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57화 (157/185)
  • <-- 157 회: 6권 - 협상 타결 -->

                         *      *      *

    대중일보 사무실.

    국내 굴지의 메이저 언론 신문사인 대중일보의 사회부 기자인 곽정수는 열정적인 평상시 태도와는 달리 진이 빠진 채로 책상 위에 엎드려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이고오... 기자 생활 접어야 할 판인가? 이 내가 허탕을 치다니...”

     평상시처럼 연신 취재활동에 열을 올리면서 다양한 인맥에 수소문을 하던 곽정수였다. 

    메이저 언론 신문사 기자다운 노련함을 발휘하면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경찰 직원들을 구워 삶아 강력범죄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동네를 며칠간 매복했다.

    그러나 정작 매복하고 있던 곽정수 본인은 피폐해진 몰골로 소득 없이 사무실에 돌아오고 운 좋게 그 골목을 지나던 경쟁사의 다른 기자가 특종을 낚아챘다는 소식에 분통을 터트릴 뿐이었다.

    “사회부 기자 생활 몇 년만에 이렇게 황당하게 당한 적은 처음이다 진짜... 아이고...”

    엄살을 피워대는 곽정수를 보면서 주변의 동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 뭐라 말이 없었다.

    평소에나 쾌활한 척만 할 뿐 워낙에 성격이 독한 데가 있어서 기분 안 좋을 때 건들면 괜한 덤터기를 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때에 어디 하늘에서 뚝 하고 특종이라도 떨어져 준다면 모르겠는데 말이야.’

    곽정수는 어디 가서 다시 쓸만한 기사거리를 찾아와야 하나 하고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허리춤에서 익숙한 진동 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 부으으으응

    - 부으으으응

    휴대폰의 진동음이 반갑게 울려대자 곽정수는 이 시각에 곧잘 오던 스팸 전화를 의심하면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예상과 달리 반갑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다.

    - 여보세요? 저입니다 한 성진. 곽정수 기자님? 이거 곽정수 기자님 전화 맞나요?

    다른 누구도 아닌 VVIP라 할 수 있는 성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곽정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이 나서 전화를 받았다.

    “앗! 옛! 예 저입니다 곽정수요. 정말 전화 잘 주셨습니다 한 회장님. 하하하하하하.”

    한참 기분이 안 좋았던 차에 특종의 냄새를 솔솔 풍기는 VVIP 성진이 전화를 주자 곽정수 기자는 언제 풀이 죽어 있었냐는 듯 골골대던 기운은 간데 없이 희희낙락대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국내는 물론 세계를 뒤흔드는 이슈 메이커였던 성진이 아니었던가.

    이번에 연락을 준 이유도 결코 만만한 이유가 아니리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 곽정수 기자님. 혹시 일본 출장 가능합니까? 여기에 특급 정보가 있어서 말입니다. 곽정수 기자님한테만 특별히 일러 드리고 싶은데 말이지요.

    “예? 특급 정보라 하시면.... 뭔가 힌트라도 주셔야...”

    성진의 말에 솔깃함을 느낀 곽정수는 살살 힌트를 요구했지만 성진은 냉정할 뿐이었다.

    - 글쎄요. 그건 이 일본에 오고 나서 들으셔야 할 거 같은데요. 워낙 기밀을 요하는 사항이라서 말입니다. 

    “기밀이라.. 저기, 회장님. 가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야만 제가 출장 예산이 나오거든요. 저같은 사람은 따지고 보면 직장에 매인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한데 무턱대고 출장을 보내 달라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핫.”

    너스레를 떨면서 성진에게서 정보를 요구하는 곽정수 기자의 말을 듣고 휴대폰 너머에서 성진은 피식 웃었다.

    그 것이 수락의 뜻임을 알아들은 곽정수 기자는 휴대폰에 귀를 대고 쫑긋 세웠다.

    -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지요. 간단한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조만간 일본 내각이 정부 차원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중대한 발표가 있을 것입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습니까?

