
"윽!"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짧게 끊어지는 외마디 비명을 토했다.
그녀는 온몸을 새우등처럼 옹그렸고, 나는 거의 바닥까지 들어박힌 심벌을 사정없이 물고 늘어지는 아찔한 감각에 머릿속이 텅 비는 듯했다.
어느새 그녀의 입에서는 쾌락에 겨운 신음소리가 연거푸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집요하게 그녀의 속살을 짓이겼다.
그녀가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한 것은 속살 구석구석을 찔러주는 피스톤 운동에 가속이 붙을 때였다.
"대단해! 너무 대단해요! 성준 씨,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 하아, 혜주는 얼마나 좋을까? 혜주가 부러워! 매일 이렇게 … 성준 씨, 나 미친년이죠? 친구 남편에게 매달려 이렇게 미쳐 날뛰니 말이에요! 그래요, 나, 미친년이에요. 오늘 미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성준 씨, 더 세게 찔러요! 더~! 구석구석 찔러줘요! 제발요!"
그녀는 흡사 발정 난 암캐처럼 미친 듯이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
그런데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한 것은 바로 그날, 그러니까 은영 씨와 노래방에서 두 시간에 걸쳐 광란에 가까운 뜨거운 섹스를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막 끝내고 거실로 나왔을 때였다.
그때 아내는 안방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들어갈까 하다 은영이란 이름이 아내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바람에 그만 몸을 굳히고 아내의 말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라면 무덤에까지 가지고 갈 비밀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은 거 아니니?"
"얘는, 자고로 열 여자 마다할 남자 있음 나와 보라고 그래!"
"그야 은영이 네 년 수완이지. 대신 자주는 안 돼! 그리고 나한테 한 약속 잊으면 안 돼!"
"디데이는 빠를수록 좋은 거 아니니?"
"애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남자란 동물은 백에 백 다 호기심을 가지기 마련이야."
"얘, 아직도 거기 얼얼해?"
"하긴, 그건 내가 잘 알지. 하여간 소원 풀었으니 푹 자!""
나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는 와중에도 의혹의 끈을 놓지 않았다.
'뭐야? 혹시?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미루어 짐작컨대 은영 씨 그녀와의 노래방 섹스는 아내와 그녀의 합작품인 동시에 음모가 분명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