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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6화 (6/150)

도사님은 아이돌 매니저 6화

무대 주변은 카메라 리허설 준비로 분주했다. 무대팀은 무대를 조명팀은 조명을 살폈고, 카메라팀은 객석 중앙에 스탠더드 카메라를 설치하고, 음향팀은 무대 양옆으로 스피커, 콘솔, 앰프를 손보고 있었다.

사람의 기술이 도술과 맞먹는 경지까지 올라오다니. 나는 그저 놀랍기만 했다.

헤이데이는 무대 밑에서 호출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한 스태프가 달려와 각자 멤버의 이름이 적혀있는 커다란 이름표를 달아 주고 갔다.

그 이름표를 보고 각 멤버들의 동선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멤버들은 심호흡을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 중이었다. 그때, 찬희가 현우의 어깨와 팔을 주무르며 작게 속삭였다.

“현우야,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이 정도 가지고 뭘.”

“오케이. 좋았어.”

찬희가 현우의 등을 토닥이며 격려했는데 그 행동이 특이해 보였다.

‘뭐가 괜찮냐는 걸까?’

어떤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안 그래도 현우의 기가 흐트러지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기에.

나는 곧바로 현우에 대한 조명수의 기억을 돌려보았다. 그러자 금방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현우에게 무대 공포증이 있구나.’

올봄, 현우는 음악 방송에서 사고를 쳤다. 생방송 중에 안무를 잊어버리고 3초가량 가만히 서 있었던 것이다. 그 여파로 멤버들의 동선과 안무가 꼬였고, 무대는 엉망이 되었다.

그 일로 헤이데이의 활동은 더 힘들어졌고, 회사도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아직 어린 아이돌 가수가 실수를 하면, 다독여서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보란 듯이 내치려 하다니.’

어차피 키울 생각이 없던 아이돌이니, 그런 일과 맞물린 것이 잘 됐다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

그때,

“헤이데이. 무대에 올라가 주세요.”

조연출이 소리쳤다.

“네!”

헤이데이는 힘차게 무대로 올라가 각자 위치를 잡고 섰다. 카메라와 조명이 멤버들에게 쏟아졌다.

“헤이데이. 동선 리허설 가겠습니다.”

MR 반주와 함께 리허설이 시작됐다. 대기실에서 연습할 때보다 더 진지하고 완벽했다.

실제 방송처럼 중계 카메라와 ENG 카메라가 멤버들을 쫒아다녔다. 그 영상을 보며 카메라 감독과 피디가 헤이데이를 모니터했다.

“쟤들 잘하는데요. 퍼포먼스 괜찮고 비주얼도 좋고. 카메라도 잘 받네요.”

카메라 감독이 각 멤버들의 동선을 체크하며 짧게 감탄했고, 피디도 고개를 끄덕였다. 최정상급 아이돌과 비교해도 어느 것 하나 손색이 없었다.

“사실 조금 걱정했는데 저 정도면 좋네요. 라이브도 괜찮고. 서로 간에 호흡도 잘 맞아요.

감독님. 얘네들 거의 신인이니까, 인물 위주로 잡아주고 특히 저 노란색 후드 입은··· 어,”

이은하 피디가 현우의 이름표를 확인하려 잠시 말을 멈췄다.

“어, 현우. 비주얼 엄청 좋네. 클로즈 업 좀 많이 잡아줘요.”

“네, 알았습니다. 오늘 우리 방송 살려준 은인들인데, 우리도 보답을 해야지.”

“그렇죠. ···하는 거 보면 준비된 아이돌인데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별 매니지먼트에 워낙 가수가 많다 보니···”

나는 귀를 쫑긋 세워 피디와 카메라 감독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만족하는 분위기라 다행이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우가 우뚝 섰다. 잠깐이었지만, 저번 봄 방송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순간, 찬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현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계속 자기 파트를 소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 현우가 왜 가만히 서있어?”

“그러게요. 안무의 한 부분인가?”

카메라 감독이 의아한 듯 한마디 던졌고 피디도 확인했다. 리허설을 끊고 가기엔 경미해서 일단 그냥 넘겼지만 둘은 한참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현우는 잠깐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멤버들과 공연을 이어 나갔다.

