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74화 (17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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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지가 잘려 나간다든지 골절상을 입는다든지 등의 끔찍한 광경을 예상한 중년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성진의 차가운 음성이 떨어졌다.

    “이제 넌 평생 달리거나 남을 주먹이나 도구로 때리거나 할 수 없다. 손과 발에 강한 완력을 절대 낼 수 없게 될 거다. 그나마도 선한 마음을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서서히 사지가 약해져서 걷지도 못하게 될 거다.”

    성진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진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성진은 무시하고 방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어차피 나중에 차차 깨닫게 될 테지.’

    성진은 남자의 몸속에 나노 로봇을 집어넣어서 척추 자체에 강하고 신속한 운동 명령을 내리지 못하도록 특수한 조작 처리를 해 뒀다. 

    인공지능 팔찌가 성진의 육체를 강화하면서 얻은 인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척추와 신경의 근육 명령 체계를 손본 것이었다. 

    ‘아예 진기를 불어넣어서 한바탕 휘저어 주면 영구적으로 반신불수가 될 테지만…… 그래서는 살인이나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그렇게 생각한 성진은 진기를 불어넣는 대신 인공지능 팔찌를 집어넣어서 육체를 통제하는 신경 명령 체계의 과정을 손상시켰다. 

    그것도 조금씩 걷거나 운신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큰 힘을 주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정도로만 조치했다. 

    아마 의학계에 보고되면 새로운 증상의 병명이 생겨날지도 몰랐다.

    “충고하는데 내 경고를 잊지 마. 네가 손을 털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더더욱 사지가 힘을 잃을 거다. 앞으로 며칠 안에 네 스스로 죄를 뉘우치고 그간 지은 죄를 자수하지 않으면 평생 걷지도 못할 거다.”

    성진은 그 말만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성진이 남긴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인공지능 팔찌의 나노 로봇은 비록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그것은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복잡한 명령을 즉시 바로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나노 로봇의 숫자가 한계가 있다는 뜻이었다. 

    주어진 명령을 미리 입력해서 스스로 조건에 따라 동작하는 나노 로봇을 만들어서 뿌리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없었다. 

    ‘네가 자수하지 않으면 나노 로봇은 척추에 붙어서 사지의 근육으로 전하는 신호를 서서히 차단하게 될 것이다.’

    과연 스스로 자수를 할지 말지는 알 수 없지만 당장 뛰어다닐 수 없게 된데다가 아마도 자신의 몸이 서서히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과연 자수하지 않고 버티기란 힘들 일이었다. 

    *   *   *

    놈을 제압하고 나온 성진은 주변 마당과 건물 곳곳에 쓰러져 있는 젊은 장정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한적한 시골 전원주택 별장에 성진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제압한 여러 젊은 장정이 마당을 비롯해 이 방 저 방 안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들은 평범한 건달들이 아니었다. 

    상당히 특수한 전투 무술 동작이 몸에 익은 자였고 차영석에게서 받은 일부 살인 기술도 섞어서 쓰는 자들이었다.

    ‘쯧쯧. 나름대로 무력을 애써 확보하려고 노력해 온 모양이지만 내 앞에서는 어림도 없다.’

    성진은 오늘 안에 각 지역에 흩어져서 놈들의 조직을 뒷받침하고 있는 모든 간부를 휩쓸어버릴 작정이었다. 

    이미 서울 안에 있는 모든 간부가 순식간에 당했고 지방에 있는 자들은 그 소식을 듣고 재빠르게 비밀 아지트로 이렇게 숨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전국의 교통 이동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성진의 눈을 피해 이동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불가능했다.

    “이제 몇 명이나 남았지?”

    - 가까운 주변 지역에는 단 두 명만 남았습니다, 마스터. 

    “좋아. 오늘 안에 재빨리 마저 쓸어버려야지.”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가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남은 간부들의 거처를 파악한 뒤 차에 올라탔다.

