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 111화
현우의 첫 리딩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직원회의를 통해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어제 방영된 뿜뿜 아이돌 본방 반응부터.
[헤이데이의 마법이 뿜뿜 아이돌에서도 통했다. 뿜뿜 아이돌은 평균 시청률 22%, 순간 시청률 26%를 기록하면서 예능 부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헤이데이는 출연자 최초로 6개의 미션을 모두 통과해 상금 천만 원을 획득했고 상금 모두는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이번 뿜뿜 아이돌에서는 헤이데이 다섯 멤버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는데, 그중 재경이는 진행자 맘모스와 와이를 압도하는 예능감각으로 시청자들에게 빅 재미를 선사했다.
마지막 미션에서는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케 만든 리오의 비보잉이 어메이징 쇼의 피날레를 장식했고, ···〗
뿜뿜 아이돌 헤이데이 편은 그야말로 잭팍을 터트렸다. 시청률이 단박에 22%로 뛰었으니 모든 매체에서 기사들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나는 그중 하나를 선택해 큰 소리로 읽었고, 주선해 과장, 홍예나 실장, 곽재권 부장, 배동일 매니저 모두 기쁜 마음으로 경청했다.
[이번 뿜뿜 아이돌 헤이데이 편은 하나의 완벽한 쇼였다.]
기사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폰을 내려놓았다. 상기된 표정으로 홍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스타일리스트 팀은 본방 함께 봤거든요. 얼마나 재밌던지 방송 시작할 때 식사를 했는데 끝날 때까지도 다 못 먹었다니까요. 100분이 그렇게 짧을 줄 몰랐어요.”
뿜뿜 아이돌은 원래 60분짜리 편성이었지만 헤이데이 편은 특별히 100분 편성이었다. 그런데도 짧게 느껴져 비하인드 영상을 풀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었다.
“네이비에 회원수 70만이 넘어가는 <스타★갤러리> 카페에 캡처 사진이랑 짤이 3분에 한 페이지씩 넘어가고 너튜브에서도 짤 영상이 셀 수 없이 올라와요. 당연히 방송국 게시판이랑 저희 헤이데이 팬 카페도 마비가 올 정도고요. 이 정도면 초대박입니다.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곽재권은 노트북으로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면서 반응을 살폈다.
“사무실 전화도 일부러 내려놓아야 할 판이에요. 방송사마다 재경이 잡으려고 섭외 요청이 끝도 없거든요. 우리 신입들이 출근하자마자 일초도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잖아요. 지금도 보세요.”
주선해는 회의실 창문 밖으로 전화통을 붙들고 있는 오현식 허예지 신입사원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메모를 하고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또 전화를 받고 있었다.
“거의 재경이의 독무대였지. 예능 신동입니다.”
“리오가 무게 있게 마침표를 딱 찍으니까 기사대로 하나의 완벽한 쇼였죠.”
“다들 잘했어요. 헤이데이는 멤버들은 케미가 너무 좋아요.”
우리들의 기분 좋은 수다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쯤에서 정리를 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야 했다.
“뿜뿜 아이돌의 성공은 여러분들이 한마음으로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서로를 위해서 박수 한 번 치고 넘어가죠.”
짝짝짝짝
“자, 그럼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선해 과장님. 헤이데이 스케줄 브리핑 부탁드립니다.”
“네. 대표님.”
주선해는 아이패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주 헤이데이의 스케줄은 방송 출연 2곳, 라디오 게스트 3곳, 행사는 3개가 잡혀있습니다. 광고 촬영 2건과 팬 사인회 2곳은 다음 주까지 진행될 거고요.
당장 내일 오전에는 스카이 일렉트로닉스의 블랙 펄 22 촬영이 있습니다. 칸텍스 5A 세트장에서 촬영할 예정인데 컨셉과 스타일링은 광고 팀에서 모두 준비한다고 합니다.”
“헤어, 의상, 액세서리까지 전부 다요?”
“네. 제품 이미지에 맞게 스타일링을 정했다고 하더라고요.”
홍예나는 수첩에 ‘광고팀에서 준비’라고 메모를 했다. 배동일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몇 시까지 도착하면 되나요?”
“콜타임이 오전 8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주선해는 혹시 다른 질문이 있을까 사람들을 쳐다봤다.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사실 다 아는 내용이었고 지금은 그냥 최종 정리였기 때문이다.
“계속해주세요. 주 과장님.”
“2월 말에 서울에서 열리는 파울레티 패션쇼 초대를 받았고··· ··· ··· ··· 여기까지입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조금 전에 제가 나눠드린 일정표에 적혀있고요.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헤이데이의 스케줄은 한참을 읊고도 시간이 더 필요했다. 주선해는 생수로 마른 목을 축이면서 자리에 앉았다.
