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82화 (182/185)
  • <-- 182 회: 7권 - 충돌의 전조 -->

    우주의 탄생 이후 수많은 문명이 각지의 행성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났다. 

    우주 곳곳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일구어 나가던 존재들. 

    지성을 가지고 문명을 확장해 나가던 여러 세력은 오해와 불신으로 첫 충돌을 가진 뒤 어마어마한 규모와 장대한 세월 속에서 살벌한 전쟁을 치렀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명이 소멸하고 종족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그제야 알아차린 많은 지성체들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성체들은 존귀한 존재이며 기적적인 존재임을 천명하는 우주 지성체의 보호 법안을 만든다.

    그리고 이를 지키고 수호하기 위해 창설한 은하 방위군이 우주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지성체들이 외부 세력으로부터 습격당하는 일만은 방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되자 침략의 본성을 못 버린 종족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른 지성체들을 침략할 방책을 세웠다.

    문명의 수준이 훨씬 모자란 지성체들에게는 우주 지성체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릴 수 없고 무력적, 외부적 개입을 할 수 없지만 단 예외적 조건으로 지극히 작은 수준의 장비나 지식의 전달이 가능하다는 수칙이 있었다.

    바로 지성체들이 항거 불가능한 수준의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멸망하는 과정을 막기 위한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예외 조항이었다.

    허나 이러한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진 예외 조항을 사악한 수단으로 이용한 세력이 있었다.

    바로 마크가 가진 목걸이를 제작해 우주 각지로 뿌린 데크몬 종족이었다.

    잔인무도한 침략으로 유명한 이들은 발달한 문명 지식을 최대한 충격 없이 전파한다는 명분으로 여러 원시적인 수준의 문명 행성에 몰래 목걸이를 뿌린 뒤 뒤늦게 통보했다.

    결과는 참혹한 수준이었다. 

    곧 목걸이를 통해 막강한 힘을 얻게 된 소수 혹은 개인이 해당 종족의 문명 전체를 지배하며 무적의 막강한 폭군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목걸이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로 비밀스럽게 자원과 공물을 데크몬 족에게 바친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으나 증거는 잡을 수 없었다. 

    이에 은하 방위군은 항의했으나 정치적인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무력 침공까지 논의되는 와중에 전쟁의 가능성을 부담스러워한 은하 방위군 장성들은 다른 방식의 대응책을 결정해 버렸다.

    바로 맞불 작전. 

    데크몬 족이 퍼트린 목걸이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능의 첨단 단말기를 비밀리에 뿌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단말기를 얻게 되는 자의 사명은 데크몬 족의 목걸이를 가진 자와의 대적하는 것이었다.

    마크는 그래서 오랫동안 자신의 숙적이라 할 수 있는 자를 찾아오며 경계했다. 

    그리고 그 숙적이라 확신하게 된 인물인 한성진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 마스터. 마스터의 임무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는 끊임없이 마크를 압박하면서 목표물인 한 성진에 대한 제거를 종용했다.

    마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걸이에게 동의의 뜻을 보였다. 

    그의 인생을 바꾼 목걸이였지만 그의 인생은 어찌 보면 목걸이의 노예나 다름없이 점점 변해 갔다. 

    목걸이는 마크의 심리 근간에 깔려 있는 욕심을 자극하면서 점점 목걸이의 능력 없이는 유지할 수 없는 지위와 영향력을 즐기게끔 심리를 자극하고 있었다.

    결코 목걸이를 버릴 수도, 목걸이가 요구하는 뜻을 거절할 수도 없는 존재.

    반쯤은 꼭두각시가 되어 버렸음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마크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본성에서 은하 방위군과의 협상이 끝났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대리자와의 ‘우연한 충돌’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겠지만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수단이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된다면 계획적인 침략 의도로 의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공지능 목걸이는 마크에게 데크몬 족이 은하 방위군과 협상한 내용을 들려주었다.

    말인즉슨 사실상 마크 본인이나 마크가 속한 세력이 성진과 직접 충돌하는 것은 우연히 그럴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사실은 그것마저도 억지에 가까운―협상 결과였지만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성진을 해하려 한 정황이 명백하다면 즉시 은하 방위군이 개입한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그게 무슨 뜻이지?’

    마크가 뜻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자 인공지능 목걸이는 다시 설명했다.

    - 목표물 한성진과 직접 충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변 인물을 납치하거나 국가, 외부 세력을 이용해 협박하는 것은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방법으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즉 말을 하자면 성진의 가족을 납치하는 것은 은하 방위군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후후후. 그런가? 좋아. 그 정도쯤은 어쩔 수 없지. 내가 배치한 부하들이 이미 한국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그놈들을 이용하는 정도는 괜찮겠지?’

    - 문제없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마스터의 뜻입니다. 그러나 협상 내용에서 민감한 점은 목표물의 주변 인물을 이용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협상 과정에서 주장하는 데 실패한 부분입니다.

    ‘그렇군.’

    마크는 납득했지만 그들 외계 세력들의 협상 내용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포기했다. 

    미묘한 부분에서 인간과 가치관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 목걸이가 말한 결과의 뒷사정은 부하들을 이용해도 좋다는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 데크몬 족이 여러 방면으로 알력을 행사한 억지스러운 결과였다.

    미리 무기를 준비해서 성진의 주변으로 배치해 놓은 행동 자체가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것임에도 데크몬 족은 그 부분을 변명하기 위해 전 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면서 정치력을 행사했다.

    성진과 마크의 충돌 자체가 앞으로 데크몬 족의 침략 방식이 수월해지느냐 아니냐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은하 방위군과 데크몬 족 모두 이 싸움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었다.

    ‘좋아. 이제 불과 몇 시간 후 이 지구의 주인이 결정된다.’

    마크는 눈을 계속 감은 채로 비행기가 어서 한국의 공항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마침내 대통령 선거 당일 아침. 

    국민들의 성원 속에서 민주주의의 축제라 할 수 있는 전 국민 투표가 시작되었다.

    대통령 선거의 투표가 아직 한참 이어지고 있는 점심 무렵 성진은 휴대폰 알림 벨을 들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낯선 전화번호. 

    성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울려 퍼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진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 한성진 씨인가요?

    자신을 분명히 아는 낯선 목소리. 

    자신의 집 전화번호는 외부에 함부로 알 수 없는 번호다. 

    자신을 전담하기로 한 국정원 경호 요원이 아니라면 직접 전화를 걸 일이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빌어먹을…….’

    성진은 대답을 망설일 정도로 난생 처음으로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 

    인공지능 팔찌를 손에 넣은 이유로 지금까지 정말 심각한 두려움은 느낀 적이 없었으나 다른 어떤 존재도 아닌 가족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전화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전혀 뜻밖의 내용을 들려주었다.

    - 한성진 씨. 저는 당신에게 그 팔찌를 전해 준 사람입니다. 기억나나요? 기찻길 위에서 당신이 구해 주려고 애쓰다 위험에 빠질 뻔했었지요.

    ‘헉!’

    전혀 뜻밖의 말에 성진은 신음을 삼킬 정도로 깜짝 놀랐다.

    ‘맙소사! 정말인가?’

    성진의 의문에 화답하듯 인공지능 팔찌가 응답했다.

    - 그렇습니다, 마스터. 전화기를 통해 특수한 음문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저를 마스터에게 전달해 준 당사자가 확실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공지능 팔찌의 확인에 성진은 침을 삼켰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외계인이 다시 나타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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