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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50화 (50/150)

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 50화

빅터스와의 촬영 이후, 헤이데이는 무대 연습에만 매진했다. 연습 또 연습뿐이었다.

점심도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첫 음방 무대만 생각했다.

나는 문득 시계를 보았다.

저녁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내일 어메이징 인기가요 드라이 리허설이 오전 7시니까··· 새벽 3시에는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 그렇담 이제 연습을 그만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어야 할 시간이야. 잠을 푹 자 둬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생방송은 오후 6시라 하더라도, 드라이 리허설이 오전 7시이므로 멤버들은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

연습은 이제 그만해도 됐다. 1미리의 오차도 없이 완벽했으니까.

나는 박수를 치면서 연습 종료를 알렸다.

“자, 자. 이 정도면 충분해. 내일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이제 그만 정리하자.”

그런데 멤버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형, 한 시간만 더 연습하면 안 돼?”

“한번 더 맞춰봐야 할 것 같아.”

“아직 뭔가 부족해.”

“이대로 숙소로 가면 잠 못 잘 것 같아.”

“조금만 더 연습할게.”

“완벽하지 않은 것 같아.”

연습을 더 하겠다고 떼를 쓰는 것이다. 요 며칠 강행군이라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안 돼. 지금도 벌써 7시 10분이야. 더 늦으면 내일 힘들어.”

내가 단호하게 거절했더니,

“그럼 10 분만이라도···”

“부탁이야.”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하기까지 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그래, 조금만 더 지켜보자.’

“좋아, 그럼 딱 10분이다.”

일단 멤버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무슨 일인지 알아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연습 더 하는 것을 승낙했다.

“알았어.”

“자, 음악 틀고 다시.”

멤버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각자 자기 자리에 맞춰 섰다. 그리고 음악이 흐르자 일사불란하게 안무를 소화해 나갔다.

몇 번을 봐도 완벽했다.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을 만큼.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멤버들만을 자세히 관찰했다.

‘보인다!’

미세하게 떨리는 찬희와 현우의 다리 근육. 재경의 팔 근육, 리오의 어깨 근육, 크레이즈의 목 근육을 포착했다.

화려한 안무 동작에 가려져 얼핏 보기엔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알 수 있었다.

‘몸에 무리가 올 때까지 연습하고 있었구만. 몸이 힘드니 불안하고, 그래서 연습에 더욱 몰두하고. 그랬던 거야.’

다들 몸에 무리가 왔는데도 무시하고, 오히려 연습에 더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연습 중독!

나 역시도 완벽한 무대를 만들 생각만 앞서, 멤버들의 중독과 불안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동일아, 가서 음악 좀 꺼 봐.”

“네. 음악을요?”

“그래.”

“네. 매니저님.”

배동일이 음악을 껐다.

춤을 추고 있는 도중에 음악이 끊기자, 멤버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어? 형. 왜 그래?”

“음악은 왜 꺼?”

“우리 연습 더 해야 하는데.”

“아니, 연습은 이미 충분해.”

나는 찬희에게 곧장 걸어가서 종아리를 만졌다.

“으아악!”

찬희는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현우 너도 이리 와 봐.”

현우는 주저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왔다.

마찬가지였다. 종아리를 꾹 누르자 찬희처럼 바닥을 나뒹굴었다.

재경, 크레이즈, 리오 모두 다 그랬다.

“지금까지 이 상태로 계속 연습하고 있었던 거야? 이렇게 무리하다간 몸이 부서져 버릴 거야. 내일이면 너희들 일어서지도 못한다고.”

“···”

멤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 계속된 연습에 몸에 무리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연습을 더 멈출 수 없었다. 불안했으니까. 무대를 망치게 될까 봐.

그래서 더 연습했다. 몸은 더 아팠고, 다시 불안감은 커졌고, 또 연습을 하고···

악순환이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현우 손 내밀어 봐!”

나는 현우의 팔목을 잡아 맥을 짚었다.

‘기맥이 흐트러지고 불안하다.’

