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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89화 (89/150)

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 89화

뿜뿜 아이돌 사전 미팅 전까지 각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원래라면 사무실만 구경하고 숙소로 다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사무실 인테리어가 너무 완벽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리오가 엘보 스핀 연습을 해야 했기에, 나는 리오와 함께 A연습실로 들어갔다. 뿜뿜 아이돌의 진행자 와이가 녹화 날 리오에게 엘보 스핀을 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므로 대비를 해야 했다.

리오가 비보잉을 할 준비 자세를 취했다. 손목에 아대를 끼고 목에 수건도 둘렀다. 오래되고 낡은 아대와 수건에는 파워 스쿨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런 걸 아직 간직하고 있었어?”

“응, 그냥 기념으로... 다시 사용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네.”

리오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화제를 전환했다.

“리오.”

“응, 형.”

“엘보 스핀은 굉장히 고난도 기술이더라.”

“그렇지. 기본 파워 무브 중에서도 최상위 난이도니까. 나인틴, 윈드밀, 토마스, 에어트랙 같은 기술은 조금만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마스터가 가능한데, 엘보 스핀은 기본 피지컬이나 균형감각 그리고 담력까지 갖춰야지만 할 수 있어.”

“그럼 엘보 무한 스핀의 레벨은 어떻다는 거야?”

“뭐, 거의 신의 경지지. 사실 어깨는 포기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해.”

“아, 그렇구나.”

리오는 머리부터 시작해서 목, 어깨, 팔, 허리, 등, 다리, 발가락까지 세심하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어려운 기술이 들어가는 비보잉을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하다간 크게 부상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준비운동부터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오랜만이라 긴장되네. 우선은 에어트랙부터 해 볼 게.”

“그래.”

에어트랙은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는 상태에서 몸을 회전시켜 반대쪽 손이 몸을 지탱하게 하는 것으로 파워 무브의 한 기술이다.

나는 주변으로 물러났고 리오는 몸을 반동시켜 바로 에어트랙 기술에 들어갔다. 먼저 두 다리가 선풍기 날개처럼 회전하며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한참을 연습실 바닥을 가로지르며 쓸고 다니다 멈췄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렸다. 언제 왔는지 멤버들이 와서 보고 있었다.

“아직 몸이 기억하고 있네.”

“와우!”

“사람 몸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지?”

“저런 거 보면 리오가 우리한테는 진짜 살살하는 거야. 그지?”

리오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그럼 엘보 스핀으로 바로 들어가 볼 게.”

“괜찮겠어? 파워 트랙부터 차근차근 하자.”

“그렇긴 한데, 녹화 날짜가 얼마 안 남았잖아. 좀 있으면 사전 미팅도 있고. 미팅 가기 전에 성공하고 싶어.”

“응, 좋아.”

리오가 몸을 좀 더 풀고 엘보 스핀을 도전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자기 컨디션은 스스로 챙길 줄 안다고 믿었으므로.

리오는 숨을 깊게 내쉬고 팔꿈치를 바닥에 댔다. 그리고 몸을 힘차게 돌렸다. 처음엔 왼팔로 지탱하다가 재빨리 오른 팔꿈치로 교대했다. 계속해서 힘차게 뱅글뱅글 돌았다.

“오우!”

“오호호호!”

“예술이다!”

멤버들은 입을 떡 벌리고 리오의 비보잉을 감상했다.

그런데 그때,

휘리릭~

쿵!

순간 균형이 흐트러지며 허리가 꺾여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리오 괜찮아?”

“리오 형.”

“리오야.”

멤버들이 깜짝 놀라 리오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괜찮아.”

대자로 뻗었던 리오가 몸을 추스르며 바로 앉았다.

“야, 허리 꺾인 것 같은데.”

“이 춤 너무 위험하다. 꼭 해야 하는 거야?”

멤버들은 리오의 몸 여기저기를 살피며 걱정했지만, 리오는 멤버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벌떡 일어섰다.

“응. 반드시 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는 다시 엘보 스핀 준비 동작을 취했다.

‘음.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지만 위험하긴 해. 그렇다고 여기서 리오의 의지를 꺾어서도 안 되겠고. 넘어질 때 다치지만 않게 하자, 일단은.’

나는 허리춤에서 부채를 꺼내 들고는 리오를 바라봤다.

리오는 나와 눈을 한번 마주친 후 두려움 없이 다시 도전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조금 비틀거린다 싶더니 다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헙!

그 순간,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공기 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리오가 부딪히려는 바닥에 잽싸게 깔았다.