“보시다시피 현재 헤이데이 스케줄은 빡빡합니다. 하지만 3월부터는 멤버 개별 활동에 치중하면서 팀 활동은 없을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멤버들의 개별 활동에 대한 브리핑입니다.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하지만 간략하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이 의자를 당겨 앉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내 입만 쳐다봤다.
“우선 재경이는 3월 첫 주에 NBS 예능 프로그램 <보물찾기> 첫 녹화를 시작합니다. 격주로 녹화가 있고 1박 2일 야외 촬영이 기본입니다. 또한 3월 첫 주에는 웹플릭스 기대작이죠. <바다에 그린 노을> 드라마 촬영도 시작됩니다. 현우는 둘째 주부터 합류를 하게 되고요. 대부분 현지 로케라 남해에서 지내는 날이 많을 것 같습니다. 리오는 3월 넷째 주에 일본에서 개최하는 컴배트 오브 더 이어(COTY)에 참가하죠. 그래서 아마 3월 한 달간은 파워 스쿨에서 합숙하며 연습할 것입니다. 크레이즈는 정규 앨범 준비에 전력을 다할 거고요.”
“찬희는 특별한 계획 없나요?”
“라디오 굿 이브닝 고정 게스트 출연하는 거 말고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찬희에게도 곧 개별 활동이 시작되리란 걸 나는 직감하고 있었다. 수(水)의 성질을 가진 찬희의 기운이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곽재권 팀장님. 미치겠네 음원 성적은 어떻습니까?”
“네, 망고 3위, 버터플라이 6위, 네이비 뮤직 5위입니다. 스트리밍을 보면 새벽에 순위가 밀렸다가 낮에는 조금씩 회복을 하는데요. 전체적으로 점점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후속곡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는 얘기군요.”
“네. 그렇습니다. 동력이 꺼지기 전에 새로운 동력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음, 그 점은 저와 헤이데이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크레이즈도 적극적으로 곡 작업에 매진하고 있고요. 실력 있는 프로듀서를 섭외해서 본격적으로 준비할 예정입니다. 늦어도 5월 말까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그동안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프로듀서들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곧 헤이데이 만의 색을 가장 잘 입힐 수 있는 프로듀서를 섭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그리고 홍보 부장님.”
“네, 대표님.”
“지난번 현우 리딩 현장 영상 잘 활용하셨더군요. 너튜브, 페이스 노트, 인별 그램에서 조회수도 높고요. 아이돌이 드라마에 들어간다는 부정 여론도 뒤집어 놓으셨어요. 덕분에 현우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습니다.”
“크레용 픽처스의 메이킹 영상 자료가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홍보 자료들을 수집해서 각 언론사에 보내고 있습니다.”
“혹시 그 결과로 메이저 언론사인 코리아 일보에서 헤이데이 특집 기사를 싣기로 결정한 건가요? 그것도 3회 연속으로?”
“네, 그렇습니다.”
“와.”
“우와.”
“이야.”
처음 접하는 좋은 소식에 회의실이 크게 술렁였다.
코리아 일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신문사이고 특집 기사면 심층 취재를 한다는 의미였으니까.
“특집으로 싣는 다면 인터뷰도 포함되겠네요.”
“물론이죠. 멤버 전체 인터뷰와 개별 인터뷰가 포함되고 미치겠네 역주행 신화에 대해서도 취재를 할 겁니다. 참, 앞으로 헤이데이의 활동에 대해서도 취재를 할 테니까 정규 앨범에 대한 소개와 타이틀 곡 샘플링 정도는 준비를 해놓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네, 그 정도는 준비해야죠. 기사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우리가 준비되는 대로 언제든 오케이입니다.”
짝짝짝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곽재권 홍보 부장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곽재권은 머쓱해하면서도 할 말이 더 남았는지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하세요.”
곽재권은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아시다시피 최근 지속적으로 허문호 기자의 악의적인 어뷰징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 영향으로 재경이의 댓글 여론은 다소 부정적이었고요. 물론 뿜뿜 아이돌 홍보를 위해서 우리가 일부러 가만히 놔뒀던 겁니다.
그런데 의도한 대로 뿜뿜 아이돌이 나가고 재경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까지도 재경이의 눈부신 활약을 보고 옹호하고 지지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직원들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제는 허문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생각입니다. 계산은 확실히 해야죠.”
“계산이라면?”
과연 곽재권이 허문호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다.
“다른 기자들도 ‘헤이데이는 건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확실히 본보기로 삼겠습니다.
저희 홍보팀에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겁니다. 그 악의적인 기사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본 것과 금품 수수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 민사 형사 둘 다. 아마 대표님 전화로 금방 허문호에게 전화가 올 겁니다. 합의 좀 봐 달라고요. 절대 합의를 해 주면 안 됩니다.”
“아, 네. 당연합니다.”