멤버 모두의 맥을 짚었고, 같은 결론이 나왔다.

‘마음에 불안이 싹텄고, 급기야 그 불안이 녀석들을 삼켜 버렸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모두 바닥에 엎드려.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음방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

“응.”

“알았어.”

멤버들은 순순히 바닥에 엎드렸다.

나는 먼저 찬희의 종아리를 꽉 잡고 따뜻한 기를 넣어 아래위로 쓸어내렸다. 그러자 단단했던 종아리가 점점 부드러워졌다.

“아~~ 시원하다. 너무 편해.”

다음은 현우.

“따뜻한 게 느껴진다.”

다음은 크레이즈.

“윽, 좋다. 좋아.”

다음은 리오.

“시원하다.”

마지막으로 재경.

“너무 좋아.”

불안정한 근육부터 달래서 원상태로 차근차근 복구시켰다. 그 정도만 해도 멤버들은 편안해했다.

“아, 형은 만능이야. 만능.”

“고마워, 형.”

“다리가 하나도 안 아파.”

“우리는 복도 많지. 명수 형이 우리 매니저라니.”

“맞아. 맞아.”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불안의 싹을 잘라내고 마음을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

“이제 모두 둥글게 모여 앉아 봐.”

멤버들은 주섬주섬 일어나 둥글게 앉았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정신이 혼탁해지고, 정신이 혼탁해지면 육체가 날뛰게 돼. 결국 생기를 모두 빼앗기고 빈껍데기만 남게 되는 법이지. 그러니까 큰일을 행함에 있어 항상 마음부터 다스려야 해. 알겠니?”

“응.”

“알지.”

“맞아.”

“자, 이제 눈을 감고, 마음속 어디에 불안이 있는지 찾아보자.”

멤버들은 눈을 감고, 자기 내면의 불안을 찾아 나섰다. 나는 그들이 좀 더 쉽고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일단, 생각을 버려. 생각의 노예가 되지 말고, 생각이 나라고 생각하지 마. 우린 그냥 광활한 초원 위에 서 있는 거야. 쏴- 쏴- 때론 바람이 불기도 하고, 똑- 똑- 비가 내리기도 하고 햇볕을 쬐기도 해. 어깨를 늘어뜨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깊게 내 쉬고. 호흡 말곤 아무것도 내가 할 게 없어.”

멤버들의 표정이 평온하고 차분해졌다.

기가 바로 서면서 불안감을 다스린 것이다.

헤이데이는 음방에 맞춰,

몸과 마음이 온전히 준비되었다.

***

첫 음방 NBS 어메이징 인기가요가 있는 날이었다.

멤버들은 새벽 3시에 비몽사몽 일어나 씻었다. 욕실이 두 개였다면 조금 더 여유가 있었을 텐데, 하나뿐이라 둘 셋이 함께 들어가 되는 대로 씻었다.

‘역시 숙소가 이래서는 안 돼. 스케줄이 바빠질수록 힘들어지겠어.’

그리고 끌레르로 가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NBS 방송국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멤버들은 의자를 안마기능으로 맞춰두고 모자란 잠에 빠졌다.

백미러로 자고 있는 멤버들을 돌아보며 배동일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음방 생방이 오후 6시인데 새벽 3시 기상이라니. 뭐한다고 사람을 이렇게 일찍 불러요?”

“방송국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오전 7시에 리허설은 너무 심한데요.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가···”

방송의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의문이고, 출연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항변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을 제작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나는 배동일의 의문을 풀어주려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게 꼭 그렇지가 않아.”

“네?”

“너 오늘 어메이징 인기가요에 출연하는 팀이 몇 팀인 줄 알아?”

“대략 스무 팀 정도던데요.”

“그렇지. 그런데 보통 한 팀이 4명에서 12명까지 멤버들이 있잖아.”

“네. 그렇죠.”

“그냥 평균 5명으로만 잡아도 100명이야. 맞지?”

“아, 네.”

