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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정복자-181화 (181/185)

<-- 181 회: 7권 - 상륙 -->

성진은 박천중 회장이 하나뿐인 외동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 어떤지 짐작이 갔다.

“그래요 그럼. 일찍 가 봐요. 나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네 그럼 내일 봐요, 성진 씨.”

“건물 현관까지는 내가 배웅할게요. 같이 나가요 혜영 씨.”

성진은 혜영의 손을 잡아끌고 자신의 집 현관 바깥까지 혜영을 배웅했다. 

혜영은 성진의 배려가 마냥 기분 좋은 눈치였다.

“그럼 진짜로 내일 봐요. 성진 씨.”

“네. 나중에 봐요.”

혜영이 자신의 차에 올라타서 차를 몰고 사라지는 동안 뒤에서 지켜보던 성진은 손을 흔들면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배웅 인사를 했다. 

그 뒤 다시 집에 들어가려는데 낯선 인기척이 성진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응?”

명백히 성진 자신을 향한 시선과 의식들. 

성진이 멈칫거리자 즉시 골목길 모퉁이에서 낯선 외국인 남성들이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성진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뭐하는 자들이지?”

명백히 적의 어린 시선을 보내는 성진을 향해 외국인 남성들은 냉정한 표정으로 성진을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한성진 씨. 우리는 당신에게 볼 일이 있습니다.”

“나에게 볼 일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우리는 BW챌린지. 한성진 씨도 일본에서 우리의 존재에 대한 정보쯤은 입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직설적인 상대방의 물음에 성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일본에서의 내 행적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성진으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의 행적에 대해 누군가가 파악하는 일은 성진으로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 

성진이 늘 생각해 온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 또한 비밀스러운 형태로 조직을 운영해 온 걸 보면 나의 존재를 나란히 폭로해서 득 될 건 없을 것이다.’

성진은 BW챌린지가 비밀스러운 형태로 운영되어 온 현실로 미루어 볼 때 자신의 존재를 굳이 밝히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어차피 상호 간에 좋은 인연은 아닌 듯하군요.”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저희 BW챌린지는 한성진 회장님을 정식으로 모셔 가려고 온 것입니다만.”

“날 모셔 가겠다구요?”

성진은 코웃음을 쳤다.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성진의 태도를 본 BW챌린지의 요원들은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조만간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야겠군요.”

“뭐요? 강제적인 수단?”

성진의 눈초리가 일그러지자 BW챌린지의 요원은 양손을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오늘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닙니다.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주택가 한복판, 그것도 저명한 한성진 회장님이 저택 앞에서 주먹을 휘두른다면 좋은 일은 아니겠지요?”

그 말에 성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주먹을 내려놓았다.

협박이 먹혔다고 생각한 것인지 BW챌린지의 요원들이 여유롭게 뒤돌아서는 순간이었다.

“난 좋은 일이 아니라고 해서 피할 생각은 없는데?”

성진의 단호한 음성과 함께 그들의 등 뒤로 어마어마한 고통이 작렬했다.

“크억!”

“크아윽!”

성진의 양손 끝에서 태합경의 발경 오의가 나왔고, 적중당한 그들은 가볍게 핏덩이를 토하며 거리에 나뒹굴었다.

“가서 똑똑히 전해라. 무슨 협박 수단을 쓰든 나는 굴복하지 않아. 네놈들이 무슨 수단을 쓰든 그걸로 날 굴복시킬 생각은 접는 게 좋다.”

“크으윽…….”

신음을 내지르면서 나뒹구는 그들을 뒤로하고 성진은 느긋하게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멀리 떨어진 건물 창가에서 상황을 감시하던 BW챌린지의 감시 요원은 정면으로 맞서는 성진의 대응을 보고 주변의 부하들에게 구조를 지시했다. 

다른 부하들이 성진의 공격에 쓰러진 자들을 구하러 가는 사이 그는 특수한 암호 처리가 된 무전기로 짤막하게 보고했다.

“타깃의 평화적인 포섭에는 실패했습니다.”

- 좋다. 이제부터 무력 대응에 전념하도록.

“알겠습니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 성진과의 무력 충돌은 확정적이었다. 

허나 성진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단 한 명일 뿐. 

강력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자신들이 겁을 낼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유치한 방식으로 자신의 무력을 뽐내는 성진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한성진…… 어차피 넌 마크 님의 제물일 뿐이다.’

성진의 능력을 평가 절하한 그는 곧 부하들과 함께 건물을 빠져나갔다.

*   *   *

집 안으로 들어온 성진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빌어먹을…… 어디서 저런 놈들이…….’

성진이 BW챌린지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생각한 것은 자신이 먼저 놈들의 정체를 파악한 뒤 기습하는 방식이었다. 

늘 그렇게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적들을 면밀히 살피고 대처한 성진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놈들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최악이군.’

성진이 간과한 것은 설마하니 지구상에 자신의 존재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조직이 존재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점이었다.

BW챌린지라는 존재의 편린을 자각한 순간 곧바로 그들은 성진의 정체를 파악해 버린 뒤 이 나라에 상륙해 버렸다. 

