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 회: 04 겁탈 당하고 싶은 아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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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차인 승혁̇·미영 부부는 첫애를 낳고부터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기본으로 하던 밤일(?)이 언제부터인가 시들해지는가 싶더니 요즘은 한 번도 겨우 할까 말까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서로가 섹스 자체에 식상하다거나 싫증을 느끼고 있는 건 더욱 아니다. 한 번 불이 붙었다하면 그 여느 때보다 활활 타올라 하룻밤에 두 번은 식은 죽 먹듯 온몸을 사른다.
결국 남편인 승혁은 부부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시적인 권태기일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고, 아내인 미영 역시 그 결론에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쩌면 자신의 성적 메커니즘(?)에 변화 내지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나름대로의 추론(推論)을 화두에 올려놓고 있었다.
'왜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
미영은 앉은뱅이 탁자를 차고 앉아 TV 저녁시간 사극 드라마에 푹 빠져있는 남편 몰래 원피스 안으로 한 손을 집어넣어 와이계곡을 훌치듯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팬티 대신 부드러우면서도 까슬까슬한 감촉의 체모가 손가락에 엉겨 붙고 있었다.
'헉!'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짧게 끊어지는 들숨을 목젖에 걸며 탐스러울 정도로 소복하게 우거져 있는 체모를 손가락으로 비질하듯 이리저리 쓸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자신도 이해 못할 쾌감을 즐기기 시작했다.
원래 미영은 노팬티를 누구보다도 혐오하는 주의였다.
그런데 남편과의 열정적인 섹스가 뜸해 지기 시작한 저 저번 달부터 노팬티로 집안일을 하고 하물며 아파트 상가 마트에 갈 때도 노팬티를 즐기는 취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팬티의 생소한 느낌이 좀은 쑥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와이계곡을 자극하는 좀은 이질적인 감각이나 촉감, 그 모든 것들이 은근한 자극으로 와 닿는 게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어라! 당신 얼굴이 왜 그래? 아니, 식은땀까지 흘리잖아! 당신 어디 아픈 거 아냐?"
승혁은 등 뒤에서 고양이가 앓는 듯한 소리가 나는 듯해서 돌아다 본 것인데, 웬걸 아내인 미영이 적이 이상타 싶을 정도로 잔뜩 상기된 낯빛도 낯빛이지만 이마에는 물기 같은 게 배어나 있었다.
"아, 아니에요! 소, 속이 더부룩해서 그래요. 아랫배를 만지고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미영은 얼떨결에 그렇게 둘러대면서도 와이계곡을 희롱하고 있는 손은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내가 만져줄까?"
승혁은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마누라가 아프다는데 그냥 모른 체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건성으로 물었던 것이다.
"아, 아니에요. 좀 나아진 거 같아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미영은 남편이 어서 시선을 도로 텔레비전 쪽으로 돌렸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남편 승혁은 아내인 미영이 뭔지는 모르지만 평소와 달라 보이는 구석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성의 없이 대충 꺼낸 말이었지만 예전 같았으면 어린애처럼 떼를 써서라도 만져달라고 했을 아내가 첫마디에 거절의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었다.
'혹시 … 설마?'
이렇듯 승혁은 아내인 미영의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순함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 똬리를 틀게 되는데 혹시나 했던 의혹이 먹구름 걷히듯 풀리고, 설마 했던 의심이 눈 녹듯 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잡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그날 새벽녘이었다.
남편 승혁이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 탁자에 엎드려 잠이 든 아내를 발견한 것은 소변이 마려워 거실로 나왔을 때였다.
'어라! 이런 적이 없었는데 ….'
처음 있는 일이라 승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내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에 아내의 한쪽 어깨에 손을 갖다 대다 말고 흠칫했다.
'어라, 웬 낙서!'
그랬다. 그가 본 것은 신문지 모퉁이 여백 위에 검은 볼펜으로 아무렇게나 갈겨 쓴 낙서였다.
-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젯밤에는 생판 모르는 낯선 남자에게 겁탈 당하는 악몽을 꾸었다. 그냥 도망쳤지만 괜히 후회가 된다. 외간 남자에게 겁탈 당하는 여자의 기분은 어떨까? 나도 그렇게 한 번 당해 봤으면 싶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남편이 알까 두렵다. 아, 그래도 누군가가 단 한 번만이라도 강제로 날 어떻게 해주면 좋겠다. 미쳤어! 미쳤어! 아, 모르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게 권태기를 겪는 나만의 도착증상일까? 겁탈! 겁탈! 아아, 자꾸 내가 이상해지려 한다. 이를 어쩌지. 남편이 알까 두렵다. 죄송해요, 여보.
승혁은 일순간 멍청해 지는 자신이 오히려 더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했다. 지금에야 아내의 가슴앓이 비밀을 알았다는 사실이 심장을 옥죄는 듯해서 베란다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피워 물었다.
