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40화 (140/185)

<-- 140 회: 6권 - 새로운 가능성 -->

“저의 계획이 어떤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만약 총리와의 협상에서 절대 우리에게 불리한 짓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그런 불행하고 어리석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깨끗하게 책임을 지고 정부에 대해 기술 지분을 양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술 지분을 양도하겠다는 파격적인 성진의 선언.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성진의 진심이 좌중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물론 그 근본에는 원시적으로나마 발현되는 성진의 텔레파시 능력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진심을 다해 호소하는 성진의 일성에 좌중은 무조건적인 공감과 찬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전만 해도 의구심 어린 표정으로 성진을 의심하던 관료들과 각 협상단의 구성원들은 성진의 계획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했다.

적극적인 동의와 찬성을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있어서 사전에 말도 하지 않은 성진 혼자만의 독자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었다.

이들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성진의 무리한 요구와 발언에 대해 어떤 사람도 이견을 제시할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모두들 제가 일본의 내각 총리와 대면할 수 있도록 협상단의 이름으로 일본 정부에 비공식적인 요청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왕이면 청와대에도 연락해서 저와 일본 내각 총리와의 면담에 힘을 실어주셨으면 합니다.”

성진의 말에 각 구성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좌중을 압도하고 있던 성진의 말은 그렇게 쉽게 먹혀들었다.

그렇게 임시 회의는 성진의 요구대로 일본 내각 총리와의 대면을 추진하는 것을 결론으로 삼고 끝이 났다.

                     *    *   *

누구도 성진의 말에 감히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작 성진 자신이 위화감을 느꼈다.

‘너무 쉬운데?’

솔직히 말해서 말 몇마디로 무작정 받아들여지기에는 성진의 요구가 지나친 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먹혀들어가는 상황에 뭔가 

이상하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이거.. 전에 느꼈던 그 건가?’

일전에 성진이 길을 막고 아우성치는 기자들을 향해 일갈을 내지른 적이 있었다.

그때 기자들은 성진의 말에 쉽게 반응하고 길을 물러섰다.

성진은 당시 별 거 아니라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상황이 겹쳐보였다.

‘혹시 사람들이 내 말을 잘 따라주는 게 뭔가 특별한 작용이 일어난 거야?’

- 마스터의 심상 작용 능력이 타인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일종의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수준의 텔레파시 능력으로 해석됩니다.

‘텔레파시?’

성진은 깜짝 놀랐다.

‘그건 초능력이잖아? 초상 능력은 3단계 육체 강화를 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 그렇습니다 마스터. 

-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마스터의 2단계 육체 강화를 통해 새롭게 변화한 발성 기관과 지속적인 두뇌 강화를 통해 개발된 능력이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켰다고? 그렇다면 지금 내가 텔레파시라는 걸 쓸 수 있는 이유가 결국 우연의 산물이라는 거야?’

- 그럴 가능성도 높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저는 지구 인류의 인체에 대해 정확하게 수집하지 못한 정보가 많습니다. 

- 마스터께서 사용하시는 기 에너지를 비롯하여 2단계 육체 강화를 통해 현재 변화한 마스터의 인체가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흐음...’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의 말을 듣고 상황을 이해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어찌 됐든 지금 상황으로는 원시적인 형태로나마 텔레파시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납득한 거로구나.’

- 그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스터의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뜻이지?’

- 마스터께서 여기 모인 타인들에게 평소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 결코 그 원시적인 텔레파시 능력을 사용한 것만으로는 동의를 얻어낼 수 없습니다.

- 평소에 해당 인물에게 쌓여 있던 마스터의 이미지와 행실 등이 반영되어야만 좋은 결과가 이끌어질 수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래?’

그렇다면 결국 성진의 평소 모습이나 명성을 보고 어느 정도 호감을 얻은 사람한테만 성진의 텔레파시 능력이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텔레파시 능력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 3차 육체 강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텔레파시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면 상대방과 마스터의 의지력에 따라 세뇌나 최면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세뇌와 최면이라고?’