    “도, 독도 문제요?”

    곽정수 기자의 머리 속 안테나에 예민한 촉이 걸렸다. 곧 안테나가 가동되기 시작한 곽정수 기자의 머리 속에 특종 예상 경보가 요란하게 발동되기 시작했다.

    - 그렇습니다. 독도 문제 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식민지 침략 지배 문제에 대한 내용까지 한꺼번에 다뤄질 것입니다.

    성진의 자신만만한 말에 곽정수 기자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 이건.. 엄청난 특종이 분명하다!’

    자신에게 또 한 차례의 기회가 다가왔음을 깨달은 곽정수 기자는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회장님! 제가 즉시 달려가겠습니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라도 날아갈테니 기다려만 주십시오.”

    - 하하. 곽 기자님은 역시 힘이 넘쳐서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기다리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처는 따로 보내드리도록 하지요.

    “예. 그러면 일본 현지에서, 아니 도쿄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꼭 기다리고 계십시오 한 회장님!”

    곽정수 기자는 즉시 자리에서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취재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들만 본능적으로 정신없이 챙긴 곽정수 기자는 출장 결재를 받으러 부장 집무실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크아아앗. 이번에도 특종이다! 특종!“

    이러다가 자신이 최연소 사회부 부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 좋은 망상을 느끼면서 곽정수 기자는 나는 듯이 사무실을 가로질렀다.

                    *       *       *

    전화를 끊은 성진은 호텔 스윗트룸의 창문 너머로 비치는 야경에 눈길을 돌렸다.

    이제 곧 이 도쿄 시내는 성진이 만들어놓은 결과로 인해 정신없이 호외 보도가 뒤덮일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대한민국 정부에게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독도에 대한 끊임없는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회피와 부정만을 해 온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곧 전격적인 사과를 하는 날이 조만간 닥칠 것이었다.

    비록 그들 중 누구도 과거에 대해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을 하지는 않더라도 성진은 시작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어차피 국제 사회는 힘의 논리로 시작되고 끝이 난다고 했던가?’

    성진은 가해자인 그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려면 결국 힘을 갖추고 압박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실천했다.

    힘이 없는 자의 정의란 현실에서 어처구니없고 바보같이 보이기만 할 뿐.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성진은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렇게 일단락을 지었지만 성진의 뇌리 속에는 신경쓰이는 한 가지 사실이 맴돌고 있었다.

    ‘인공지능 팔찌를 잠시나마 속일 정도로 엄청난 뇌파 기술이라면 절대 만만히 볼 수 없다.’

    쿠라마이 류세를 제압한 직후 그의 머리 속에 있는 모든 정보를 스캔해버린 성진은 마츠시마 장관의 뇌파 발신기를 개발한 기술의 근본이 일본 연구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정보들 속에서 캐낸 기술 제공자들의 이름은 BW챌린지라는 낯선 연구소의 이름만을 알 수 있었다.

    ‘BW챌린지라... 과연 정체가 뭘까.’

    성진은 현 세대의 기술력을 뛰어넘는다는 인공지능 팔찌의 분석 결과에 크게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그 뇌파 발신기 기술을 만들어낸 연구소의 이름이 어떠한 경로로도 노출이 되지 않고 검색 결과로 드러나지 않는 낯선 이름이라는 사실이 무척 긴장되는 일이었다.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자들이 그토록 강력한 기술을 지녔다면 이건 절대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성진은 BW챌린지라는 그 연구소를 반드시 찾아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성진이 나아가야 할 길에서 그 의문스러운 연구 집단은 어떠한 위협이 될지 알 수 없었다.

    - 마스터. 현재까지 BW챌린지와 관련한 정보의 발견 건수는 0입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계속해서 찾아보도록 해.’

    - 알겠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 팔찌의 보고를 받은 성진은 약간의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도쿄의 야경에 시선을 돌렸다.

    다가올 싸움이 어찌 되었든 지금 당장은 성공 이후에 찾아온 여유를 즐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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