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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62화 (62/150)

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 62화

“정말요? 매니저님이 그렇다면 보통 다 그렇던데.”

“응. 이겨.”

오늘 새벽 집을 나서기 전에 헤이데이의 오행 육십갑자를 꼼꼼히 살폈었다.

화(火)가 한량(寒凉)을 등에 업고, 그 영향으로 정화(丁火)가 커져 병화(丙火)로 모든 걸 살라 버리는 괘가 나왔었다. 한마디로 헤이데이가 빛을 발해 모든 장애를 뛰어넘는다는 뜻이었다. 병화는 태양이기에 임수(壬水)의 물에 극을 받아도 잘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조연출이 와서 헤이데이를 불렀다.

“헤이데이 무대 5분 전입니다. 공개홀로 이동 바랍니다.”

“네.”

무대에 서기 전, 오늘은 파이팅을 근사하게 한번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1위 후보니까.

“자, 모두 준비됐지? 모여 봐. 파이팅 한번 하자.”

“우린 이미 예열이 끝났습니다.”

“넵.”

“좋았어.

원으로 빙 둘러싸고 다 같이 손을 포갰다.

“하나, 둘, 셋!”

“왔데이 이즈 잇 투데이!! (What day is it today?)”

“잇츠 헤이데이!!! (It's Hey day.)”

힘차게 손을 올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파이팅이 넘쳐났다.

***

KBC 뮤직월드 부조종실에 이은하 피디와 기술 감독이 다음 팀을 체크했다.

수십 대의 모니터에 헤이데이가 나타났다.

‘음, 헤이데이. 저번 포항 공연 때 너무 고마워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오늘 걸작을 한 번 만들어 주지.’

이은하 피디는 어깨를 돌리면서 모니터 속 헤이데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주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서.

“첫 컷팅은 카메라 포로 갈게요. 시작은 헤이데이 전체 샷에서 뺍니다. 자, 스탠바이. 레디~ 큐.”

기술 감독에게 지시를 내렸다.

밤밤밤밤.

꺄아아악~~

와아아아~~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헤이데이가 경쾌한 반주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 컷.”

“투 컷.”

“포 컷.”

“원 컷.”

이 피디의 주문에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화면은 헤이데이를 다섯 개의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춰나갔다.

“투 컷.”

“쓰리 컷.”

“파이브 스탠바이. 컷.”

이 피디는 화면과 화면으로 눈알을 매섭게 돌리면서 손가락으로 탁자를 튕겼다. 초집중 상태였다.

“투 컷.”

“원 컷.”

“쓰리 컷. 줌 인. 더. 더.”

현우의 잘 생긴 얼굴이 화면에 가득 잡히니,

아악~~

순간 방청객의 환호성이 터졌다.

“포 컷.”

“원 컷.”

“파이브 컷.”

“투 컷. 줌 인.”

노련한 화면 분할 덕분에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헤이데이의 무대를 감상하는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채널이 고정되면서 시청률 그래프가 점점 올라갔다.

방청석의 팬들은 오늘도 준비해 온 응원문구로 무대의 흥을 돋았다.

[와~~아 미치겠네]

“헤이!”

[하루 종일 네가 생각나 미치겠네]

“헤이!”

[꿈에서도 네가 날 불러 미치겠네]

“헤이!”

팬들의 호응과 헤이데이의 훌륭한 퍼포먼스가 합쳐져서 완벽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누구라도 본다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무대였다.

***

서울의 한 가정집에 중학생 딸이 리모컨을 달라고 엄마를 조르고 있다. 소파에 앉아 애정 하는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엄마는 귀찮기만 하다.

“엄마. 잠깐만 볼게.”

“아, 내가 먼저 보고 있잖아. 너 스마트 폰으로 봐.”

“안 돼. 헤이데이 무대는 큰 화면으로 봐야 한단 말이야. 엄마 드라마는 웹플릭스니까 나중에 봐도 되잖아. 헤이데이는 생방이라 지금 딱 봐야 한다고!!”