성진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초상 능력이라고 하기에 대단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3차 육체 강화가 대단히 위험하다는 소리에 일찌감치 관심을 끊은 성진이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얻는 초상 능력의 강력한 능력을 알게 되자 큰 관심이 갔다.

‘그 정도로 대단한 능력이라면 나도 좀 신경이 쓰이는데?’

성진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 인공지능 팔찌는 즉시 경고했다.

- 마스터. 3차 육체 강화는 지극히 위험하기 그지 없는 시도입니다. 현재 지구 인류의 dna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결과 마스터께서 2차 육체 강화를 성공하신 것만으로도 굉장희 희박한 성공 확률인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습니다.

‘흐음...’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의 만류에 선선히 동의했다.

아마도 주인인 성진의 안전과 생존에 가장 우선적인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 팔찌의 의견이니만큼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 대신 지금 방금 사용한 원시적인 수준의 텔레파시 능력에 대해서라도 최대한 내가 활용할 수 있게 연구해줘.’

- 알겠습니다 마스터.

- 방금 전 발동하신 기초적인 수준의 텔레파시 작용에 대해 기록 해석을 시작하겠습니다.

- 마스터의 사용 편의를 위한 갖가지 준비 및 연구를 시작합니다.

- 마스터. 이 작업에 제 성능의 대부분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응? 대부분이라고?’

- 그렇습니다. 평상시에는 마스터께서서 내리신 명령이 저의 연산 능력을 크게 부담끼치지 않는 수준이지만 방금 전 말씀하신 초상 능력의 발현 연구는 저의 연산 능력을 굉장히 높이 소모하는 연구입니다.

- 따라서 유사시를 제외한 평상시의 연산 능력을 대부분 할당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인공지능 팔찌는 성진의 텔레파시를 연구하는 과제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성진은 그런 인공지능 팔찌의 말에 약간 놀라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팔찌는 성진의 상식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성능을 보여왔고, 당연히 연산 능력쯤은 고려할 필요도 없는 무한대의 성능이리라 생각했다.

‘나의 텔레파시 능력을 연구하는 데 엄청난 성능이 필요하다니 그 정도로 어려운 연구인 거야?’

- 마스터께서 어떻게 텔레파시 능력을 발동하셨는지에 대해서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 저도 아직 정확하게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 이 연구는 마스터께서 스스로 텔레파시 능력을 발동할 수 있을 만큼의 연구를 하는 것이므로 어떻게 텔레파시 능력이 발동되었고, 어떻게 마스터 스스로 텔레파시 능력을 임의대로 사용하게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과제입니다.

- 따라서 저의 연산 능력으로는 언제쯤 연구가 종료될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너의 연산 능력으로도 장담이 안 된다니 그거 참... 만만치 않은 게 텔레파시로구나.’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에 다소 부담을 느꼈지만 분명 텔레파시 능력은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의지와 뜻을 바탕으로 남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이라니 얼마나 강력한 능력인가. 성진은 이 강력한 능력을 새로이 거머쥘 기회를 버릴 생각이 없었다. 

‘좋아. 얼마나 걸리든 계속해서 노력해줘. 그 텔레파시 능력은 앞으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아.’

- 알겠습니다 마스터.

- 업데이트 되는 새로운 정보와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겠습니다.

- 마스터의 허가에 따라 저의 연산 능력 중 90% 이상을 지금부터 텔레파시 능력 발현 연구에 투입하겠습니다.

인공지능 팔찌의 말에 성진은 기대감을 드러내며 부탁하듯 말했다.

‘좋아. 최선을 다해줘.’

성진은 앞으로 텔레파시 능력을 얻게 된다면 어찌 사용할지, 그리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일본의 내각 총리와 어떤 협상을 해야 할 지를 머릿속으로 구상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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