턱.

리오가 가볍게 공기 매트 위로 떨어졌다.

“뭐야? 하나도 안 아프네.”

리오는 바닥을 만지며 신기해했다.

그 후로 탄력 받은 리오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연습을 할수록 회전수가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일곱 바퀴는 넘지 못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다섯 바퀴, 여섯 바퀴, 일곱.....

“아~”

“아깝다.”

지켜보는 멤버들의 탄식이 계속되었다.

‘엘보 무한 스핀을 하려면 최소 15바퀴 이상은 돌아야 하는데···’

대신 돌아줄 수도 없고 내 속도 타들어갔다.

“리오, 좀 쉬고 하는 게 어때?”

“조금만 더 해 보고.”

찬희가 리오를 말렸지만, 리오는 성공하기 전까지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나는 리오의 동작을 샅샅이 분석하기 시작했다. 세밀히 관찰해 보면 내가 도와줄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두 세 바퀴는 잘 돌아가는 데 일곱 바퀴째에서 어김없이 균형이 무너진다. 피지컬이야 타고났으니까 문제없고··· 팔도 90도로 몸의 중심을 잡으면서 제대로 받치고 있어. 양다리도 가장 안정적인 자세라 할 수 있는 만(卍) 자를 유지하고 있고 허리도 곧고 균형을 잘 잡는데. ···그런데 회전을 더 할수록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조금씩 어긋난단 말이야.

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잘 못 된 것이 없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럼 안이란 말인가!’

머릿속에 생각이 번쩍이며 지나갔다.

문제는 겉이 아니라 안이었다.

“리오! 잠깐만 서 봐.”

나는 재빨리 리오를 멈춰 세웠다. 땀범벅이 된 리오는 다음 시도를 위해 준비 중이었다.

“왜? 나, 이제 감 잡은 것 같은데.”

“나도 알아. 그 감 아까부터 잡고 있다는 거··· 그런데 형 말부터 들어. 잠깐만 뒤돌아 서.”

리오는 영문을 몰라 어깨를 으쓱였지만 더 이상 군말 없이 돌아섰다.

통안(通眼)!!

장소뿐 아니라 사물의 속도 살펴 볼 수 있는 통안(通眼)을 발동시켰다. 이때 통안은 X-ray나 CT처럼 사물을 꿰뚫어 보는 눈이다.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리오의 몸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았다. 역시 그랬어.’

문제점을 발견했다.

리오의 왼쪽 골반이 오른쪽보다 올라가 있었다. 너무나 미세해서 그냥 보면 모르지만 통안으로 보니 다 보였다.

‘다른 안무를 할 때는 모르지만 엘보 스핀처럼 균형 잡는 것이 핵심인 기술에는 문제가 발생했던 거야. 그 작은 차이 때문에.’

“리오. 저기 소파에 누워 볼래?”

“소파에?”

“그래. 너 왼쪽 골반이 살짝 틀어져 있어. 그래서 일곱 바퀴 이상은 못 돌고 있는 거라고. 내가 맞춰 줄 테니까 누워.”

“난 잘 모르겠는데. 아프지도 않고.”

“느낄 만큼 비틀어졌다면 진작 병원에 갔겠지. 내가 보기에 딱 엘보 스핀을 못할 정도로만 틀어져 있어.”

“알았어.”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소파에 얼굴을 묻고 엎드렸다.

“다리를 쭉 뻗어 봐.”

나는 리오의 다리를 잡고 쭉 폈다.

예상했던 대로,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조금 짧았다.

“어? 진짜 다리가 안 맞네.”

“그러네. 왼쪽이 짧아.”

“어쩌냐?”

멤버들이 리오의 다리 길이를 보고 걱정했다. 엎드려 있던 리오의 기가 갑자기 흐트러졌다. 불안한 것이었다.

“리오. 걱정 마.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바로 맞춰 줄 수 있어.”

나는 리오를 안심시키면서 오른손으로 리오의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오래 걸려?”

리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1분이면 돼.”

“1분? 진짜?”

“그래. 1분.”

틀어진 골반 위로 왼손도 갖다 대었다. 그리고 왼손에 기를 집중시켜 온도를 높였다.

“앗, 뜨거워.”

“정상이야. 조금만 참아”

팡팡팡,

팡팡팡,

팡팡팡.

세 번씩 세 세트로 골반을 강하게 눌렀다.

퐁.

퐁.

퐁.

리오 골반 주변의 압축된 공기가 터지면서 경쾌한 소리가 났다.

“읍!”

