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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정복자-162화 (162/185)

<-- 162 회: 7권 - 귀국 -->

- 승객 여러분.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본 항공기는 이제 곧 김포 공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착륙에 대비해서 모든 짐과 수하물을 안전하게 챙겨 주시고 충격에 대비하여 자리에 전원 착석하신 뒤 안전벨트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기장의 안내 방송이 끝나고 곧 구름이 걷힌 뒤 비행기 창문 아래로 김포 공항의 전경이 눈 아래 펼쳐지기 시작했다. 

착륙에 대비하여 승객들의 착석 상태를 점검한 승무원들이 지정석으로 돌아가는 사이 윤진만 변호사와 성진은 다시 한 번 눈빛을 교환하며 앞으로의 일을 다짐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윤진만 변호사님.’

‘물론입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성진 회장님.’

곧 비행기는 김포 공항의 활주로를 향해 천천히 기수를 내리기 시작했다.

*   *   *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했다. 

승객들이 서둘러 하차 준비를 하는 사이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에게 감각 제한을 해지하도록 했다.

‘청각을 일정 수준 개방하도록 해.’

- 알겠습니다, 마스터.

곧 성진의 육체 감각 능력 중 청각이 상당 부분 개방되자 성진의 귓전으로 공항의 여러 소음과 함께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전달되었다. 

비행기의 이착륙 소리 속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로 들끓는 열광적인 분위기가 분명히 감지되고 있었다. 

수십여 킬로미터 안의 모든 청각적 자극 요소를 접수한 성진은 출입국장 근처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혹시 취재단인가?’

성진은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국내 인터넷과 여론 반응을 미리 확인해 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상당한 반향과 열광이 있다는 것 정도는 미리 체크해 놓았다. 

- 확인해 보겠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 팔찌는 성진이 의문을 표하자마자 즉시 공항의 중앙 감시체계 시스템에 침투했다. 

곧 공항 로비와 출입국 관리장의 cctv 감시 화면이 성진의 시야에 직접 출력되기 시작했다.

‘인파가 굉장한데? 저 정도 숫자의 사람들이 왜 모여든 거지?’

성진의 시야에는 기자단뿐 아니라 다정한 연인들부터 삼삼오오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잡혔다. 

마치 가족 단위 나들이를 나온 듯한 평범한 시민들이 공항 로비에 가득히 몰려나와 기다린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어려웠다.

‘연예인이 입국하기로 한 거야? 오늘자 입국자 명단 중에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스타가 있는지 확인해 줘.’

- 알겠습니다, 마스터.

잠시 후 인공지능 팔찌는 해당 사항이 없음을 확인하고 성진에게 보고했다.

- 대중 스타가 오늘 입국하기로 한 경우는 없습니다. 출국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음? 아니, 그렇다면…….’

- 그렇습니다, 마스터. 현재 밀집되어 있는 군중은 마스터를 비롯한 협상단원들을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공지능 팔찌는 공항 로비에 몰려 있는 환영 인파들이 성진과 협상단을 기다리는 것으로 확신했다. 

성진조차도 설마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을 기다려 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정말이야? 우리 말고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할 만한 인물이 오늘 공항에 없는 게 확실한 건가?’

- 물론입니다, 마스터. 마스터를 비롯한 협상단원들을 제외하면 오늘 공항 입출국자 중에서 대중적인 화제가 될 만한 인물들은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건…….’

성진은 크게 고무되었다. 

정말로 자신들을 맞이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까지 모인 것이라면 이는 윤진만 변호사의 공로를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였다. 

‘좋아. 바로 지금이 기회다.’

성진은 옆에 앉아 있던 윤진만 변호사에게 귀띔했다.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서 일반 시민들까지 공항에 나와 있습니다. 기다리고 계신 시민분들에게 간단히 화답할 대사라도 몇 마디 생각해 두세요.”

“예? 아니 그런…….”

윤진만 변호사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언질에 당황했다. 

설마하니 자신들을 맞이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이 공항에까지 나와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윤진만 변호사도 최근에 몇 번씩이나 방송에 출연하던 인물인지라 금방 침착하게 표정을 다잡았다.

“걱정 마십시오. 저도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기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표정을 확실히 한 윤진만 변호사를 본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바로 그겁니다. 잘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진의 당부를 전해 들은 윤진만 변호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가시죠.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예. 가야지요. 가서 환대에 보답을 드려야지요.”

윤진만 변호사는 성진의 미소에 화답하면서 조용히 하차 준비를 했다. 

담담한 마음으로 몸을 일으키자 곧 온몸에 자신감의 기운이 가득했다. 

성진은 그런 윤진만 변호사를 보면서 이제 대통령 후보로서, 이 나라의 대선 주자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진은 기분 좋게 웃으면서 협상단 전원을 돌아보며 외쳤다.

“여러분! 공항 입구에 아마도 저희를 환영하는 시민분들이 모이신 것 같습니다. 가시죠!”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면야 이거 정말 보람찬 일이군요.”

협상단원들은 성진의 말에 기쁜 듯이 미소를 교환했다. 

성진은 그런 이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예. 가서 활짝 자랑스럽게 웃어 보이도록 하지요. 어서 가십시오, 여러분.”

성진은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앞장서 내려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객실 복도를 나섰다. 

협상단원들 역시 가볍고 기분 좋은 잰걸음으로 뒤를 쫓았다. 

*   *   *

협상단원들이 공항 입국 게이트 문을 지나치자마자 열광적인 환영 인파들의 환호성이 공항 로비를 쩌렁쩌렁 가득 울렸다. 

