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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새큼한 유혹-91화 (91/477)

< -- 91 회: 28 결혼 피로연날 우발섹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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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노총각 친구 녀석이 드디어 장가를 갔다. 그것도 10년이나 연하인 아리따운 여자를 꿰찼으니 복이 덩굴째 굴러들어온 셈이었다.

새 신부 그녀는 친구 녀석이 죽었다 다시 깨어나도 언감생심, 한마디로 과분하다 할 만큼 눈부시게 예쁘고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여자였다.

결혼 전, 친구 녀석과 함께 몇 번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은근하게나마 나로 하여금 묘한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녀였으니 결혼 피로연날 꼭 와달라는 그녀의 간곡한 당부가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덧 피로연은 자정을 넘기면서 왁자지껄하던 분위기도 어느 정도 시들해졌다.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 세 놈의 친구들도 애들 핑계를 대고 풍선에 바람 빠지듯 하나 둘씩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고,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 정도로 우쭐대는 친구 녀석도 친구들이 축하성 멘트를 던지며 권하는 술을 주는 족족 마셔대더니 이제는 아예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할 정도로 골아 떨어져 탁자 위에 얼굴을 처박고 축 늘어져 있었다.

"자식, 겁도 없이 마시더니 …."

녀석의 한쪽 팔을 어깨에 걸친 다음 한 손으로 허리를 꿰차고 안방 침대에다 내던지다시피 하고 막 거실로 나왔는데 그녀가 입가에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고마워요, 경수 씨."

목소리까지 섹시한 그녀였다.

"고, 고맙기는요."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본다는 게 간음이나 다름없다 싶어 얼른 고개를 돌리고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이 넓은 아파트에 단 둘 밖에 - 친구 녀석은 술에 골아 떨어졌으니 없는 거나 마찬가지 - 없다는 사실감이 괜히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경수 씨, 어딜 가시게요?"

나로서는 뜻밖이라 할 만큼 느닷없이 그녀가 그렇게 물었다. 녀석 아파트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으나 그녀는 내가 그냥 소리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듯했다.

"바람이나 좀 쐴까 해서요."

"저랑 같이 나가요!"

양해를 구해도 들어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갈등을 해야 할 판국인데 내 의지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이 조르르 현관 쪽으로 몸을 던지는 그녀의 기세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감정 한켠에 묘하면서도 야릇한 기운이 불같이 일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마 그건 수컷의 본능 같은 건지도 모른다.

"경수 씨는 왜 아직 결혼 안 하세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녀가 아파트 주차장에 질서정연하게 주차해 있는 차들 앞을 지나치면서 뜬금없이 그렇게 물었다.

"후후!! 꼭 강요처럼 들리는군요."

친구 녀석이 무공훈장처럼 달고 다니던 노총각 딱지를 뗐으니 이제 갈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의미로 들린 건 왜일까?

"죄송해요 …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드릴게요."

그녀는 무안해 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나 또한 괜스레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별 말씀을 …."

잠시 얼음처럼 차가운 침묵이 우리를 서먹서먹하게 했다.

그러는 사이 누가 먼저 방향을 잡은 것도 아닌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아직 형형색색 네온간판이 명멸하고 있는 도로변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이번에도 말문을 먼저 연 건 그녀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걸음을 멈춘 곳이 3층에 DVD 감상실이 있는 건물 앞이었다.

"경수 씨, 괜찮으시면 여기 잠깐 들렀다 가요."

그녀는 의식적으로 내 시선을 피하고자함인지 건물 상단에 달려있는 DVD 감상실 돌출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혜영 씨?"

나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이 무슨 가당찮은 변고인가 싶어 좁은 어깨 위에 찰랑거리는 그녀의 긴 생머리를 멍하니 쳐다볼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 생각이나 마음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먼저 건물 출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나는 어느 틈에 바싹 말라버린 입안의 마른 침을 억지로 목구멍으로 삼키며 잘록한 허리선을 떠받치고 있는 탄력 있는 엉덩이 볼륨감과 미끈하게 빠진 종아리 곡선이 실루엣처럼 하늘거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쫓아 건물 안으로 빠져들듯 스며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 몰래 입가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행운이라면 행운이랄 수 있는 그녀의 이벤트성 유혹(?)을 내심 기대하면서!

"혜영 씨, 경미가 아직 안 들어왔는데 여기서 이런다는 게 …."

겨우 두 서너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들어서며 그렇게 말꼬리를 얼버무리자 그녀가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챘다는 듯이 말했다.

"경미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인데 … 경미 걔 발랑 까진 애라는 거 경수씨도 알잖아요. 사흘 걸러 외박을 밥 먹듯 하는 앤데 오늘 어쩌면 안 들어올 지도 몰라요. 오빠도 신경 끄고 사는 날라리관데 저도 괄호 밖으로 취급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경수 씨, 부담 느끼지 않았음 해요. 제가 자발적으로 들어온 거니까 경수 씨는 무죄잖아요. 여기 들어온 거 경수 씨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해도 저로서는 그것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싫지 않으면 그냥 시간 죽이는 걸로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절 대해 주세요."

그녀의 말에는 강한 집념 같은 단호함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나는 사뭇 긴장해 있는 듯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요. 어차피 들어왔으니 서로가 노력할 게 있으면 노력하는 게 현명이 아닐까 싶네요. 어떻게 시간을 죽이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

내가 말꼬리를 얼버무리자 그녀가 내 시선을 빨아들일 듯이 맞받아치며 맞장구를 쳐댔다.