    곧 성진의 차를 대신 운전하는 인공지능 팔찌는 남은 목표물들을 향해 빠르게 차를 몰았다.

    *   *   *

    어르신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노인에게 전해진 것은 성진이 행동에 나서고 약 5시간 만에 서울 지역에 기거하던 간부들이 한꺼번에 당한 뒤였다. 

    순식간에 서울 지역에 두고 있던 인적 자원들과 조직 기반이 붕괴한 것을 깨달은 노인은 자신이 평생을 두고 피땀 흘려 이룩한 조직이 뿌리부터 흔들려 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 누구도 우리 조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나…….”

    노인은 자신의 조직이 누군가에게 속살까지 낱낱이 파악당해 해부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어쩔 줄을 몰랐다. 

    사실상 그의 조직은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제대로 아는 자가 없었다. 

    강후 그룹의 하재혁 회장조차도 그저 노인의 존재와 함께 조직의 성향이 어떤지 정도로만 풍문으로 떠도는 것과 함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주었을 뿐, 그것들을 기반으로 삼아서 노인의 조직을 추적해 낸 것은 오직 성진의 인공지능 팔찌가 가진 정보 조사 능력 덕분이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구나. 반나절도 안 돼서 서울 지역의 간부들이 몽땅 궤멸당한 것도 그렇고……. 하아……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노인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전국 각지에 있는 간부들에게 즉시 긴급 대피 명령을 하달했다. 

    직후 각지에 숨어 있던 간부들이 다시 한 번 비밀 아지트를 향해 이동했지만 그 또한 교통 감시 체계를 모두 들여다보면서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성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노인은 자신의 조직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필시 어마어마하게 크고 강대한 조직이 손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성진이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손을 보고 있는 것이었지만 도저히 한 명의 힘으로 해내기엔 상상도 가지 않는 규모의 일인지라, 노인은 아주 강력한 조직이 나서서 자신의 조직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틀림없이 나와 내 조직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 우리를 잘 알면서 이토록 치밀하고 신속하게 강력한 무력을 퍼부을 자들은…… 내가 알기로 일본의 그 총재뿐인데…….” 

    노인의 생각은 바다 건너 열도의 흑막 속에서 지배하는 총재에게 생각이 미쳤다. 

    그가 가진 신비한 능력을 사용하는 암살 닌자 부대를 움직였다면 자신의 조직이 이토록 어처구니없이 당하고 있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나를 공격할 줄이야……. 누구인지 확실하게는 몰라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노인은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미 가장 중요한 지역인 서울의 조직 간부들이 모조리 궤멸당했고 주요 지방 거점들도 서서히 명령 체계와 핵심 인력들을 잃어 가고 있는 비상시국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침착했다. 

    그에게는 아직 의지할 만한 마지막 전력, 가장 아껴 둔 한 수이자 어쩌면 그가 믿을 만한 유일한 카드가 남아 있었다.

    “우리 정예 병력들의 배치 상황은?”

    “현재 남부 지방을 향해 이동 중입니다. 아군 인력의 피해 상황으로 적 세력의 이동 방향을 추정해 볼 때 곧 부딪힐 것으로 추정됩니다.”

    “좋아. 걸리면 놈들을 되도록 생포하도록. 배후를 밝혀내야 후속 대응을 모색할 수 있으니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부복을 한 뒤 나가는 부하들을 보면서 노인은 분노로 꿈틀대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감히 이 나를 상대로 도전을 하다니…….’

    노인이 자랑하는 전력인 최정예 병력은 기존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 요원들 중 최정예 전력만을 모아 배치한 최강의 전투 병력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입수한 자동 권총까지 무장하고 있었다.

    ‘어떤 자들일지는 몰라도 결코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인은 아직까지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쉽게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수십 년간 강력한 힘을 자랑해 온 자신과 그의 휘하에 있는 조직이 쉽게 무너질 일은 절대 없으리라고 여겼다.

    곧 그것이 착각으로 밝혀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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