입국 게이트 앞은 유명 연예인의 행사장을 방불케 하는 찬사와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와아아아아!”

“일본 원정 협상단의 귀국을 환영합니다!”

취재단이 카메라 셔터를 터트리는 것과 동시에 시민 대표들이 앞으로 나와 커다란 박수와 함께 함성으로 협상단원들을 맞았다. 

그 모습을 협상단원들은 감격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허허. 이거 이 정도일 줄은…….”

협상단원 중 한 중년의 고위 공무원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봤다. 

“이 정도로 많은 시민분이 오실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며 성진에게 놀랍다는 듯 말하자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볍게 화답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거둔 협상 성과가 국민들 마음속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정말이지 이건…… 이건…… 정말이지…….”

중년의 공무원은 먹먹해진 채로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뜨거운 열광의 현장을 직시했다. 

잠시 넋을 잃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니 아마도 큰 보람과 감격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기쁨이겠지.’

성진은 그가 느끼는 감격을 굳이 훼방 놓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계속 입국 게이트 앞에 있으면 다른 이용객들과 공항 출입객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때문에 성진은 협상단원들을 옆으로 나오게 한 뒤 자신들을 보러 모여든 사람들에게 어서 빨리 화답을 해야만 했다. 

“윤진만 변호사님. 앞으로 나서시죠.”

성진은 협상단원들 중 뒤꼍에 있던 윤진만 변호사를 재빨리 불러 귀띔했다. 

성진의 귀띔을 받은 윤진만 변호사는 작게 손사래를 치며 살짝 민망해 했지만 성진은 윤진만 변호사의 그런 엄살을 봐주지 않았다.

“여러분! 저희 협상단원들을 반갑게 맞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텔레파시의 효용을 담아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성진의 첫 목소리는 잔잔한 호기심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았다. 

그런 군중들의 시선 속에서 성진은 당당하고 또렷한 음성으로 옆에 있던 윤진만 변호사를 소개했다.

“오늘 이 자리에 저희 협상 과정에서 아주 큰 공헌을 해 주신 분께 이 영광을 특히 돌리고 싶습니다. 윤진만 변호사님. 나와서 한 말씀 해 주시죠.”

성진의 호명과 함께 윤진만 변호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앞으로 나섰다. 

이미 방송을 통해서 인지도가 웬만한 유명 연예인 못지않게 알려진데다가 가뜩이나 차기 대선 주자, 잠룡으로도 지목받는 윤진만 변호사가 앞으로 나서자 사람들의 시선은 단박에 성진에게서 윤진만 변호사로 쏠렸다. 

그것은 일부러 성진이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윤진만이라고 합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방송에도 몇 번 나간 까닭에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윤진만 변호사가 자신의 유명세를 겸손하게 의식한 듯 말하자 군중들 속에서 윤진만 변호사를 알아본다고 연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윤진만 변호사님! 방송 나오실 때마다 잘 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윤진만 변호사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따뜻하게 들려왔다.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시민들의 태도와 목소리에 윤진만 변호사의 표정은 저절로 따스하게 풀어졌다.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잘난 사람은 절대 못 됩니다. 다만 정말 훌륭하시고 뛰어난 분들과 함께 운 좋게 협상단에 참여해서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낭랑한 목소리로 운을 뗀 뒤 잠시 뜸을 들인 윤진만 변호사는 여러 군중을 돌아보며 밝은 미소와 함께 마저 말을 이었다.

“제가 협상단원 분들을 대표해서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뿐입니다. 이 자리에서 모여 주시고, 또 저희를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겸손과 함께 윤진만 변호사의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가 울려 퍼지자 그 마음을 전해 받은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로 윤진만 변호사의 진심에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방송 기자들의 카메라와 쉴 새 없이 터지는 신문기자들의 카메라 셔터가 부지런히 점멸했다. 

성진은 그 광경을 보면서 자신의 계획이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깨달았다.

‘좋았어. 이제 윤진만 변호사는 명실공히 확실한 차기 대선 주자다.’

성진이 알아본 정보에 따르면 이미 여당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윤진만 변호사를 대선 후보 경선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기존에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의원들은 윤진만 변호사라는 강력한 신성의 출현이 부담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워낙 대세로 떠오르다 보니 대놓고 반대하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육정철 대통령도 성진과의 교감이 사전에 있었던 탓에 사적인 채널을 통해서 부지런히 윤진만 변호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여권 전체에 윤진만 변호사에 대한 러브콜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었다. 

‘좋아. 모든 게 차근차근히 이루어지고 있다.’

성진은 청중들의 열광과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윤진만 변호사를 보면서 자신의 계획을 향한 큰 산을 하나씩 넘고 있음을 자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진의 마음속에는 아직 한 가지 일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계획에 시동을 걸기 전에 아직 해야만 할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영식이의 부모님을 찾아 드리는 일이었다. 

정황이나 정보 등은 포착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성진은 영식이의 부모님을 찾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먼저 그 약속부터 지킨 다음 내 계획을 옮겨야겠어.’

성진은 당분간 짬을 내어 영식이의 부모님을 찾는 일에 전력으로 집중할 생각이었다.

대중의 열광을 한 몸에 받는 윤진만 변호사를 보면서도 성진은 자신이 영식이와 개인적으로 한 약속의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야만 했다. 

대중들의 환호를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일별하면서 공항을 빠져나가는 협상단원들 속에서 성진은 영식이의 부모님을 찾는 방법을 구상하는 데 한참 골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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