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1 회: 21 뜨거운 집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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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장, 원룸에 숨겨 논 여자라고 있는 게 아냐?"
2차로 간 노래방을 나오면서 입사 동기인 권 과장이 연신 손목시계를 훔쳐보는 나한일의 어깨를 툭 치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후후, 있으면 당장 날아갔겠다. 자, 가지. 여사원들도 다 갔겠다 아랫도리 시원하게 해주는 일만 남았잖아."
말은 그랬지만 분명 원룸에 혼자 시간을 죽이고 있을 권현아의 눈망울이 신경을 갉아대고 있었다.
"제기랄! 오늘은 그 미스 존지 하는 년 뒤치기로 뚫어야겠구먼."
2년 선배인 김 차장이 한 수 더 앞질러 분위기를 잡았다.
이렇듯 의기투합으로 똘똘 뭉친 세 사내는 회식 날이면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치듯 단골 단란주점으로 방향을 잡았다.
***
30분 후. 양주 2병과 과일 안주 두 개 그리고 3명의 섹시 걸이 어우러진 룸의 분위기는 얼마 못 가 타는 노을처럼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제각각 파트너에게 찰거머리처럼 엉겨 붙다시피 한 섹시 걸들은 더 자극적으로 사내들을 희롱하고 있었다.
룸에 들어올 때부터 노팬티인 그녀들은 사내들의 아랫도리를 무장해제 시킨 상태에서 한 손으로는 술잔을, 한 손으로는 자존심 하나씩을 움켜쥐고 지랄용천인지 용천지랄인지 모를 요염과 교태로 사내들을 노골적으로 홀리고 있었다.
특히 나한일의 아랫도리 상태는 극적인 순간을 바로 목전에 두고 있었다.
"아이, 오빠 물건 진짜 물건이다! 이걸로 팍팍 쑤셔주면 열이면 열 다 홍콩 왕복하겠다.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굵고 길까 몰라! 거기다가 단단하기도 하고 …. 어머! 이를 어째! 벌써 이슬까지 맺혔네. 오빠, 맛나게 빨아줄 테니까 나갈 때 수고비 잊으면 안 돼! 아냐, 오빠! 오빠가 원하면 뒤로 대줄 수도 있는데 …. 어때, 생각 있어?"
나한일은 매춘이 따로 없다 할 만큼 대놓고 섹스를 암시하는 파트너의 노골적인 유혹이 오늘따라 그지없이 식상했다.
"오빠, 먼저 입으로 맛 좀 볼게."
파트너가 물수건으로 자존심을 닦고 얼굴을 숙여 바짝 곧추 선 자존심을 집어삼킬 듯 덤벼드는 찰나에 나한일은 벌떡 소파를 박차고 일어났다.
"됐어! 뒤치기는 저 친구가 전문이니까 순서대로 쑤셔달라고 해!"
그러고는 이미 갈 데까지 가기로 합의를 본 건지 함지박만한 젖가슴 계곡에 얼굴을 처박은 상태에서 한 손으로는 파트너 걸의 와이계곡을 뭐같이 훑고 있는 권 과장을 돌아다보고는 이내 발목께로 흘러내린 바지와 팬티를 끌어 올렸다.
"오빠, 지금 뭐하는 거야?"
파트너 걸의 볼멘소리까지 귀에 거슬리고 역겹게 느껴지는 나한일이었다.
"뭐하긴 파장이지. 왜냐면 오늘은 사고 치면 안 되는 날이라서 그래. 그러니 오늘은 날 샜구나 생각하고 내 나가고 난 뒤에 왕소금이나 듬뿍 뿌려! 참, 저 친구들은 그냥 놔 둬! 뿌리를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들이니까. 자존심 상하면 저 친구에게 붙어서 더블로 놀아도 돼."
나한일은 이제는 아예 희멀건 하반신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드러내놓고 삿대질과 요분질로 칙칙폭폭 기차놀이에 열심인 두 쌍을 일별하고는 뭐라고 구시렁거리는 파트너의 우거지상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젠장, 왜 이리 개운하지. 이런 적은 없었잖아.'
나한일의 마음 한 구석에는 한 여자의 모든 게 꽉 들어차 요지부동搖之不動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
실크 소재로 만든 옷만큼 두 발로 걷는 사람의 살갗에 착 달라붙는 게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나한일을 마주하고 선 권현아는 풍만한 젖가슴 계곡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짙은 보라색 슬립 차림이었다.
"고맙게도 생각보다 일찍 왔네. 거기다 이렇게 말짱하니 감동이다 얘. 역시 사내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니까. 근데 한일이 너, 닳는 거 아니라고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 아냐?"
새하얀 형광등 불빛을 받아 실루엣처럼 하늘거리기까지 하는 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남자인 나한일의 성적 말초신경을 흐느적거리게 할 정도로 뇌쇄적惱殺的이었다.
그랬다,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는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알갱이가 우수수 쏟아져버릴 듯한 농익은 석류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너, 지금 안에 아무 것도 안 입었지?"
"임시 마누라 행세를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냐?"
그녀가 눈을 살짝 흘기며 나한일의 아랫도리를 은근슬쩍 훔쳤다.
"하긴, 그 색정 끼를 누가 말려! 근데, 어딜 훔치는 거야?"
"내 맘이다 뭐. 어머, 벌써 텐트를 쳤네! 5인용은 충분하겠다, 얘. 녀석, 솔직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하긴, 자고로 제 버릇 개 못주는 법이니까. 하여튼 고무적인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어."
"사돈 남 말하고 있네."
"지금 말씨름 할 분위기 아니니까 얼른 따라 들어와!"