'허허, 겁탈…. 겁탈이라니! 내 아내 미영이가 그런 충동을 느끼고 있다니! 여자에게는 한번쯤은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겁탈 당하고 싶은 심리적 충동이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 후후! 세상사 요지경이라더니 설마 아내 미영이가 이럴 줄이야!'
마른 웃음이 절로 입가에 띠를 두르듯 번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황당하기 그지없고 씁쓰레하기 짝이 없는 기분을 처음 느껴보는 승혁은 그 언젠가부터 노팬티가 편하고 자극적이라는 아내의 말을 어쩌면 한 몸매 하는 여자에게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노출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치부를 드러내고 싶은 노출증과 겁탈을 당하고 싶어 하는 성적 충동이 서로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래, 이럴 때 남편이라는 작자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게야!'
결국 남편 승혁은 자신조차도 추호도 예상하지 못한 욕망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험을 하게 되는데 ….
***
7월의 폭염은 해거름이 내려앉아도 여전히 대지를 녹일 듯한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었다.
1박 2일로 근교 강가로 아내와 함께 밤낚시를 나온 승혁은 텐트 앞에서 캔 맥주를 마시고 있는 미영의 자태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후후! 내 와이프지만 어디 내놔도 사내라면 침을 흘릴만한 여자야.'
이렇듯 아내 미영의 빼어난 미모와 육감적인 몸매만큼은 인정하고 싶은 그였다. 거기다 지적이고 고상한 품위까지 겸비했으니 골백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다시는 이런 여자를 소유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노팬티겠지.'
아내 미영은 노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원래 타이트한 질감 때문인지 아니면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풍만한 젖가슴 탄력 때문인지 노브라인데도 젖꼭지까지 도도록하니 불거진 볼륨 있는 가슴선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승혁은 얼굴을 간질이듯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과 첫사랑 감정만큼이나 아련한 낭만과 감상을 자아내는 전원적인 풍경 탓인지 괜스레 묘한 충동을 느끼고 만다.
그랬다. 손으로 만지면 금방이라도 찰거머리처럼 엉겨 붙을 것만 같은 풍만한 젖무덤의 알싸한 촉감이 그랬고, 탱탱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뽀얀 허벅다리를 고스란히 드러낸 초미니 핫팬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까만 먹물을 풀어놓은 듯 새까만 잔디가 우거져 도톰하게 살이 올라 있을 불두덩을 손아귀에 감싸고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앙증맞게 갈라진 세로줄 틈새로 손가락 하나를 꼿꼿하게 세워 들쑤시고 싶은 욕구가 그랬다.
하지만 승혁은 오늘만큼은 아내 미영의 터럭 한 올이라도 견딜지 말아야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 다 미영을 위해서야!'
어느새 해거름마저 완전히 돌아앉은 낚시터에는 진한 어둠이 발처럼 드리워지고 있었다.
"어때, 여기 오길 잘했지?"
무릎을 세운 채 어둠의 빛 무리가 파문처럼 번지고 있는 강 한가운데를 쳐다보고 있는 아내 미영에게 승혁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자기, 정서가 메마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런 델 같이 오자는 생각을 했다니 정말이지 나, 감동 먹었잖아. 자기야, 우리 자주 이러자, 응?"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심심풀이 삼아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뜬금없이 이번 주말에 밤낚시를 같이 가자고 했을 때부터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가위에 눌리는 듯한 일상의 답답함이 한결 가신 건 사실이었다.
"그러지 뭐. 당신만 좋다면야 …. 참, 잠깐 눈 좀 붙일 테니까 자리 잘 지키고 있어. 밤을 새려면 잠깐 자두는 게 좋거든 …."
"누가 날 잡아가도 내 잘못이 아닌 거 알고나 주무세요."
"후후! 꼭 누가 당신 보쌈이라도 하길 바라는 말 같은데 그래. 하지만 걱정 마. 다른 덴 몰라도 여긴 우리 둘 밖에 없으니까."
미영은 남편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수면 위로 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야광찌를 한동안 지켜보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이 와이계곡 쪽으로 미끄럼을 타듯 파고드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만다.
'어머, 어머! 미쳤어, 미쳤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을 부정하면 할수록 아랫도리 은밀한 부위를 뒤덮고 있는 야릇하기 짝이 없는 색정적 도발은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온갖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아아, 내가 왜 이러지? 이런 데서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 안 되는데 …!'
어느새 후텁지근한 열기로 충만해 있는 와이계곡은 미영의 손가락 놀음에 이리저리 쓸리고 있었다. 노팬티라 손가락에 걸리는 까칠한 체모의 촉감과 부드러운 꽃잎의 감촉이 에로틱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아, 하고 싶어! 아냐. 에로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당해 봤으면 …."
어느새 미영의 잘록한 허리는 좌우로 비틀린 상태에서 배배 꼬이는 추임새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거기다 혀를 길게 빼물어 아랫입술을 핥아대고 있었으니 가히 호소력 있는 요염함이라 할만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