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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정복자-142화 (142/185)
  • <-- 142 회: 6권 - 도화선 -->

    엔도 츠요시의 회복은 불과 며칠만에 빠르게 이루어졌다.

    애시당초 성진이 독하게 수를 쓰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가 익힌 특별한 비술은 육체를 기를 바탕으로 한 내경에 강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비전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후우. 이제는 살 거 같군.”

    한결 가뿐해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점검하던 엔도 츠요시는 퇴원 수속을 위해 사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반죽음 상태가 되어서 들어온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며칠만에 이토록 어마어마한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은 해외토픽감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군사 의료시설다운 보안을 자랑하는 방위대 의과대학 병원이기에 엔도 츠요시의 병세나 징후는 모두 기밀처리되어 있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엔도 츠요시가 이 병원에 실려오게 된 까닭도 있었다.

    마침내 옷을 다 갈아입고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엔도 츠요시가 문을 열기 위해 다가가려는데 그의 손이 닿는 대신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카쵸!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과장님.”

    그와 같은 날 방탄복을 입은 채로 총알을 맞은 부관 쿠라타 슈헤이는 아직까지 몸이 회복되지 않은 듯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씩씩한 목소리로 엔도 츠요시에게 인사했다.

    허나 병세가 그리 완전히 나은 거 같지 않아 보이기에 엔도 츠요시는 떨떠름했다.

    “자네.. 괜찮은 건가? 몹시 아파 보이는데.”

    “아닙니다. 저도 비로 외문 제자지만 엔도 가의 닌자 비술을 조금이나마 익힌 몸. 비록 과장님께는 비할 수 없으나 이 정도 상처쯤은 별 게 아닙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쿠라타 슈헤이를 보면서 엔도 츠요시는 대놓고 비웃음을 날렸다.

    “헹.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고서 즉시 쿠라타 슈헤이에게 달려들어 가볍게 손가락을 찔렀다.

    “흐으읍! 허억!”

    기경을 담은 것도, 속도나 힘을 실은 것도 아닌데 쿠라타 슈헤이는 죽을 듯이 앓는 소리를 냈다.

    엔도 츠요시가  아직도 쿠라타 슈헤이의 붕대 속에 상처가 곪아 있는 것을 단박에 알아보고 손가락으로 겉을 살짝 찌른 것이었다.

    “으아악! 과장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까불기는. 감히 가문의 후계자이자 너의 직속 상관에게 사기를 칠 생각이었나?”

    냉담하게 말한 엔도 츠요시는 뚜벅뚜벅 방문을 나서면서 쿠라타 슈헤이에게 던지듯 말했다.

    “그 따위 몸 상태로는 절대 복귀하지 마라. 완치될 때까지 무조건 입원해.”

    “아닙니다! 저 역시 과장님의 한 쪽 손이 되어서..”

    어떻게든 나서보려는 쿠라타 슈헤이에게 엔도 츠요시는 호통을 치듯 말했다.

    “이봐! 이제 나는 나의 가문과 이 일본의 운명을 걸고 싸우러 나가야 한다. 그 따위 몸으로 내 짐이 되려는 거냐?”

    “과장님...”

    쿠라타 슈헤이는 엔도 츠요시의 목소리에 담긴 살기를 느꼈다.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의 뇌리 속에 담겨 있는 적을 향한 살기였다.

    지금까지 이토록 강력한 살기를 뿜어내는 순간은 그가 그만큼 두려워하는 순간 뿐이었다.

    “과장님.. 대체 얼마나 위험한 상대와 싸우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걱정스러운 듯 묻는 부관 쿠라타 슈헤이의 말에 방문을 나서는 엔도 츠요시는 나직히 말했다.

    “일본 최고의 권력자. 아니 어쩌면 전부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자다.”

    그 말을 남긴 엔도 츠요시는 주먹을 불끈 쥐고 병동 복도를 나섰다.

                  *    *     *

    일본 방위청 감사 본부.

    동부방면대 12여단 소속의 삼등육좌(대한민국 국군의 소령) 카토 유우지와 1사단 소속의 츠다 시게루 일등육위(우리나라 국군의 대위)는 방위청 본부에 마련된 감사실에서 며칠에 걸친 끈질긴 심문 끝에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 뿐이었다.

    ‘실제로 상관의 명령을 무전으로 받았다.’

    ‘명령대로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대답이 심문관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는지 지속적으로 계속 심문을 받았지만 급기야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된 절차를 밟고 나서야 두 사람은 따로 마련된 격리실에 배치되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는 혹독한 심문을 받았지만 그들로서는 남은 자위관 복무 기간을 무사히 채우고 만기 제대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물론 파면을 면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상부의 의심을 면하고 만기 제대를 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로 보였다.

    상황이 어떻게 꼬여버렸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부에서는 이 두 사람을 이상한 명령체계를 만들어버린 주모자로 여겼는지 집중적으로 심문을 가했다.

    “하아..”

    “후우..”

    같은 동부방면대지만 서로 다른 부대에 배치되어 있던 터라 그다지 교류가 없는 두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서로에 대한 동병상련과 측은지심으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에휴..”