"경수 씨, 꼭 무슨 이차방정식을 푸는 기분이에요. 노력과 문제가 주는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분위기면 좋겠는데 …."

그녀도 나처럼 여운을 남기듯 말꼬리를 흐렸다.

여기서 잠깐 경미를 언급해야겠다.

경미는 녀석의 하나 뿐인 친동생이다. 그런데 고딩 때부터 타고난 끼 때문인지 외박을 밥 먹듯이 하는 시쳇말로 불량 소녀였다. 학교에서도 아예 문제아로 찍혀 선생들조차 포기를 한 상태에서 겨우 졸업은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용케 전문대학에 턱하니 붙어 모름지기 대학생 행세를 하고 있는, 친구 녀석의 말 그대로 가문의 골치 덩어리였다.

그녀가 소파에 엉덩이를 살포시 내리며 한마디 했는데 듣기에 따라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충고 쪼였다.

"경수 씨, 경미 걔 … 경수 씨한테 관심이 있는 눈치에요. 조심하세요."

단언하듯 하는 말투라 좀은 신경에 그슬렸지만 굳이 아니라고 잡아뗄 수 없는 나였다.

"설마 … 내 눈에는 경미가 여자로 안 보이는데 조심할 게 뭐 있겠어요."

대수롭지 않게 치부해 버리는 내 태도가 못마땅했는지 그녀가 대뜸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참, 경수 씨는 … 경미 걔 눈에는 경수 씨가 남자로 보인다는 게 문제죠."

문득 나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충고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왠지 모르게 석연찮은 기분이었다.

"혜영 씨, 왠지 남 얘기하듯 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기분이 묘해지는데요."

그러자 그녀가 갑자기 교태 끼가 다분한 눈 꼬리를 살짝 흘기는 게 아닌가!

"모, 몰라요!"

순간 나는 야릇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그런데 불난 집에 가스통을 집어던져도 유분수지 대형 TV 화면에는 꽤나 자극적이고 퍽이나 자극적이면서도 노골적인 섹스 장면이 내 눈을 사정없이 찔러오고 있었다.

어느 틈에 그녀는 포르노성 화면을 뚫어지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낯 뜨거운 장면들이 질펀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아랫도리가 바람 한 점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맞물려 있는 상태라 거시기한 것은 볼 수 없었지만 남자의 허리가 아래위로 강하게 들썩거릴 때마다 온몸을 꿈틀거리며 비명처럼 질러대는 여자의 교성이 압권이었다.

"으, 으음! 하, 하필 왜 이런 걸 …."

나는 잇새를 뚫고 빠져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어금니로 앙다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너, 너무 심하네요. 주인이 경수 씨와 저를 그렇고 그런 사이로 알았나 봐요."

심하다는 말이 화면 안에 벌어지고 있는 살 떨리는 한바탕 살풀이 마당을 두고 하는 말인지, 이런 DVD를 틀어준 주인한테 하는 말인지 선뜻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의식적으로 내뱉었다.

"혜영 씨, 나가서 다른 거 틀어달라고 할까요?"

"…"

그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화면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나는 재차 묻기도 뭐해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런 걸 두고 서로가 교감을 느꼈다는 말로 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속되게 말하면 그렇고 그런 야스럽고 색스런 분위기에 편승할 마음의 준비가 된, 그러니까 성적인 필이 꽂힌 상태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나는 은근슬쩍 곁눈질로 그녀를 훔쳐보았다. 눈을 자극하는 컬러풀한 불빛에 흔들리고 있는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는데 그게 내 눈에는 한층 더 고혹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여전히 노골적인 성행위가 꼬리를 물고 있는 화면에 푹 빠져 있었다.

나는 불편하고 거북살스런 아랫도리를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어 은근슬쩍 엉덩이를 비비적거렸다.

바로 그때, 그녀도 슬그머니 다리를 겹쳐 포갰는데 그 바람에 원피스 자락이 엉덩이 쪽으로 흘러내리면서 희디흰 허벅다리 살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그게 내 눈에는 좀은 작위적이고 의도적인 동작으로 보였다.

어느새 그녀의 낯빛은 불빛 탓인지 모르겠지만 눈에 확 드러날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나 역시 보면 볼수록 낯 뜨거운 그림의 연속이라 나도 모르게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듯 화면 속 두 남녀는 미친 듯이 방아질과 맷돌질을 해대고 있었다. 헐떡거리는 남자의 숨소리와 할딱거리는 여자의 숨소리가 백미라면 백미였다.

그런데 누가 먼저 그랬는지 처음에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어느새 그녀의 허벅지와 내 허벅지가 바짝 밀착되어 있었다. 마치 묘한 마찰을 도모하기라도 하듯!

나는 문득 곁눈질로 그녀의 몸매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내려 앉았다를 반복하는 풍만한 젖가슴에서부터 군살 하나 없는 아랫배와 잘록한 허리선을 따라 팽팽한 볼륨감이 돋보이는 엉덩이 선을 지나 매끈하게 뻗어 내린 허벅다리와 종아리 그리고 잘록한 발목을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한마디로 사내로 하여금 색정적 욕망을 부추기는 선의 흐름이었다.

"휴우~!"

나는 그녀 몰래 고개를 옆으로 돌려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갈증에 허덕이는 수컷의 안타까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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