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84화 (184/185)

<-- 184 회: 7권 - 결전 -->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전우들로서 팀워크와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들은 3명씩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총구를 겨눈 채로 온 산을 수색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썩 좋지 않았다. 

분명 그들은 예리한 눈썰미와 초인적인 수준의 순발력으로 성진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자마자 정확한 조준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 투쿠쿠쿠쿵.

소음기 처리가 되어 있는 총구인지라 총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비교적 작았다. 

그러나 그 사이를 마치 유령처럼 비집고 들어와 성진은 아무 말도 없이 양손바닥을 번개처럼 뻗었다. 

“크아앗!”

 손바닥이 훑고 지나간 자리마다 엄청난 통증과 격통이 온몸을 내달리며 휩쓸고 무력화시켰다. 

철저한 훈련과 특수한 약물 주사를 통해 그들은 앞으로 6시간은 더 초인적인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보통의 인간 군인들이라면 지금의 그들을 상대로 100배가 훨씬 넘는 병력을 투입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은 단순히 초인적인 수준의 전투력을 보유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이 인지하지도 못하는 속도로 삽시간에 3명 전부를 무력화시킨 성진은 가볍게 손바닥을 털고 허무하게 쓰러지는 그들로부터 총기를 빼앗았다.

‘보급을 최대한 줄이는 건 전투의 기본이니…….’

성진은 총탄을 꽂아 넣은 탄창을 손아귀째로 우그러뜨려서 총탄 자체를 몽땅 못 쓰게 만들어 버렸다. 

다른 총기들 또한 손아귀의 힘으로 그대로 부숴 버렸다. 

본인이 쓸 적당량의 탄환과 총기 한 자루를 챙기고 성진은 그대로 모습을 감춰 산의 험준한 숲 속으로 몸을 감췄다.

‘후우…… 지금까지 철저히 준비해 온 기술이 아니었다면 정말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웠겠어.’

성진의 인지 가속은 만능이 아니다. 

한 번 쓸 때마다 엄청난 데미지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신체의 회복은 더디고 누적되면 목숨이 위험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 성진은 인지 가속의 사용 시간을 줄일 수 없었다. 

의식의 흐름이 빨라져도 몸이 빨라지는 건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엔도 츠요시의 비전 절기를 일본에서 얻고 그 최대 단점인 이성을 잃어버리는 광전사화를 인공지능 팔찌의 나노 로봇이 척추와 신경계, 두뇌 작용에 미치는 부작용을 적절히 보완함으로서 열다섯 배에 달하는 스피드와 민첩성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인지 가속을 적절히 절제해서 성진은 총탄까지 피하며 적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일본에서 보고 배운 귀식 대법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성진이 일본에서 살피며 얻은 기술은 총 3가지. 

엔도 츠요시의 광전사화 절기와 쿠라마이 류세의 유성도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닌자들이 매복하면서 사용한 기술, 귀식 대법.

‘귀식 대법이 아니었다면 놈들의 감각을 속일 수 없었겠지.’

어찌 된 영문인지 놈들의 감각은 일반인이 몇 배에 달했다. 

기타 신체 반응 속도와 역량도 훨씬 발달해 있어 성진은 그들을 얕볼 수 없었다.

‘일본에서 마주친 닌자들보다 순수한 전투력은 우위일지도 모른다.’

일본에서의 닌자들은 총기를 든 일반 군인들을 적수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아무리 강력한 총탄을 연속적으로 퍼붓는 중화기를 들어도 훨씬 더 반응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강력한 보법을 사용하는 그들을 맞추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나 저들은 성진이 유룡보를 극성으로 펼쳐도 일제히 연속 화망을 펼치면서 총탄이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따라붙었다. 

위협적인 사격 실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특별하게 강화된 신체 능력에 기인함이 틀림없었다.

‘이놈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성진은 BW챌린지라는 자들의 정체가 외계인들이 관련되었다는 말을 듣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상상보다도 훨씬 더 터무니없는 짓을 해 온 모양이었다.

‘비정상적인 개조와 약물 반응으로 신체 반응의 밸런스가 상당히 망가져 있는 거 같던데…….’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를 통한 대사 스캔으로 그들이 절대 건강한 상태가 아님을 간파했다. 

인위적인 강화의 부작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었다. 

그런 비인간적인 시술과 강화를 하는 조직이라면 결코 지구의 패권을 넘겨줄 수가 없었다.

‘어차피 당장은 내 가족이 다치지 않는다 해도 저놈들이 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다면 결과는 뻔하겠지.’

성진은 기를 쓰고서라도 이 상황을 자신의 승리로 끝내리라 결심했다.

그렇게 한참 이곳저곳을 누비며 적들을 각개 격파하고 있는 와중에 인공지능 팔찌가 갑작스럽게 이상 신호를 수신했다.

-마스터. 적들의 뇌파와 정신 파장이 이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뭐?’

성진의 물음에 인공지능 팔찌는 즉시 화면을 출력했다. 

아까 전 적들의 뇌파 반응이 갑자기 급격하게 뚜렷해지고 공명하기 시작했다.

- 마스터. 조심하십시오. 아마도 저것은 우주 전투 종족들이 노예 병사들을 부릴 때 사용하던 금지된 기술의 응용인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팔찌의 보고에 성진은 부아가 치밀었다.

‘노예를 부리던 기술이라고?’

- 그렇습니다, 마스터. 적들은 이제부터 의식이 통일된 상태입니다. 각개격파는 불가능합니다.

‘그럴 수가…… 사악한 놈들이군. 의식까지 빼앗다니……’

- 전 우주에서 사용이 금지된 기술이라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 전해지지 않았음에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저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아마도 데크몬 족이 도운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서 싸워 이긴다면 데크몬 종족의 비리를 적발하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진다면?’

