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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88화 (88/150)

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 88화

다음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고 동일이부터 픽업했다.

“잘 쉬었어?”

“네.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사실 매니저님 없는 동안 밤에 잠을 잘 못 잤었거든요. 어제 긴장이 풀리면서 제가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이제 팔팔하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 건강해 보여.”

동일이는 운전대를 잡고 헤이데이의 새 숙소로 힘차게 차를 몰았다.

“보자···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되더라?”

“1시에 뿜뿜 아이돌 사전 미팅이 있고, 그 뒤로 광고 촬영과 판타스틱 월드 파크에서 사인회 있습니다.”

내가 수첩을 확인하기도 전에 동일이가 줄줄 읊었다.

“오우~ 역시 배동일.”

“뭐, 그 정도는...”

동일이가 수줍게 웃었다. 그런데 그 순간 동일이의 배에서 꼬르르륵 소리가 났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본인도 흠칫 놀랐다.

‘꼬르륵 소리는 위 안에 음식물이 없고 공기만 들어있다는 건데. 그 말은 동일이가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얘기.’

꼬르륵 소리를 듣고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나는 동일이에게 물었다.

“아침은?”

“··· 조금 더 자느라 못 먹었습니다.”

“뭐라도 먹고 나왔어야지.”

“네, 두유라도 하나 마시려고 했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걸 까먹었네요.”

동일이는 잠은 푹 잤지만 아침은 못 먹었다고 했다. 아마도 헤이데이의 숙소가 더 멀어지면서 시간이 더 부족하게 된 것 같았다.

동일이가 홀쭉해진 배를 만졌다.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만 잡아도 잠도 더 자고 밥도 먹을 수 있을 텐데··· 매니저가 최상의 컨디션이어야 헤이데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아무래도 숙소 1층 빌라를 우리가 써야겠다. 우리가 숙소 1층에 살면 시간이 절약되고 그러면 헤이데이도 더 잘 챙길 수 있어···’

어제 목상현 비서가 숙소 1층 빌라가 비어있으니 써도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만 해도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동일이와 내가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꼬르르륵.

그때, 동일이의 배에서 다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소리가 작아서 동일이는 내가 못 들었을 거라 여겼지만 내 청각으로 못 들을 소리는 없었다.

‘음, 숙소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은 아침밥부터 해결하자.’

나는 핸드폰으로 숙소 근처 아침밥을 검색했다. 어렵지 않게 유명한 갈비탕 집 하나가 검색되었다.

“숙소 근처에 갈비탕 맛있게 하는 집이 있네.”

“혹시 수원 나루터 아닌 가요?”

“맞아. 수원 나루터. 알아?”

“네. 그 집 유명하거든요. 어제 그 동네로 들어가는데 사실 제일 먼저 생각났습니다.”

“아하··· 그랬구나. 영업시간이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라 언제든 먹으러 갈 수 있겠다. 시간이 불규칙한 헤이데이에겐 딱인데.”

“네. 라오스 대사관이랑 태국 대사관 사이에 있고 주차장도 넉넉하죠.”

짝짝짝

동일이의 해박한 맛집 정보에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야. 대단해. 배동일. 그런 것도 다 알아? 하여간 멤버들 태우고 아침밥부터 먹자.”

“네, 좋습니다. 매니저님.”

***

빌라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안에서부터 요란한 소음이 들려왔다.

쿠우우웅,

덜컹 덜컹.

기이이잉.

“무슨 소리죠?”

“포크레인 소리 같은데.”

1층 정원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중장비 소음이었다. 나는 귀를 기울여 정원에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를 감지했다.

-아저씨. 이 단풍나무 모찌구미예요? 아니면 생짜예요?

-이게 지금 10년 넘었으니까 생짜지. 많이 힘들겠어요?

-힘든 건 아니고 생짜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요.

모찌구미는 5년 이내의 뿌리가 둥글게 정리되어 있는 나무를 말하고, 생짜는 10년 이상의 뿌리가 길게 뻗어 있는 나무를 말했다.

