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 회: 06 잘못된 집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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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마시고 가야지."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는 한수에게 건넨 것은 혜인 그녀가 직접 손수 믹서를 돌려 만든 당근 주스 한 잔이었다.
"선생님!"
한수는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혜인의 매력적인 눈웃음을 살핀다.
"얘는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한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마셔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이렇듯 혜인은 당근 주스 한 잔을 갈아 거의 매일 출근길 남편을 배웅하는 여느 주부들처럼 한수를 대했다.
오늘로써 벌써 한 달 째이니 성의라면 성의고, 관심이라면 관심이었다.
그럴 때마다 한수는 고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이었던 혜인에게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결코 내색할 수 없는 가슴앓이라 여태껏 한 때의 스승으로만 대할 뿐이었다.
"잘 마셨어요, 선생님."
찌꺼기 하나 없이 말끔하게 비운 한수가 잔을 혜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래, 잘 갔다 와."
"네, 선생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까지 한수를 배웅한 혜인은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곧장 한수가 기숙寄宿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3일에 한 번씩 하는 방청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꼭 찾고 말 거야!'
- 뭘 찾는다는 거니?
- 이상하잖아?
- 뭐가 이상하다는 거니?
- 당연히 있어야 할 게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어.
- 그러니까 지금 뭔가를 찾고 있다는 거니?
- 어디다 숨겨 놓았을까?
- 그러니까 그게 뭐냐니까?
- 설마 밖에서 해결하는 건 아니겠지?
그랬다. 오늘도 그 의문에 자신을 던지고 마는 혜인이었다.
혜인이 찾고 있는 그것은 어디엔가 분명 있을 법도 한 한수의 세탁물, 그러니까 속옷과 양말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학교 근처 세탁 방에서 직접 해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얘는 그때나 지금이나 숫기 없는 건 여전하다니까.'
그녀가 한수 방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침대 시트를 걷어 먼지를 털고 방바닥을 물걸레로 훔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컴퓨터 책상 옆에 있는 휴지통을 비우고 막 방을 나가려는 혜인의 시선을 잡아끄는 게 있었다. 그것은 5단짜리 책장 맨 아래 칸에 있었는데 방금 비운 휴지통보다 키가 조금 낮은 사각형 모양의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휴지통이었다.
'혹시?'
- 짐작 가는 데라도 있는 거니?
- 직감이 그래.
- 그럼 얼른 확인부터 해.
- 만약에 그게 아니면 어쩌지?
- 너, 지금 떨리는 거니?
- 모르겠어, 이런 감정이 왜 생기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 실망할까봐 그래?
- 응.
하지만 혜인의 추측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그 휴지통 안에는 그녀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한수의 속옷과 양말이 숨죽인 채 갇혀 있었다.
'그럼 그렇지!'
물씬 가슴을 때리는 야릇한 감정과 감히 설명할 수 없는 반가움이 마음 한 구석에 보란 듯이 똬리를 틀었다.
그것은 잔잔한 호수 위로 번지는 파문 같은 설렘이었고 온몸을 촉촉하게 적시는 불청객 같은 정체불명의 흥분이었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내용물을 꺼내는 혜인의 손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내용물은 검정 삼각팬티 한 장과 러닝셔츠 한 장 그리고 양말 한 켤레였다.
손가락에 걸려있는 한수의 팬티를 얼굴 가까이 들이댄 혜인은 그만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아, 아니! 이 무슨 해괴한 ….'
-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거니?
-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
- 설마, 설마 했는데 …. 너무 어이가 없어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얘.
-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 모양이야.
- 미안하다는 말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아.
- 변명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니?
- 이젠 지쳤어.
- 한계가 왔다는 뜻이니?
- 응. 이러다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
- 그 짓이라니?
- 말 못해!
- 이성理性과 양심에 반하는 짓이니?
- ….
- 왜 대답을 못해? 만약에 내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 않다면, 뭐?
- 분명히 경고하는데 그건 절대로 안 되는 일이니까 경거망동輕擧妄動 따윈 아예 안 하는 게 좋아!
- 그만! 네가 뭔데 건방지게 간섭이니!
혜인은 젊디젊은 남성의 강렬한 체취에 취한 나머지 몽롱해 지는 자신을 애써 추스르기라도 하듯 부리나케 방을 나와 욕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바싹 마른 솔가지에 붙은 불이 쉬 꺼지지 않듯 꺼질듯 말듯 그 긴 시간 동안을 아무 미동微動도 거부한 채 웅크리고 있던 40대 초반 중년부인의 정염의 불씨는 비로소 한 줄기 빛을 찾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욕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스텐 대야에 세제가루를 풀어 손으로 휘휘 젖고는 곧장 팬티를 뒤집어 제자의 하반신 상징이 쓸리듯 시달린 부위를 한참동안이나 뚫어질 듯 쳐다보다 급기야는 희미하게나마 오줌 흔적이 묻어 있는 부분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는 그녀였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 이건 아닌데 ….'