“아이, 진짜. 드라마도 흐름 끊기면 재미없는데.”

엄마는 마지못해 딸에게 리모콘을 넘겼다.

“고마워. 엄마.”

딸은 리모컨을 건네받고, KBC 뮤직월드로 재빨리 채널을 돌렸다.

마침, 헤이데이의 무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 앞이 잘렸어. 엄마 때문이야.”

“으이그. 아이돌이 뭐 좋다고. 그 시간에 영어 단어나 하나 더 외우지.”

“헤이데이는 달라. 엄마도 보면 알게 될 거야.”

딸은 볼륨을 높였다.

엄마는 별 기대 없이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무대만 끝나면 다시 리모컨을 돌려받고 드라마 시청을 이어 가리라 생각하면서.

“저게 뭐가 좋다고···”

중학생 딸은 엄마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고 화면 속 헤이데이만 쳐다봤다.

엄마와 딸은 그 후로 말이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미치겠네]

“헤이!”

[나를 좀 내버려 둬 미치겠네]

“헤이!”

[나를 좀 잡아줘 미치겠네]

“헤이”

엄마가 자기도 모르게 방청객과 함께 후렴구를 질렀다.

“엄마!”

“뭐? 뭐?”

딸이 어이없게 엄마를 쳐다보자, 엄마는 민망했는지 괜히 큰소리를 쳤다.

어느덧 헤이데이 무대가 훌쩍 지나갔다. 어찌나 신났던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엄마는 슬쩍 핸드폰을 확인했다.

“자, 리모컨. 엄마 드라마 보던 거 계속 봐.”

딸은 리모컨을 건네고 미련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 이 기분은 뭐지?’

거실에 혼자 남은 엄마는 가슴 위로 손을 올려 뛰는 심장을 느꼈다. 입덕의 문턱을 밟는 순간이었다.

“헤이데이 잘하네. 하, 옛날 생각난다. 나때 스테이지와 아이들도 저렇게 멋졌었는데. 어쨌든 1등은 헤이데이다···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 볼까?”

엄마는 슬그머니 핸드폰을 들어, #0404를 누르고, 헤이데이에게 문자 투표를 했다.

***

뮤직월드가 오늘 준비한 무대가 모두 끝나고, 최종 1위 발표만 남겨두고 있었다.

MC 희선과 형동이 무대를 올라오면서 피날레를 장식할 준비를 했다.

“큐티하니까지 모든 무대를 만나봤습니다. 전 출연진 무대로 올라와 주세요.”

MC를 기준으로 헤이데이와 빅터스가 양쪽으로 자리 잡고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멤버들은 누가 1등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실은 두 팀 모두에게 지금의 1등은 간절했다.

“이제 생방송 뮤직월드 1위 발표만을 남겨 두고 있는데요. 빅터스의 그림자, 헤이데이의 미치겠네. 과연 이번 주 1위는 누가 차지하게 될지. 점수 공개해 주세요.”

MC들은 바로 1위 발표로 들어갔고, 화면은 점수판 영상으로 옮겨졌다.

“먼저, 디지털 음원 점수.”

-빅터스 6122 / 헤이데이 6544

MC 희선이 화면의 점수를 읽었다.

“음반 점수는요.”

-빅터스 800 / 헤이데이 0

“동영상 점수”

-빅터스 1917 / 헤이데이 2578

“방송점수”

-빅터스 1504 / 헤이데이 1504

“그럼 마지막 생방송 문자 투표 점수는요?”

빅터스의 점수판이 먼저 올라가기 시작했다.

-빅터스 2695

-헤이데이는요?

.

.

.

-헤이데이 3520

“이 모든 점수를 합산한 오늘의 1위는?”

-빅터스 13,038 / 헤이데이는 14,146

“네. 헤이데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와와와와

짝짝짝짝짝

펑! 펑! 펑!

팬들의 환호성과 꽃가루 축포 터지는 소리로 공개홀이 소란했다.