‘아, 정원에 나무를 정리하고 있구나. 목상현 비서가 바로 처리할 거라더니.. 역시 빨라.’

어제 목상현이 내 풍수지리를 듣고 정원의 나무를 손보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아침부터 서두르고 있는 것이었다.

“마당에 나무 정리를 하는 것 같네.”

“보기 좋던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요?”

“서로 합이 안 맞는 나무들도 있거든...”

“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멤버들은 나갈 준비를 마치고 장기자랑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배고프지? 근처에 맛있는 갈비탕 집 있더라. 가서 먹자.”

“응. 잠깐만. 지금 장기자랑 연습 중이었거든.”

찬희가 소파에 앉은 재경이를 가리켰다.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재경이에게로 향했다.

“재경이 왜 저래?”

재경이가 눈을 한쪽으로 모으고 혀를 길게 내밀고 있었다. 본인은 무척 진지했는데 보는 사람에게는 괴상해 보였다.

“응, 자기 혀가 코에 닿는대.”

“그런데 눈은 왜 모으고 있는 거야?”

“아니, 형. 자꾸 말 시키면 어떡해. 집중이 안 되잖아.”

가까스로 혀를 코에 갖다 댄 재경이가 소파에 털썩 드러누웠다.

큭큭큭

아하하

“아니, 뭘 그렇게 힘들게 해.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

나는 가볍게 혀를 코끝에 갖다 대고 슥슥 문지른 다음 다시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마치 기린처럼.

“우와~.”

“뭐지~ 저 형의 정체는?”

“다시 해 봐.”

멤버들 모두 넋을 빼고 나를 바라봤다.

“아니, 명수 형 뭐야? 내 비장의 무기를 그렇게 쉽게 해 버리면 어떻게 해?”

재경이는 시무룩해졌다.

“그런데 재경아, 네 진짜 필살기는 따로 있지 않나?”

“응? 내 필살기?”

“짐볼 위에 올라가서 균형 잡는 거.”

“맞다, 맞아. 그게 있었네. 짐볼 올라타서 균형 잡기. 재경이 너 그거 하면 백 프로 합격이야.”

언젠가 멤버들끼리 그러고 놀고 있는 걸 본 기억이 나서 말했더니, 크레이즈가 크게 맞장구를 쳤다.

“아 놔. 그거 안 해. 쪽팔려.”

“혀를 코에 갖다 대는 게 더 쪽팔려. 네가 네 얼굴 못 봐서 그래.”

“정말?”

“응. 찍어서 보여 줄까?”

“아니.”

하하하

히히히

“자, 자. 요 밑에 맛있는 갈비탕 하는 데 있더라. 먹고 새 사무실부터 보러 가자.”

“갈비탕? 갈비탕 좋지.”

“오, 사무실도 기대된다.”

***

우리들은 갈비탕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난 후, 목상현 비서가 준 새 사무실 주소를 찾아갔다. 사무실은 숙소와 같은 동네라 20분 만에 금방 도착했다.

“단독 건물인가 보다.”

“예쁘다.”

사무실은 흰색의 아담한 3층짜리 단독 건물이었는데, 각 층은 오픈 테라스로 되어 있어 개방감이 좋았다.

얼핏 보면 멋진 카페 같은 건물이었다. 담장 쪽으로 주차공간도 넉넉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멋지다.”

“안은 어떻게 되어 있으려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사무실 현관을 열었다.

“와, 좋다.”

“아늑하다.”

“회사 같지가 않아.”

“그러게. 난 바로 2층부터 가봐야지.”

“나도. 나도.”

우리들은 각자 흩어져 자기가 먼저 보고 싶은 공간부터 구경했다.

나는 1층부터 차근해 살폈다.

1층은 아늑한 사무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사무를 볼 수 있는 책상, 책장, 컴퓨터, 전화, 복사기, 팩스 그리고 캐비닛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고, 회의실과 탕비실도 있었다.