리오의 입술에서 짧은 신음이 베어 나왔고...

춤을 너무 많이 춰서 그런지 골반 틀어진 게 굳어져 천골까지 뻑뻑했다.

‘이 정도면 몸이 힘들었을 텐데 그동안 내색을 안 하고 있었구나.’

리오의 다리를 X자로 꼬아서 천골에 다시 한번 뜨거운 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똑같이 압박했다.

읍, 읍, 읍, 읍.

누를 때마다 리오의 입에서는 옅은 신음이 흘렀다.

곧, 틀어진 골반이 자리를 바로 잡고 뻑뻑해진 천골도 부드러워졌다.

“이제 됐다.”

“휴~”

리오가 누웠던 몸을 일으키자 송글송글 맺혀있던 얼굴에 땀이 뚝뚝 떨어졌다. 리오는 목에 하고 있던 수건을 빼서 땀을 닦았다.

“어때?”

“몸이 진짜 가볍다. 장난 아니야.”

리오는 벌떡 일어나서 플로어에 섰다. 제자리 뛰기를 하고 팔다리와 어깨를 돌리면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훨씬 부드럽고 편안한 몸 상태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리오는 금방 엘보 스핀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럼 다시 해 볼게.”

탑락 스텝을 밟다가 가속도를 붙여 몸을 뒤집었다.

팽그르르르~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다리를 힘차게 돌리자 프로펠러처럼 회전했다. 자세가 매우 안정적이었다.

우리 모두는 한마음으로 회전수를 셌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다섯 바퀴, 여섯 바퀴, 일곱 바퀴 ···”

일곱 바퀴가 거뜬히 넘고 열 바퀴도 넘었다.

“열둘, 열셋, 열넷, 열다섯, 열여섯··· 스물 하나!”

열 바퀴를 넘어 스무 바퀴까지...

결국 리오는 스물 한 바퀴를 돌고는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우와, 스물 하나!!”

“스물 하나!!!”

“리오 만세!!!”

멤버들은 번쩍 손을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리오는 바닥에 누운 채 만족한 듯 씩 웃었다.

***

SBC 예능국 제4 회의실.

뿜뿜 아이돌 제작진들이 회의용 탁자에 둘러앉아 헤이데이와 사전 미팅 전 아이디어 회의 중이었다.

큐시트와 대본을 체크하는 김지민 메인 작가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아니 현 피디. 꼭 이런 거 해야겠어!”

김지민 메인작가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현제국 피디를 노려봤다.

김지민은 SBC 몇 안 되는 정 직원 작가로 연차가 현제국 피디보다 5년이나 높았다. 그래서 피디라고 해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뿜뿜 아이돌의 실질적 파워였다.

“부라보 콘에 땅콩이 없으면 무슨 재밉니까. 남돌이 남돌 춤을 추면 무슨 재미냐고요. 남돌이 여장해서 춤을 추고 그래야 시청률이 올라가고 그런 거지. 웃음도 나오고...”

현제국 피디는 김지민 작가에게 혼이 나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다고 남돌만 나오면 여돌 분장시키냐? 지난번 제이식스 이후로 남돌들이 전화를 안 받아요. 헤이데이도 겨우겨우 섭외한 거 몰라?”

김 작가의 눈꼬리가 매섭게 올라갔다.

“작가님. 헤이데이는 쉽게 섭외했습니다. 한다고 바로 전화가 와서···”

눈치 없는 막내 작가가 작은 목소리로 김지민 작가에게 소곤댔다. 김 작가는 고개를 슬쩍 흔들었고, 막내 작가는 입술을 쏙 집어넣었다.

“제이식스 걔들이 여돌 분장을 잘 못 살려서 그래요. 선배. 여돌 분장 제대로 하면 중∙고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집 나간 이삼십 대 여성 시청자들까지 잡을 수 있다니까. 왠지 헤이데이는 잘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야...”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헤이데이가 하게 될 6개의 미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의견은 많았지만 헤이데이와의 사전 미팅까지 끝나봐야 모든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저기 하나 더 있어.”

펜대를 굴리던 김지민 작가가 재빨리 말했다.

“뭔데요?”

“어제 와이가 나한테 전화해서는 마지막 미션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

“그래요?”

현제국 피디는 잠시 생각하더니,

“뭐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어차피 4단계 이상은 못 갈 텐데.”

흔쾌히 승낙했다.

똑. 똑.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헤이데이를 데리러 갔었던 이상학 막내 피디가 고개를 삐죽이 내밀었다.

“헤이데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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