- 아닌 줄 알면 당장 그만 둬! 그냥 세탁기에 넣어 버려!
- 간섭하지 말랬지!
- 변태 짓이나 다름없는 짓을 보란 듯이 태연히 하고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거니?
- 그냥 못 본 척 하면 될 거 아냐!
- 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못 본 척 하면 더한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그걸 그냥 두고 보라는 거니?
- 난 네가 이해해 줄 줄 알았어.
- 무슨 이해?
- 긴 세월동안을 홀로서기로 외로움에 지쳐있는 날 누구보다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어.
-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그것 때문에 이런다는 뜻이니?
- 그래. 그게 너무 간절해서 이러는 거야! 넌 모를 거야. 알 턱이 없지. 밤마다 뼈에 사무치도록 뭔가를 갈망하는 뜨거운 내 몸을 ….
- 언제부터 그랬니?
- 한수가 우리 집에 들어온 날부터.
혜인은 자신이 페티시즘의 일종인 성도착 증세에 몰입해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고 있었다.
'아, 이를 어째! 손에서 꿈틀거리는 게 느껴져.'
- 미쳤어, 미쳤어!
- 차라리 이대로 미쳐버렸으면 좋겠어!
- 얘, 지금 제정신이니?
- 네 눈에는 내 하는 짓이 가관에다 꼴불견이겠지. 하지만 ….
- 하지만, 뭐?
- 넌 이럴 수밖에 없는 날 이해해야 돼!
- 아니, 절대로 이해할 수 없어!
- 왜?
- 그게 아무리 간절해도 대상이 한수인 이상 절대 동의할 수 없어.
- 한수도 엄연한 남자야.
- 아서! 한수는 남자이기 전에 네가 가르친 제자야.
- 상관없어.
- 상관없다니?
- 사실이 그렇잖아?
- 무슨 사실?
- 불륜을 꿈꾸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야.
- 그러니까 과부인 네가 제자를 탐하는 건 죄악이 될 수 없다는 거니?
- 그게 현실 아니니?
어느새 한수의 팬티는 혜인의 손아귀에 잡혀 이리저리 쓸리며 마구 구겨지고 있었다. 지금 혜인은 걷잡을 수 없는 자극적인 행위로까지 자신을 내던지고 싶은 충동에 휩쓸리고 있었다.
'한수야, 이러는 날 이해할 수 있지?'
- 그만 두지 못해!
- 신경 꺼! 이건 내 문제야!
- 한수가 이런 널 선뜻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니?
- 받아들일 때까지 설득하고 유혹도 할 거야. 아니, 어쩌면 한수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야.
- 착각하지 마! 젊디젊은 한수가 한물 간 너에게 뭔가를 기대한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실현 불가능한 일이야.
- 천만에! 아니, 두고 봐! 반드시 가능하게 하고 말 테니까!
- 꿈 깨!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아니, 일어나서도 안 돼!
- 함부로 장담하지 마! 자고로 남자의 성적 본능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띠는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하기 마련이니까.
- 미친년!
결국 손아귀에 쥐고 있던 팬티를 사타구니 와이계곡 입구에 바짝 들이댄 혜인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마구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한수야, 보고 있니?'
온통 한수 생각뿐인 혜인은 급기야 아랫도리 팬티가 거추장스러웠는지 한달음에 벗어던지고는 냉큼 쪼그려 앉아 한수 팬티로 이미 질척하게 젖어버린 꽃잎 계곡과 불두덩 위를 뒤덮고 있는 무성한 음모를 비질하듯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혜인은 한동안 냉정하게 돌아앉아 있던 낯선 욕정이란 이름의 주인공과 재회의 순간을 맞이했다.
"흑! 나, 이상해! 한수야. 이러는 내가 밉지만 어쩔 수가 없어. 이해해 줄 거지? 응, 한수야!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
결국 안으로만 삭이고 있던 신음이 소리되어 입 밖으로 터져 나왔고 그 소리에 스스로 흥분한 혜인의 손놀림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었다.
급기야 혜인은 오른손 중지를 꼿꼿하게 세워 뜨겁게 반응하고 있는 속살 깊숙이 밀어 넣어 헤집듯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한수야, 혼자 이러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 끈을 놓고 싶지 않아.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한수야, 나 또 이상해지고 있어! 그래, 이건지도 몰라! 내가 바라고 있었던 게 …."
혜인은 오랫동안 보관해 두었던 소중한 보물을 이제야 꺼내 그 현란한 빛에 감동하듯 그야말로 오랜만에 온몸의 오감을 옥죄는 야릇한 쾌감에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그래서일까. 와이 계곡을 마주하고 있는 욕실 바닥에는 봇물 터지듯 열린 욕정의 흔적으로 흥건하게 젖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