‘아, 이거 잘못하면 본방 때 큰일 나겠다. 현우에게 조치를 취해야겠어.’

나는 현우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무대 공포증이라는 것도 결국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고, 그건 불안과 연관되어 있다. 현우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불안을 다스려야한다.

‘명상의 힘을 좀 빌려야겠군.’

“여기로 와서 모니터링할까요?”

“네.”

리허설을 끝낸 멤버들이 땀 한번 식힐 새도 없이 모니터링을 하러 피디에게로 갔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아요. 라이브도 괜찮고 퍼포먼스도 좋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현우 씨?”

“네. 피디님.”

피디는 칭찬을 하다, 현우를 호명했다. 아까 실수를 지적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굳어 있는 현우의 얼굴이 더욱 딱딱해졌다.

“첫 번째 곡 후렴 때 동작이 잠깐 멈췄죠? 그때부터 조금씩 안무가 느려지더라고요.”

“···”

“그냥 보면 표가 안 나는데, TV 화면으로 보면 표가 나거든. 본방 때는 제대로 부탁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머지는 다 괜찮았어요. 지금 한 대로만 본방 때 하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대기실에서 좀 쉬세요.”

“네.”

대기실로 이동하면서 현우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현우는 흔들리고 있어. 이대로는 안 된다.’

현우가 무너지면 다른 멤버들도 차례로 무너질 것이었다. 본방 전까지 현우의 무대공포증을 해결해야 했다.

***

오후 4시가 되자 ‘포항 불꽃 축제’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청소년 댄스 배틀, 버스킹 버스킹, 지역 가수의 축하 공연,

그다음 KBC 뮤직월드 이원 생방송, 해상 불꽃놀이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헤이데이는 뮤직월드 이원 생방송 때, 2곡을 부를 예정이었다.

멤버들은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방송국 메이크업 담당자에게 메이크업을 받았다. 메이크업 담당자는 멤버들의 개성과 의상을 고려해 정성껏 메이크업을 해주었다.

“얼굴에 다크닝이 많이 올라왔어. 새벽에 일어났나 봐. 이럴 땐 그린 베이스로 기초를 깔아 주는 게 훨씬 낫지. 그리고 야외무대라 조명이 실내 보다는 어둡고, 특히 KBC는 뽀샵 처리가 약해. 좀 실사적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진하게 화장이 들어가야 얼굴이 선명해 보인단 말이지. 아이고, 그리고 이 오빠는 너무 잘 생겼다. 그냥 조각이네 조각이야. 다음에 배우해야겠다.”

메이크업 담당자가 현우의 잘 생긴 얼굴을 크게 칭찬했지만, 현우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의상과 메이크업, 헤어가 다 준비되었다. 지금 바로 무대에 올라도 손색없을 만큼.

이제 내가 움직일 차례였다.

“너희들. 아까 휴게실에서 라면 먹은 게 다지? 형이 편의점 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

“형, 법카 막 긁어도 되는 거야?”

막내 재경이 눈치를 살폈다. 아마도 조명수가 법카를 쓰다가 박 팀장에게 혼이 난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야, 애들한테 김치볶음밥이면 됐지 무슨 깐풍기에 탕수육이냐. 쟤네들 아직 안 떴어. 회사에 마이너스라고. 제발 눈치를 보면서 살아라. 응? 명수야. 음방 1위 찍거나 망고에서 음원 1위 하면 그때 팍팍 써.]

귓가에 박 팀장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나는 썩소를 날렸다.

***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도시락 코너로 갔다. 삼각 김밥과 일반 김밥 그리고 여러 도시락들이 진열장에 있었다.

‘보자, 어떤 도시락이 좋을까? ···음, 건강 식단 도시락. 이거 괜찮네.’

우엉, 당근, 고구마, 더덕, 연근에 소갈비찜으로 구성된 건강식단 도시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격은 다른 도시락의 두 배였지만, 멤버들의 건강과 컨디션을 생각해서 그걸로 선택했다. 그리고 샐러드도 몇 개 담았다. 피를 맑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는데 채소와 과일만 한 것이 없으니까.

