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8 회: 09 후배 친구랑 몰래 섹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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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점심시간 무렵 진희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대뜸 정혜가 자기를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말부터 했다.
"혹시 그거 때문 아냐?"
내 짐작으로는 정혜가 진희를 피할 이유는 불을 보듯 뻔했다. 선배 집에 같이 가자고 하고서는 소개는커녕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도 모자라 마치 광고라도 하듯 그런 짓거리를 했으니 아무리 이해심이 많은 정혜인들 진희를 곱게 볼 리가 없었다.
"그런 거 같아. 나를 불결한 여자로 보는 눈친 거 있지. 선배 땜에 친구 하나 잃게 됐어. 이게 다 선배 때문이야."
뾰로통해 있을 진희 표정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했다.
"진희 네 기분 이해는 되지만 정혜 걔가 굳이 그런 내색을 한다는 게 웃기지 않나."
"그게 무슨 뜻이야?"
"내 말은 정혜가 오리지널 아다가 아닌 이상에는 색안경을 끼고 진희 널 그렇게 볼 이유가 없다는 뜻이야."
그러자 진희가 마치 정혜를 대변이라도 하듯 한소리 했다.
"선배, 정혜 걔 그런 애 아냐! 아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에는 얼마나 순진한 앤데 그래."
나는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후후! 순진? 야! 강진희,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세상이야."
"선배는 … 그런 애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걔 진짜 순진하단 말이야!"
진희는 극구 정혜가 그런 애는 절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뭐 눈에는 뭐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 그대로 내 귀에는 쇠귀에 경 읽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 뭐.'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혜를 진희와 비교해서 조금 덜할지는 몰라도 그게 그거겠지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
그런데 다다음 날이었다, 방범등이 환하게 켜져 있는 원룸 앞에서 서성거리는 한 여자를 목격한 건 동아리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라 기분 좋을 만치 취한 상태에서 막 택시에서 내릴 때였다.
그 여자는 보통이 넘는 키에 매끈하게 빠진 다리가 돋보이는 짧은 스커트에 긴팔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죽이는데!'
진작 내 시선을 잡아끈 건 움직일 때마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긴 생머리였다.
내가 일부러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그 여자 앞을 막 지나칠 때였다.
"기… 기수 선배."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소리였지만 내 이름이 분명했다.
"누, 누구?"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그 여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순간 서로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런데 안면이 있는 여자였다.
"너, 정혜 맞지?"
머릿속이 텅 비는 것과 동시에 야릇하면서도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청신호가 가득 들어차는 순간이었다.
정혜는 대답은 않고 시선을 피하며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화장 끼 하나 없는 수수한 맨얼굴이 내 눈에는 천상의 선녀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고혹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분위기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
"정혜 너,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인데도 왠지 모르게 확인하고 싶었다. 이번에도 정혜는 숙인 얼굴을 들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처음으로 순진하다는 진희 말이 뇌리를 스쳤다.
"언제부터?"
밤 11시에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 모르겠어요."
쥐꼬리만 한 목소리였지만 또렷하게 들렸다.
나는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탄력적인 허벅지를 은근슬쩍 훔치며 물었다.
"할 얘기가 있어 날 기다린 모양인데 … 해."
당장 원룸 안으로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망설여지는 나 자신이었다. 어쩌면 순진무구하게만 보이는 정혜의 이미지가 날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정혜는 할 말이 없는 건지 무슨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용기가 안 나는지 그냥 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이유 없이 날 만나러 오진 않았을 거 아냐?"
그런데 정혜의 대답은 엉뚱했다.
"그, 그냥 오고 싶었어요."
나는 적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그냥이라는 표현은 상대방에게 애매모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심오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이라니? 정혜 너,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 줄 알고나 한 거야?"
그런데 이번에는 더 엉뚱한 말로 나를 황당하게 했다.
"선배, 오래 서있었더니 다리가 …."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으니 어디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 달라는 소리로 들린 건 나만의 착각일까?
"정혜 너!"
나는 어이가 없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정혜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정혜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 눈에는 뭔가를 단단히 결심한 듯한 오기로 보였다.
"정혜 너,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나는 결국 정곡을 찌르고 말았다. 정혜가 예의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
나는 정혜의 팔목을 낚아채고 원룸 출입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3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나는 정혜를 소파에 앉게 하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검정색 삼각팬티 하나만 달랑 걸치고 나왔다.
"서, 선배!"
정혜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습관이니까 그냥 그렇거니 생각해버려."
그런데 문제는 아랫도리 녀석이었다. 벌써 필이 꽂혔는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짝 독이 오른 기세로 배꼽 쪽으로 다리를 뻗고 있었다. 그 바람에 팬티 앞은 내가 봐도 민망할 정도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오렌지 주스 한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나는 정혜 옆에 바짝 다가앉으며 넌지시 물었다.
"정혜 너, 그날 언제 간 거야?"
정혜는 와들와들 떨고 있는 어깨를 움츠릴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추궁하듯 다그쳤다.
"몰래 엿들었지?"
귀밑이 빨개져 있는 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 엿들은 거야?"
"모, 몰라요."
"그래, 지금에 와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정혜 너, 엿들으면서 흥분했지?"
이번에도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눈이 부시도록 미끈하게 빠진 다리를 훑으며 정혜의 왼손을 슬그머니 잡아끌어 내 기둥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서, 선배!"
정혜가 온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기겁을 했다.
"만져 봐!"
그러자 정혜는 최면에라도 걸린 듯 눈을 질끈 감은 채 내 기둥을 동그랗게 말아 쥐었다.
"아! 서, 선배!"
"으, 으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달짝지근한 신음소리가 화음을 이루었다,
"정혜 너, 진희는 널 무지 순진하다고 광고를 하던데 네가 봐도 순진하다고 생각해?"
"모, 몰라요."
"내가 봐도 정혜 넌 순진해. 그런데 어쩌지 순진한 정혜한테 빨리고 싶은데 … 빨 수 있겠어?"
그러자 정혜가 놀랍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빨아본 적은 있어?"
정혜가 녀석 버섯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리며 말했다.
"딱 한 번."
"그럼 섹스는?"
"딱 한 번."
순간 나는 성스럽다 못해 환상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신비의 베일을 하나하나 벗기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럼 숫처녀나 다를 바 없잖아."
사실이라면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머! 선배, 이게 더 커진 것 같아요. 아아! 너무 뜨겁고 단단해요!"
당연했다. 아다나 다름없는 속살이 눈앞에 있는데 기둥인들 제정신일 리 없었다.
"팬티 벗겨!"
말 끝나기 무섭게 팬티 위로 기둥을 만지작거리든 정혜가 내 무릎 앞에 쪼그려 앉아서는 발발 떨리는 손길로 팬티를 끌어내렸다. 독이 잔뜩 오른 검붉은 녀석이 말간 이슬을 매단 채 뱀 대가리처럼 불쑥 튀어나왔다.
정혜가 두 손으로 녀석을 살며시 그러쥐며 말했다.
"선배, 많이 서툴 거예요."
그러고는 잠시 머뭇거린다 싶더니 한순간 한껏 벌어진 입으로 녀석을 덥석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