- 증거를 입증하기가 아마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마스터. 

‘좋아. 이기면 다 갖고 지면 죽는다는 거군…….’

성진의 말에 인공지능 팔찌는 말을 이었다.

- 저희 은하 방위군의 선택으로 마스터를 끌어들이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구 인류를 위해 가장 적합하고 선량한 인물을 빠른 시간 안에 택해야 했습니다. 

‘그래. 사정은 확실하게 이해했어. 지금은 저놈들을 제거하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의 말에 마음을 쓰지 않았다. 

인공지능 팔찌로 인해 엄청난 행운을 누렸고 거기에 따른 대가로 지구 인류를 구하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진다면 어차피 모두가 불행해지므로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할 이유가 있었다.

- 마스터. 저 기술은 아직 기초적인 단계로 판단됩니다. 기초 수준의 기술이라면 시전자가 반드시 근처에 있어야 합니다. 약 500m 이내에 저들을 지휘하는 시전자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놈을 찾아서 제거하십시오. 놈이 데크몬 족의 이기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좋아. 가자.’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가 제시한 실마리에 적들을 최대한 피해 달리기로 결심했다.

곧 귀식 대법을 응용한 호흡과 움직임을 최대한 극성으로 펼치면서 성진은 조금씩 이동하며 문제의 시전자가 있을 만한 곳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   *   *

데크몬 족이 협조하여 개발한 지휘 기술은 마크 본인에게 완전히 새로운 감각을 주었다. 

부하들 개개인의 감각이 완벽히 공유되면서 마크는 더 이상 각개격파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적이 나타난다면 즉시 최대한 버티거나 도주를 명령하면서 삽시간에 적의 출현 위치 근처로 포위하게끔 움직이는 명령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흐흐흐. 놈은 이제 끝장이다.’

과연 결과는 맞아떨어졌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성진은 강화된 감각을 자랑하는 부하들을 완전히 떨쳐 낼 수 없었고 어느 정도 포위 공격을 당하면서 상당한 위기에 봉착해야 했다.

그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 다시 수풀 속으로 숨어 들어가야만 했다.

‘한성진이라 했나? 네놈은 이제 끝이다.’

이제 데크몬 족과 은하 방위군의 대리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싸움의 승자는 마크 자신이 될 것이었다. 

그리하면 즉시 이 지구의 지배권은 마크 본인이 가지게 될 것이며, 은하 방위군은 데크몬 족의 암묵적인 지원 속에서 마크가 지구를 점령해 나가는 모습을 방해할 수 없다.

그렇게 한참 꿈에 젖어 있는 가운데 별안간 살기가 뒤통수를 찔러 왔다.

‘흡!’

깜짝 놀란 마크는 몸을 급하게 숙여 옆으로 굴렀다.

동작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크가 서 있던 자리로 나무 막대기가 작렬하며 사방으로 나무 파편이 튀었다.

- 파앙.

허공으로 비산하며 부서져 내리는 나무 파편들을 보면서 그 사이로 젊은 남자의 형상이 드러났다.

“네, 네놈은! 한성진인가?”

“그렇다. 직접 만나는 건 피차간에 처음이군. 네가 데크몬 족의 대리자인가?”

성진이 마크를 노려보자 마크는 여기저기 망가진 몰골의 성진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흐흐흐! 겨우 그 꼴을 해 가지고 나를 상대하겠다는 것이냐? 운 좋게 내 부하들의 포위를 따돌리고 들어온 모양인데 넌 여기까지다.”

그 말에 성진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네놈 부하들이 올 때까지 시간 끌 속셈인 거 다 안다. 똑똑히 말해 두겠는데 넌 끝났어.”

성진은 다시 왼쪽 손에 여러 개를 들고 있던 나무 막대기들 중 하나를 오른손에 쥐었다.

성진이 방금 땅바닥에 막대기를 날린 것은 단순히 던진 것이 아니라 쿠라마이 류세의 유성도법을 응용한 것이었다. 

강렬한 내려치는 힘을 담은 유성도법의 묘용이 나무막대기에 담겨 내려쳐지면 그것은 폭탄이나 다름없다. 

성진은 등 뒤에 총기도 한 자루 메고 있었지만 그것은 BW챌린지의 부하 병력들을 따돌리면서 기만전술을 쓰기 위해 썼을 뿐, 마크 역시도 자신처럼 육체 강화가 되었다면 총탄보다는 한방에 쓰러뜨리는 데 넓은 범위를 타격하는 유성도법의 파괴력이 주효할 것이라 생각했다.

과연 성진의 예상대로 투척된 나무 막대기의 파괴력이 예상을 뛰어넘자 마크는 당황했다. 

피한다고 피했지만 몸을 날리다시피 했음에도 생각보다 넓게 비산하는 나무 막대기의 파괴력은 마크의 허벅지를 일부 관통했다. 

단순한 나무 막대기가 아니라 경력이 실린 채로 유성도법의 묘용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저건 대체…….’

- 마스터. 당황하지 말고 어서 빨리 부하 병력들을 모으십시오. 마스터께서는 버티시기만 하면 됩니다.

인공지능 목걸이의 조언은 엄연히 당황하는 마크에 대한 질책이 섞여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마크는 부아가 치밀었다.

‘빌어먹을! 누가 그걸 모르냔 말이야! 내 부하들도 지금 달려오고 있지만…….’

5분이 넘게 걸릴 것이었다. 

그 5분은 성진과 자신이 지척에서 버티기에 너무도 오랜 시간이었다. 

마크는 알 수 있었다.

성진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2단계 육체 강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빌어먹을…… 저놈과 일대일로 대적한다면 승산이 없다!’

거기에 성진이 익힌 특수한 무술과 전투 기술은 마크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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