그녀가 나한일을 다짜고짜 끌다시피 하며 앞장을 선 곳은 시트까지 말끔하게 바뀐 침대였다.
"오늘 각오해! 쌍코피 나게 해줄 테니까."
그녀가 두 팔로 나한일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한 번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거야, 뭐야?"
"그때처럼 기본이 세 번이야. 설마 자신이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여성상위, 정상위, 후배위를 두루두루 섭렵하자는 거구만."
"알면 됐어. 자, 옷부터 벗어!"
말 끝나기 무섭게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매미 허물 벗듯 옷가지를 벗어던졌고, 급기야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완벽한 알몸으로 마주선 둘은 뜨겁게 타오르는 눈길이 맞부딪치자 그 불길에 몸을 던지듯 서로 끌어안고 침대 위로 쓰려졌다.
"얘, 내가 먼저 리드할 테니까 그냥 즐기기만 해."
말 끝나기 무섭게 나한일의 하반신을 차고앉은 그녀는 한 손으로 어느새 하늘을 찌를 듯이 보무도 당당하게 곧추 서 있는 자존심을 덥석 그러쥐고는 마사지 하듯 만지작거렸다.
"젠장, 설치는 걸 보니 날밤 세겠구먼."
"잔소리 말고 다리 좀 더 벌려 봐! 자고로 자세가 바로 나와야 쾌감도 배가되는 법이라잖아."
나한일이 미처 자세를 잡기도 전에 이미 그녀는 부풀어 오를 대로 한껏 몸집을 불리고 있는 자존심을 입에 머금고 혀끝으로 끄트머리 테두리를 빙 둘러 핥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도 쉬지 않고 담금질에 매달린 그녀가 날렵하니 기마자세를 취한 건 20여분이 지난 때였고 찍어 바른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존심을 움켜쥐고 꽃잎 한가운데를 가르듯 보쌈을 하고는 끝까지 다 들어찼다는 느낌이 들자 허리춤을 추기 시작한다.
"흑, 이를 어째! 너무 빡빡하게 들어찼어! 얘, 너무 벅차서 움직일 수가 없어! 한일이 너, 나 없는 사이에 이것만 키운 거니?"
"됐거든."
"어쨌든 명심해!"
"또 뭘 명심하라는 거야?"
"이건 이 권현아 소유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거야!"
"소유물이라니? 착각도 황홀하게 하는구먼! 그나저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상한 게 있어."
"뭐가?"
"지금 내가 들락거리는 이거 말인데 …. 옛날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니?"
"혹시 남편이란 작자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냐?"
나한일은 볼륨감마저 예전 그대로인 젖가슴을 쥐어짜듯 비틀고 연신 허리를 위로 치받치면서 한번쯤은 묻고 싶은 말이라 물었다.
"그건 네가 사정할 때 얘기해 줄 게! 기가 막힌 사연이 있거든 …. 그래! 거기, 거기 찔러줘! 흑! 또 이상했어! 벌써 몇 번짼지 모르겠어! 이걸 나 몰라라 했으니 내가 나쁜 년이지! 한일아! 나, 나 말이야 …."
그리고 어느 순간, 나한일의 자존심에 변화의 조짐이 있음을 감지한 권현아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끄트머리 테두리까지만 들쑥날쑥하게 하는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다. 그때처럼.
그래서일까.
그녀의 예상대로 나한일은 어느 순간, 포효하는 짐승처럼 괴성을 지르며 정염의 폭죽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현아야!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래, 넌 잊지 않고 있었어! 이러면 내가 미치고 만다는 걸! 고마워, 현아야!"
그녀는 속살 구석구석으로 세차게 흩뿌려지는 나한일의 뜨거운 용오름을 느끼며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고백을 토했다.
"나한일, 잘 들어!
"뭘?"
"남편 교통사고로 죽었어. 2년 전에 …."
"바,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뭐? 나, 남편이 죽어! 교, 교통사고로?"
순간, 나한일은 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린가 싶어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 율동을 멈추었다.
'그래. 그래서 혼자 온 거였어. 나쁜 계집애! 감히 날 속여!'
"왜 믿기지 않는 모양이지?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야."
"젠장!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는 거야?"
"토 달지 말고 계속 들어! 그리고 한국에 오기 한 달 전에 재혼해도 좋다는 시아버지의 허락이 있었어. 그래서 한국에 혼자 온 거야. 마침 한일이 네가 다니는 회사가 시아버지 계열회사란 걸 알고 말이야."
"그럼 그 소문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다는 얘기잖아?"
"그래. 그 점은 속여서 미안해. 하지만 그땐 어쩔 수 없었어, 차마 있는 그대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거야."
"됐어! 지금이라도 죄다 알았으니 된 거야."
나한일은 치미는 화를 가까스로 참으며 지금부터라도 그녀를 이해하고 용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진정한 사랑은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는 이해와 용서라 했어.'
"그리고 한일아, 이건 한 때는 널 죽음 그 이상으로 사랑한 나의 명령이고 소망이고 애원이야."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너,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까 넌 내 청혼을 받아들여야 해."
"뭐, 청혼?"
나한일은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싶어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래, 청혼. 나, 다시 너랑 시작하고 싶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 나쁜 자식아! 나, 너 사랑한단 말이야!"
순간, 나한일은 멍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추스른 후에야 땀으로 흥건한 가슴팍 위로 얼굴을 묻는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가슴을 흠뻑 적시는 따사한 그녀의 눈물을 느끼며!
'젠장, 이건 코미디야! 아니. 난 이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어리석게도 말이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