배동일은 이쯤에서 조금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헤이데이만 생각해 봐도 찬희, 현우, 크레이즈, 리오, 재경 모두 각자 파트에 맞춰 카메라 동선이랑 음향시스템이랑 조명 다 따로 설정해 줘. 팀마다 무대 설치도 다 다르고. 그런 복잡하고 세밀한 일을 실수 없이 해내려면, 리허설만 적게는 2번 많게는 3번까지 필요한 거야.”

배동일은 알겠다는 의미로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조금 더 설명했다

“피디, 카메라 감독, 음향감독, 무대감독들은 대략 100명의 가수들 동선을 다 숙지해야 하니까 만만치 않은 거지.”

“매니저님. 무슨 말씀이신지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래. 방송 하나 만드는 게 쉬운 게 아니야. 뭐, 가수들도 완벽한 무대를 꾸미고 싶으니까 힘들어도 감내하는 거고.”

“알수록 신기한 방송의 세계네요. 매니저님 덕분에 매일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 그런데 그렇게 힘든 음악방송, 한번 나가 보는 게 소원인 아이돌이 부지기수야. 음방 무대 한 번도 밟아보지도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데··· 안타까운 일이지···”

나는 헤이데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아이돌 중 하나였던 헤이데이.

하지만 오늘은 음방에 정식으로 초대된 게스트였다.

그때, 밴이 신호를 받아 좌회전을 하자 그린 반사 유리로 덮인 반짝반짝 빛나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신사옥으로 이전한 NBS 방송국이었다.

멤버들을 깨웠다.

“자, 자. 모두 일어나. 방송국 다 왔다.”

“다 왔어?”

재경이 먼저 눈을 비비며 깼다.

“그래 다 왔다. 오늘 한번 본 떼를 보여야지!”

나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힘을 불어넣었다.

“하~암. 좋지.”

“오늘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데, 당연히 보여야지.”

“보인다. 꼭.”

“자신 있어.”

“할 수 있다.”

멤버들 모두 기지개를 켜며 밝게 웃었다.

편안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

아침 일찍 인데도 방송국 앞에는 몰려든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꽃, 현수막, 간식을 들고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열렬히 응원했고, 어떤 이들은 카메라로 출근길 아이돌들을 열심히 찍어댔다. 대포 카메라로 불리는 고성능 망원렌즈 카메라도 심심찮게 보였다.

“뒤로 물러서세요.”

“라인을 지키세요.”

“앞으로 쏠리면 안 됩니다.”

방송국 직원들이 밀고 들어오는 팬들을 다시 뒤로 밀어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음방이 있는 날 아침의 방송국 모습을 처음 본 배동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른 아침부터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어요?”

“자기 아이돌 출근하는 거 보려는 팬들도 있고, 또 사진 찍어서 너튜브나 인별 그램에 올리려는 사람들도 있고. 아무래도 방문자수가 늘어나니까.”

“아, 네. 또 하나 배웠습니다. 매니저님.”

헤이데이 멤버들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확인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며 방송국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팬들 앞에 서는 거라 그런지 약간의 긴장이 흘렀다.

“어, 동일아. 우리 저기 앞에 내려주고, 차는 지하 주차장에 갖다 대. 그리고 음료수랑 아침에 간단하게 먹을 도시락 좀 부탁해. 멤버들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네. 알겠습니다. 매니저님은 아메리카노 아니면 녹차?”

“응, 녹차로 부탁해. 고맙다. 너도 하나 마시고.”

“네. 감사합니다.”

나는 법카를 배동일에게 내밀었다. 헤이데이의 높아진 위상에 한도가 높아진 새 법카였다.

배동일이 NBS 사옥 입구에 차를 댔다.

내가 먼저 내려 멤버들이 내릴 수 있게끔 문을 열었다.

찬희 현우 크레이즈 리오 재경이 차례대로 내렸다.

와와와~

악악악~

찰칵- 찰칵-

펑-

짝짝짝

멤버들 한 명 한 명 내릴 때마다 팬들의 환호성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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