    “어휴..”

    한숨만 푹푹 쉬는 그 때 별안간 격리실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문 쪽을 향하는데 그 앞에 중년의 남자가 졸린 듯한 눈빛을 하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귀관들인가?”

    “예?”

    “귀관들이 금번 나카노 구 출동 사건의 명령 체계 위반에 관련하여 혐의를 받고 있는 자들이냐고 물었다.”

    “하, 하이! 그렇습니다.”

    새로운 심문관인가 싶어 두 사람은 긴장한 눈빛으로 중년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두 사람을 안심시키려는 듯 씨익 웃으면서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안심들 하시게. 나는 쿠보 ㅤㅅㅠㄴ이치라고 한다. 총리 각하 직속의 내각업무지원실에서 나왔지.”

    중년 남자는 맹하디 맹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자네들이 겪은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좀 더 조사할 게 있어서 말이야.. 비밀리에 따로 조사하는 거니까 협조 좀 해주게. 아! 그리고 이 조사를 잘 해주면 내가 나중에 자네들의 죄가 없다는 걸 꼭 보증해주겠네.”

    남자의 정체. 엔도 츠요시는 속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가 살아남는다면 말이지...’

    그러나 속내를 모르는 두 자위관들은 엔도 츠요시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 뭐든지 질문만 해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대답하겠습니다.”

    엔도 츠요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좋아. 그렇다면 말이야....”

                       *    *   *

    조사를 마치고 나온 엔도 츠요시는 한층 더 생각이 복잡해졌다.

    ‘전파 방해는 물론이고 조작된 명령을 전달하다니.. 그것도 실제 상관과 똑같은 목소리로...’

    전자 기록된 음성 데이터를 분석했는데도 실제 지휘관의 목소리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엄청난 일이지. 헬기 부대는 물론이고 지상군까지 전파 신호를 교란시켰으니 말이야.’

    이 정도로 전자전 능력이 출중한 부대는 그의 뇌리에는 좀처럼 없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 전자전 능력은 세계 최고의 전자전 능력을 자랑하는, 상당한 규모의 미국 전자전 부대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실제 지휘관의 목소리까지 일치하는 가짜 목소리로 거짓 명령까지 전달한다라..’

    이쯤 되면 최고의 전자전 능력을 자랑하는 미군의 전자전 부대조차도 확인되지 않은 영역이다.

    ‘설마 정말로 미국이 나선 것인가?’

    이 정도 규모의 전자전 능력을 발휘하고,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자위대 병력으로부터 확보할 정도의 능력이라면 미국의 특수부대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설마 미국이 나섰다면...’

    그로서는 성진 한 사람의 힘만으로 그 수많은 자위대 병력들이 혼란에 빠졌으리라고는 꿈에서라도 절대 생각할 수 없었다.

    ‘분명히 상당한 규모의 세력이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납치한 것이다. 틀림없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생각을 품으면서 방위청의 복도를 나서는 엔도 츠요시의 앞에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음?”

    물리적인 추위가 아니었다.

    기온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피부에 소름이 돋게 하는 위험하고 급박한 감각.

    ‘살기!’

    엔도 츠요시는 즉시 자신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 앞에 천천히 모퉁이를 돌아 나타나는 백발 장년인의 모습이 엔도 츠요시를 한층 더 긴장하게 했다.

    “누구냐!”

    날카로운 경고와 함께 엔도 츠요시는 몇 걸음을 뒤로 딛어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눈앞에 드러난 백발 장년인을 엔도 츠요시는 강하게 경계했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한가?”

    백발 장년인은 단정하게 차려입은 자켓 차림. 말쑥한 정장 자켓 주머니에서 여유롭게 볼펜을 뽑아올리는 장년인은 엔도 츠요시를 노려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 동작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엔도 츠요시는 온 몸 속에 긴장을 전달했다.

    “흡!”

    그가 헛숨을 들이키는 그 순간. 백발 장년인의 손에 들린 볼펜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서 엔도 츠요시에게 날아갔다.

    “흐압!”

    경악이 섞인 기합과 함께 엔도 츠요시는 급히 몸을 피했다.

    그러나 마저 피하지 못한 어깨 위가 볼펜이 스쳐지나가면서 살갗이 터져나갔다.  

    “크윽!”

    엔도 츠요시는 눈 앞에 서 있는 백발 장년인을 노려보면서 팽팽하게 긴장을 전개시켰다. 

    그와 동시에 온 몸에 공력을 배치시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었다.

    그런 모양새를 찬찬히 바라보던 백발 장년인. 

    여당 총재가 이끄는 야마토 비밀 결사의 최고 고수라 할 수 있는 쿠라마이 류세는 비웃음을 얼굴 가득 띄웠다.

    “엔도 츠요시. 네가 자위대에서 그럭저럭 이름값을 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실망이군. 엔도 가문의 비전을 이었다면 지금처럼 한심한 모양새가 아닐텐데. 넌 온전한 후계자가 아닌 게냐?”

    “닥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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