여기저기 비어있는 공간도 많았다. 최소한의 인테리어만 하고 나머지는 쓰는 사람이 알아서 꾸밀 수 있게 여지를 남겨 둔 것 같았다. 목상현 비서의 센스는 일품이었다.

동일이가 입이 귀에 걸려서는 내게 다가왔다.

“이 정도면 선해 누나 바로 일 할 수 있겠는데요. 근무 환경이 최고예요.”

“그러게. 선해 씨 출근해도 되겠다. 아, 그리고 이제 주 과장님이라고 불러. 직책이 생겼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동일이는 새 사무실을 보고 주선해 생각이 나는지 주선해 얘기만 했다.

“정원도 있고 정말 좋습니다. 선해 누나 아니 주 과장님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하하.”

“그러게. 건물 자체가 힐링이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중정이 있었다. 건물이 정원을 안고 있는 형태로.

정원에는 나무 데크 위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그 앞으로는 꽃들과 미니 연못도 있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연못 속에는 금붕어 몇 마리가 헤엄쳐 다녔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원은 정말이지 최적의 힐링 공간이었다.

“동일아. 네가 선해 씨한테 전화해서 언제든 출근하라고 좀 전해 줘.”

“네, 알겠습니다.”

동일이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주선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정원 구석자리를 찾아 통화를 했다.

“여보세요? 선해 누나... 아, 아니, 주 과장님. 매니저님이 이제 선해 누나 과장님으로 부르래요.. 네,..... 좋아요.... 와보시면 정말 반하실 거예요.. 지금이라도 와도 돼요.... 네....”

동일이가 통화하는 모습을 잠깐 보고 나는 몸을 돌렸다.

‘안무 연습실만 있으면 되겠는데...’

안무 연습실을 만들 만한 공간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며 2층으로 발길을 옮겼다. 당장 헤이데이에게 필요한 건 연습실이었다.

그때 흥분한 크레이즈의 목소리가 1층에 울렸다.

“모두들 2층으로 올라와 봐. 연습실이 있어, 그것도 좋아. 아주 많이.”

아까 2층부터 구경할 거라고 리오랑 올라갔었는데, 2층에 연습실이 있었나 보다. 안 그래도 연습실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나는 단숨에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오호~”

2층에는 작은 거실 공간을 사이에 두고 2개의 문이 있었다. 하나는 A연습실이고 다른 하나는 B연습실. A는 컸고 B는 조금 작았다. 그렇지만 두 개 다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여러 분위기로 조작 가능한 수십 개의 LED 조명, 무릎과 관절을 보호하는 탄성 마루에 하이 엔드 음향 시설, 전신 거울, 탈의실, 샤워 부스까지...

감동이었다.

목상현 비서는 우리가 즉각 사무실을 쓰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필수 시설을 알아서 넣어두었다.

3층에는 보컬 연습실이 있었고, 지하실에는 밴드 연습실도 있었다.

나는 박주영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이사님. 조명수입니다.”

-네, 매니저님. 혹시 저희 목 비서가 준비한 사무실이랑 숙소와 밴은 마음에 드셨나요?

“마음에 들 정도가 아니라 과분할 정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행입니다. 저도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으니 그 정도면 쌤쌤입니다. 그리고 어제 목 비서한테 들었어요. 빌라 1층 정원에 정원수가 말썽이라고...

“네, 제가 전에 배운 지식으로 조금 가르쳐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잘한다고 한 일이 그렇게 망쳐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그 빌라 1층을 쓰시는 건 어떠십니까?

빌라 1층을 쓰겠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박주영 이사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아, 사실 어제 목 비서님이 그 말씀하셔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네. 그래서 결론이?

“저희가 1층도 사용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잘됐네요. 집이란 건 사람이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비워두는 게 영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렇다고 팔고 싶지도 않은 집이라...

“네, 저희가 지내면서 집을 깨끗하게 잘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고요. 집 관리는 원래부터 하는 업체가 있어서 크게 신경 쓰실 부분은 없으실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 뒤로 헤이데이의 안부와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일들이 생각보다 더 잘 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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