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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정복자-185화 (완결 후기) (18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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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나는…… 부하들이 올 때까지 버텨야…….’

    마크는 금세 두려움으로 얼룩진 표정을 했다. 

    그의 본래 직업은 석사 과정의 소심한 과학도였다. 

    논문은 막히고 대인관계 또한 원활하게 풀리지 않던 찰나에 인공지능 목걸이를 얻게 되어 악마의 유혹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로 인공지능 목걸이로부터 서서히 세계 지배에 대한 야망을 얻게 되면서 그는 조직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해 왔다. 

    그 이유는 그가 직접 나서기에는 소심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2단계 육체 강화는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애당초 시도하지도 않았다.

    헌데 자신이 시도조차 못했던 기술을 당당히 성공시킨 채로 정체조차 파악할 수 없는 강력한 전투 기술을 휘두르는 성진을 보면서 마크는 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그런 마크를 보면서 성진은 그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저것만 얻으면 되는 건가?’

    - 그렇습니다, 마스터. 저 인공지능 목걸이를 확보하면 데크몬 족이 지난 시간 저질러 온 지구에서의 범죄 기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은하 방위군은 데크몬 족의 범죄 사실을 폭로하고 우주의 질서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좋아.’

    성진은 태합 유문의 가르침인 유룡 보법을 극성으로 전개하면서 삽시간에 마크에게 다가갔다.

    마크는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성진은 귀식 대법과 유룡보를 섞어 쓰면서 쉽게 포위를 따돌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과 체형이 최대한 비슷한 적 대원 한 명을 기절시켜 호흡을 자신과 더 비슷하게 해 놓았다.

    극성으로 펼쳐진 유룡보를 피하지 못하고 어어 하는 사이에 마크의 두 눈에 갑자기 시뻘건 핏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랏? 저건 뭐지?’

    - 저건…… 저 목걸이가 주인의 의식을 장악한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목걸이는 한심한 주인인 마크의 전의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고 직접 의식을 장악한 것이었다. 

    “크아아아아!”

    괴성을 내지르면서 성진에게 총탄을 난사하면서 뛰어드는 마크. 

    그 역시도 1단계 육체강화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개조당한 BW챌린지의 병사라 해도 전투력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그러나 성진에게는 너무도 느리고 하찮게 보이는 발악이었다.

    곧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에게 지시했다.

    ‘절기를 발동시켜! 15배의 속도로 박살내 주자.’

    - 알겠습니다, 마스터.

    곧 성진의 몸이 다시 열다섯 배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성진의 태합경이 작렬하자마자 마크가 쓰러진 직후 인공지능 목걸이는 시뻘건 빛을 뿜으며 폭발하려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팔찌가 즉시 방해 코드를 원격으로 입력하자마자 자폭은 실패했다. 

    오히려 인공지능 팔찌가 가볍게 기능을 장악하자마자 쉽게 그간 저질러 온 데크몬 족의 악행과 지령들이 출력되었다.

    “오호! 과연 네가 신형인 게 사실인 모양이구나?”

    - 마스터. 결코 저의 기능을 자랑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데크몬 족의 떨어지는 기술력에 비해 은하 방위군의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저의 성능은 절대적으로 비교해선 안 될 수준입니다.

    “하하하. 그래?”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내는 인공지능 팔찌의 말에 성진은 크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 별안간 성진의 눈앞에 희뿌연 빛이 어렸다.

    그 모습 속에서 낯선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자 성진은 무언가 낯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은…… 혹시?”

    “네. 한성진 씨의 짐작이 맞습니다.”

    빛 속에서 떠오른 얼굴은 빙긋 웃어 보였다. 

    성진이 일전에 기차역에서 구해 냈던 바로 그 문제의 외계인과 동일인임을 성진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주의 지성체들과 은하 방위군을 대신해서 성진 씨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아, 아니요…… 저야 뭐 당연히 지구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성진은 손사래를 쳤지만 외계인은 성진의 노고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래 저희는 문제가 해결되는 즉시 그 팔찌를 회수하려 했습니다만 성진 씨의 노고를 특별히 인정해 사망하는 순간까지 팔찌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외계인의 말에 성진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지능 팔찌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물론입니다. 오히려 제가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려야지요.”

    “아닙니다. 당신의 선량하고 이타적인 용기로 인해 처음부터 당신을 택했고 우리는 그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다행히 당신은 데크몬 족의 대리자를 물리쳤고 악행에 대한 증거까지 확보했습니다. 앞으로도 당신이라면 이 지구의 미래를 밝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팔찌의 사용 권리를 사망 시까지 인정해 드리는 것입니다. 부디 앞으로도 선량한 본성 그대로 지구 인류 전체를 위해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외계인의 격려에 성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희가 증거를 확보함에 따라 데크몬 족이 저지른 짓에 대해서 지구에 간섭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으니 나머지 문제는 저희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외계인의 말에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BW챌린지의 대원들이 두둥실 떠올랐다.

    “저들은 최대한 치료를 마친 후 기억을 소거한 후에 적당한 곳에 놓아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성진 씨. 이만 헤어져야겠습니다.”

    꾸벅 인사하는 외계인을 보고 성진도 마주보며 인사하려 했다.

    허나 그 순간 삽시간에 사라지는 외계인과 다른 광경들을 보고 성진은 갑자기 끝이 났다는 실감이 들었다.