“지금 우리 이름 부른 거야?”

순간 크레이즈가 귀를 의심하며 다른 멤버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찬희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현우는 주저앉아 있었고, 리오는 뒤돌아서 주먹을 불끈 쥐었고, 재경이만 환하게 웃으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진짜 우리가 1등이야?”

크레이즈는 멤버들을 향해 한번 더 물었다. 찬희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크레이즈를 꼭 껴안았다.

“응, 우리가 1등이야.”

“정말?”

찬희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크레이즈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찬희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현우를 일으켜 세우고 리오의 몸을 돌렸다.

“다들 정신 차려. 아직 수상 수감과 앵콜곡이 남았으니까.”

온통 눈물범벅이었지만, 찬희는 팀의 리더답게 정신줄을 꽉 붙들어 맸다.

“축하드려요.”

“헤이데이 축하해.”

“정말 대단하다. 축하한다.”

“선배님. 축하해요.”

동료 선후배 가수들이 몰려와서 헤이데이를 축하했지만, 그곳에 빅터스는 없었다.

1위 발표가 나자마자 무대를 내려가 버렸으니까. 의례적인 축하인사도 한마디 없이.

MC 형동이 마이크를 찬희에게 넘기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네. 헤이데이.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가장 먼저···”

찬희가 마이크를 넘겨받으며 무대 밑을 살폈다.

나를 찾는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손을 흔들었다. 찬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다.

“헤이데이를 여기까지 멱살 잡고 끌고 와 준, 우리가 가장 아끼고 존경하는 조명수 매니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 이름이 언급되자 카메라가 급하게 내 얼굴을 잡았다.

화면에 내가 가득 찼다.

나는 두 손을 머리에 얹고 크게 하트를 그려 보였다. 나 역시도 사랑하고 고맙다는 뜻으로.

멤버들이 환하게 웃었다.

와와와~

짝짝짝짝~~

방청석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명수 형 정말 고마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해 줘서.”

“형, 나도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제 꽃길만 걷자.”

멤버들이 돌아가며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내 눈시울은 붉어졌다.

‘저 녀석들이 나를 이렇게 격하게 만들다니.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우쳤을 때도 이런 기쁨은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구나!’

내 가슴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그럼 헤이데이 앵콜송 부탁드립니다.”

“KBC 생방송 뮤직월드 오늘의 1위는 헤이데이의 미치겠네라는 것을 알리고요. 저희는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

“안녕.”

전주가 흘렀고, 동료 가수들과 MC들이 무대를 내려갔다.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마워~”

헤이데이는 방청석 팬들과 시청자 팬들께 큰 절을 올렸다. 그리고 반주에 맞춰 자유롭게 앵콜을 불렀다.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편안한 무대였다.

훅 스친 너의 눈빛에 왜 이렇게 흔들려.

한 번도 사랑을 못해 본 어린 소년처럼

땅은 흔들리고 화산은 폭발해

내가 알던 세상은 fall'n down.

I could never live

without you by my side

하루 종일 멍하니 혼잣말을 내뱉고

정처 없이 걸었어

갑자기 깨달았지

바로 네 앞에 서있다는 걸

와~~아 미치겠네

미치겠네 하루 종일 네가 생각나

미치겠네 꿈에서도 네가 날 불러 미치겠네 하아!

훅 스친 너의 터치에 왜 이렇게 떨려.

한 번도 사랑을 못해 본 큐피드처럼

I never know what I’m gonna get.

그녀가 할퀸 자국에 내 맘은 mishmash.

미치겠네 하루 종일 네가 생각나

미치겠네 꿈에서도 네가 날 불러 미치겠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내 마음만 타들어가.

사막의 모래 늪으로 끌려 들어가.

나는 점점 너에게 중독이 되어가.

미치겠네 눈을 감으면 네가 생각나

미치겠네 눈을 떠도 네가 날 불러 미치겠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미치겠네

나를 좀 내버려 둬 미치겠네

나를 좀 잡아줘 미치겠네

아아악!