그리고 놈들은 성진의 존재를 원한다. 

‘아마도 인공지능 팔찌와 내가 보인 능력이 궁금한 것이겠지.’

놈들이 인공지능 팔찌의 존재를 알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을 호락호락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기에는 나름대로 성진의 전투 능력에 대해 조사한 바가 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진이 걱정하는 점은 바로 성진에게 소중한 가족과 인연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놈들이 내 가족을 가지고 협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성진에게 가장 두려운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그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성진의 가족을 노린다면 혼자인 성진이 당해 내기란 어렵다. 

그렇게 된다면 성진은 평생 복수의 길을 걸으면서 BW챌린지를 사냥해야만 한다.

‘이런 젠장…….’

지금까지 승승장구만 해 왔던 성진에게 있어 지금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만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러한 성진의 불길한 예감은 눈앞에 사실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   *   *

차기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마지막 유세전.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 속에서 출마를 선언했던 윤진만 후보는 여당 지지자들과 국민 상당수의 지지를 받으면서 아침 일찍부터 유세전에 나섰다. 

그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서 지켜보던 성진은 미리 육정철 대통령에게 부탁해 국정원과 기타 정보기관들이 성진의 가족을 철통 경호하게끔 부탁해 놓은 상황이었다.

국정원 역시 상시로 성진을 원거리 경호하던 차에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나타나 습격을 당한 상황에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성진의 저택 앞에 당당히 나타난 데에는 그에 앞서 경호 중이던 국정원 요원들을 먼저 제압했던 것이었다.

그랬기에 성진의 가족 근처에 정예 경호 요원들이 엄중한 원거리 경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참 모자라다.’

성진이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가족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정말 그들이 작정하고 성진의 가족을 해치려 한다면 그것은 정말 손 쓸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까지 코너에 몰릴 줄이야…….’

성진은 자신의 최대 약점이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정말 그들이 가족의 목숨을 가지고 성진에게 굴복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할까. 

성진이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 

이성은 그러라고 속삭이고 있었지만 성진은 알고 있었다.

나중이야 어떨지 몰라도 당장은 결국 그렇게 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나에게 있어서 세상 그 무엇보다 가족 이상으로 소중한 것은 없다!’

성진이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결국 아무리 답답한 상황이 되더라도 가족을 약점으로 삼는다면 어쩔 수 없다.

그랬기에 성진은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했다.

그렇게 한참 성진이 불안에 잠겨 있는 사이 머나먼 외국 저편에서 의문스러운 사나이가 한국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   *   *

대서양 한가운데를 날아가고 있는 여객기의 밤. 

실내 조명등을 끄고 숙면에 빠져 있는 VIP석 손님들 사이에서 피곤을 모르는 듯 부리부리한 눈매로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다.

쉰 살이나 되었을까. 

중년의 시기를 거의 다 넘기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한 남자의 표정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무감정하고 냉정하기만 했다. 

그가 취침을 취하려는 기색도 없이 창만을 바라보자 당직 중이던 스튜어디스가 조용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손님. 잠이 잘 안 오십니까?”

중년의 남자는 낮게 손을 저으며 거절의 빛을 보였다.

“아니요. 그냥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네요. 난 괜찮습니다.”

“예. 실례했습니다 손님.”

“아닙니다.”

정중하게 스튜어디스의 배려를 거절한 남자는 다시 정중히 인사한 뒤 총총히 사라지는 스튜어디스를 외면하고 다시 창가에 집중했다. 

남자의 이름은 제이먼 다이크. 

주민정보 등록상에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영국 이민자로 알려져 있는 그는 작은 지방 부동산 회사의 경영자였다. 

그러나 그것은 대외적인 신분일 뿐. 

그의 정체는 전 세계 위정자들과 각 최첨단 연구 분야의 연구소, 일부 군대의 불안과 경외, 찬탄과 경악을 동시에 받는 정체불명의 집단 BW챌린지의 수장. 코드네임 [마크]였다.

‘이제 한국까지는 몇 시간이 남았지?’

마크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매만지며 속삭였다.

남자가 목걸이에게 말을 거는 이유는 그가 미치광이라서가 아니었다. 

바로 그 목걸이는 외계의 기술로 만들어진 특수한 기능과 높은 연산 능력의 집합체였다.

- 이제 3시간가량이 남았습니다 마스터.

제이먼 다이크, 마크를 마스터로 부르면서 대답한 목걸이.

그 목걸이는 백금색의 광채를 빛내고 있었는데 지구상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을 기묘하고 독특한 느낌의 빛깔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걸이에 걸려 있는 푸른색 사파이어 또한 결코 지구상의 물건이 아닐 듯한 기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허나 목걸이의 정체는 마크 본인이 아니라면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세상 사람들 그 누구도 그 목걸이의 본모습을 알지 못했다. 

오로지 그 목걸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자는 마크 본인뿐이었다.

‘좋아. 최후의 결전이 가까워지고 있군.’

마크는 눈을 지그시 감고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를 한국으로 직접 찾아오게 만들었던 최후의 전언을.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버린 이 목걸이를 얻게 된 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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