    “후…… 끝인가.”

    - 그렇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 팔찌의 조용한 보고에 성진은 싱긋 웃으며 인공지능 팔찌를 쓰다듬었다.

    어느덧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인공지능 팔찌는 TV 전파를 수신해 성진에게 들려주었다.

    - 개표 과정에서 드디어 윤진만 후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당선이 확정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개표 지지율 75%!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훗. 역시 윤진만 변호사님이 해내셨군.”

    세상은 그렇게 새로운 시대를 조용히 맞이하고 있었다.

    *   *   *

    지중해의 무인도. 

    성진과 결혼한 혜영, 그리고 성진의 여동생과 부모님까지 모두가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 전 아이를 낳았음에도 아직까지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혜영은 비키니를 입은 채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성진을 바라보았다.

    “당신 늘 바쁘더니 언제 무인도를 빌릴 생각까지 했어요?”

    나이 서른 살을 넘은 지 얼마 안 되어 이미 세계적인 대기업이 되어 버린, 네오 테크비젼과 플루토 투자 그룹을 거느리고 있는 성진의 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서 다 같이 여행을 가는 것은 당분간 포기했던 혜영이었는데 성진이 별안간 무인도를 빌려 일가족을 모시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야 늘 너무 바쁘니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 그나저나 장인어른도 모시고 왔어야 했는데 아쉽네.”

    “에이. 아버지는 복지 재단 일이 재밌다고 늘 열성이신걸요.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재밌게 즐겨요. 여보.”

    혜영이 다정하게 웃으며 말하자 성진은 사랑스러운 그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요. 여보.”

    그때였다. 

    갑자기 성진의 휴대폰 벨소리가 거세게 울리기 시작했다.

    “어머. 말 끝나기가 무섭다더니…….”

    “에이. 별거 아닐 거야.”

    혜영이 상황을 감 잡고 혀를 차니 성진은 미안해 하면서  휴대폰에 손을 뻗었다.

    “나에요. 무슨 일입니까.”

    - 회장님! 저 김영식 비서입니다. 

    “무슨 일인데 영식아?”

    성진은 영식이 대학을 졸업한 후 자신의 비서로 채용해서 근처에 두었다. 

    성진은 자신들끼리 대화할 때는 편하게 말하라 하는데도 영식은 반드시 비서로서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며 일적인 업무로 대화할 때는 깎듯이 회장님 소리를 빼놓지를 않았다.

    - 지금 경쟁사에서 우리 회사에게 부당 거래 소송을 걸었습니다. 뻔한 억지이지만 아마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뭐야? 그렇다면 신제품 수출에 지장을 주려는 의도인가?” 

    -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지금 즉시 본사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성진은 그 말에 대답하면서도 혜영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하지만 혜영은 장난스럽게 삐친 표정을 지을 뿐 곧 밝게 웃으면서 성진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빨리 가요. 회장님이 나서 주셔야 직원들이 안심할 거 아니겠어요?”

    “흐음…… 그래요. 그러면 당신은 부모님 모시고 천천히 즐기다 오도록 해요”

    “네, 여보.”

    혜영은 성진에게 섭섭한 표정을 보이기보다는 애써 밝은 미소를 보여 주려 애썼다. 

    회사를 위해 큰일을 하러 가야 하는 성진에게 부담을 주기 싫은 까닭이었다. 

    성진은 그런 혜영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뿐이었다.

    “그럼 한국에서 봐요.”

    “네.”

    성진이 손을 흔들자 즉시 인근 섬에 정박 중이던 헬기가 날아올라 섬의 뒤편에 착륙했다.

    곧 헬기에 탑승한 성진은 전 세계에 심어 놓은 정보 단말들을 일제히 가동시켰다. 

    곧 경쟁사가 보유한 기밀 정보와 문건들, 그리고 간부들의 통신 내역과 자신의 회사를 향해 세운 억지 논리와 조작된 증거들이 모조리 빨려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싸우기도 전에 상대의 패를 모두 다 읽어 버린 성진은 웃음을 지었다.

    “후훗. 이런 조잡한 수준으로 준비했단 말이야?”

    이미 전 세계의 정보를 지배하는 성진에게 있어 어떠한 수작도 통할 수 없었다.

    성진은 이 세계를 무력 따위로 지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막강한 정보를 바탕으로 무한한 자유와 기회를 누릴 뿐이었다. 

    성진은 어서 빨리 자신에게 불합리한 시비를 건 경쟁사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종사님. 기후나 기체 상태가 허락된다면 최대한 속도를 높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빨리 가고 싶군요.”

    “앗! 예 회장님. 가능한 한 최대 속도로 가겠습니다.”

    헬기 조종사는 곧 로터의 출력을 더욱 더 높이며 본토를 바다를 가로질러 갔다. 

    <도시정복자 완결>

    & 저자 후기

    저의 작품을 재밌게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작가로서 무척 기쁜 일입니다.

    읽는 분들이 즐겁기를 바라며 쓴 글이기에 부디 제 글을 읽어 주신 분들이 즐거움을 얻으셨기를 바랍니다.

    비록 부족하나마 저의 작품을 통해서 찰나의 휴식과 조그마한 만족이라도 얻으셨다면 좋겠습니다.

    모두 어려운 시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드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마음에 조금이라도 답을 드릴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저의 작품을 마지막까지 읽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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