와와와와!!

짝짝짝짝짝~~~

영원히 함께 하자. 헤이데이!

사랑해!! 헤이데이!!!

우리는 헤이데이 시대에 산다!!!

***

뮤직월드 1위 발표가 끝나자마자 빅터스는 무대를 내려갔다. 다른 가수들은 1등을 한 헤이데이에게 축하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빅터스는 일부러라도 그럴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빅터스는 대기실에 들러 화장을 지우지도 짐을 챙기지도 않고, 밴까지 곧장 걸었다. 그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걷기만 했다.

매니저 이민규는 길을 터주면서 멤버들을 에스코트했다.

드르륵~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겐츠 리무진 엑스트라 롱바디의 도어가 열렸다. 제이크, 민후, 휘, 서준이 얼른 차에 올라탔다.

“아-. X팔. 쪽팔려. 쪽팔려 죽겠네.”

제이크는 밴에 타자마자 꾹 누르고 있던 울분을 터트렸다.

헤이데이와 같이 1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했는데, 급기야 1위 자리를 뺏기기까지 했으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방송 안 나가는 건데. X팔.”

퍽퍽.

주먹으로 앞좌석을 쾅쾅 내리쳤다. 앞좌석에 앉은 휘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만해.”

“어떻게 그만해?? 그딴 새끼들한테 졌는데. 아, 씨발.”

팍팍.

이번에는 발로 쾅쾅 찼다. 휘가 뒤를 휙 돌아봤다.

“나도 지금 폭발직전이야. 좋은 말로 할 때 그만해.”

“뭐? 이 새끼가 돌았나? 야, 너 말 다했어? 말 다했냐고!”

제이크는 휘를 한 대 칠 듯이 주먹을 들었지만, 주먹은 휘의 코앞에서 멈췄다. 휘의 아빠가 국회의원이라는 강력한 경고가 머릿속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휘는 그런 제이크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까놓고 얘기해서 형이 화내는 거 나는 이해 안 가. 형, 연습생 생활 하루라도 해봤어? ···돈이라면 모를까 실력은 헤이데이 애들한테 존나 딸리는 거 사실이야. 랩도 노래도 죄다 오토튠 보정이면서···”

“야, 이 새끼야 너 말 다했냐? 오토튠도 하나의 장르야!”

휘의 팩트 폭격에 제이크의 주먹이 다시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휘의 코앞에서 주먹은 멈췄다.

“그러는 너는 춤 잘 춰? 연습생 생활 2년 했다면서 실력이 그 정도야? 맨날 리오한테 쳐 발리는 주제에.”

“뭐?”

이번엔 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휘의 주먹 역시 뻗지는 못했다.

매니저 이민규는 정말 제이크와 휘 사이에 끼여들고 싶지 않았지만, 그냥 놔뒀다 일이 더 커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나섰다.

“야, 야. 제이크하고 휘 그만해. 아무리 속상해도 팀원끼리 이러면 안 되지.”

처음 빅터스를 맡을 때만 해도 별 매니지먼트의 실세가 되는 가장 빠른 루트를 탔다고 좋아했었는데,

빅터스 애들과 지내면 지낼수록 빅 똥을 밟은 기분이었다.

그때,

“아, 그 새끼들 너무 고분고분하게 놔뒀어.”

가만히 앉아 손톱만 잘근 잘근 씹고 있던 민후가 모두를 돌아봤다.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일이 아니야. 가만히 놔뒀다간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을 새끼들이라고.”

“당연하지. 헤이데이 새끼들 가만 두면 안 돼.”

“빅터스가 아이돌 매치에서 승리하고 블레이즈 뒤를 이을 후계자로 뽑혔는데, 헤이데이 한테 깨지는 건 말이 안 되지. 일단은 아빠한테 전화부터 해 볼게.”

“빨리 해봐.”

민후는 핸드폰을 꺼내 별 매니지먼트 상무이자 자기 아빠인 백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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