‘요즘 편의점에는 안 파는 게 없다던데. 호두도 있겠지.’

사실 편의점에 온 진짜 목적은 호두였다. 현우의 무대 공포증을 효과적으로 없애는데 꼭 필요한 장치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호두 다섯 알을 묶어놓은 상품이 있었다. 엄청 비싸긴 했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집었다.

‘현우가 나를 믿고 따르기만 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야.’

도시락과 샐러드 음료수와 호두를 한 바구니 사서 편의점을 나왔다.

그런데 조명수의 비대한 몸으로 바쁘게 움직이니 숨이 헉헉 차올랐다.

“이 부실한 몸뚱이. 하여튼 이 살부터 퇴출 대상이다.”

아찔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멤버들이 기다리는 대기실로 돌아갔다.

“배고프지? 먹고 하자.”

“이거 비싼 거네.”

“형 법카 이렇게 팍팍 써도 돼?”

“걱정 말라고 했지.”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멤버들은 건강 도시락으로 든든하게 식사를 했다.

남은 시간은 연습에 열중했고,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정말 생방송만 앞두고 있었다.

“10분 뒤에 생방 들어갑니다. 헤이데이 스탠바이 해주세요.”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스타일대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강인한 기운이 대기실을 후끈 달궜다.

오직 현우에게서만 불안정한 기운이 계속 감지되었다.

이제 현우의 무대공포증을 없앨 시간이었다.

“현우야.”

내가 불렀지만 현우는 듣지 못하고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손바닥만 문질러댔다. 무대 공포증이라는 괴물에게 삼켜지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블랙아웃 상태.

팟!

나는 현우의 어깨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제야 놀란 현우가 나를 쳐다봤다.

“형!”

“잠깐 나 좀 봐.”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구석자리로 현우를 데려갔다.

그리고 호두를 두 손에 쥐어줬다.

“···이게 뭐야?”

“네 머릿속에 있는 괴물.”

“응?”

“눈을 감아 봐.”

“···”

“형 믿고, 눈 감아 봐.”

현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온전히 자신을 맡겼다.

“자, 먼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너를 상상해.”

“···”

“보여?”

“응, 보여.”

“계속 눈을 감은 채로 하늘을 쳐다봐. 보이지?”

“응.”

나는 현우의 손을 잡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 내 의식을 현우의 의식과 연결한 것이다.

스스로의 명상을 통해서 공포증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좋기는 했지만, 지금은 급한 상황이었으므로 내 명상에 현우를 탑승시켰다.

“저 밑에 있는 사람들이 보여?”

“개미처럼 작게 보여.”

“좋아. 더 올라간다.”

현우를 지구 밖 우주로 데리고 나가 무대를 내려다보게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보여?”

“안 보이는데.”

“그래. 그럼 그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서 깊게 호흡을 해.

그리고는 어차피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는 단지 먼지일 뿐이고 아무도 너를 해할 수가 없어.”

“아무도 날 해할 수 없어.”

현우는 나와 함께 호흡하며 깊은 명상으로 들어갔다. 서서히 맥박이 느려지더니 기(氣)가 안정을 되찾았다.

합!

현우의 등에 다시 한번 기를 불어넣었다.

“됐어. 이제 눈을 떠.”

편안한 표정이 되어 현우가 눈을 떴다. 순수한 에너지가 온몸을 감싸며 무대 공포증이라는 불안을 깡그리 몰아냈다.

“이제 그 호두를 깨서 씹어 삼켜. 지금껏 너를 괴롭힌 허깨비라 생각하면서.”

“응.”

와작!

현우는 호두 껍질을 시원스레 깨뜨리고 호두를 씹어 삼켰다.

“형, 몸과 마음이 너무 가볍고 깨끗하다. 그동안 그런 불안이 어디에 있었나 싶을 만큼.”

그때, 조연출이 천막을 걷었다.

“헤이데이 무대로 나와 주세요.”

“네!”

현우를 비롯한 헤이데이 멤버들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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