“그리고 포털 뉴스 제휴 평가 위원회 결정으로 허문호의 기사는 모두 차단되고 언론 중재 위원회에서도 손해배상 압력이 들어 갈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증거 자료가 있어야 할 텐데요.”
“협박과 금품 요구에 대한 증거가 녹음 파일로 있습니다.”
“허문호가 이런 일을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라··· 자기 딴에도 뭔가 수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 쪽에서 녹음을 할 것이라는 건 예상 가능한 일이라 허문호도 반격 카드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그것에 대한 대비도 충분한지 알고 싶었다.
“네.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없습니다. 왜냐면 말도 안 되는 반격 카드였거든요. 만약 통화 기록을 다른 곳에 넘기면 크레이즈의 학교 폭력 기사를 내겠다고 하더라고요.”
“네??”
“무슨!”
“크레이즈의 학폭 기사라고요?”
직원들이 화들짝 놀랐다.
하하
허허
하지만 나와 곽재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문호가 완전 헛다리 짚었기 때문이다.
허문호는 크레이즈의 이미지가 다혈질적이고 반항적이라 대충 끼워 맞추면 학폭으로 엮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오산이었다. 크레이즈는 학창 시절 각종 선행상과 봉사상은 다 받았고, 심지어 별명이 래퍼 엔젤이었다.
마음이 여리고 따뜻해서 길고양이를 구출하고 밥 먹인 것도 여러 번, 누가 불쌍한 척 차비를 달라고 하면 수중의 돈을 다 줘버리고 자기는 걸어서 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헤이데이 멤버 다섯 모두 착하지만 그중 가장 착한 건 단연 크레이즈.
사람의 내면을 볼 줄 아는 내 눈에도 크레이즈는 순수 그 자체 오리지널이었다.
“학폭 문제는 너무나 민감한 부분이라 제가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모두 한 목소리로 크레이즈는 착한 학생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혹시 몰라 다리가 불편했던 한 동창생과 통화를 해봤는데.”
모두들 눈을 반짝이며 곽재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첫마디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화부터 내더군요. 급식소에 갈 때도 크레이즈가 부축해서 데려다줬고 화장실 갈 때도 도와주고 체육 시간에도 함께 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며. 지금 생각해도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는데, 만약 크레이즈에게 그런 누명을 씌우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가 나서서 가만히 안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허문호 기자 전화번호 달라는 걸 겨우 막았습니다.”
모두들 한숨을 한번 내쉰 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럼 허문호 기자 건은 곽 부장님이 도맡아 수고해 주십시오. 홍예나 실장님께서는 하실 말씀 없으실까요? 헤이데이 스케줄이 부쩍 많아져서 많이 바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선해 과장님이 미리 스케줄 표를 챙겨 주셔서 특별히 어려운 건 없습니다. 국내외 브랜드에서 협찬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다만 아쉬운 건 하이엔드 명품에서는 아직 망설이고 있다는 거 정도. 뭐 차츰 나아지겠죠.”
“네. 헤이데이가 분발해서 더 올라가야 할 곳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배동일 매니저는 할 얘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뭐, 없습니다. 일이 재밌고 너무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다들 바쁘신데 이쯤에서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 대표님.”
주선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네. 주 과장님.”
“저희 회식 한번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신입도 들어오고 회사 체계도 잡혀가는데.”
“음···네, 당연히 해야죠. 주 과장님이 헤이데이 스케줄 조정해서 날짜랑 시간 잡아 주세요. 아, 장소는 정해져 있습니다.”
“어딘데요?”
“은서네 집이요. 고기 맛이 끝내주거든요.”
짝짝짝
곽재권만 빼고 모두 박수로 찬성을 했다.
곽재권은 회식 끝나면 자기가 설거지를 해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지만 실제 마음은 아내의 사업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기뻐했다.
회의를 마치자마자 주 과장이 결재 서류들을 내밀었다. 내가 요즘 너무나 바빠서 서류에 결재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 재무제표가 눈에 띄었다. 금전으로 보는 헤이데이의 성과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서류철을 넘겼다.
“총매출이 17억을 넘었네요.”
회사가 설립된 지 한 달 남짓.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네. 광고 수익이 7억 8천만 원에 행사 수익이 6억 1천만 원입니다. 중요한 건, 스카이 일렉트로닉스의 블랙 펄 22 모델료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는 거고요.”
“그 광고가 단건으로 3억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회사가 쑥쑥 성장하겠네요.”
“네. 이미 쑥쑥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 혹시 아시나요?”
“뭘?”
“드디어 헤이데이 멤버들 첫 정산일입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됐나요? 멤버들 너무 좋아하겠어요.”
“네. 제 가슴이 다 두근거려요.”
멤버들에겐 처음으로 받는 정산이었다. 별 매니지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이후로 쭉.
멤버들이 기뻐할 걸 생각하니 내 마음이 다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